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2021. 11. 16. 05:46

후르가다 롱비치 리조트 호텔에서 일주일 머무는 동안 수영장보다는 주로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긴다. 롱비치 리조트 호텔은 모래해변이 1000터에 이른다. 이 해변을 따라 대추야자 가지로 지붕을 이은 양산이 잘 마련되어 있다.
 
해변따라 양산이 잘 마련되어 있다. 
하나 좋은 점은 수건을 방에서 따로 챙겨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투숙을 할 때 방문카드와 수건카드를 받는다. 수영장이나 해변 어디에서든지 이 수건카드를 주면 수건을 받든다. 그리고 사용한 후 반드시 수건을 돌려줘야 하는데 그때 카드를 돌려받는다. 이 수건카드를 분실할 경우에는 200 이집트 파운드(약 10유로)를 내야 한다.
 
수건을 무료로 제공한다.
양산 아래서 햇볕을 맞으면서 일광욕이나 그늘에서 독서를 즐긴다. 간간이 바다로 들어가 해수욕을 한다. 후르가다 관광안내를 보면 해변에 자리잡은 호텔마다 바다 안쪽으로까지 산책용 다리가 놓여 있다. 왜 그럴까? 바다 전경을 보니 금방 이해가 된다. 바로 해변 바닷물이 너무 얕기 때문이다.

수영을 하려면 한참 동안 바다 쪽으로 걸어가야 한다. 오후 3시 전후로 바닷물이 빠져 나가면 더 멀리 걸어가야 하고 모래섬도 생겨 난다. 뭍보다 물에 걷기가 더 힘이 든다. 바다 밑은 모래가 얇은 층을 이루고 그 밑에는 거대한 평평한 바위로 놓여져 있다. 이따금 바위층을 만나게 되는데 날카로운 부분에 부딪혀 발바닥이나 발가락에 쉽게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물신이 필요하다.

바닷물이 얕다.
첫날과 이튿날은 바람이 좀 있어 마르티나는 카이트서핑을 시도한다. 그런데 바람이 약하니 카이트 지름이 더 길어야 한다. 가져온 카이트 지름이 9미터다. 한번 카이트서핑을 시작하면 기다림에 지칠 정도인데 카이트서핑을 좌우로 한 두 차례 타보더니 뭍으로 나온다.

바다가 얕아서 초보자들이 카이트서핑하기에 딱 좋다.
 
“왜 카이트서핑을 더 오래 하지 않고서?”
“바람이 너무 약하다. 지름이 더 큰 카이트가 필요하다.”
“그러면 빌려야 하잖아.”
“한번 빌리는데 50유로인데 빌릴까 말까 망설이는 중이다.”
“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조금 더 기다려봐. 일부러 비행기로 가져온 카이트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카이트를 빌려 사용하는 것이 좀 그렇다.”
“그래도 홍해에서 카이트서핑해보는 것도 이번 여행의 주된 목적 중 하나인데 카이트 지름이 작아서 못 하는 것도 이상하다.” “일광욕하면서 조금 더 쉬어봐. 혹시 하늘이 도울지 모르잖아.”


정말이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잠시 후 세찬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쏜살같이 마르티나는 카이트로 향한다. 이후 두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즐긴다. 바람따라 이리저리 물결을 헤치며 돌아다니는 마르티나를 보니 나도 도전해볼까라는 마음마저 일어난다. 마침 나보고 시샘이라도 하라는 듯이 내 눈앞에서 백발남이 흥겹게 카이트서핑을 하고 있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해수욕보다 주로 일광욕을 즐겨한다. 주위를 살펴보니 바닷물은 그저 몸을 축이는 정도로 이용한다. 바닷물에 걸어가고 있는데 작은 복어가 눈에 띈다. 복어집에서나 볼 수 있는 복어를 해변 바닷물에서 보게 되다니... 난생 처음 살아있는 복어를 본다.

해수욕보다 일광욕이다.
빌뉴스에 살고 있는 이집트인 친구는 출국 바로 전날 우리 집을 방문해 스노클(수중에서도 숨을 쉴 수 있게 하는 도구 – 잠수경) 2개를 주면서 후르가다에서 꼭 스노클링(스노클을 사용해 수면 아래로 잠수해 수중 생물을 관찰하는 것 - 잠수구경)을 해보라고 한다. 여행 가방의 거의 반을 차지할 정도라서 성의는 고맙지만 집에 그냥 두고 가려고 하다가 난생 처음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라 가지고 왔다.
 
