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09. 1. 31. 01:47

어제 낮 웬 남자가 전화해서 대뜸 아내 이름을 부르면서 통화가능한 지를 물었다. 순간 기분이 좀 상했지만 학교 수업하러 가서 없다고 했다. 오늘 아침 아내는 낯선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한 참을 듣더니 항변하기 시작했다. 요즈음 아파트 주위에 주차 공간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경찰서 출두 명령을 받았고, 벌금을 내야 한다면서 분노 섞인 울상이었다.

지난 주 낮에 외출했다가 돌아오면서 아파트 주위에 주차할 곳이 없었다. 그래서 마당 내 인도와 풀밭 사이에 차를 주차했다. 늘 이렇게 주차해 있는 차들이 많아 대서럽지 않게 여기고 주차했다. 주위에 공사현장과 사무실이 많아 낮에는 늘 심각한 주차난 때문에 사람들이 이렇게 암묵적으로 주차하고 있다.

누군가 이렇게 주차한 우리 자동차를 사진 찍어 불법주차 신고를 했다고 경찰이 말했다. 그래서 경찰서에 와서 조서에 서명하고 벌금내야 한다고 했다. 리투아니아에서 불법주차하면 벌금은 2만5천원-10만원이다.

하필이면 왜 그날 그렇게 주차했을까? 그렇게 많은 차들 중 우리 차를 찍었을까? 뻔히 주위의 주차 사정을 알고 있을 텐데 왜 경찰이 접수하고 법집행을 하려할까? 그래, 법을 어겼으니 벌금을 내야지...... 하지만 지금도 창문 너머 우리 차보다 더 깊숙이 풀밭에 주차되어 있는 저기 저 차들은 다 뭐야! 온갖 물음과 생각이 떠올랐다.

일단 카메라를 꺼내 창문 너머로 보이는 경찰 말대로 불법주차 되어 있는 차들을 전부 카메라에 담았다. 카파라치 제도가 리투아니아에 있다면 가만히 집에 앉아서 창문 너머 마당 쪽으로 찰칵찰칵 카메라로 찍어대는 것이 마치 돈을 찍어대는 것과 같을 것이다. 담담하지만 그래도 속이 상한 아내에게 사진을 프린트해서 경찰에게 보여주면서 상황을 설명하라고 말했다.

경찰서 일을 마친 후 아내의 전화 목소리는 좀 활기 차 보였다. 아내는 가져간 사진을 보여주면서 매일 아침 이렇게 사진을 찍어서 신고할 테니 법집행을 동등하게 하라고 말했다. 여경은 경찰도 그 상황을 잘 알고 있지만 법을 집행하는 입장에서 신고가 들어왔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여경이 조서 3장을 꾸미고 서명하게 했다. 그 조서를 상관이 읽어보더니 벌금을 부과하지 않고 “경고”로 처리했다. 생활비가 쭉쭉 올려가는 요즈음 이런 “경고”는 대환영이다!

▼ 낮에 이렇게 풀밭에 주차된 차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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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는 시내중심가뿐만 아니라 주택가 주차문제로 골머리로 앓고 있다. 빌뉴스 인구는 58만명이고, 자동차수는 35만대이다. 이는 인구 2명당 차 1대꼴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낮에 불필요하게 좋은 주차 자리에서 빠져나가는 일은 삼가해야겠다.
 
* 관련글: 가장 많이 도난당하는 자동차는?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