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카나리아 제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아프리카 대륙 모로코 서쪽 대서양에 위치해 있는 카나리아 제도는 주요 섬 7개(라팔마, 테네리페, 라고메라, 엘이에로, 그란카나리아, 푸에르테벤투라, 란사로테)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에는 먼저 란사로테를 방문한다. 푸에르토델카르멘(푸에르토 델 카르멘 Puerto del Carmen)의 전경이 눈앞에 나타난다.

란사로테는 화산섬이다. 길이는 남북으로 60킬로미터, 동서로 25킬로미터고 면적은 845제곱킬로미터다. 인구는 15만명이고 인구밀도는 제곱킬로미터당 167명이다. 전체 해안선이 213킬로미터인데 모래가 10킬로미터, 해수욕장이 16.5킬로미터고 나머지는 모두 다 바위다. 기후는 아열대 사막 기후로 강우량이 적고 연중 온도는 섭씨 18-25도다.     

란사로테 섬 전체가 화산 전경이다. 현재의 지형은 1730년에서 1736년까지 그리고 1824년에 발생한 티만파야(Timanfaya) 화산 폭발로 이루어졌다. 이런 척박하고 황량한 곳에 사람들은 지형적 조건과 기후적 조건에 맞춰서 주거지, 농경지 그리고 휴양지 등을 일궈냈다.

우리가 묵을 곳은 란사로테의 주요 관광도시인 푸에르토델카르멘(Puerto del Carmen)이다. 처음에는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이곳은 1970년대에 관광휴양지로 개발되었다. 해마다 란사로테를 방문하는 백만명 이상의 대부분 사람들이 이곳을 숙박지로 선택한다. 
주로 영국, 독일,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란사로테 공항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위치해 있고 길쭉한 황금빛 모래 해수욕장이 펼쳐져 있다.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중심 거리가 7킬로미터 뻗어 있고 차도, 인도 그리고 자전거 도로를 갖추고 있다. 길옆에는 식당, 술집, 선물가게 등이 즐비하다. 우리는 연립주택단지 로카스블랑카스(Roccas Blankas)에서 묵고 있다.

연립주택단지는 자체 수영장을 갖추고 있다.

숙소가 1층이고 바로 앞이 수영장이다. 언제든지 편하게 수영장으로 첨벙 뛰어들 수 있다. 높이 솟은 야자수가 이국적인 곳에 와 있음을 더욱 실감시켜 주고 있다. 

연립주택은 거실, 방 2개, 욕실로 되어 있다. 

대서양 일출을 보기 위해 산책에 나선다. 대체로 북유럽 사람들은 일출에 그다지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장엄한 일출을 감상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 아닐까...    

겨울철에는 일출이 늦고 또한 구름낀 날이 태반이다. 여름철에는 일출이 빠르고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시각이다. 대서양에서 떠오르는 일출이 궁금하다. 어린 시절 툇마루에 앉아 자주 보았던 동해의 검붉은 일출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살아 있다. 

 

아침 운동을 하러 나온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휴양객들이지만 건강생활을 꾸준히 유지하고자 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푸에르토델카르멘과 이어져 있는 이웃 도시 로스포킬로스(Los Pocillos)의 해수욕장까지 산책을 계속한다. 일광욕 산책을 하는 부부를 보자 나도 윗옷을 벗어 아침 햇살을 맞는다.        

때론 잘 정리된 거리를 따라 때론 모래해변을 따라 이날 아침 산책한 거리가 왕복 6킬로미터이다. 우리 식구들은 얼굴 공개를 꺼려 한다. 종종 즐겨 찍는 단체사진 촬영법이 있다. 바로 같이 그림자를 찍는 것이다.    

해수욕장대로(Av. de las Playas) 산책로에서 사랑을 약속하는 자물쇠가 빽빽히 채워져 있는 쇠줄을 만난다. 역시 스페인의 정열을 느낀다. 자물쇠가 형형색색이다. 리투아니아를 비롯한 북유럽에서 본 이런 자물쇠는 그저 자물쇠색인데 여긴 다양한 색으로 칠해져 있다.

휴양지에서 대체로 오전은 이렇게 수영장에서 일광욕으로 시작한다.  

몸이 뜨거워지면 수영장에 물놀이...그런데 물 속으로 들어갈 때는 코를 막는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야자수 사이에 있는 바위 위에 앉아 끝없는 바다를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싶다.