난생 처음 잠수경을 착용하고 열대어 구경을 해본다.
리조트 남쪽 끝자락에 방파제가 있는데 사람들이 몰려 있다. 마르티나와 함께 잠수경을 가지고 그쪽으로 향한다. 방파제는 아래는 해양기록물에서 볼 수 있는 각양각색의 산호초가 형성되어 있다. 잠수경은 착용하고 바닷물 속으로 들어간다. 마치 바다 속 호수와 같은 지형으로 산호절벽을 따라 노란색, 붉은색, 파란색, 검정색, 파란색 등 수많은 물고기들이 노닐고 있다.


수족관 열대어를 이렇게 내 눈으로 직접 볼 수가 있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바다 물깊이가 6미터라 공포감이 일어날 듯도 한데 형형색색 열대어를 관찰하는 재미가 이를 쉽게 덮어버린다. 수영하기도 힘들 것이라 여겼는데 그냥 몸을 쭉 뻗고 팔만 살랑살랑 흔들어도 가라앉지 않는다.

열대어와 산호초 잠수구경
 
그렇게 많은 물고기들이 촘촘히 돌아다녀도 서로 부딪히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한번 접촉이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에 내 손가락을 살짝 내밀어본다. 내 쪽으로 오고 있던 물고기는 한순간 180도를 쉽게 꺾어 달아나버린다. 교감하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고 나도 열대어가 되어 함께 돌아다녀보자는 생각으로 바다 속 절벽을 따라 가본다. 물 밖으로 고개를 내미니 방파제가 저 멀리 있고 나 홀로다. 갑자기 왠지 모를 공포심이 다가온다. 그냥 물 속으로 다시 들어가 열대어와 산호초가 전시하고 있는 색미술관에서 놀아보자. 방수카메라가 없는 것이 참으로 아쉽다.

열대어 양쥐돔과(arabian surgeonfish) 
이번에 만난 열대어 중 하나가 쏠베감펭(라이언피쉬 lionfish)다. 마치 가시가 달린 해초가 다니는 듯하다. 나중에 알아보니 신기하게 생긴 이 물고기의 지느러미 쪽 가시엔 독이 있어 맞으면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 심할 경우 호흡곤란과 메스커움을 유발한다. 열대어가 나를 피한 것이 오히려 나를 보호해준 것이라 여겨진다.


또 다른 열대어는 양쥐돔과(arabian surgeonfish) 물고기다. 몸통 무늬가 얼룩말과 유사하다. 방파제 위에서 바다 속을 들여다보는데 이 물고기가 노닐고 있다.


방파제로 돌아와 시계를 보니 잠수구경을 30분 넘게 했다. 생애 대기록이다. 이런 멋진 구경에 그동안 왜 별다른 관심이 없었을까... 오후 일광욕을 하고 있는데 수시로 모집원이 찾아와 배를 타고 나가 잠수구경하는 상품을 열심히 판다.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거기에서 보나 돈 안 들이고 여기에서 보나 열대어는 그대로다. 머무는 동안 세 번이나 잠수구경을 해본다. 이번 여행에서 최고의 기억물을 꼽으라면 단연 열대어 잠수구경이다. 잠수경을 챙겨준 이집트인 친구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느낀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이집트 여행기 4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2021. 11. 15. 23:20

나난 나난 어디를 여행할지를 결정하기가 어려운 만큼 선택한 여행지에서 어디에서 묵을지를 결정하기가 어렵다. 이번 가족여행은 음식을 사 먹거나 해먹는 것이 아니라 하루 세 끼가 포함된 휴양관광지 호텔이다. 여러 호텔 중 해변에서 카이트서핑과 스노클링을 쉽게 할 수 있는 호텔을 선택한다. 취미라는 것이 참 무섭다. 카이트서핑은 바람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일주일 여행 기간 중 운 없으면 한 두 차례 혹은 운 좋으면 서너 차례를 할 수 있는데 가볍지 않은 장비를 챙겨가야 하니 말이다.

이번에 일주일 체류한 롱비치 리조트 호텔
숙소는 과거 힐튼 호텔에 속했던 롱비치 리조트(Long Beach Resort)다. 후르가다는 1980년대부터 이집트, 미국, 유럽 및 아랍에 의해 관광휴양지로 개발되어 지금은 홍해에서 가장 인기있는 여행지다. 사방이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고 정문은 쇠막대기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다. 마치 군사보호시설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분위기다.

호텔 경계 너머에 사막이 펼쳐져 있다. 
우버 택시 운전사도 정문 경비실에 신분증과 운전면허증을 맡긴 후에야 손님을 태우러 현관문으로 들어올 수가 있다. 이는 2016과 2017년 관광객을 대상으로 일어난 사건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당시 휴양지 호텔에서 유럽 관광객들이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사망하게 되었다. 도로 교통검문소에 기관총을 잡고 있는 군인에게서도 이 지역이 여전히 불안함을 쉽게 엿볼 수 있다. 호텔 담장 해변 울타리에는 경비원이 늘 있어서 해변을 따라서 호텔 영내를 벗어나지 못 하도록 경계를 서고 있다.
 

