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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스페인 단감을 딸 위해 홍시로 만들어보다"에서 만들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번 글은 그 후기인 셈이다. 홍시 만드는 데는 대봉감이 좋다고 한다. 떫은 맛을 맛을 지닌 감을 잘 보관하면 홍시로 변해 단맛을 낸다. 그런데 이미 단맛을 지닌 단감을 굳이 홍시로 만들어 먹을 필요가 있나라는 의문이 든다.
*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에서 수입해온 단감
단감은 사근사근 씹으면서 그 단맛을 느끼면서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는 자라지 않아 수입에만 의존하는 단감의 가격은 변화가 심하다. 시장에 많이 나올 때는 1킬로그램에 4리타스(약 1500원)하다가 금방 8-12리타스(약 3000원-4500원)으로 뛴다.
값이 싸다고 왕창 살 수도 없다. 그래서 한번 이 단감을 가지고 홍시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사근사근 씹는 단맛보다 후르륵 넘어가는 단맛을 더 좋아하는 나이에 접어든 것도 한 이유다. 단감을 홍시로 만들겠다고 하니 유럽인 아내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썩어면 다 버리게?"
"안 썩을 거야."
아내가 며칠 동안 집을 떠난 사이에 11월 14일(금) 5킬로그램 단감을 사서 스티로폼 상자에 담아놓았다. 단감 사이엔 사과를 쪼개서 놓았다. 사과에서 발생하는 에틸렌가스가 식물의 노화 부패를 촉신시킨다는 정보를 인터넷에서 얻었다.
시일이 지나남에 따라 감귤색 단감이 점점 빨갛게 변해가고 있다.
그런데 쪼개 넣어 놓은 사과가 점점 썩어가고 있다.
이렇게 10일이 지난 후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 감귤색 노란 단감은 사라지고 잘 익은 토마토색 빨간 홍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 사왔을 때의 단감(상), 스티로폼에 10일 동안 보관한 단감 (하)
색은 완전히 변하고, 껍질은 터지고, 속은 수분이 많고 물렁물렁했다. 차숟가락으로 퍼먹기엔 딱 좋았다.
스티로폼에 10일 동안 보관한 단감,
이렇게 달콤한 홍시가 되어서 입안으로 부드럽게 넘어갔다.
20여년을 유럽에서 단감을 먹어왔지만, 홍시로 만들어본 것은 처음이다. 음악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내에게 단감 홍시를 내놓고 반응을 지켜보았다.
"어때?"
"생단감일 때보다 단감 홍시가 훨씬 달콤하고 맛있네."
"이제 내가 단감 많이 사서 홍시로 만드려고 할 때 반대하지 않겠지?"
"않겠지만, 우리 집 냉장고 냉동실에 공간이 없어."
단감 홍시를 많이 만들어 냉동실에 넣어 놓고 긴긴 겨울밤에 하나씩 얼음 홍시를 꺼어먹고 싶은 마음이 꿀떡같다. 그렇다고 이를 위해 냉동고를 따로 살 수도 없고...
그냥 상황따라 적당하게 해서 먹어야겠다. 썩으니까 홍시 만드는 것에 반대하는 아내에게 홍시가 더 맛있다는 사실 하나만 알게 해준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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