바로 우리 숙소 앞에서 황금빛 모래 해수욕장이 시작된다. 이곳은 카나리아 제도에서 가장 잔잔한 바다 중 하나로 꼽힌다.

사람에 부딛히지 않고 편하게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긴다.

화산석이 좋은 바람막이가 되어 준다. 

파파가요 (Papagayo) 산맥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화창한 날씨라서 일몰 광경을 지켜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흑백 사진으로도 찍어 본다. 저 산 너머에는 또 다른 휴양도시 플라야블랑카(Playa Blanca)가 자리잡고 있다. 

저녁 시간이다. 낮에 해수욕과 일광욕 또는 섬관광을 즐긴 사람들이 하나 둘씩 해수욕장대로(Av. de las Playas)에 이어져 있는 식당, 술집, 가게 등으로 모여든다. 우리 가족은 일명 밤문화에는 익숙하지 않다. 

대로를 따라 가로등이 밝혀 켜져 있어 밤에도 해변 산책이나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10월 하순임에도 일광욕과 해수욕을 마음껏 즐기고 다음 행선지인 푸에르테벤투라 섬을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린다. 

 

푸에르토델카르멘에서 머물면서 만난 란사로테 일출과 일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상은 초유스의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가족 여행기 3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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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 중 하나인 푸에르테벤투라(Fuerteventura)를 가족과 함께 다녀왔다. 섬북단에 위치한 코랄레호(Corralejo)에 머물렀다. 이 도시를 선택한 이유는 첫째로 먼저 둘러본 란사로테(Lanzarote)에서 가까워서 이동이 편리하다. 둘째로 주변에 아름다운 해수욕장이 많이 있다. 세째로 출국시 이용할 공항까지 40킬로미터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코랄레호는 1950년대부터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등의 관광회사가 투자하기 시작했고 1970년대부터 휴양관광지로 활발하게 개발되었다. 척박한 모래사장에 솟아 자라고 있는 야자수가 말없이 개발을 상징하는 듯하다.      

 

여기서는 사람의 수고가 없으면 이 모두가 불가능한 일이다. 모래 밑에는 관수용 호스가 심어져 있다. 연평균 강우량이 160mm로 극히 적다. 이런 환경에 식물이 제대로 자랄 수가 없겠다. 도심에 있는 식물은 대부분 이렇게 관수용 호스로 물을 공급 받고 있다.    

 
뭐니해도 코랄레호의 가장 큰 명소는 동쪽에 있는 광활한 모래사막과 길쭉한 모래해변이다. 이곳은 1982년 자연공원(Parque natural)으로 지정되어 보호 받고 있다. 공원면적은 2700헥타르이고 모래해변은 11킬로미터다. 공원명 안내상 위에 있는 새는 푸에르테벤투라 섬의 자연을 상징하는 후바라(hubara, houbara)다.

 

코랄레호 주택지와 맞닿아 있는 공원 입구에서 해변을 향해 조금 걸어가니 눈앞에 대해수욕장(Grandes playas)이 끝없이 펼쳐진다. 해송 한 그루도 없고 풀 한 포기도 없는 모래사장에 저 시커먼 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가까이 가보니 돌로 벽을 쌓아 놓았다. 이유는 이 섬의 이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푸에르테벤투라는 강풍이라는 뜻이다. 특히 강풍이 불 때 모래가 날아다니는 모래사장에서도 편하게 일광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오는 사람이 비어 있는 일광욕 돌벽집의 주인이 된다. 

 

바람이 없음에도 모든 돌벽집은 이미 주인들이 지키고 있다. 우리 일행은 모래해변에 자리를 잡는다. 사람들이 북적되지 않아서 좋다. 해변의 모래는 조개껍질이 오랜 세월 동안 풍화작용을 거쳐 된 모래라서 정말 곱디곱다.

 

황금빛 모래색이 그라데이션으로 검푸른 바닷색으로 변해 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해수욕을 하고 싶은 마음은 아직 일어나지 않는다.  

 

하얀 물체가 눈에 확 띈다. 유럽인 식구들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갑오징어뼈다.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집에 비상약으로 갑오징어뼈가 있었다. 상처가 나면 이 갑오징어뼈를 갈아서 그 분말을 상처에 발랐다. 지혈이 쉽게 되고 상처가 빨리 아물었다. 바닷물에 깨끗이 씻어 이 갑오징어뼈를 빌뉴스 집으로 가져왔다.   

썰물 때다.

