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6. 2. 12. 08:41

일주일에 두 번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지난 주 수업에 빠진 한 학생이 다음과 같이 편지를 보내왔다. 

안녕하새요! 
저 아픕니다. 
오늘도 올 수 없어요. 
집에 공부하겠습니다. 
그런데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아주 재미있어요! 
새해 복 만히 받으세요!

감기로 수업에 올 수 없다고 알려왔다. 집에서 공부를 하는 데 요즘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했다. 

하도 주위에서 이 드라마 이야기를 하기에 궁금해서 1월 하순에 나도 한 편을 보았는데 그만 밤을 샐 정도로 푹 빠졌다. ㅎㅎㅎ 1988년 올림픽에 자원봉사를 한 일이 어젯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랐다. 평소에 말라있는 눈물샘이 자주 터지기까지 했다.

결석한 위의 학생은 고등학교 1학생으로 어제 수업에 왔다. 수업을 다 마친 후 그는 "응답하라 1988"에 완전히 매료된 자신의 모습을 아래 그림으로 보여주었다. 바로 출연한 배우들을 정성스럽게 그렸다.

* 그림: 애밀레 페트라비츄테


이 학생처럼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한국인인 나보다 더 열성적으로 보고 있는 비한국인들이 실재함을 새삼스럽게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영어 자막과 함께 보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다시보기는 여기로]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3. 7. 06:38

일전에 여권상 생일[관련글 보기]을 맞아 사람들로부터 축하를 받은 이야기를 전했다.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로부터 풍선에 그려진 케익도 받았다. 그때 여러 선물에 취해 축하엽서를 열어보는 것을 깜박 잊어버렸다.


교과서 속에 끼어져 있던 엽서를 어제서야 열어보았다. 한마디로 깜짝 놀랐다. 
만년필로 반듯하게 써진 한국어 문장이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외국인으로 믿기가 어려울 정도로 예쁘게 잘 썼다. 


컴퓨터 글쓰기에 익숙해진 지 오래라 이렇게 직접 손으로 쓴 글을 보면 더욱 정감이 간다. 열심히(?) 가르쳐주신 선생님에게 드리는 축하엽서라 틀리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을까......

이들 학생들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빌뉴스대학교에서 지금까지 약 50시간 정도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배우기 어려운 언어 중 하나로 꼽히는 한국어를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2. 20. 06:14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빌뉴스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지난 화요일 평소와 같이 수업 10분 전에 강의실에 도착했다. 

그런데 복도에서 기다리는 학생들이 한 명도 없었다. 열쇠로 강의실 문을 열고 기다렸다. 수업 시작 시간이 다 되어가는 데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혹시 내가 요일을 잘못 알고 강의하러 왔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잠시 후 강의실 열린 문 뒤에서 낯익은 한국어 노래가 들려왔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선생님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알려주지 않은 내 생일을 알았을까?
물어보니 페이스북에서 알았다고 했다.

학생들은 하얀색 풍선에 한국어, 러시아어, 리투아니아어, 심지어 에스페란토 등으로 '생일 축하합니다'라고 썼다. 초콜릿, 빵과자, 축하엽서도 받았다. 


"생일 축하합니다!!! 행복하세요 ^^"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생일은 '생일'이 아니라 '생신'이라고 고쳐주고 싶었지만, 뜻밖의 선물을 받았으니 참았다. ㅎㅎㅎ

무엇보다도 풍선에 그려진 케익이 보기에도 맛있게 그려져 있었다. 


이날 집으로 돌아와 학생들의 선물을 보여주면서 아내에게 양해를 구했다.
"진짜 내 생일에 이 학생들을 집으로 초대해 한국 음식을 대접하면 좋겠다."
"그렇게 해."

1년에 맞는 생일은 세 번이다. 
1. 여권에 기재된 음력 생일
2. 태어난 해의 양력 생일
3. 해마다 변하는 음력 생일

가족도 헷갈려 여러 해 전에 2번 생일을 진짜 생일로 정했다. 한편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딸아이의 생일 축하 쪽지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Kun unua naskiĝtago, paĉiuka!!! Multege da sano, mono (por ke mi estu feliĉa ankaŭ), kaj sukceson en iu ajn ŝtupo en vivo! P.S. Mi gratulos vin en Marto denove.

