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모음2008. 10. 17. 13:48

어제 글에서 아파트 마당에 주차된 친구 자동차에 접촉사고를 내고 쪽지를 남겨놓은 리투아니아 젊은 여성의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어주어서 감사를 표한다.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그 후에 일어난 일과 리투아니아 교통사고 처리의 변화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제 사고를 낸 사람이 집으로 찾아와서 사고신고서에 사고자의 인적사항, 사고 경위 등을 기재하고 사고 상황을 그림까지 그렸다. 오늘 아침 사고원인 제공자의 보험사에 전화해서 그 과정을 설명했다. 피해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보험사 직원을 청했으나, 보험사는 그럴 필요 없다고 한다. 보험사가 돈을 내는 데 직접 피해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당연한 것 같은데 말이다. 그 대신 보험사가 지정한 자동차수리소 주소를 알려주었다. 거기 가면 다 알아서 처리할 것이라 한다. 믿기지가 않았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자동차 사고를 보험처리하려면 경찰확인서가 있어야만 가능했다. 경미한 사고가 나면 쌍방이 합의해서 금액으로 보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반드시 경찰을 불러야 했다. 리투아니아 도로엔 한국처럼 사고가 난 뒤 스프레이로 바퀴 위치를 표시하는 선을 찾아볼 수가 없다. 경찰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 사고차는 그 자리에 그대로 도로를 점령하고 있다. 특히 교통이 혼잡한 거리에서 사고가 나면 그야말로 끼치는 민폐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제는 사고 당사자들이 그 자리에서 교통사고신고서 양식에 직접 기재하면 끝이다.

1년 보험이 얼마 전에 만기가 되어서 새로운 구입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보험을 들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보험가입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짧은 기간이라도 드는 것이 좋다는 주위의 권고에 따라 오늘 2개월짜리 임시보험을 들었다. 예전 같으면 보험사에 가든지 아니면 보험사 직원이 집에 오든지 해야 했으나 지금은 인터넷으로 보험을 들 수가 있다. 즉각 관련 사이트에 가서 보험을 들고, PDF로 받은 서류를 집에서 인쇄했다. 리투아니아에도 이런 방법이 유효하다니 놀랍기만 하다.

곧장 보험사가 지정한 수리소로 갔다. 직원이 사고신고서를 보면서 피해가 난 자리를 디지털 카메라로 자세히 촬영했다. 보험사는 이 사진을 통해 사고 피해상황을 확인한다. 이를 지켜보면서 리투아니아의 신고자, 수리소, 보험사 3자간 상호신뢰가 성숙되어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제 수리기간이 문제다. 미국산 자동차이므로 새 백미러를 미국에서 구입하고, 3-4주 걸린다. 또한 연식이 2006년이므로 총가격의 9%를 차 소유자가 부담한다. 이는 곧 유럽에 살면 유럽차를 사는 것이 수리할 때 싸고 빠르다는 말을 의미한다. 총수리비 예상 가격을 물었다. 새 백미러로 교체하고, 두 문짝을 페인트칠하는 데 약 4000리타스(한국 돈 200만원)이다. 아무리 리투아니아 물가가 오르고 보험사가 지불한다고 하지만 너무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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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미러 교체와 두 문짝 페인트칠 예상 견적이 한국 돈으로 200만원

다시 한 번 접촉사고 쪽지를 남긴 리투아니아의 젊은 여성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보험을 들었기 때문에 경미한 접촉사고라고 그냥 가버리지 말고 이렇게 쪽지를 남기면 피해본 사람이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이 일어날 수가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