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모음2008. 10. 15. 15:06

리투아니아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리투아니아의 유명 가수 이름을 손꼽아 봐라 하면 십중팔구는 안드류스 마몬토바스 (Andrius Mamontovas)가 들어갈 것이다. 그는 1967년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태어났다. 작곡과 노래를 함께 한다. 1983년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그룹 중 하나인 포여(Foje)로 가수활동을 시작했다. 1983-1997년 16개 앨범을 발표했다. 이 그룹이 해체된 후 단독 가수로 활동하는 마몬토바스는 리투아니아 그래미상으로 불리는 브라보상을 15차례나 받았다.

한편 마몬토바스는 배우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에이문타스 네크로슈스가 연출한 “햄릿”에서 마몬토바스는 햄릿으로 주연을 맡고 있다. 지금도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초청 공연을 하고 있다. 올해 제작된 마리스 마르틴손스 감독의 “Nereikalingi žmonės”(불필요한 사람들) 영화에서 마몬토바스는 신부역을 맡았고, 음악을 작곡했다. 이 영화는 지난 9월 충무로국제영화제에서 “어긋난 길”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되기도 했다. 

지난 해 5월 거리음악제를 취재하면서 마몬토바스를 직접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특히 그가 한국에 호감을 가지고 있어 기뻤다. 그 후로 그는 중요한 일이 있으면 전자우편으로 알려주고 있다. 지난 9월 상항이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음악상를 받았다는 소식과 최근 북한을 다녀왔다는 소식도 그렇게 알게 되었다. 남한과 북한 둘 다 방문한 리투아니아 유명 가수의 소감을 들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줄 알지만 혹시나 해서 몇 가지 질문을 보냈다. 보낸 지 4일만에 그는 친절히 아래의 답변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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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스: 혹시 남한과 북한 둘 다 방문한 유일한 리투아니아인이 아닌가?
마몬토바스: 아닐 수도 있다. 리투아니아가 소련에서 속했을 때 북한과 어느 정도 관계를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투아니아가 20년 전 독립하고, 2004년 유럽연합에 가입한 후 남한과 북한을 둘 다 방문한 첫 번째 사람이 나일 수도 있다.   

초유스: 남한은 언제 방문했나?
마몬토바스: 2001년 처음으로 서울을 방문했고, 2006년 다시 남한을 방문했다. 그때 에이문타스 네크로슈스가 연출한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공연했는데 내가 햄릿 역을 맡았다. 

초유스:
그럼, 북한은 언제 다녀왔나?
마몬토바스: 지난 6월 14-22일 중국 상하이국제영화제에 갔다. “Nereikalingi žmonės”(불필요한 사람들; 한국어 제목 어긋난 길) 영화의 음악을 작곡했고, 또한 배우로 참가했다. 이 영화는 최우수감독상과 최우수음악상을 받았다. 이때 우리는 초청을 받아 지난 9월 17-26일 열린 평양국제영화제에 참가했다.

초유스:
남북한에 대한 인상은?

마몬토바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차이가 나지만, 남한과 북한은 한 나라이다. 두 곳 모두 사람들한테서 같은 문화적 배경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겪은 바에 의하면 한국인들은 아주 친절하고, 좋으며, 창의력이 풍부한 사람들이다. 한국에는 어떤 기운이 흐르고 있다. 한 번 가보면 느낄 수 있는 그런 기운이다. 개인적으로 불교에 관심이 많다. 서울에 있는 여러 절을 방문한 후에 그 기운을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초유스:
남북한을 방문하면서 있었던 재미난 일화는?

마몬토바스: 나는 채식주의자다. 이로 인해 재미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식당에서 고기, 생선, 달걀이 전혀 없는 음식을 주문한다. 한번은 서울의 한 호텔식당 메뉴에서 새우스파게티를 보았다. 그래서 새우만 뺀 스파게티를 부탁했다. 하지만 가져온 스파게티 위에는 새우가 2배 가량 더 많이 얹혀있었다. 북한에도 여러 일화가 있었지만, 대부분 별로 재미없는 것들이다. 

초유스:
북한을 방문했을 때가 외부에 알려지기를 김정일의 건강이상이 심각한 때인데 현지 사람들의 이에 대한 반응은?

마몬토바스: 우리는 아주 조심스럽게 그들의 지도자가 어디 있는 지 물어보려고 했지만 대답은 한결같이 “지금 그는 아주 중요한 일로 매우 바쁘다”였다. 보통 사람들은 그들의 나라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을 잘 아는 사람들도 있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초유스:
직접 본 북한의 실상은?

마몬토바스: 손님으로 갈 경우 현지 삶의 진실한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늘 지켜보는 사람들이 주위에 항상 있기 때문이다. 마음대로 거리를 산책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영화제의 일원으로 참가했기 때문에 하루 세 끼 호텔에서 먹었다. 주로 밥, 오이, 감자, 간장으로 먹었고, 물을 마셨다. 하지만 버스를 타고 평양 거리를 둘러보았을 때 대부분 사람들이 야위고, 남루한 옷을 입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전체적 풍경은 1965년대 소련의 모습과 같았다.

초유스:
이번에 북한에 간 일은 잘 되었나?

마몬토바스: 가수가 아니라 배우로 갔다. 우리는 위에 언급한 영화를 소개했다. 우리 영화를 본 사람들 중 우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에게 바로 외부세계로부터 오는 영화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 길로 통해 그들이 바깥에 무엇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초유스:
남북한에 대한 바램은?

마몬토바스: 남북한을 모두 방문해서 기쁘다. 두 나라로 갈라져 있지만, 한국은 위대한 나라다. 남북한이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 남과 북이 언젠가 하나가 될 것을 믿고, 그 하나 된 한국을 방문하기를 희망한다.

          ▲ "한국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라고 말하는 안드류스 마몬토바스 (2007년 5월)                 
          ▲ 안드류스 마몬토바스의 "Geltona Zalia Raudona" (노란, 초록, 빨간): 리투아니아 국기색

* 관련글: "야, 대통령아! 깨어나 좀" - 마몬토바스 노래
               "너는 어느 편에?" 마몬토바스 노래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