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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결혼기념일을 맞았다. 초딩 딸아이는 우리 부부를 부엌에 갇아놓고 자기 방으로 갔다.
"나를 따라오면 안돼. 꼭 여기 있어야 돼."
"왜?"
"그냥."
자기 방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종이로 포장된 물건을 가지고 왔다.
"엄마 아빠 결혼을 축하해."
"뭔데?"
"종이를 뜯어봐."
종이 속에는 아래와 서양란이 곱게 피어있었다.
"고마워. 그런데 이것을 몰래 사서 보관하느라 힘들었겠다."
"아니."
그 동안 딸아이는 대부분 자기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선물을 주었다. 자기 용돈에서 꽃을 사서 결혼기념일 선물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신의 존재를 있게 한 부모 결혼기념일을 기억하고, 서양란까지 선물하다니 이젠 제법 자랐음을 뜻하는 것 같아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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