아빠, 첫 번째 생일을 축하해요. 아주 건강하고, 돈도 많이 벌고(나 또한 행복하도록),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든지 성공하세요. 추신: 3월에 또 축하할 거예요.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 9. 12. 04:31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빌뉴스대학교에서 총 48시간 한국어를 가르쳤다. 동양학센터가 학생과 시민을 대상으로 개최한 강좌였다. 종강 후 대학 관계자는 관심있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나온다면 계속해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지난 2월에서 5월까지 한국어를 배운 학생들

8월 중순 수강 신청자가 7명이니 한국어 강좌를 또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어제 9월 11일 첫 수업이 열렸다. 등록한 사람이 모두 12명인데 10명이 나왔다. 첫 수업이라 학생들이 교재를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무엇으로 1시간 30분 수업을 진행할까 생각해보았다.

- 한국어 개괄적인 소개
- 한국어 철자 (자음과 모음)
- 한국어 음절 구성
- 각자 이름 한글로 써보기 그리고 고쳐주기

이렇게 정리하자 한 블로그의 글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 바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러시아어로 옮긴다면?"이라는 끄루또이님의 글이었다. 최근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고 있는 노래이니 리투아니아 학생들도 알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는 다민족 사회이다. 인구 55만여명 중 리투아니아인 57.5%, 폴란드인 18.9%, 러시아인 14.1%, 벨라루스인 4.1%가 살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슬라브언어를 할 줄 안다. 강남스타일 가사를 러시아어 번역본과 함께 읽는다면 한국어가 더 가깝게 느껴질 것 같았다. 예상은 적중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 알아요?"
"알아요."

앞줄에 앉은 학생 둘이는 강남스타일이라는 말을 듣자말자 흥얼거리면서 말춤 동작을 해보였다. 한국어 읽기 예제로 시류에 부합하는 노래 가사를 사용하니 수업 집중도와 생동감이 한결 높아져보였다.          
 

첫 수업을 마치자 한 학생이 말했다.

"매 수업마다 K-Pop 노래 가사를 이렇게 알려주세요." 

강남스타일을 소개한 덕분에 이제부터 수업 준비 일거리가 하나 더 늘어날 것 같다. 대다수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이유가 K-Pop이라고 했다. K-Pop의 위력으로 빌뉴스대학교에 한국어 강좌가 성사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2. 5. 30. 07:30

2월 29일 첫 수업으로 시작한 리투아니아 빌뉴스대학교 한국어 강좌가 내일 마지막 수업을 앞두고 있다. 이는 빌뉴스대학교 동양학 센터가 대학생과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저녁에 마련한 유료 초급 강좌이다.

강좌 참가 희망 신청자는 총 11명이었다. 하지만 요일과 시간을 결정하자 이에 참가할 수 없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래서 첫 강좌는 7명으로 시작했다. 두 명이 한국으로 곧 떠나게 되어 중도 하차했다. 끝까지 꾸준히 수업에 참가한 사람은 4명이었다. 

중국어학과에 다니는 여대생 한 명, 다른  세 명은 각각 15세, 17세, 18세 여학생이다. 이들이 한국어를 배우게 된 동기는 한국 드라마와 K-pop이다. 이를 통해 접한 한국을 더 많이 알기 위해 직접 언어로를 배우고자 결심했다. 특히 중고등 여학생들이 30여만원의 수업료를 내고 한국어를 보기로 한 결심이 참으로 대견스러웠다. 

책은 카우나스와 빌뉴스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서진석님의 도움으로 "easy Korean for foreigners"(한글파크 출판)을 교재로 활용했다. 강좌는 45분 수업으로 총 48시간이다.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5시부터 6시30분까지 이루어진다. 

초반에 읽기가 상대적으로 약한 학생이 후반에 제일 잘 읽어서 흐뭇했다. 학생들은 학교 생활하면서 다시 빌뉴스대학교에 와서 한국어 수업을 듣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껏 에스페란토는 수차례 한국과 외국에서 가르쳤지만, 한국어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열심히 하려고 했지만, 부족함을 스스로 느꼈다. 시간 부족과 건강 문제로 고전을 하기도 했다. 

* 수업생이 자신의 하루 일과(상)과 자신의 가족(하)에 대한 작문
 
외국어는 배우면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야 효과가 높다. 이들에게 이런 기회를 마련하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48시간 수업을 통해 한국어를 어느 정도 읽고 쓰는 능력과 문법에 대한 기초 지식을 전해준 데에는 만족한다. 이번 강좌는 한국어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케 했지만 소중한 경험이었다.


