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그리스2022. 9. 9. 20:56

그리스 크레타 여행 1편에 이은 글이다.

다행히 우리 호텔은 공항에서 세 번째로 서는 곳이다. 이런 여행사 관광상품을 이용할 때는 가급적 공항에 가까운 호텔을 선호한다. 전세버스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호텔로 여행객들을 내려주고 태우기 때문이다. 거리상 20분이면 충분할 듯한데 전세버스로는 1시간 넘게 걸릴 수도 있다. 

 

7시 40분 이라클리온(헤라클리온) 공항에 착륙해서 호텔에 도착하니 9시다. 버스에 내리자마자 올리브 밭 오케스타라가 환영 공연을 펼친다. 연주자들은 다름 아닌 지중해 매미다. 여름밤 사랑방에서 듣는 개골개골 개구리 울음 소리를 떠올리게 한다. 해가 진 이후에도 매매 소리가 들린다. 처음엔 좀 귀에 거슬렸지만 금방 매미소리가 세상 소리 중 하나로 익숙해지고 친숙해진다.

 

 

아직 정해진 입실시간(보통 오후 2시부터)은 아니지만 입실절차를 친절하게 밟아준다. 짐가방은 맞이실(호텔 로비) 아무 데나 놓고 12시에 오라고 한다. 도난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하다. 혹시 있을 급한 일을 위해 가져 간 노트북은 맡기고 나머지 짐가방들은 맞이실 의자 뒤에 놓는다. 귀중품 보관실이나 보관함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안내원 의자 뒤편 선반이다. 

 

세 시간의 여유가 있으니 곧장 인근 해변으로 간다. 비취색 바다는 보기만 해도 이국적이다. 해수욕을 즐기는 아내는 바다로 첨벙~~~ 나는 가방지킴이 ㅎㅎㅎ 사실 지킬 필요도 없는데 말이다.

 

자킨토스 여행에서는대체로 음료수를 시키면 큰양산(파라솔)과 해변침대(비치침대)를 그냥 사용할 수 있는데 이곳 크레타 고우베스(Gouves) 해수욕장은 해변침대 한 개당 3유로, 큰양산 1개당 3유로 가격이다. 아침나절인데도 해변에 쫙 깔린 해변침대는 거의 다 사람들로 차 있다.      

 

12시에  호텔로 돌아와 방배정과 입실 안내를 기다리고 기다린다. 경험상 안내원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시간이 너무 흘려서 부드러운 말투로 물아본다

 

"12시에 오라고 해서 왔는데 아직 입실 준비가 되지 않았나?" 
"12시 이후에 오라고 했지 12시에 오라고 하지 않았다."
"같은 관광상품으로 리투아니아에서 온 두 쌍이 아침 9시 입실절차를 밟을 때 동시에 12시라고 들었는데..."
 
더 이상 따지지 않는다. 그저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다. 기다리는 장소를 맞이실에서 호텔 식당으로 옮긴다. 음식 메뉴를 살펴보니 그렇게 비싸지가 않다. 주음식이 10유로 내외다. 
 
이에 반해 미토스(Mythos) 맥주 500cc가 6유로다!
크레타 다른 곳에서는 보통 3.5-4.5 유로다. 지난 4월에 여행한 스페인령 테네리페의 맥주값 1.5유로를 생각하니 엄청 비싸다. 2시경 맞이대로 가니 나이 든 안내원이 기다렸다는 듯이 미소를 띄우면서 우릴 반긴다.
 
"웬일?!"
"비싼 맥주를 마셔 호텔 매상을 올려주었더니... ㅋㅋㅋ"
"아니면 얌전히 기다려 주었을까..."
 
 
안내원이 직접 호텔방으로 안내해주면서 말한다. 
"일반실로 예약됐는데 일반실이 다 차서 특실을 주게 되었다. 하지만 언제라도 특실 손님이 있고 일반실이 비워 있으면 그 전날 미리 방을 옮겨달라고 부탁할 것이다."
 
조금 전 미소가 이런 횡재를 암시한 것일까?
1층에 있는 특실은 개인 수영장이 딸린 방이고 2층 특실은 넓은 발코니가 있는 방이다. 
 
부킹닷컴으로 특실 가격을 알아보니 전일정 호텔 숙박비가 선택한 관광상품 가격의 두 배다. 다른 일행 한 쌍은 예정대로 일반실을 배정 받았다. 안내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얌전히 호텔 매상을 약간이나마 올려준 덕분일까... ㅋㅋㅋ 여러 생각이 든다. 

 

샤워실과 화장실이 각각 분리되어 있다. 간이식탁용 탁자와 하나가 된 세면대가 확 열려 있다.

  

커튼 두 개의 위치가 다른 것이 인상적이다. 보통 밝은 색 커튼이 창문 쪽에 있고 어두운 색 커튼이 방 쪽으로 있는데 이 방은 반대로 되어 있다. 뜨거운 햇빛을 가리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서 어둡고 두꺼운 커튼을 창문 쪽으로 놓았을 것이다.

이를 본 아내는 우리집 커튼을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밝은 색 커튼을 방 쪽으로!

  

일반실이 있는 건물의 모습이다.
파란 하늘, 하얀 건물, 파란 현관문, 분홍 꽃, 푸른 정원!!!
그리스의 멋!!!
 
해변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지만 호텔 내 수영장이 있다.  
 
출국을 하는 날은 새벽 6시에 떠나야 한다. 전날 아침 도시락 준비를 부탁하니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한다. 1박당 3유로 세금을 전날 미리 내고 호텔 식당에서 편하게 식사를 하면 된다고 알려준다. 
 
7박을 하는 동안 객실을 옮겨달라는 안내가 없었다.
지금껏 가족여행을 하면서 가장 좋은 호텔방에 잔 여행이 이번이다. 
호텔 뜰에는 석류가 익어가고 있다.
언젠가 9월이나 10월에 크레타로 다시 오고 싶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10편 중 2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