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20. 2. 8. 23:21

유럽에서 30년 사는 동안 이렇게 따뜻하고 눈이 없는 겨울은 올해가 처음으로 기억된다. 지난 1월 리투아니아 평균 온도는 2.8도였다. 이는 평년보다 6도나 높은 온도이자 기온을 최초로 측정한 1778년 이후 가장 따뜻한 온도다. 역대 1월 평균 온도가 가장 낮은 해는 1987년으로 당시 영하 15.1도였다. 지난 1월 눈이 쌓인 적이 단 하루도 없었다.

최근 발트 3국 리투아니아의 수도인 빌뉴스 집 근처에 있는 빙기스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평년 같으면 눈으로 뒤덮혀 있어야 할 숲이다. 


하지만 눈 대신 여기저기 이끼들이 시선을 끈다. 초록색 천을 두르고 있는 듯하다. 


살아있는 나무 밑둥에도 이끼가 자라고 있다.   


썩어가고 있는 그루터기에도 이끼가 자라고 있다. 이끼로 푹신하게 한 그루터기가 마치 앉으라고 유혹하는 듯하다. 


뽑힌 나무 뿌리도 이끼 옷을 입고 있다.  


하트 모양을 일부러 남겨놓았을 것이라 착각도 해본다. 


한겨울에 이렇게 초록빛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는 이끼가 어여쁘게 보이기는 처음이다. 봄날의 신선한 생명빛이 곧 오고 있음을 미리 알려는 전령사가 따로 없는 듯하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