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모음2008. 6. 23. 11:29

과거 무시무시했던 옛 소련의 비밀경찰 KGB의 눈을 피해 금서들을 펴낸 리투아니아인 비타우타스 안줄리스(77). 그는 1980년 양봉을 하면서 민족주의자 워자스 바제비츄스를 알게 되었고, 이들은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서적과 신앙심을 키우는 종교서적을 펴내기로 뜻을 모았다. 각자 성의 첫 글자를 따서 ‘ab’라는 비밀인쇄소를 만들어, 1990년 리투아니아가 옛 소련에서 독립할 때까지 10여년 동안 철저히 금지된 반체제와 종교 관련 서적들을 몰래 인쇄해 보급했다.

이 비밀인쇄소는 기막히게 숨겨져 있다. 비타우타스는 언덕 비탈에 위치한 온실에 시멘트 구조물로 수조와 묘목판을 만들고 묘목판 중앙에는 관수용 수도관을 세웠다. 이 수도관을 돌리면 기계가 작동해 수조를 이동시켜서 묘목판과 수조 사이에 틈이 생긴다. 이 틈이 바로 비밀인쇄소로 들어가는 문이다. 그는 2년에 걸쳐 30m 굴을 경사지게 파고 중간 중간에 철문을 세워놓았다. 비밀인쇄소는 지하 7m에 위치해 있다.

난공불락의 지하 요새 같은 비밀인쇄소의 내부는 인쇄에 필요한 활자와 활자판을 보관한 방과 인쇄기가 있는 방으로 되어 있다. 비타우타스는 고물 인쇄기 3대를 구해 직접 인쇄기 1대를 만들어 10년 동안 23개 책제목 138,000부를 찍었다. 가장 위험하고 아끼는 책은 1939-40년 스탈린과 히틀러가 발트 3국을 분할 점령한 내용을 담은 책. 현재 당시 사용했던 인쇄기와 서적 등을 잘 보존 전시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역사 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리투아니아의 근대와 현대의 지배 체제로부터 탄압받은 출판 역사에 관한 많은 자료를 전시해놓았다. 그의 개인 박물관은 이제 리투아니아 국립 비타우타스 전쟁박물관 분원이다.  

당시 비밀경찰 KGB는 어디에서 누가 이런 금지된 서적들을 인쇄하는지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일가족 몰살의 위험을 무릅쓰고 금서를 펴낸 이유를 묻자, 그는 “총보다 인쇄물을 더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인쇄 일을 하는 내가 인쇄했을 뿐이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런 사람이 있기에 “역사는 변화한다”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 한국은 위대한 나라 - 리투아니아 유명가수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