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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해서 3월 초중순에 폐쇄했던 국경을 유럽 국가들이 하나둘씩 다시 개방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6월 3일부터, 프랑스는 6월 15일부터, 스페인은 6월 21일부터 외국인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쉥겐협약 회원국가의 시민이나 거주권자들이 우선 혜택을 받는다.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슬로바키아 그리고 슬로베니아는 영국과 스웨덴 등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아직 안전하지 않는 국가들을 제외한 나머지 유럽 국가들에 대한 입국 제한조치를 이미 해제했다.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그리고 에스토니아의 발트 3국은 6월 1일부터 유럽 국가들의 시민이나 거주자들의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이 빠르게 늘어나나 예년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리투아니아는 국내관광을 활성화시키 위해 이틀을 숙박하면 3일째 되는 날의 숙박료를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올 여름철은 국내여행이 대세일 수밖에 없다. 발트 3국 친구들은 벌써 자신들의 국내여행 소식들을 사회관계망을 통해 올리고 있다. 여름철 최고의 여행지로 에스토니아는 패르누(Pärnu), 리투아니아는 팔랑가(Palanga) 그리고 라트비아는 유르말라(Jūrmala)가 꼽힌다.
번잡한 인산인해 해수욕장을 선호하지 않을 경우 위 세 곳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인적이 드문 모래해변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예를 들면 유르말라 마요리(Majori) 기차역 주자창에서 128번 도로를 따라 30km를 이동하면 클랍칼른치엠스(Klapkalnciems) 마을이 나온다.
도로변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해변을 향해 걸어가면 낮은 모래언덕을 만난다. 생명력이 강한 풀과 꽃이 자라고 있다.
노란 꽃은 발트해 동쪽 모래해변에서 흔히 발견되는 염소수염꽃(tragopogon pratensis, showy goat's-beard, meadow salsify, or meadow goat's-beard)이다. 영어로 일명 Jack-go-to-bed-at-noon(낮잠 자러가는 잭)이다.
모래가 훤히 다 보이는 수심이 얕은 바다가 인상적이다.
수영하기 위해서는 한참을 들어가는 수고를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잔잔하고 얕은 바다는 어린 자녀들과 함께 하기에 딱 적합히다.
끝없이 길쭉하게 모래해변이 펼쳐져 있다. 달리기나 자전거타기로 30여km를 계속 동쪽으로 이동하면 유르말라가 나온다.
그런데 좌우를 둘러보면 바위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리투아니아(해안선 총길이 94km)와 마찬가지로 라트비아(해안선 총길이 500km)도 거대한 해안 바위절벽은 없다. 지형이 대체로 사질토로 되어 있다.
고개를 돌려 해변 모래바닥으로 내려다보니 죽은 갈매기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아직 부패되지 않았고 몸집이 비교적 작다.
이를 어찌할꼬?!
그냥 못 본 척하고 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곧 부패가 되면 벌레들이 모여들고 냄새도 날 것이다.
주위를 살펴보니 사람들의 발자국도 여기저기 있다.
"아빠, 저 갈매기 불쌍해서 어떡하지?"
"죽은 생명이지만 우리와 인연이 되었으니 묻어주는 것이 좋겠다."
"알았어. 우리 같이 모래를 파자."
"그래. 우선 양지바른 자리를 고르자."
"아빠, 이렇게 하니 옛날 우리 집 햄스터를 묻어준 일이 생각난다."
"이럴 때 늘 아빠가 하던 말 기억나?"
"기억나지. 살아있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죽는다."
이렇게 딸아이 요가일래와 함께 갈매기를 묻어주기로 한다.
바닥이 모래이니 무덤파기가 수월하다.
갈매기를 묻고 난 다음 요가일래는 조약돌을 모아 묘 위를 장식한다.
유럽 사람들은 봉분을 쌓지 않고 땅위를 평평하게 한다.
넓적한 나무조각은 묘 앞 상판석을
나뭇가지는 묘비석을
조약돌 장식은 왕생극락을 비는 염주를 떠올리게 한다.
갈매기의 육신은 이제 모래 속 고이고이 잠들어 있지만
그의 영혼은 날아다니는 저 갈매기처럼 훨훨 날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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