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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한국을 방문한 지 아직 일주일이 되지 않고 있다. 시차때문에 여전히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딸아이는 네 번째 한국 방문이지만 이번이 제일 힘든 듯하다.
"아빠, 밤이 낮인 것 같아 잘 수가 없어."
한국과 유럽 리투아니아와의 시차는 6시간이다. 즉 한국이 밤 12시이면 리투아니아는 저녁 6시 한창 열심히 활동할 때이다. 낮에는 한국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저녁에 체류지에 돌아오면 리투아니아 학교에서 내준 숙제를 한다.
날마다 일찍 자자고 둘이 약속하지만 밤 12시가 되어도 정신이 말짤말짱해서 잠을 잘 수가 없다. 어제도 불을 끄고 누웠지만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컴퓨터를 켤 수 밖에 없었다. 딸아이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침 책상에 화장지 한 조각이 있었다. 딸아이는 이 화장지를 가위로 일정하게 11장으로 짤랐다. 그리고 이를 묶고, 볼펜으로 그 화장지에 글을 창작하기 시작했다. 모두 21쪽에 이르는 내용이었다.
글을 쓰면서 혼자 웃고 또 웃었다. 글 제목은 "화장지 이야기"이다.
새벽 2시가 훌쩍 넘어섰다. 초등학생 4학년생 딸아이는 이렇게 화장지 한 쪽을 가지고 21쪽의 화장지 책을 만들어 스스로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아빠, 나 자라서 작가가 될까?"
"너는 나중에 무엇이든지 될 수 있는 희망 가득 찬 어린이야! 당연히 될 수 있지."
딸아이가 한국 방문 중 시차 적응을 하지 못해 발악한(?) 정신적 산물인 이 화장지 소책자를 오래도록 간직해 기념물로 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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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스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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