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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처가 안 챙기기나 아내의 지나친 처가 챙기기는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명절에 양가 부모님 용돈 챙기기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넉넉한 살림이라면 예외일 것이다. 그런데 주변 리투아니아 부부들에게는 부모님 용돈 주기로 서로 골치 아파하는 사람을 아직 보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연금을 받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 대부분은 최저 월급(50만 원)에 못 미치는 연금을 받고 있지만, 부모 두 분이 받으면 자녀에게 아쉬운 부탁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여름철 텃밭에서 직접 재배하는 오이, 양파, 마늘, 양배추, 붉은 사탕무, 완두콩, 감자, 당근 등은 식료비를 줄이는 데 크게 이바지한다. 사과, 버찌, 딸기를 비롯한 식용 열매도 겨울철에 많은 도움을 준다.
그러니 처가집에 갈 때 물질적으로 큰 부담감이 없다. 무슨 선물을 사서 드릴까만 고민하면 된다. 보통 선물은 건강보조품이다.
장모님은 다른 연금 수령자보다 처지가 조금 나은 편에 속한다. 바로 자력이 없는 노모를 모시고 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노모 연금에다 보살피는 비용으로 연금 하나가 더 나온다. 세 식구가 사는 데 연금이 4명 분이니 절약하면 다소 여유가 있다.
▲ 부활절이지만 밖에 눈이 내리고, 부엌엔 장모님이 키우는 화초가 꽃을 피우고 있다.
장모님은 우리가 집으로 돌아갈 때 기름값 하라고 약간의 돈을 아내의 지갑에 넣어준다. 이번 부활절에는 느닷없이 부르더니 나에게까지 챙겨주셨다.
"이거 지나났지만 생일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받아."
"생일이 지났는데......"
완강히 거절했지만 더 완강히 주려고 하셨다.
"가계살림 계좌에 넣지 않고 용돈으로 잘 써겠습니다."
가계살림은 아내가 맡아서 하고, 가족을 위한 이 계좌로 들어가면 마음 놓고 개인 용도로 사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 장모님의 200리타스(약 9만 원)
지천명의 나이에 비록 생일 선물용이지만 장모님으로부터 돈을 받으니 꼭 세뱃돈을 받은 아이의 기분을 느끼는 듯했다. 연금 제도 덕분에 부모 용돈 챙기기에 자녀가 별다른 신경을 써지 않아도 되는 이곳 사람들의 삶이 상대적으로 여유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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