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8. 10. 25. 17:43

요가일래는 "초유스 동유럽" 블로그의 일상 이야기를 통해 접해온 사람들에게 낯익은 이름일 것이다. 이제 한국으로 치면 고등학교 2학년생이고 만으로 16살이다. 지난 5월 모델 에이젠시를 혼자 찾아가 모델 지원서를 제출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조금씩 사진사(포티스트)나 분장사(메이크업 아티스트)로부터 모델 요청이 들어왔다[관련글: 출장에서 돌아오니 이미지 모델 된 딸아이].  

리투아니아는 만 16살이 되면 부모 동의 없이 일을 할 수 있다. 이제 학교 공부가 아주 중요한 시기이다. 고등학교 2학년과 3학년 성적이 대학교 입학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한편 요가일래는 방과 후 다니는 미술학교 졸업반생이기도 하다. 이런 바쁜 와중에서도 요즘 모델 아르바이트를 활발히 하고 있다. 

"모델 아르바이트 힘들지 않아? 아빠가 너에게 용돈을 충분히 줄 수 있는 형편이 되잖아."
"아니야. 스스로 돈을 벌 수 있으면 벌어야 돼. 용돈을 달라고 하면 괜히 아빠를 고생시키는 것 같아서 내 마음이 아파."
"우와~ 정말?!"  


* 모델: 요가일래 Jogailė Čojūtė

* 분장: Egle Make up 

* 사진: Rimgaudas Čiapas photography 


* 모델: 요가일래 Jogailė Čojūtė 

* 분장: Samanta Sakalauskaitė 

* 사진: Gintautas Rapalis


* 모델: 요가일래 Jogailė Čojūtė 

* 분장: Indrė Paulina / MAKEUP YOUR LIFE Stilius 

* 사진: Deimantė Rudžinskaitė


* 모델: 요가일래 Jogailė Čojūtė 

* 분장: 

* 사진: 


* 모델: 요가일래 Jogailė Čojūtė 
* 사진: Irmantas Kuzas


* 모델: 요가일래 Jogailė Čojūtė 

* 분장: Egle Make up

* 사진: Rimgaudas Čiapas 


일전에 소액 지폐를 많이 받은 적이 있어서 딸에게 물었다.

"아빠가 받은 이 소액 지폐를 네가 가지고 있는 고액 지폐와 교환하지 않을래?"

"안할래."

"왜? 너한테 소액 지폐가 더 필요하잖아."

"작은 돈은  더 빨리 그리고 더 쉽게 써버리게 되잖아."

"그래. 네 말이 맞다. 작은 것을 가볍게 여겨 함부로 하기가 더 쉽지. 네가 모델로 버는 돈은 당장 써버리지 말고 차곡차곡 모아두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하고 있어. 걱정하지마. 내가 알아서 할게."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0. 2. 22:57

럽연합의 북동 변방국인 리투아니아에서도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 대학생들이 적지 않다. 한때 리투아니아 한인회 추석 명절에 초대된 이들의 숫자가 30여명이나 되었다. 지금도 집 주변에 있는 대형상점에 물건을 사려고 가면 한국말을 하는 아시아인을 종종 만난다. 이들은 다름 아닌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들이다.






우리 집에도 대학생 딸아이가 있다. 마르티나는 영국 에딘버러에서 공부하고 있다. 한국인 교환학생들을 떠올리면서 마르티나에게 언제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공부하러 가나라고 묻곤 했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중동 국가, 한국, 미국에 있는 대학교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여러 고민 끝에 한국은 이미 몇 차례 다녀왔기 때문에 미국을 선택했다. 올해 1월 초부터 수업이 시작되는 지라 비교적 따뜻한 미국 남부지방 뉴올리언스에 있는 대학교를 선택했다. 

한 두 주는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스웨덴에서 온 교환학생과 단짝이 되어 재미난 생활을 이어갔다. 유럽에서 누릴 수 없는 그런 삶을 겪었다. 개인용 비행기로 타고간 마이애미 해변에서 일광욕하기, 백만장자의 결혼식에서 유명 영화인과 춤추기, 지인이 총격에으로 중상을 입은 일, NBA 사무실에서 인턴쉽......

우리 부부가 마르티나에게 지출하는 미국 대학 생활비는 영국보다 2배나 더 많았다. 하지만 딸이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경험을 쌓는데 이를 반대할 부모가 어디에 있을까?

