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2021. 11. 23. 21:16

이집트 홍해 후르가다는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사막을 관광단지로 개발해놓았다. 대부분 개별여행보다는 항공편, 숙박 그리고 음식비가 포함된 관광상품을 이용한다. 하루 세 끼가 다 비용에 포함이 되어 있다. 오늘은 음식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롱비치 리조트 호텔은 객실이 약 1000개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범유행인데도 사람들이 엄청 많다. 물론 백신접종을 2차까지 다 마쳤거나 완쾌된 사람들만이 투숙할 수 있다. 그래도 첫날은 걱정스러워 대중이 모이는 곳에는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차츰 감각이 무뎌진다. 주위에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한 명도 없는데 혼자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이상해 보인다. 호텔 직원들은 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답답해서 그런지 코를 내놓고 있는 직원도 더러 있다.

 

아침 점심 저녁 세 기가 포함된 관광상품이다.
리조트 음식에 대한 다녀간 사람들의 평은 극과 극이다. 좋았다와 나빴다 둘 중 하나다. 이는 음식 맛 자체에 기인하기도 하겠지만 주변 환경이나 본인의 입맛에 기인하기도 하겠다. 아침 점심 저녁 모두 뷔페식이다. 식사 때가 되면 특히 식사시작 시간에 배고픈 수 백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눈에 맛있게 보이는 음식은 한순간에 흔적 없이 사라진다. 사람들이 길게 줄 서있으니 다른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다시 오면 음식 쟁반이 비어 있거나 찌꺼기만 남아있다. 물론 잠시 후 다시 채워진다. 음식은 부족함이 없다. 시끌벅적한 식당에서 왁자지껄한 소리를 들으면서 밥을 먹으니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크게 감탄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많이 먹는 과일 - 석류, 대추야자, 멜론
마르티나는 이틀까지 음식에 그렇게 만족 못하더니 그 후부터는 아주 잘 먹는다.
“왜 그렇게 변했니?”
“처음에는 여행피로도 있고 맛이 낯설어서.”
 
후식용 제과류 - 제과점에 온 듯하다
오렌지와 멜론 늘 나온다. 

고기, 밀가루 음식, 야채, 과일(대추야자, 감, 석류, 멜론, 오렌지 등), 빵, 제과류 등 다양한 음식이 풍부하다. 야외에서는 닭고기나 생선 등 꼬치구이 음식도 있다. 음료수, 칵테일, 포도주(식당에서 식사 중에만), 맥주 등도 무한으로 마실 수 있다. 특히 이집트는 쌀이 생산되는 곳이라 흰쌀밥부터 여러 양념 첨가물이 들어간 쌀밥까지 다양하다. 알랑미가 아니고 한국에서 보던 쌀 모양과 똑 같다(빌뉴스 집에서 한번 해먹을 생각으로 이집트 쌀 한 봉지를 구입했다). 

 

닭 꼬치구이와 양파 - 자주색 양파를 원없이 먹는다.
평소에 먹지 않는 소혀 요리도 과감하게 먹어본다.
스파게티와 양념밥 - 이집트 쌀밥이 참 맛있다.

 

아내 대신 이번에 장모님과 큰딸과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데 모든 정보는 아내가 알고 있다. 수시로 “뭐 해라”, “쇼핑센터로 가라”, “빨리 특식 예약을 하라” 등등 지시를 내린다. 어디에서 정보를 얻었는지 오후 3시 후에는 바다에서 수영하지 말라고 한다. 아마 한 때 이집트 홍해에 청상아리가 출몰해 관광객들을 공격한 일이 일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관광상품 안에 체류하는 동안 세 차례 호텔 레스토랑에서 무료로 식사할 수 있다. 우리 세 사람은 호텔 대형식당의 뷔페식 음식이 좋아서 레스토랑 특식의 필요성을 느끼지 별로 못한다. 그런데 북쪽에서 지시가 내려온다. “왜 관광상품에 포함되어 있는 특식을 하나도 하지 않았나?”라는 다가올 핀잔을 떠올리면서 수요일에 예약을 해본다. 그런데 떠날 때까지 벌써 특식 예약이 다 꽉 차 있다고 한다. 상황을 이야기 하니 호텔을 떠나기 전 저녁 식사 자리를 예약해준다. 만약 이런 관광상품을 이용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호텔 투숙 첫날 예약창구에 가서 특식예약을 하길 바란다.

