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답은 등산이다. 내가 살고 있는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높은 산은 해발 300미터도 채 되지 않는다. 여기 사람들에겐 산이지만 1000여미터의 산을 보고 자란 나에게는 산이 아닌 셈이다. 한국에는 흔한 등산화는 여기는 없다.
서울에 머무는 동안 한 지인이 자락길 산책을 제안했다. 두 말 하지 않고 합류하기로 했다. 이렇게 내 생애 처음으로 자락길 산책에 나섰다. 목표는 서울 안산 자락길이다. 독립문 지하철에서 시작했다. 이 자락길은 총 7킬로미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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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락길 밑에서 바라본 안산 정상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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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락길 입구에 도착하기 전에 재개발 지역이라서 그런지 이런 빈집들이 있다. 더 이상 집을 짓지 말고 그냥 자연으로 원상회복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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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이나 얼음길에 산책하는 시민을 배려하는 정성이 담겨져 있다.
이디 이뿐인가! 따뜻한 날 정자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책장까지 마련되어 있다.
리투아니아에서는 보기 드문 까치도 이날 만났다. 반가운 손님이 오는 것이 아니라 난생 처음 자락길 산책하러온 유럽 손님을 환영하러 나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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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기다소나무 한 그루가 산책길을 막아서고 있다. 베어내지 않고 이렇게 자연스럽게 놓아둔 것이 바로 친자연 자락길임을 잘 말해주고 있다. 이 막아섬은 산책객을 막아서는 것이 아니라 개발시 인간의 환경파괴심을 막아서는 것을 웅변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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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쭉 뻗어있는 메타세콰이어가 하늘 기운을 받아서 산책객에게 전해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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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기구들도 잘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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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로 길을 만들어놓았다. 사치 같아서 예산낭비로 보이는 듯했다. 그런데 그 순간 오른쪽 빙판길을 걷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철망을 잡고 걷는데도 여러 번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고서야 이렇게 해놓길 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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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락길따라 산책하면서 사방에 보이는 서울의 모습이다. 아파트 단지 저 뒷편에 북한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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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쪽이다. 뿌여서 제대로 전경을 즐길 수 없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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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편 인왕산과 청와대,백악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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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서대문 형무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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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자락길을 3시간 정도 다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이 서대문 형무소이다. 지난 역사를 되새겨보기 위해 역사관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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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황제 폐하는 한국 전부에 관한 일체 통치권을 완전차 영구히 일본국 황제폐하에게 양여함에" 피가 끓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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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초 겪었던 애국지사들의 수형기록표가 붙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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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문에서 애국지사에 붙는 의사, 열사, 지사 단어의 뜻을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의사는 무력으로 결행, 열사는 맨몸으로 투쟁, 지사는 항거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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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 태극기만 봐도 웬지 가슴이 뭉클해지고 머리카락이 쭈삣쭈삣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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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을 마치고 인근 식당에서 어린 시절 즐겨먹었던 수제비를 주문해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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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애 처음 자락길 산책은 끝이 났다. 경제수치뿐만 아니라 이런 사회시설물에서 한국이 잘 산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진달래 피는 봄날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내년 봄에 가족과 함께 한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데 그때 이 안산 자락길을 다시 걷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