도로 교통검문소에는 군인이 기관총을 잡고 근무하고 있다.

롱비치 호텔은 객실이 1000여개 육박한다. 대부분 가족단위로 오는데 한 객실에 2명으로 계산하더라도 동시에 투숙객 2천 명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넓은 대지에 객실뿐만 아니라 호텔 내에는 수영장 7개, 공연장, 식당, 상점, 약국, 병원, 테니스장, 헬스클럽, 스파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다양한 볼거리 공연과 함께 놀이하기 행사도 펼쳐지고 있다. 마치 여행이 아니라 작은 도시에서 잠시 생활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호텔은 작은 도시를 연상시킬 정도로 규모가 크다.

롱비치 리조트 호텔 영내를 쭉 둘러보면서 4K 영상에 담아본다.

 

 

10월 하순 호텔은 투숙객으로 몹시 붐벼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와는 전혀 동떨어진 세계다. 대부분이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다. 아프리카 이집트가 아니라 전통적인 유럽인들만 사는 곳에 와 있는 듯하다. 머무는 동안 동양인의 모습을 띤 사람은 딱 나 한 사람뿐이다. 귀에 가장 많이 들리는 언어는 러시아어다. 현지 종업원들도 곧잘 제일 먼저 러시아어로 말을 걸어온다. 호텔 종업원들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하고자 한다.

 

일몰 후 수영장 안 은 텅 비어 있다,

 

호텔 객실 요금에는 하루 세 끼 식사비뿐만 아니라 맥주나 커피, 아이스크림, 주스 등 영업시간 내에 무한으로 제공받는 음료비가 포함되어 있다. 식사 때에는 포도주까지 제공받는다. 아침 점심 저녁은 모두 뷔페로 이뤄져 있다. 대형 식당 두 개가 식사를 제공해 문이 열릴 때를 제외하고는 크게 붐비지가 않는다. 따뜻한 음식부터 후식까지 아주 다양한 음식이 나오고 마음껏 먹을 수 있다. 흔한 고기 중 단지 돼지고기는 없다.
 
평소에 전혀 먹지 않는 소혀 요리를 먹어본다. 
무한으로 제공되는 탄산수 같은 맥주다.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어떤 음식 맛이 별로라고 하는 딸에게 한마디 해본다. “음식 맛을 논하기 전에 먼저 식자재를 생산한 사람과 그 식자재로 뜨거운 불 앞에서 음식을 요리한 사람을 생각해봐라. 그리고 무슨 음식이든지 천천히 오래 씹으면 씹을수록 좋은 맛이 나온다.” 특히 북유럽에서는 먹기 힘든 싱싱한 석류와 감을 즐겨 먹는다. 난생 처음 싱싱한 대추야자를 먹어본다. 달콤한 대추와 떫은 감의 중간 정도 맛이다. 떫은맛을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다.

 
석류와 감이다.
싱싱한 대추야자 열매다. 대추와 감의 중간 맛이다.
낙타관광, 잠수관광, 유적관광 등 여러 상품이 있지만 이번은 그냥 휴양지 호텔 내에서만 지내기로 한다. 아침 먹고 해변, 점심 먹고 해변이나 수영장에서 일광욕이나 수영을 하면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한다. 마른 대추야자수 잎으로 지붕을 이은 양산(파라솔 – 파라솔의 파라는 가리다 막다 방어하다를 뜻하고 솔은 태양을 뜻한다. 그러니 양산이 딱 맞는 말이다) 아래 긴 침대의자에 누워 살랑거리는 바람결에 흔들리는 대추야자수 녹색 잎 사이로 비치는 파란 하늘을 그저 바라보고 있으니 “지금 여기가 낙원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황량한 사막을 이렇게 만든 사람들의 노고가 참으로 대단하다.
 

 

지붕은 마른 대추야자 잎이다.
해가 일찍 진다. 일몰이 오후 5시다. 저녁식사가 6시 반부터라 마치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배가 그렇게 고프지 않는데에도 어둠이라는 존재가 그냥 배고픔을 느끼게 한다.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은 일몰 전에 하나 둘씩 해변을 훌쩍 다 떠나버린다. 어느 한 순간 눈을 좌우로 돌려보면 갑자기 텅 비어있다. 해변 선물집도 일물과 더불어 문을 닫는다. 일몰이 되면 클럽을 제외하고는 그야말로 죽은 도시와 같다. 해변에 가로등이 쭉 세워져 있다면 해변을 따라서 식사 후 산책을 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가 않다. 칠흑 같은 어둠이라 일몰 후 해변으로 나가는 사람도 없다.
 
아, 여기는 이런 곳이구나. 이번 여행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감옥 속에서 낙원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이집트 여행기 3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