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평소 활동하고 있는 에스페란토 동아리 모임에 참가했다. 이날은 탁구 시합을 위한 모임이었다. 낮 12시부터 시작해 오후 5시까지 진행되었다. 참가자 각자가 자기가 먹을 혹은 함께 나눠 먹을 음식을 가져왔다.
조금씩이지만 다 모아놓으니 그야말로 탁자 가득이었다. 아내는 이날 마실 맥주로 리투아니아 맥주 대신에 처음으로 그 유명하다는 아일랜드 기네스(Guinness) 캔맥주를 선택했다. 이 흑맥주를 한 모금 마셔본 아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왜 이리 맛이 없어?"
"처음 먹어본 사람에게는 그럴 지는 몰라도 그 맛에 빠져든 사람에게는 아주 맛있을 거야."
맥주가 바닥날 즈음 소리에 민감한 아내는 맥주 캔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고 말하고 흔들어보았다.
"이게 무슨 소리이지?"
"혹시 이물질이 들어있는 것이 아닐까?"
캔을 거꾸로 하자 구멍으로 하얀 물체가 보였다. 마치 탁구공처럼 생겼다.
"탁구장에 있는 누군가 장난으로 공을 집어넣은 것이 아닐까?"
"탁구공이 이 구멍보다 더 커서 들어갈 수가 없잖아."
"그럼, 도대체 이것은 뭘까?"
일단 모두 그 정체를 알고싶어서 맥주 캔을 잘라보았다. 나온 것은 플라스틱 공이었다.
'정말 이물질일까?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아내가 맛이 없다고 한 주범이 바로 이 플라스틱 공일까?'
집에서 가서 맥주 이물질 발견시 대처요령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이 증거물을 버리지 않고 챙겨왔다.
"plastic ball in guinness"라고 검색하자마자 많은 분량의 정보가 쏟아져나왔다. 읽기도 전에 '아, 이것은 이물질이 아니구나'라는 마음이 들었다.
읽어보니 플라스틱 공의 정체는 이렇다. 이 하얀 공(위젯, widget으로 불림)에는 미세한 구멍이 있고, 그 안에 질소가 채워져 있다. 맥주 캔이 열릴 때 이 위젯에 들어있는 소량의 맥주와 질소가 방출되어 거품을 풍부하게 한다. 이 위젯이 캔맥주를 집에서 마셔도 맥주집에 마시는 맥주와 같은 맛과 질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런 이유로 기네스 캔맥주는 캔 채로 마시는 것보다 잔에 따라서 마시는 것이 좋다고 한다.
집에서 맥주를 마실 때마다 거품이 풍부하게 일어나 있는 생맥주집 맥주가 떠오른다. 하마터면 무지로 인해 이 플라스틱 공을 이물질로 치부해버리고 더 이상 기네스 캔맥주를 사지 않을 뻔 했는데 이렇게 인터넷으로 정확한 정보를 얻었다. 이날 처음으로 구입한 기네스 캔맥주의 플라스틱 공 덕분에 기네스 맥주를 좀 더 알게 되어 다행이다.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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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의 쇼핑센터 "파노라마"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가족이 모처럼 외식하기로 했다. 메뉴 선택폭은 아예 없었다. 함게 간 딸아이 때문이다. 피자를 먹을 수 밖에......
그렇게 피자집으로 들어갔다. 마침 좋아하는 축구 경기를 중계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텔레비전이 놓인 위치가 바로 속옷만 입은 여인의 엉덩이이었다. 생맥주가 오기 전에는 민망함을 느껴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내와 어린 딸은 아무렇지 않는 듯 열심히 피자를 먹고 있었다.
Posted by 초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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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의 거리를 다니다보면 거리 광고대에 흔히 눈에 띄는 광고는 바로 맥주 광고이다. 이를 통해 맥주소비량이 늘어나는 여름철이 곧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맥주 광고이지만 위에는 건강경고문이 붙여있다. “술을 계속 마시면 자신의 건강뿐만 아니라 가장과 사회의 선을 위험하게 한다."라는 경고문이다.
▲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등장한 건강경고문 맥주 광고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대개 보드카와 맥주를 즐겨마신다. 보통 이 두 가지 술을 함께 마시지는 않는다. 즉 보드카를 마실 것인지, 맥주를 마실 것인지 선택한다. 이 두 술을 함께 먹어야 할 경우 먼저 맥주를 마시고 그 후에 보드카를 마신다. 이유는 도수가 높은 술을 먼저 마시면 다음날 두통이 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2008년 리투아니아 국민 1인당 맥주비량은 89리터로 세계 7위에 올랐다. 우리집도 여름철이면 맥주를 즐겨마신다. 언젠가는 맛 때문에 주로 병맥주를 구입했다. 그런데 쌓여만 가는 빈병을 처리하기가 난감했다. 빈병 한 개가 한국돈으로 125원하니 버리기도 아깝다. 그후로는 캔맥주를 선호한다. 최근 맥주 빈병 관련 재미난 영상이 있기에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