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브라질2008. 12. 29. 09:16

아내와 함께 브라질행 항공권을 12월 중순에 구입하게 되었다. 한국 여권 소지자는  90일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되었다. 하지만 리투아니아 여권 소지자는 비자가 필요하다. 리투아니아에는 아직 브라질 대사관이 없다.

리투아니아인들은 보통 여행사를 통해 바르샤바 브라질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는다. 중개해주는 여행사에 전화했는데 출국일 12월 30일 전까지 비자를 받아 여권을 돌려줄 수 있는 지에 확신이 없다고 하면서 모두 거절했다.

유일한 방법은 아내가 직접 약 500km 떨어진 바르샤바로 다녀오는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당시 아내는 허리통증이 심했다. 바르샤바 브라질 대사관 누리집은 폴란드어와 포르투갈어로만 되어 있다. 비행기편이 수월한 프라하 브라질 대사관에 우편으로도 일단 비자신청 접수가 가능한지 문의했다. 다음날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바르샤바에서는 근무일 5일이 지난 후에야 비자를 줄 수 있다고 한다. 더욱이 크리스마스 연휴로 아슬아슬했다. 항공권은 있지만 비자와 여권을 떠나기 전까지 손에 쥐지 못한다면...... 순간적으로 눈앞이 캄캄해왔다.

언젠가 브라질 외교관 중 에스페란토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한국을 방문했다는 기사가 떠올랐다. 혹시 이 외교관이 유럽 어딘가에 근무하고 처한 사정을 얘기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국 지인을 통해 그가 독일 프랑크푸르트 브라질 영사관에서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생면부지의 사람이지만 상황이 다급한지라 전화했다. 영어로 그를 찾자 본인이라 고 했다. 언어 뇌는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자동으로 에스페란토를 선택해 절로 즐거워하는 듯했다. 첫 대화였지만 아주 반갑게 맞아주었다. 아, 모든 영사관 사람들과 이렇게 편하게 대화하고, 그들이 이렇게 친절하게 대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내를 대신해 직접 프랑크푸르트로 가서 비자를 신청할 수 있느냐고 물으니 안 된다고 답했다. 그는 외교관답게 원칙을 설명했다.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아야 한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받으려면 아내가 직접 프랑크푸르트 관광을 하는 중 대사관으로 찾아와야 비자를 줄 수 있다고 한다. 그는 바르샤바 영사관 동료에게 직접 전화해서 사정을 설명하고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곧 전화가 왔고, 그는 아주 자세하게 필요한 사항을 전해주었다. 필요한 서류는 여권, 여권용 사진 1장, 은행잔고증명서 (1일 60USD x 체류기간), 초청장, 초청자 여권 복사이었다.

서류를 준비해 국제특급배달 회사인 Fedex 사무실에 가니 만에 하나 분실위험이 있으므로 여권은 보낼 수 없다고 했다. 난감했다. 차라리 여권이라고 말하지 말고 그냥 서류라고 말할 것을 후회가 막심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다른 특급배달 회사 TNT를 찾았다. 규모는 작았지만, 아주 친절하게 받아주었다. 근무일 3일 안에 도착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저녁 5시경 접수했는데 익일 오전 11시경 바르샤바 영사관 직원이 여권을 잘 받았다고 친절하게 전화까지 해주었다.

크리스마스 연휴 사정으로 가급적 빨리 처리해주기를 부탁했다. 3일만인 금요일 비자를 받았다. 하지만 우편으로는 발송하지 않고 본인이나 위임한 대리인이 와서 받아가야 한다. 급히 바르샤바에 사는 또 다른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친구는 여권을 찾아 일요일 직접 빌뉴스로 찾아왔다. 이렇게 에스페란토와 친구 덕분에 여행 떠나기 9일 전에 무사히 비자와 여권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되었다. “초유스의 동유럽”은 앞으로 약 3주간 “초유스의 브라질”로 내용 전환을 할 것이다. 포르투갈어 번역일 때문에 브라질에 가지만, 기회 닿는 대로 현지에 접한 소식을 올리고자 한다. 관심과 성원을 부탁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슬한 상황에서 에스페란토 덕분에 브라질 비자를 무사히 받게 되었다 (사진: IKUE)
 
이상은 초유스의 브라질 가족여행기 1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브라질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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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