왼쪽에 바다 건너 보이는 중절모처럼 생긴 섬이 로보스다

. 바닥이 훤히 드러나 있다. 갯벌이 아니고 구멍이 여기저기 나 있는 거대한 바위 덩어리가 바닥을 이루고 있다.   

 

어느 구간 돌바닥은 예리한 칼날처럼 쭈빗쭈빗 솟아 있다. 물이 차 있을 때 이곳에서의 해수욕은 조심히 해야겠다. 

유럽 사람들은 한 곳에서 일광욕이나 해수욕도 즐겨 하고 해변을 따라 걷는 것도 즐겨 한다. 후자일 경우는 대체로 맨발이다. 소금기 있는 젖은 해변의 모래를 밟으면서 걷는 것은 각질 제거에 도움이 된다. 코랄레호의 조개껍질 모래는 각질 제거에 탁월하다고 한다. 왼쪽에 보이는 건물들은 모래해변에 세워진 대규모 호텔단지다.

호텔단지를 넘어가니 남쪽 해수욕장과 사막의 광활하고 아름다운 전경이 눈앞에 나타난다. 지금까지 해변을 따라 걸어온 거리가 솔찬히 되어서 저 해수욕장은 다음날로 아껴둔다.   

 

코랄레호 자연공원은 카나리아 제도에서 가장 넓은 사막지대다. 황량한 돌산을 뒷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사막의 모래빛이 더욱 돋보인다. 

 

다음날에 이 사막을 방문한다. 높은 사구도 물결처럼 반복되어 있어서 아이들의 모래썰매 놀이에도 제격이다.

 

 

사구에서 바라보는 경관이다. 대해수욕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엄청나게 큰 모래벌판이 시야에 들어온다. 바다와 구름 너머로 보이는 산이 란사로테 섬이다. 이 경관만 보더라도 여기가 푸에르테벤투라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수욕장 중 하나이다는 말에 쉽게 수긍이 간다.         

 
대해수욕장 중간쯤 있는 호텔단지다. 왜 이런 모래 허허벌판에 호텔이 지어졌는지는 따로 설명이 필요없겠다.

 
주차장에서 내린 사람들이 연이어서 해변으로 향한다. 일광욕할 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 된다.   

 
코랄레호 대해수욕장 안내판이다. 어느 쪽으로 갈까...

 

워낙 해변이 넓고 길쭉하니 아무리 사람들이 많이 와도 그저 한산하다. 선 자리에서 바라보는 북쪽 해변 모습이다.

 

동쪽 모습이다. 저 바다 건너로 가면 아프리카 대륙 모로코가 나온다.

남쪽 모습이다. 깨끗한 바다, 얕은 수심, 고운 모래를 가진 해수욕장이라서 아이가 있는 가족에게도 아주 훌룡한 곳이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휴가를 온 이 한 쌍은 일광욕을 겸한 낮잠에 푹 빠져 있다. 참으로 한가롭고 평화롭다.      

푸에르테벤투라 코랄레호와 대해수욕장을 아래 영상으로도 담아봤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이상은 초유스의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가족 여행기 10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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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 중 하나인 푸에르테벤투라(Fuerteventura)를 가족과 함께 다녀왔다. 계절이 10월 하순이다. 이맘때인데도 여기는 북유럽의 여름 날씨보다 훨씬 더 따뜻하다. 여전히 해수욕을 할 수 정도다. 섬북단 코랄레호(Corralejo)에 머물면서 주로 인근 해수욕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래 지도는 푸에르테벤투라에서 잠수체험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25개 장소이다.

 

 

하루는 렌트카로 푸에르테벤투라 섬을 일주해보기로 했다. 렌트카 사무실에 걸려 있는 카나리아 제도 지도가 눈에 확 들어온다. 라팔마, 테네리페, 라고메라, 엘이에로, 그란카나리아, 푸에르테벤투라, 란사로테다. 여러 해를 거쳐 이 일곱 개 섬을 다 다녀오려고 한다. 지금껏 세 개 섬에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해마다 1천만명 이상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카나리아 제도에서 렌트카 비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물론 임박해서 하거나 당일에 하면 비용이 부담스럽다. 여행을 결정함과 동시에 렌트카 예약을 해놓는 것이 유리하다.