드레스코드까지 명시된 레스토랑이라 큰 기대를 하고 가본다. 해변 모래사장이 보이는 곳이다. 하지만 칠흑 같은 밤이라 바다 야경을 볼 수가 없다. 한 가지 유럽과 큰 차이점은 호텔 로비 바나 레스토랑 내에서도 흡연이 허용된다는 것이다.
 
투숙객들에게 특식을 제공하는 호텔 내 한 레스토랑
종업원이 메뉴판을 가져다주면서 붉은 색으로 표시된 음식은 따로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이에 해당되는 음식은 튀긴 오징어, 모둠생선 등이다.

 

 
붉은 색 음식은 무료 특식에 포함되지 않는다.
전식으로 두 가지 그리고 주된 음식으로 소고기, 닭고기, 오늘의 생선을 선택한다. 이날 나온 음식을 사진으로 소개한다.
 
해물 샐러드

해물 스프 - 모처럼 아주 뜨거운 국물을 먹을 수 있게 되어 좋다.
주된 음식 - 닭가슴살
주된 음식 - 이날의 생선 
후식 - 과일아스크림

한마디로 특식을 평하자면 음식이 다 짜고 뷔페에서 여러 음식 중 선택해서 먹는 것이 이 특식보다 더 좋다. 특식 세 개가 다 예약이 안 된 것이 참 다행이다는 것에 세 사람의 의견이 같다. 레스토랑 특식 음식 앞에서 뷔페 음식이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이집트 여행기 8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21. 11. 15. 23:20

나난 나난 어디를 여행할지를 결정하기가 어려운 만큼 선택한 여행지에서 어디에서 묵을지를 결정하기가 어렵다. 이번 가족여행은 음식을 사 먹거나 해먹는 것이 아니라 하루 세 끼가 포함된 휴양관광지 호텔이다. 여러 호텔 중 해변에서 카이트서핑과 스노클링을 쉽게 할 수 있는 호텔을 선택한다. 취미라는 것이 참 무섭다. 카이트서핑은 바람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일주일 여행 기간 중 운 없으면 한 두 차례 혹은 운 좋으면 서너 차례를 할 수 있는데 가볍지 않은 장비를 챙겨가야 하니 말이다.

이번에 일주일 체류한 롱비치 리조트 호텔
숙소는 과거 힐튼 호텔에 속했던 롱비치 리조트(Long Beach Resort)다. 후르가다는 1980년대부터 이집트, 미국, 유럽 및 아랍에 의해 관광휴양지로 개발되어 지금은 홍해에서 가장 인기있는 여행지다. 사방이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고 정문은 쇠막대기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다. 마치 군사보호시설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분위기다.

호텔 경계 너머에 사막이 펼쳐져 있다. 
우버 택시 운전사도 정문 경비실에 신분증과 운전면허증을 맡긴 후에야 손님을 태우러 현관문으로 들어올 수가 있다. 이는 2016과 2017년 관광객을 대상으로 일어난 사건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당시 휴양지 호텔에서 유럽 관광객들이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사망하게 되었다. 도로 교통검문소에 기관총을 잡고 있는 군인에게서도 이 지역이 여전히 불안함을 쉽게 엿볼 수 있다. 호텔 담장 해변 울타리에는 경비원이 늘 있어서 해변을 따라서 호텔 영내를 벗어나지 못 하도록 경계를 서고 있다.
 

도로 교통검문소에는 군인이 기관총을 잡고 근무하고 있다.

롱비치 호텔은 객실이 1000여개 육박한다. 대부분 가족단위로 오는데 한 객실에 2명으로 계산하더라도 동시에 투숙객 2천 명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넓은 대지에 객실뿐만 아니라 호텔 내에는 수영장 7개, 공연장, 식당, 상점, 약국, 병원, 테니스장, 헬스클럽, 스파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다양한 볼거리 공연과 함께 놀이하기 행사도 펼쳐지고 있다. 마치 여행이 아니라 작은 도시에서 잠시 생활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호텔은 작은 도시를 연상시킬 정도로 규모가 크다.

