|
어디나 주차 공간 확보가 문제이다. 우리 집 아파트 주차장은 특히 낮에는 주차하기가 너무 힘든다. 인근 사무실 출근자나 방문자가 빈 자리를 잽싸게 낚아채버린다. 그래서 낮에는 차를 타고 외출하기가 꺼려진다. 돌아올 때 빈 자리가 없는 경우 겪어야할 고생이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익숙해져서 운전석 앞에 아파트 번호나 전화 번호를 적은 쪽지를 놓는다. 낯선 사람들이 종종 골칫거리를 만든다. 이들은 주변 차들이 마치 꼼짝없이 나가지 못하도록 자기 차를 주차한다. 약속 시간에 맞추어 집을 나가려는데 이렇게 주차된 차를 만나면 정말 화가 난다. 하지만 소심한 성격이라 그냥 대중 교통을 이용하거나 약속을 미룬다.
사람에 따라서는 아래와 같이 해결하는 사람들도 있겠다. 러시아에서 최근 일어난 일이다. 외출해야 하는데 다른 차가 앞에 턱 버티고 있다. 동영상 속 운전자가 택한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
행인들을 살피면서 운전자는 몰상식하게 주차된 앞차를 밀어붙이고 또 밀어붙인다. 그 와중에 자동차 번호판이 떨어진다. 마침내 빠져날 갈 공간을 확보한 운전자는 유유히 아파트 주차장을 벗어난다.
이럴 때마다 서울의 아파트 주차장이 떠오른다. 15년 전 서울의 한 지인을 방문했다. 아파트 주차장은 만석이었다. 이때 지인이 변속기를 중립에 놓고 주행선에 차를 세워놓았다.
"이래도 되나요?"
"여긴 다 이래요. 중립을 해놓으면 나가려는 차의 운전자가 밀 수가 있지요."
아파트 주차장이 완전히 수평이어야겠지만 외국에 살면서 서울 아파트 주차장의 중립 주차가 부러울 때가 많다. 남을 배려하는 주차 의식이 성숙된 사회가 그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