 

자, 코랄레호를 떠나 이제 남쪽으로 내려간다. 라올리바(La Oliva)를 지나서 가다보면 오른쪽에 봉우리 하나가 우뚝 솟아나 있다. 틴다야(Tindaya) 산이다. 해발 401미터이고 평원에서는 225미터다. 이 산은 300여개의 발모양 고대 암석조각이 있어서 고고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원주민들은 이 산을 신성시했다. 

 

틴디야를 막 벗어나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산기슭 외딴 곳에 금색 동상이 보인다. 산색깔과 흡사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동상의 주인공은 미겔 데 우나무노(Miguel de Unamuno, 1864-1936)다. 스페인의 작가이자 철학자로 20세기 스페인 문학과 사상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의 여러 작품들(사랑과 교육, 안개, 아벨 산체스 등)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다. 그는 미겔 프리모 데 리베라(Miguel Primo de Rivera, 1870-1930) 독재에 항거하다가 1924년 살라망카대학교(Salmanca Univ.) 총장직에서 해임되고 푸에르테벤투라로 추방되어 1930년까지 거주했다.  

 
이제 차는 서서히 완만한 길을 따라 올라가더니 어느 순간에 구불구불하고 가파른 산길로 접어든다. 이날 제일 먼저 도착한 전망대는 테구(Tegu) 산 정상에 있는 모로벨로사(Mirador Morro Velosa)다. 란사로테 출신 스페인의 유명 건축가이자 예술가인 세사르 만리케(César Manrique, 1919-1992)가 설계한 이 전망대는 주차장, 정원, 커피숍, 전시관을 두루 갖추고 있다. 휴관일에는 진입로가 막힌다. 휴관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이 경우 FV-30 도로 거인상 전망대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약 1.3km 거리를 걸어서 올라가면 된다.  
 

 

작은 전시관을 둘러본 후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급경사의 비탈길을 올라올 때 받은 긴장감을 통유리벽 넘어 펼쳐진 전경을 바라보면서 한순간에 떨쳐 버린다. 확 트인 이국적인 전경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해발 650미터에 잡리잡고 있는 모로벨로사 전망대는 푸에르테벤투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망대로 여겨진다. 맑은 날에는 엘코틸로(El Cotillo), 틴다야 산, 코랄레호 사막 그리고 란사로테 섬까지 훤하게 다 보인다.  
 

 
테구 산 위에서 내려다 본 또 다른 전망대(Mirador Corrales de Guize)다. 해발 600미터에 위치해 있다. 남쪽으로는 베탄쿠리아(Betancuria)가 보이고 북쪽으로는 코랄레호 사막과 엘코틸로가 보인다. 
 

 

이 전망대의 압권은 높이가 4.5미터인 두 거인상이다. 기세(Guize)와 아요세(Ayoze)다. 1402년 노르만인들(스칸디나비아에서 유래된 민족)이 이 섬을 침략했을 때 기세는 섬 북부를 다스리는 왕이고 아요세는 섬 남부를 다스리는 왕이었다. 침략자들의 우세한 무력에 얼마 안 가서 이들은 항복하고 각각 루이스(Luis)와 알폰소(Alfonso)라는 세례명을 받았다. 이들이 서 있는 자리가 당시 남북 왕국의 경계선으로 주장되고 있다.   

 

청동상의 손가락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믿음 때문일까 땅을 향한 오른손 중지가 벌써 황금색으로 변해 있다. 활짝 편 손으로 행운을 수직으로 곧장 내려주소서...

 

이 전망대에서 내리막길을 따라 남쪽으로 3킬로미터로 가면 베탄쿠리아가 나온다. 1404년 노르만 원정대의 장 베텐코트(Jean de Béthencourt, 1362–1425)가 이 도시를 세웠다. 현재 인구가 약 800명밖에 안 되지만 한때 카나리아 제도 왕국(1404-1448)의 최초 수도(1404-1425)였고 1863년까지 푸에르테벤투라의 수도였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계곡 분지에 위치해 있는 모습에서 왜 여기가 수도로 정해졌는지가 쉽게 이해된다. 자연적 방어를 갖춘 내륙과 비옥한 계곡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차례 해적들의 공격을 받았다.  

 

 

1410년 세워진 푸에르테벤투라 최초의 성당이다. 프랑스 고딕식이다. 1593년 해적의 공격으로 파괴된 후 복원되었다. 종탑은 원형 그대로다.     

 
조그만 시골 동네 같은 역사적 도시 베탄쿠리아를 뒤로 하고 이제는 오르막 산길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한다. 간간히 바람개비 같은 풍차가 눈에 띈다. 물을 퍼올리는 양수기 역할을 한다.

