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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이 지나면 벌써 봄계절이 시작된다. 25년 동안 유럽에 살면서 이번 겨울만큼 눈이 적고 춥지 않은 때는 없었다.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해마다 한 두 번 고생시키던 감기도 2월 중순까지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
속으로 이렇게 하다가 이번 겨울에 무감기 신기록을 세울 것 같았다. 같은 방에 자는 아내가 감기에 들었지만, 거의 다 나을 때까지도 나에게 옮겨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목요일 목이 조금씩 아파오더니 콧물, 기침 등으로 이어졌다. 한 집에 사는 식구라 어쩔 수가 없다. ㅎㅎㅎ 함께 사는 딸아이 요가일래는 1월 초순에 이미 감기를 겪었다.
나는 감기에 들면 가급적이면 철저히 폐쇄적으로 생활하려고 한다. 방을 따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가까이 오거나 내 몸에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 이것이 딸에게 가장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침 인사, 낮 인사, 저녁 인사 등 하루에도 여러 번 포옹으로 한다.
어느 순간 내가 감기에 든 것을 잊어버린 딸아이는 습관적으로 포옹하려고 다가온다.
"안 돼!!!! 아빠 감기 들었어."
"정말 안고 싶어."
"아빠가 감기 나으면 많이 안아줄게."
저만치 떨어져 있던 딸아이는 말한다.
"아빠, 두 팔을 벌려라. 나도 두 팔을 벌린다. 자 , 우리 포옹하자."
"그래, 우리 포옹했다. 잘 자라~~~"
"아빠, 우리가 이렇게 포옹하다니 정말 미쳐나봐 ㅎㅎㅎ"
어제는 요가일래가 다니는 음악학교에서 노래 전공자 독창과 합장 공연이 있었다. 유명 작곡가를 초대하고, 학생들이 그가 작곡한 노래를 부르는 행사였다.
"와야지. 내가 노래 잘 부를거야."
"그래. 알았다."
이렇게 해서 공연 시간에 학교에 가서 노래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노래는 리투아니아어이고, 제목은 "노래가 바람 속에 소리난다"이다.
노래가 끝난 후 잘 했다고 꼭 안아주고 싶었으나 아직 콧물과 기침으로부터 해방되지 못했다.
"축하하고 미안해. 아빠가 다 나으면 왕창 안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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