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2. 10. 2. 06:11

리투아니아 국내 대학을 다녀라는 조언에도 큰 딸 마르티나는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영국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 단 조건은 하나, 주거비는 부모가 도와주되, 의식생활비는 아르바이트해서 해결한다. 대학 1학년 때 안일한 생각으로 학년이 시작할 무렵 영국으로 가니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그래서 대학 2학년 개학 훨씬 전부터 영국으로 돌아갔다.

어려웠지만 다행히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아침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운영되는 식당이다. 1시간당 임금이 5파운드이다. 이 정도면 힘들더라도 생활비 걱정없이 공부할 수 있다고 콧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르바이트 식당 사장의 행동이 부담스러웠다.

꽃부터 시작해서 적지 않은 선물, 레스토랑 식사 초대 공세로 마르티나의 환심을 사고자 했다. 자기 집으로 초대까지 했다. 만약의 상황을 우려해 마르티나는 이런 경우 항상 리투아니아 여자친구와 동행했다. 급기야 젊은 사장은 "우리 사귀자"라고 진지하게 고백했다. 마르티나는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불안했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단호히 거절했다.

이 일이 있은 후 사장으로부터 출근하라는 전화도 없고, 문자쪽지도 없었다. 그 전에는 정식 직원의 결근시나 휴일에 항상 이렇게 마르티나를 불렀다. 며칠이 지난 후 마르티나는 직접 여러 번 전화했으나 의도적으로 받지 않았고, 또한 많은 문자쪽지를 보냈으나 응답이 없었다. 찾아가도 만나주지를 않았다. 이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나서야 했다. 


마르티나는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바로 사장과 정면 돌파로 단판을 짓기로 했다. 사귀자는 제안을 거절했다고 이렇게 해고당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억울했다. 그래서 호기를 기다렸다. 며칠 절 사장의 생일이었다. 마르티나는 집에서 사과케익을 직접 만들었다. 식당 문을 닫는 시간에 맞춰 식당으로 갔다.

사장은 더 이상 볼 일이 없다면서 식당문을 열어주지 않고 문전박대했다.

"아직, 식당 안에 내 신발이 있다. 신발을 찾으로 왔으니 제발 문 좀 열어."
"그래, 신발만 챙겨 빨리 나가."

거절로 헤어진 뒤 사장과 처음 얼굴을 맞대었다. 그리고 가방에서 사과케익을 꺼내 생일 선물이라고 건냈다. 사장의 심리가 약간 누그러지자 대화를 시도했다.

"사귀자를 거절해도 사장과 알바생으로 그대로 남고 싶다."
"너를 보면 내 감정을 억제하기가 힘든다. 그래서 아예 다시 보고 싶지가 않다."
"나도 새 일자리를 찾아야 하고, 사장도 새 아르바이트생을 찾아야 하는데 이는 서로에게 시간 낭비다. 나는 어느 정도 벌써 숙련되었는데 새로운 사람이 오면 다시 일을 배워야 하지 않는가! 그러니 감정 잘 다스리고 내 일자리를 그대로 두는 것이 좋지 않나?"
"그럼, 크리스마스 때까지 다시 일하는 것으로 하자. 그때 가서도 내 감정이 완전히 아물지 않는다면 진짜 해고다."
"동의한다."

이렇게 마르티나는 다시 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사장한테 필요 이상의 웃음이나 친절을 베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누구나 처음 일자리를 얻으면 사장 마음에 들도록 행동거지를 조심하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 더 홀가분하게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좋아했다. 아뭏든 마르티나의 유학생활이 별탈없이 잘 진행되길 한가위를 맞아 또 다시 빌어본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