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2. 11. 13. 09:07

지난 10월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140킬로미터 떨어진 농촌 마을의 인상 깊은 '짚조각 공원'을 촬영 취재를 했다[관련글: 농촌 마을, 가을 짚조각 공원으로 유명세, 관련 KBS News 영상 다시보기]. 

전혀 생각지도 않은 외국 방송사에서 취재를 온다니 관계자는 만족스러워했다. 항상 취재를 나갈 때에는 한국적인 물품을 챙겨가려고 한다. 그래서 기회되는 대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적인 열쇠고리, 병따개, 인형 등을 사가지고 온다. 이번에도 아내가 몇 가지를 챙겼다. 그 중 하나가 소주였다. 


짚조각 공원에서 취재를 마치자 관계자가 자신의 사무실로 초대했다. 마침 촬영을 마칠 무렵이 점심식사 시간대였다. 마을 갤러리 안에 탁자가 놓여있었다. 투박스러운 모습을 띤 샌드위치가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길쭉한 토마토...... 이 마을에서 직접 재배된 토마토라고 했다.


현지인들은 약초로 만든 술도 내놓았다. 낮이지만 반주로 한 잔씩 돌렸다. 아내는 챙겨온 선물을 전했다. 이번에는 한국의 소주였다. 


"리투아니아의 상징 색이 녹색이니 여기 한국에서 가져온 녹색 선물입니다."
"이게 뭐예요?"
"한국산 보드카 소주입니다."
"쌀로 만들었나요?" 
"쌀, 고구마, 보리 등을 발효시켜 물로 희석하여 만든 술입니다."
"도수는 몇 도인가요?"
"19.5도입니다."


이날 난생 처음 소주를 마셔본 현지인들 표정은 "콰~~!"가 아니라 "쩝쩝"이었다. 

"맹물 같아요."라고 한 남자가 평했다. 
"한국 사람들은 이거 몇 잔 마시면 (취기가 들어) 시끌벅쩍하고 재미있어요."라고 아내가 응했다.
"사실 소주는 삽겹살 등 안주와 함께 마셔야 제맛이 나요. 리투아니아는 안주 문화가 발달되지 않아 소주를 즐길 수 없어 아쉽네요."라고 덧붙였다.

* 이날 관계자로부터 선물로 받은 건초 작품

40-50도 도수의 보드카에 익숙한 리투아니아 사람들의 혀에는 소주가 맹물 같지만, 소주의 존재만이라도 알려준 것에 만족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