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1. 10. 13. 08:04

그 동안 네 식구가 부딛끼면서 살았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부터 초등학교 4학년생 딸 요가일래와 단 둘이 지니고 있다.  큰 딸은 영국으로 유학가버렸고, 아내는 지금 인도 델리에서 연수를 받고 있다.

아침 7시 딸을 깨워 아침 식사를 챙기고 학교을 보내는 일은 힘들지 않다. 하지만 뚝 떨어진 바깥온도를 보고 옷을 더 따뜻하게 입히려고 하는데 딸이 이를 거절하면서 생기는 실랑이는 괴롭다.

아내는 연일 딸에게 옷을 따뜻하게 입히라고 편지로 지시한다. 하지만 딸은 이제 멋을 부릴 시기가 되었는지 두툼한 것보다는 날씬한 것에 고집을 부린다. 적어도 딸아이에게는 윽박지르는 것을 싫어하는 체질이라 궁색하게 "엄마가 그렇게 하라고 했어."라고 종용해본다.

제일 힘든 일은 딸아이를 혼자 집에 있게 하는 것이다. 특히 저녁 시간이다. 일 때문에 월요일과 수요일 저녁에는 두 서너 시간 딸아이가 혼자 집에 있는다. 이런 경우 전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쪽지로 의사소통을 주고받는다.

그런데 둘 다 휴대폰은 한글이 없다. 한국말을 소리나는 대로 리투아니아어 철자로 표기한다. 한 마디로 딸아이가 표현한 한국말은 엉성하고 부실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의사소통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몇 가지 쪽지를 공개한다. 밤에 아이팟으로 찍은 것이라 선명하지 않음에 양해를 구한다.

▲ Apa nega bolso džibe wanda. Islkoja?
   
아파 네가 볼소 지베 완다. 이슬코야? (아빠 내가 벌써 집에 온다. 있을 꺼야?)

▲ Bagu innde apaga bogušipči
   바구 인느데 아파가 보구쉽치 [(TV)보고 있는데 아빠가 보고싶지.] 

▲ Nega  džibe itagu malhegušiposo.
   네가 지베 이타구 말해구쉬포소 (내가 집에 있다구 말하고 싶어서.) 

▲ Bolso  džibe wa! Musowo...
   볼소 지베 와! 무소워...(벌써 집에 와! 무서워...] 

이렇게 한국말로 쪽지를 보내는 딸아이가 대견스럽다. 리투아니아어로 하면 오히려 더 정확게 쓸 수 있는데 왜 굳이 엉성한 한국말로 쓸까?

이유는 간단하다. 딸아이는 예외없이 아빠하고는 죽이든 밥이든 한국말을 사용하는 것이 편하다고 저절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말 읽기와 쓰기가 자유롭지 못하지만 이는 시간문제라 여겨진다. 이번에 한국을 같이 방문할 때 길거리 간판들을 보면서 한국말 읽기 공부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