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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얼마 전 친정을 다녀온 후부터 부엌 라디에이터 밑에 마늘이 담긴 비닐봉투가 놓여 있다. 장모님께서 텃밭에서 재배하신 마늘을 건조시키고 있다.
북유럽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주변국 사람들에 비해 마늘 소비량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예를 들면 연 1인당 마늘 소비량은 독일 300그램, 폴란드 200그램, 라트비아 300그램, 에스토니아 400그램이다. 하지만 리투아니아는 이들보다 월등히 많은 1.3킬로그램이다[출처]. 참고로 한국은 7킬로그램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여러 음식을 만들 때 마늘을 양념으로 사용한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맥주 안주나 간식으로 즐겨 먹는 것이 바로 마늘 튀김빵이다. 빵을 기름에 살짝 튀겨서 생마늘을 그 위에 바른다. 혹은 치즈와 마늘을 위에 얹어서 빵을 튀긴다.
우리 집 찬장에는 상비약처럼 마늘주가 있다. 장모님이 마늘을 수확한 후 늘 만드는 술이다. 방법은 간단한다. 생마늘을 병에 넣고 보드카를 부으면 끝이다. 아내가 감기 기운을 조금이라도 느끼는 때 한 잔씩 마신다.
마늘의 효능에 대해서는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마늘은 최고의 천연 면역력 강화제 중 하나로 꼽힌다. 비타민 B, 알리신, 셀레늄, 마크네숨, 칼슘 등이 들어 있어 세균을 격퇴하고 심장을 보호하는 효능이 있다.
새해 들어서 가급적 하루에 마늘 한 통(6-7쪽) 그리고 양파 한 개를 먹고 있다. 부엌 라디에디터 밑에서 건조시키는 마늘을 어떻게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이번 주말에 들었다. 매번 매운 냄새를 맡으면서 마늘 한 통씩 까는 것이 번거롭기도 하다. 그래서 한꺼번에 어떻게 해볼까하다가 인터넷 검색을 했다. 내가 원하는 정보가 딱 나왔다.
따라해보기로 한다. 비닐봉투 안에 들어있는 마늘을 우선 한 쪽씩 쪼갠다.
그리고 미지근한 물을 담은 큰 대야에 두 시간 담겨 놓는다.
나보다 늦게 잠에서 깨어난 유럽인 아내가 큰 대야에 가득 감긴 마늘을 보더니 화들짝 놀랐다. 거실에 있는 나에게 다가와서 바가지 긁듯이 물었다.
"저 많은 마늘을 어떻게 하려고!?"
(순간 아내는 내가 한번에 모든 마늘을 요리해서 먹으려고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마늘을 쉽게 까서 오래 보관하려고 하는 거야."
"당신이 어떻게 알아?"
"요리를 못하지만 내가 그래도 마늘 민족 출신이잖아!"
"그 동안 한 번도 이렇게 하지 않았잖아."
"어떻게 하는지를 유튜브로 벌써 다 알아놓았다."
두 시간이 지난 후 마늘을 까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껍질이 너무 쉽게 벗겨졌다. 마늘 한 쟁반 까는 데 50분이 걸렸다. 손 조금 부어오르기도 했다.
종이수건을 쟁반에 깔고 깐 마늘을 말린다.
마른 마늘을 종이수건을 깐 통에 층을 이루면서 담아 냉장고에 보관한다.
이제는 먹을 때마다 마늘을 까지 않고 그냥 냉장고에서 꺼내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유럽인 아내가 마늘냄새에 그렇게 민감하지 않아 퍽 다행스럽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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