롱비치 리조트 호텔 영내를 쭉 둘러보면서 4K 영상에 담아본다.

 

 

10월 하순 호텔은 투숙객으로 몹시 붐벼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와는 전혀 동떨어진 세계다. 대부분이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다. 아프리카 이집트가 아니라 전통적인 유럽인들만 사는 곳에 와 있는 듯하다. 머무는 동안 동양인의 모습을 띤 사람은 딱 나 한 사람뿐이다. 귀에 가장 많이 들리는 언어는 러시아어다. 현지 종업원들도 곧잘 제일 먼저 러시아어로 말을 걸어온다. 호텔 종업원들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하고자 한다.

 

일몰 후 수영장 안 은 텅 비어 있다,

 

호텔 객실 요금에는 하루 세 끼 식사비뿐만 아니라 맥주나 커피, 아이스크림, 주스 등 영업시간 내에 무한으로 제공받는 음료비가 포함되어 있다. 식사 때에는 포도주까지 제공받는다. 아침 점심 저녁은 모두 뷔페로 이뤄져 있다. 대형 식당 두 개가 식사를 제공해 문이 열릴 때를 제외하고는 크게 붐비지가 않는다. 따뜻한 음식부터 후식까지 아주 다양한 음식이 나오고 마음껏 먹을 수 있다. 흔한 고기 중 단지 돼지고기는 없다.
 
평소에 전혀 먹지 않는 소혀 요리를 먹어본다. 
무한으로 제공되는 탄산수 같은 맥주다.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어떤 음식 맛이 별로라고 하는 딸에게 한마디 해본다. “음식 맛을 논하기 전에 먼저 식자재를 생산한 사람과 그 식자재로 뜨거운 불 앞에서 음식을 요리한 사람을 생각해봐라. 그리고 무슨 음식이든지 천천히 오래 씹으면 씹을수록 좋은 맛이 나온다.” 특히 북유럽에서는 먹기 힘든 싱싱한 석류와 감을 즐겨 먹는다. 난생 처음 싱싱한 대추야자를 먹어본다. 달콤한 대추와 떫은 감의 중간 정도 맛이다. 떫은맛을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다.

 
석류와 감이다.
싱싱한 대추야자 열매다. 대추와 감의 중간 맛이다.
낙타관광, 잠수관광, 유적관광 등 여러 상품이 있지만 이번은 그냥 휴양지 호텔 내에서만 지내기로 한다. 아침 먹고 해변, 점심 먹고 해변이나 수영장에서 일광욕이나 수영을 하면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한다. 마른 대추야자수 잎으로 지붕을 이은 양산(파라솔 – 파라솔의 파라는 가리다 막다 방어하다를 뜻하고 솔은 태양을 뜻한다. 그러니 양산이 딱 맞는 말이다) 아래 긴 침대의자에 누워 살랑거리는 바람결에 흔들리는 대추야자수 녹색 잎 사이로 비치는 파란 하늘을 그저 바라보고 있으니 “지금 여기가 낙원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황량한 사막을 이렇게 만든 사람들의 노고가 참으로 대단하다.
 

 

지붕은 마른 대추야자 잎이다.
해가 일찍 진다. 일몰이 오후 5시다. 저녁식사가 6시 반부터라 마치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배가 그렇게 고프지 않는데에도 어둠이라는 존재가 그냥 배고픔을 느끼게 한다.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은 일몰 전에 하나 둘씩 해변을 훌쩍 다 떠나버린다. 어느 한 순간 눈을 좌우로 돌려보면 갑자기 텅 비어있다. 해변 선물집도 일물과 더불어 문을 닫는다. 일몰이 되면 클럽을 제외하고는 그야말로 죽은 도시와 같다. 해변에 가로등이 쭉 세워져 있다면 해변을 따라서 식사 후 산책을 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가 않다. 칠흑 같은 어둠이라 일몰 후 해변으로 나가는 사람도 없다.
 
아, 여기는 이런 곳이구나. 이번 여행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감옥 속에서 낙원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이집트 여행기 3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