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2. 5. 24. 05:12

 "4계절을 순서대로 말해 봐."라고 리투아니아인 아내에게 부탁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지."라고 답했다.

이렇게 서양이든 동양이든 일반적으로 4계절을 말할 때 그 시작이 봄이고, 그 끝이 겨울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시작이고, 잎과 열매가 다 떨어진 겨울은 끝이다. 즉 봄은 생명이요, 희망이요, 기쁨이다. 반면에 결운 죽음이요, 절망이요, 슬픔이다. 

최근 방문한 바르샤바 친구집에 걸려있는 액자와 전등이 참 인상적이었다. 거실 천장에는 네 개의 등이 달려있었다. 그런데 등에 그려진 그림이 제각각 다른 모습을 띄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무엇을 상징하는 지를 쉽게 알 수 있었다. 바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이었다. 이 네 개의 등은 친구가 직접 손으로 만든 것이니 세상에서 유일한 물건이다.


정면에 걸려있는 액자를 보니 혼란스러웠다. 왜 여름이 제일 왼쪽 시작점에 있고, 봄이 제일 오른쪽 끝점에 있을까? 일반적인 순서와는 전혀 달랐다. 다소 의아해 하는 내 모습에 친구 라덱이 그 까닭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이것은 내 철학이다. 흔히들 4계절 순서 끝을 겨울이라 말하지만 나는 이를 봄이라 생각한다. 내 4계절 끝은 죽음과 슬픔의 겨울이 아니라, 바로 소생과 기쁨의 봄이다."


친구의 설명을 듣고 보니 액자의 4계절 순서가 혼돈없이 더 의미있게 다가왔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1. 1. 9. 08:24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의 중심거리 중 하나인 게디미나스 거리는 겨울철 야경이 참으로 볼만하다. 일전에 아내와 함께 이 거리를 산책하면서 물어보았다.

"저기 보이는 전등이 무얼 닮았나?"
"그냥 예쁜 전등이지."

첫 눈에 나에게는 전등이 꼭 흥부전의 둥근 박을 닮았다.
1.8km에 달하는 거리가 다 이렇게 장식되어 있어 장관을 이룬다.

저쪽 끝에서 불이 차례대로 꺼졌다가 켜져 물결을 이룬다.
이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둥근 박이 보는 이에게 데굴데굴 굴려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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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사람에겐 그저 장식 전등으로 보이지만, 웬지 나에겐 흥부의 복덩이 박처럼 보인다. 이 복덩이 박이 사방팔방으로 굴려 세상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주길 바래본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