위 영상은 짤막하지만 한국어로 칼리닌그라드 여행기를 직접 쓰고 읽고 있는 여고생 라우라의 모습이다. 한국에 유학을 가고 싶다고 하는 그의 희망이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9. 10. 26. 07:11

5분만에 자기 짝을 찾는 것이 가능할까? 물론 사람 나름일 것이다. 첫눈에 서로 만나 짝이 되어 백년해로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수십명과 맞선을 보아도 짝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최근 리투아니아 대학생들이 이색만남을 주선해 눈길을 끌었다.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만나 5분만에 자기 짝을 찾으면 빌뉴스 시내 호텔 1박 숙박권을 선물로 주는 것이다.

현지 신문 <례투보스 리타스> 10월 24일자에 의하면 빌뉴스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 학생회는 처음으로 이 행사를 개최했다. 희망자는 무려 100여명이 넘어섰지만, 남녀 각각 18명을 선택했다.

이들 모두는 시내 선술집에서 모여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남자 한 명이 여자 한 명씩, 여자 한 명이 남자 한 명씩 단 5분만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18명이므로 1시간 반이 소요되었다.

친교의 시간이 끝난 후 가장 마음에 드는 여자, 그리고 남자 한 명 이름을 적었다. 이렇게 해서 이 날 두 짝이 탄생했다. 이들 두 신생커플은 아침식사를 포함한 호텔 1박 숙박권을 선물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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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뉴스 야경 (상); 빌뉴스의 대표적인 호텔 중 하나인 레발 례투바 호텔 (하)

행사 참가 호응도가 높자 대학 학생회는 앞으로 자주 이 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5분만에 짝을 찾아 호텔로 가는 행사를 한국의 어느 대학 학생회가 개최한다면 사회의 지탄과 여론의 뭇매를 맞을 법하다. 하지만 리투아니아 사회는 대학생들의 발랄한 아이디어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 관련글: 한국에 푹 빠진 리투아니아 여대생
               한국 자연에 반한 미모의 리투아니아 여대생
* 최근글: 외국에서 한국인임을 느끼는 순간은 바로 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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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9. 6. 3. 10:47

어제 리투아니아 빌뉴스대학교를 다녀왔다. 빌뉴스대학교 본부 교정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빌뉴스 구시가지에서도 중심에 위치해 있다. 해당 학생들은 그냥 자유롭게 들어가지만, 일반인들은 관람료를 내고 들어간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출입을 제재하는 사람은 없다. 단지 들어가는 입구 왼쪽에 관광객에게 관람할 수 있는 표를 파는 곳이 있다. 대학교 건물, 특히 교내 성당과 도서관은 관광지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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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뉴스대학교는 북동유럽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대학교 중 하나이다. 1579년 설립된 이 대학은 오랜 시간 동안 리투아니아의 유일한 고등교육기관이자 문화와 학문의 전통 수호자였다. 대학교 건물은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등등 여러 양식을 띠고 있다. 그 동안 여러 차례 일 때문에 이 대학교 건물을 방문했다.
하지만 처음으로 대학서점에 들어가보았다.

그렇게 크지 않은 서점이지만 그 아름다움에 그만 압도되고 말았다. 같이 간 일행에게 "세계에서 가장 아름 대학서점이 여기 있구나!"라고 말하자 모두 고개를 끄떡였다. 바로 천장 전체가 아름답은 뱍화로 이루어져 있고, 이 대학교와 관련된 유명한 교수나 인문들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1579-1979" 개교 400년을 맞아 그려진 벽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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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빌뉴스대학교 서점이 정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학서점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인지 독자 여러분들의 판단을 기다려본다.

* 관련글:
  • 2008/09/03 리투아니아 대학생들의 유쾌한 거리행진
  • 2008/04/26 어문대생에게 용서를 구하는 공룡

  •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8. 9. 3. 09:03

    1793년에서 1805년까지 사용된 프랑스혁명달력에 의하면 9월 21일부터 한 해가 시작된다.  지난 9월 1일 리투아니아 모든 학교는 일제히 개학을 하고, 새로운 학년을 시작했다.

    특히 1579년 설립된 빌뉴스대학교의 신입생들은 이날 빌뉴스 중심가 거리를 행진하면서 대학생이 된 기쁨을 만끽했다.

    거리행진 내내 이들은 자기들의 학과가 최고라는 등 구호를 외치면서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이날 학과별 특징을 한 이들 신입 대학생들과 교수들의 유쾌한 거리행진을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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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79년 설립된 빌뉴스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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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뉴스대학교 총장 등이 선두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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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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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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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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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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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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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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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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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루지야 신입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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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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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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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관계학과 및 정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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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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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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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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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학과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