교환학생 생활을 하는 가운데 좋은 소식이 하나 있었다. 바로 6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2달 동안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마스터카드(MasterCard)사에서 인턴쉽 자리를 얻었다. 마스트카드가 제공하는 두 달치 생활비와 월급이 기대보다 훨씬 높았다. 주변 친구들이 몹시 부러워했다. 


* 마르티나는 이번 여름 미국 마스터카드사 IT 부문, 유일한 유럽인 대학생 인턴쉽으로 일했다.  

 

이에 대한 마르티나와 친구와의 대화가 인상적이라 소개한다.
"난 아직 인턴쉽 자리를 구하지 못했어. 어떻게 넌 그렇게 좋고 큰 회사에 인턴쉽 자리를 얻게 되었나?"
"얼마나 많은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니?"
"20개가 넘는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어."
"그러니까 아직 자리를 못구했지."
"그러면 너는 도대체 몇 군데 넣었니?"
"될 때까지 넣었지. 한 500개 회사에 넣었지."

교환학생을 마치고 마스터카드사에 인턴쉽을 가기 전까지 한 달간 공백이 생겼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미국으로 가자니 항공료가 들고 해서 마르티나는 이 기간 동안 가보지 못한 미국의 서부도시를 스웨덴 친구와 여행하고자 했다. 문제는 여행경비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마르티나 생활비는 우리 집 가계비에서 매달 2배가 더 나갔다. 


* 마르티나 금문교에서


아내와 상의했다.
"우리가 여행경비를 다 지불할 형편이 못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르티나에게 어느 정도 절제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그냥 지원하는 것보다 여행경비를 빌려주는 형식이 좋겠다."
"나중에 일정부분 탕감을 해주더라도 빌려주는 것에 나도 동의한다."

이렇게 3자가 합의했다. 한 달 동안 마르티나가 지출한 여행경비는 모두 3500달러였다. 인턴쉽 수입으로 다 갚고도 충분히 남았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마르티나가 기꺼이 갚을 것을 약속했지만, 막상 집으로 돌아오면 정말 갚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 마르티나가 갚은 여행경비 중 일부


8월 중순 마르티나가 빌뉴스 집으로 돌아왔다. 두툼한 지갑에서 돈을 꺼내서 갚으려는 순간이었다. 흔쾌한 표정이 아니였다. 누구나 빌릴 때는 애걸볼걸하지만, 갚을 때는 생돈을 물어주는 것 같아 속이 쓰린다. 이런 표정을 보는 부모 입장도 별로다. 그래서 천달러 탕감해주었다. 실은 마르티나가 사온 선물을 가격으로 치면 약 천달러였다. ㅎㅎㅎ

여행경비를 돌려받으면서 우리 부부는 흡족했다.
"부모가 자녀에게 무조건 다 준다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18세 이상 성인이 되면 스스로 경제적 능력도 키워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 뜻에 잘 따라준 마르티나가 고맙다."
"언니의 경우를 거울 삼아 요가일래도 앞으로 잘 따라하겠지."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3. 9. 25. 05:33

아내가 누리는 즐거움 중 하나는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딸 마르티나와 스카이프(skye)로 대화하기이다. 마르티나는 아르바이트 생활하면서 느낀 재미난 언어 사건을 어젯밤 아내에게 했다. 그 덕분에 우리 식구들은 모두 한바탕 크게 웃었다.

일주일에 마르티나는 25시간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고 있다. 영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일하고 있는 커피숍에서 직원들의 언어 실수로 재미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지라 쉬운 단어도 어떨 때는 입에서 금방 나오지 않는다. 그 대신 엉뚱한 단어가 뜻하지 않게 튀어나온다.


1.
마르티나: "오늘 출근하는 길에 자동차 두 대가 서로 쾅~쾅~하는 것을 봤어요."
사장: "아~ accident?"  
마르티나: "맞아요."

이날 사장은 마르티나를 볼 때마다 "쾅~쾅~"이라고 놀려대었다.

2.
단골 프랑스인 고객: "물 주세요."
이날은 어떤 물을 원하는 지 몰라서 마르티나는 물 두 병을 가져왔다. 그리고 손님에게 설명했다.
"이것은 정상적인 물이고, 이것은 피시시~ 물입니다."
마개를 여는 시늉까지하면서 생생하게 탄산수를 설명하니 주변 사람들이 크게 웃었다.
순간적으로 "water with gas"와 "water without gas"가 떠오르지 않았다.


