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1. 9. 30. 06:01

아내는 음악학교 피아노 교사 경력 20년째이다. 어제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얼굴이었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었어?"
"한 학부모로부터 불평(?)하는 전화를 받았어. 교사생활 20년만에 이런 전화 처음이야." 

이 학부모의 딸은 초등학교 1학년생이다. 9월부터 학년이 시작되었으니 이제 다섯 번째 수업에 참가했다. 리투아니아 수업시간은 45분이다. 3년 전부터 리투아니아 정부는 재정지출 억제책의 하나로 교사 월급을 삭감했다. 수업시간수 줄이기로 월급을 내렸다. 즉 2시간 수업을 1시간으로 줄었다.

수업일수를 줄인 선생님도 있고 수업시간을 줄인 선생님도 있다. 아내는 후자를 선택했다. 일주일 두 시간 수업(45분 + 45분)이 이틀로 나누던 것을 한 시간(45분)으로 하루에 하지 않고, 시간을 45분에 25분으로 단축해서 이틀을 그대로 가르치고 있다. 합치면 5분을 더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어떤 사정으로 주일의 첫 수업에 오지 못하면 다음 수업에 25분이 아니라 45분을 가르쳐 줄 수 있다.  

▲ 딸아이와 함께 피아노를 치는 아내
 

이날 피아노 수업이 25분이었다. 그런데 수업 중 다른 학생의 학부모가 전화를 했다. 아내는 학부모와 수업일정에 대해 상의했다. 수업 중 다른 동료 교사 방문처럼 이런 일이 종종 있다. 한 5분 통화했다. 

이렇게 수업을 마치고 그 학생을 보낸 후 다른 학생을 맞아서 가르치고 있었다. 그때 집으로 간 학생의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생님, 그렇게 수업에 소홀하시면 어떻게 해요? 수업료를 내었는데 말입니다."

아내는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내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답하고 싶었다.

"제가 지금 수업을 하는데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듯이 다른 부모도 용건이 있어 그렇게 전화할 수도 있고, 내용에 따라 좀 더 길게 통화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요? 연주 발표회가 열기 전에는 여러 시간을 더 과외로 (무료로) 가르치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가요?"......

소심한 아내는 어제 저녁 내내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다.

"이제 당신은 수업시간에 휴대폰을 꺼놓아야 하겠네."
"당신이나 딸, 혹은 다른 학부모가 급하게 전화할 수도 있잖아."
"아뭏든 이번 학부모 지적으로 마음 상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 맥주 한 잔 어때?"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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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