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7. 11. 2. 05:52

11월은 리투아니아어로 lapkritis로 "잎 떨어짐"을 의미한다. 대부분 단풍은 떨어지고 나뭇가지는 앙상한 채로 내년 봄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11월 1일은 특별한 날이다. 가톨릭교의 축일로 국경일이다. 모든 성인의 대축일이다. 하늘 나라에 있는 모든 성인을 기리면서 이들의 모범을 본받고 다짐하는 날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날 묘지를 방문한다. 며칠 전 미리 묘에 가서 묘와 주변을 말끔하게 청소를 하고 이날은 화초나 꽃과 함께 촛불로 묘를 장식한다. 예전에는 주로 해가 진 어두운 저녁 무렵에 묘지로 가서 촛불을 밝혔지만 지금은 주로 낮 시간에 간다.


10월 31일 하늘은 모처럼 맑았다. 다음날도 이런 날씨이길 바랐다.



하지만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늘 그렇듯이 11월 1일은 이상하게도 날씨가 흐리다. 어느 때는 눈이 내리고 어느 때는 구슬비가 내리고... 



사람들은 이날 돌아가신 조상의 영혼이 자신의 묘로 찾아온다고 믿는다. 어제 우리 가족도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일가 친척의 묘가 있는 묘지 세 군데를 다녀왔다. 



늘 느끼듯이 리투아니아 묘지에 오면 마치 화초 공원을 산책하는 듯하다. 묘마다 화초나 꽃으로 장식되어 있다. 사진으로 이날 방문한 리투아니아 묘지를 소개한다.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 모양으로 장식한 촛불 묘도 인상적이고 이 묘를 찾아온 사람도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작은 헝겊으로 묘를 덮고 있는 돌을 닦고 있는 데 그 사람이 선뜻 자신의 긴 헝겊을 건네주었다.

"샴푸 묻힌 이 큰 헝겊으로 닦으세요."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12. 3. 06:44

어린 시절 부모나 친척이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주 받은 질문이 있다.
"자라서 뭐가 될래?", "나중에 뭐가 되고 싶니?" 

그런데 유럽 리투아니아에서 살면서 느낀은 아이들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한국에서 어른들로부터 받은 질문이 종종 떠올라 공부하고 있는  딸에게 묻곤한다.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그렇게 묻지마."
"왜?"
"난 아직 어려. 그건 나중 일이야"
"그래. 네 말이 맞다."

어릴 때부터 장래 희망을 가지게 하고 그런 방향으로 자녀를 이끌어가는 것도 좋다. 하지만 타의든 자의든 미리 한 길만 정해 놓고 나아가는 것은 무한한 잠재적 가능성을 제약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다양한 길을 열어 놓고 때와 원에 맞도록 나아가도록 하려고 한다.  

멀리 보면 어른이 되어 무엇이 될까이고, 가까이 보면 당장 내년에는 운명이 어떻게 펼쳐질까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누구나 미래에 일어날 일을 알고 싶어한다. 며칠 전 폴란드 에스페란토 친구가 재미난 운명 미리알기 놀이를 알려 주었다. 

11월 29일 밤 그는 가족과 함께 점보기를 했다. 11월 30일 가톨릭 성인 축일을 맞아 폴란드 사람들은 오랜 옛날부터 이런 놀이를 해왔다. "왜 이날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아래와 같이 답했다.

"이날은 마법의 밤이고, 돌아가신 조상들이 이날 찾아와 후손들의 미래를 조금 드러내 주고 간다고 사람들은 믿었다. 주로 처녀에게 남편될 사람을 미리 알려주는 밤이다. 대림절(성턴 전 4주간)에 앞서 마지막 유쾌한 밤을 보낸다."    


그가 이날 가족과 함께 왁스로 운세 미리보기 방법은 간단하다. [사진 fotoj:  Barbara Kruszewska]

1. 밀랍을 녹인다. (지금은 밀랍 구하기가 어려우므로 양초를 이용한다)

2. 용액을 물이 담긴 통에 붓는다. 반드시 열쇠 구멍을 통해서 붓는다.

3. 용액이 식으면서 모양이 형성된다

4. 이 모양을 건져 불에 비추면 벽에 그림자가 생긴다. 이 그림자 형상이 무엇을 닮았냐에 따라 다음해의 운명을 알 수 있다.   


* 녹인 양초를 물에 붓는다.


* 부울 때 열쇠 구멍을 통해서 해야 한다.


* 물에 담긴 양초 용약은 이렇게 어떻게 붓는냐에 따라 모양을 달리 한다.


* 이 모양을 불이 비춰 벽에 나타난 형상을 가지고 내년 운세를 점친다. 보는 사람에 따라 형상도 달리 해석될 수 있으므로, 자기 해석 주장에 모두들 시간가는 줄 모를 듯하다. 


신발 놀이도 있다. 미혼 여자들이 각각 신발 한 짝을 벗는다. 이렇게 모인 신발을 방문 쪽으로 하나하나 연결한다. 이때 신발 앞 부분이 문을 향하도록 한다. 방문에 닿는 신발의 주인이 제일 먼저 시집간다.


또 다른 놀이는 미래 남편 이름 알아맞히기다. 작은 종이마다 각각 다른 남자 이름을 쓴다. 이 종이들을 베개 밑에 놓고 잔다. 아침에 일어나 베개 밑에서 종이 하나를 꺼낸다. 이때 종이에 써여진 이름이 바로 미래의 남편 이름이다. 때론 이름이 아니라 운명 문구를 적기도 한다.  


이제 밤이 제일 긴 동지를 향해 나아간다. 오후 4시가 되면 벌써 어두워진다. 이 긴긴 밤에 이런 전통 놀이로 가족이나 친구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

Posted by 초유스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