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1. 6. 29. 09:00

며칠 전 9살 딸아이 요가일래 친구가 우리 집에 왔다. 둘이서 열심히 놀다가 그가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딸아이는 친구를 가까운 네거리 신호등까지 바래다주고 돌아왔다. 그런데 딸아이는 난데없이 20리타스(한국돈으로 약 1만원)를 흔들면서 기쁨이 넘쳐났다.

"아빠, 나 20리타스 주섰다!!!!" 
"그래? 그렇게 큰 돈을? 어디서?"
"내가 친구를 바래다주고 오는 길에 20리타스가 길바닥에 떨어져 있었어."
"너는 기쁘지?"
"정말 기뻐!"
"그런데 잃어버린 사람은 얼마나 슬플까?"
"잃어버린 사람이 바보야! 자기 돈을 잘 보관해야지. 떨어져 있는 것을 내가 찾았으니 이제 내 것이야."

잠시 침묵이 흘렸다.

"만약 잃어버린 사람이 아주 가난한 사람인데 그 돈으로 빵을 사려고 했다면 지금쯤 얼마나 배가 고플까?"
"아빠는 이렇게 생각해봐. 만약 주운 사람이 술주정뱅이인데 이 돈으로 술을 살 수도 있잖아. 내가 주워서 나중에 좋은 물건을 사면 잃어버린 사람도 좋아할 거야."
"주운 것은 혼자 쓰는 것보다도 좋은 일에 쓰는 것이 좋겠다. 나중에 그 돈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데 쓰자."
"안 돼. 이것은 이제 내 돈이야. 그러면 아빠가 이 돈만큼 다른 사람을 도와줘."

▲ 리투아니아 지폐 20리타스 앞면과 뒷면
 

보니 돈이 세뱃돈처럼 깨끗해서 아이들이 가지고 싶은 마음이 쉽게 들 것 같았다. 또한 동전이 아니라 지폐이니 돈 욕심이 더 날 법했다. 딸아이에게 함부러 길에 있는 물건을 줍지 말 것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너보다 더 돈이 필요한 사람이 그 돈을 주워갔으면 좋았을 텐데......"
"아빠, 이젠 그만! 주위에 (잃어버린 돈을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 내가 먼저 보았고, 내가 주섰어. 나도 돈이 필요해. 자꾸 모아야 돼."

언젠가 딸아이가 자라서 "길에 흘린 물건이라도 줍지 말라. 흘려서 마음 아플 그 액과 물건을 같이 가져 온다."라는 소태산의 법어를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기회되면 딸아이가 주운 그 돈만큼 좋은 일을 하는데 쓰도록 지갑문을 항상 열어놓아야겠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