3. 
마르티나 동료 중 한 사람은 연봉 많은 애플회사 직원으로 일하다가 복잡하게 머리 쓰는 일이 싫어서 그만두고, 카페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고 있다. 
마르티나가 뒤에서 보니 그가 뭔가 잘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마르티나: "Do you have testicles?"
마르티나를 향해 고개를 돌린 동료의 얼굴은 순간 홍당무가 되어 있었다. 
분명 안경이라고 말한 것 같은데 왜 얼굴이 붉여졌을까 의아해하는 순간 마르티나는 엄청난 말실수를 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안경을 뜻하는 "spectacle"이라는 단어 대신 갑자기 의약용어 고환을 뜻하는 "testicle"이 튀어나왔다. 그러니 남자 동료가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힐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하루 종일 커피숍은 마르티나의 이 황당한 단어 실수로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집에 있을 때에는 비교적 말수가 적은 데 낯선 곳에서 동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면서 아르바이트 생활을 재미나게 하고 있는 마르티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열심히 아르바이트해서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는 데 잘 이루어지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 10. 2. 06:11

리투아니아 국내 대학을 다녀라는 조언에도 큰 딸 마르티나는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영국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 단 조건은 하나, 주거비는 부모가 도와주되, 의식생활비는 아르바이트해서 해결한다. 대학 1학년 때 안일한 생각으로 학년이 시작할 무렵 영국으로 가니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그래서 대학 2학년 개학 훨씬 전부터 영국으로 돌아갔다.

어려웠지만 다행히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아침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운영되는 식당이다. 1시간당 임금이 5파운드이다. 이 정도면 힘들더라도 생활비 걱정없이 공부할 수 있다고 콧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르바이트 식당 사장의 행동이 부담스러웠다.

꽃부터 시작해서 적지 않은 선물, 레스토랑 식사 초대 공세로 마르티나의 환심을 사고자 했다. 자기 집으로 초대까지 했다. 만약의 상황을 우려해 마르티나는 이런 경우 항상 리투아니아 여자친구와 동행했다. 급기야 젊은 사장은 "우리 사귀자"라고 진지하게 고백했다. 마르티나는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불안했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단호히 거절했다.

이 일이 있은 후 사장으로부터 출근하라는 전화도 없고, 문자쪽지도 없었다. 그 전에는 정식 직원의 결근시나 휴일에 항상 이렇게 마르티나를 불렀다. 며칠이 지난 후 마르티나는 직접 여러 번 전화했으나 의도적으로 받지 않았고, 또한 많은 문자쪽지를 보냈으나 응답이 없었다. 찾아가도 만나주지를 않았다. 이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나서야 했다. 


마르티나는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바로 사장과 정면 돌파로 단판을 짓기로 했다. 사귀자는 제안을 거절했다고 이렇게 해고당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억울했다. 그래서 호기를 기다렸다. 며칠 절 사장의 생일이었다. 마르티나는 집에서 사과케익을 직접 만들었다. 식당 문을 닫는 시간에 맞춰 식당으로 갔다.

사장은 더 이상 볼 일이 없다면서 식당문을 열어주지 않고 문전박대했다.

"아직, 식당 안에 내 신발이 있다. 신발을 찾으로 왔으니 제발 문 좀 열어."
"그래, 신발만 챙겨 빨리 나가."

거절로 헤어진 뒤 사장과 처음 얼굴을 맞대었다. 그리고 가방에서 사과케익을 꺼내 생일 선물이라고 건냈다. 사장의 심리가 약간 누그러지자 대화를 시도했다.

"사귀자를 거절해도 사장과 알바생으로 그대로 남고 싶다."
"너를 보면 내 감정을 억제하기가 힘든다. 그래서 아예 다시 보고 싶지가 않다."
"나도 새 일자리를 찾아야 하고, 사장도 새 아르바이트생을 찾아야 하는데 이는 서로에게 시간 낭비다. 나는 어느 정도 벌써 숙련되었는데 새로운 사람이 오면 다시 일을 배워야 하지 않는가! 그러니 감정 잘 다스리고 내 일자리를 그대로 두는 것이 좋지 않나?"
"그럼, 크리스마스 때까지 다시 일하는 것으로 하자. 그때 가서도 내 감정이 완전히 아물지 않는다면 진짜 해고다."
"동의한다."

이렇게 마르티나는 다시 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사장한테 필요 이상의 웃음이나 친절을 베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누구나 처음 일자리를 얻으면 사장 마음에 들도록 행동거지를 조심하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 더 홀가분하게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좋아했다. 아뭏든 마르티나의 유학생활이 별탈없이 잘 진행되길 한가위를 맞아 또 다시 빌어본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