 
산 중턱에 전망대가 나온다. 해발 338미터에 있는 라스페니타스(Las Peñitas) 전망대다. 우뚝 솟은 봉우리는 해발 526미터인 라무다(La Muda)다.       
 
 

아래로 내려다 보니 이 섬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져 있다. 초목이 숲을 이루고 있다. 사막에 만나는 오아시스 같다. 지하로 흐르는 물이 이곳으로 모여들어 작은 호수를 이루고 있다. 1900년대 두 차례에 걸쳐 댐이 만들어졌다. 이날은 황토물이 고여 있다.

저수지를 보고 있는데 전망대 난간 밑에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처음에는 한두 마리만 시야에 들어오더니 차츰차츰 바위와 움직이는 것의 색깔이 구별되자 엄청난 숫자로 여기저기에서 몰려온다. 

 

사하라, 모르코, 카나리아 제도 등에 분포되어 있는 바르바리땅다람쥐(Barbary ground squirrel)다. 아열대 또는 열대 지역의 건조 관목, 온대 초원 혹은 암반 지대에 서식하고 있다. 몸은 회갈색이나 적갈색을 띠고 꼬리는 검은색과 회색이다. 등에는 흰색 줄무늬가 있다. 굴 속에서 집단으로 모여 산다. 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안내문이 있음에도 사람들은 땅콩이나 해바라기씨 등 먹이를 준다. 이에 익숙해진 다람쥐들이 우리가 나타나자 기대감으로 다가온다. 안내문에 충실한 우리가 너무 야속하겠지...

고개를 향해 올라가니 정상에 또 다른 전망대가 우릴 맞이한다. 해발 426미터에 있는 리스코델라스페냐스(Mirador del Risco de las Peñas) 전망대다. 여기가 행정구역의 경계를 이룬다.  

 

산중턱 흰색 점선이 우리가 조금 전 올라온 도로다. 이 전망대 주위에도 엄청난 수의 다람쥐가 노닐고 있다.  

 
벼랑길 같은 가파란 산도로를 자전거로 타고 오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저 멀리 높이 솟아 있는 세 봉우리 산이 보인다. 해발 690미터인 카르돈(Cardón) 산이다.

 
저 꼭대기에 한번 올라가고 싶다. 행여나 저기를 등산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여기 카르돈 등산 관련 안내 사이트를 알린다.    

 

 

 

다시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한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풍경을 지니고 있는 산악지대를 벗어나 우리가 도착한 곳은 남부 지방의 휴양지 코스타칼마(Costa Calma)다. 이름 그대로 "고요한 해변"이다. 한디아(Jandía) 반도의 시작점이다. 1970년대 관광휴양지로 개발되었다.  

 

유럽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해수욕장 중 하나인 소타벤토(Sotavento) 해수욕장이 코스타칼마 바로 옆에 있다. 특히 썰물 때 드러나는 황금빛 폭넓은 모래사장과 얕고 큼직한 석호가 소타벤토의 명성을 여실히 입증해 준다. 해수욕장은 남북으로 9킬로미터 뻗어 있고 해변 언덕은 주로 모래사막이다. 우리는

여기에 차를 세워놓고

해변으로 내려갔다.  

 
이 해수욕장이 무엇으로 유명한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바로 서핑이다. 윈드서핑과 카이트서핑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린다. 경기뿐만 아니라 연습하는 데에도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서핑은 하지 못하니 대서양 바다에서 해수욕을 즐겨본다. 10월 하순 늦은 오후라 바닷물이 다소 차다.    

 

저녁 노을이 서서히 북동쪽 하늘을 장식하려고 할 때 즈음 우리는 코랄레호 숙소로 돌아오기 위해 FV-2 도로를 탄다.   

 

이날 일정에는 돌아오는 길에 아프리카 대륙 모로코에 제일 가까운 곳인

엔탈라다 등대

(Faro de la Entallada) 구경이 있었다. 시간이 부족해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이렇게 해서 섬의 북부 끝에서 남부까지 두루 둘러보았다. "좀 더 아침 일찍 출발했더라면 돌아오는 길에도 여러 명소를 볼 수 있었을 텐데"라고 식구 모두 무척 아쉬워했다. 푸에르테벤투라 일주를 강력 추천하고 싶다.


이상은 초유스의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가족 여행기 13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란사로테와 푸에르테벤투라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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