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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서울신문 인터넷판에 따르면 최근 한국 부유층 사이에 출산을 2개월여 남겨두고 고급 “베이비 샤워”(Baby Shower)라는 파티가 신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언제가 폴란드에서 참가한 소박한 “배꼽 잔치”가 떠올라 소개한다.
언젠가 폴란드 친구 토마스(Tomas)가 득남을 했다. 부인은 산후 조리를 위해 아이와 함께 병원에 있고, 토마스는 토요일에 친구들을 자기 집으로 초대하여 잔치를 베풀었다. 이 잔치를 이곳 사람들은 “배꼽 잔치”라고 부른다. 이는 어머니와 아기를 연결시켜주던 태를 잘라서 아이에게 배꼽을 만들어 주는 데에서 연유한다고 한다.
이 잔치에는 평소 친한 친구들이 모인다. 다른 때와는 달리 이 잔치에 초대를 받아 갈 때에는 아무런 선물을 준비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잔치에는 반드시 남자들만이 참석한다. 출산모가 병원에 있고 음식을 장만하지 못해서 그런 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준비성 있는 출산모는 병원에 가기 전에 이 잔치를 위해 간단한 안주꺼리를 마련해놓는다. 잔치라고 이름 짓기에는 너무 소박하다. 사실 아이탄생을 이유로 하여 술 마시고 술 취하는 날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 듯하다.
이날 잔치는 저녁 6시 시작되었고, 친한 친구 다섯 명이 모였다. 먼저 축하 입맞춤을 하고 곧 첫 잔은 출산하느라 고생한 아내를 위해 건배하고, 이어서 친구의 아버지 됨을 축하하는 건배하고, 태어난 아이의 건강을 위해 건배한다. 물론 이 세 잔의 건배로 잔치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 잔치는 특별히 준비할 필요가 없다. 식탁 위에 보드카 잔과 음료수 잔을 놓고 술을 갖다 놓으면 끝난다. 이날 드는 일체 비용은 아버지가 된 친구가 부담한다.
6명이 두 서너 시간에 이 독한 3리터짜리 보드카의 바닥을 비웠고, 곧 술이 술을 먹는 시간이 되었다. 또한 부주의로 술잔으로 쏟는 빈번해졌다. 폴란드 사람들도 술 마시러 1차, 2차, 3차로 이동하지 않는다. 그저 한 자리에 앉아 보통 술을 마신다. 이날은 바로 한 집에서 장소를 세 번이나 옮겨 마셨으니 1차, 2차, 3차를 다녀온 셈이었다. 먼저 정신이 멀쩡한 초기엔 식탁에 앉아 점잖게 마시다가, 이어서 거실 탁자 주위로 모여 2차로 마셨다. 3차는 바로 하늘이 보이는 지붕 아래에 있는 다락방이었다.
이 배꼽 잔치로 독한 술로 인해 다음날 머리와 배가 아픈 수난을 겪게 되었고, 또한 병원에서 출산 직후 힘들어 할 친구의 부인에게는 미안했지만 친구의 아버지 됨을 넉넉히 축하를 한 셈이 되어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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