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2. 1. 21. 09:04

지난해 발트 3국을 여행하는 한국 사람들을 위한 관광안내를 맡은 적이 있었다. 아침식사 후 호텔에서 나와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전 제일 먼저 하는 질문이 있었다. 

"짐은 잘 챙겼나요? 혹시 호텔 방에 두고 온 물건이 없는 지 다시 한번 확인해보세요."
"없어요. 다 챙겨나왔어요."
"자, 그럼 다음 여행지로 출발합니다."

리투아니아를 떠나 라트비아 리가를 도착했다. 여행객 중 한 사람이 리투아니아 호텔에 티셔츠 3벌을 놓아두고 왔다고 했다. "기념으로 놓아둔 셈치고 잊으세요"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호텔측에 긴급히 전화를 해서 알아보았다. 이미 근무자가 다른 사람이었다. 전임자가 오면 확인해놓겠다고 했다. 여러 차례 전화를 한 후 옷 3벌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문제는 어떻게 전달하느냐였다. 호텔측은 한국 집으로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이 약 150유로라고 했다. 내가 리투아니아로 돌아와 호텔에 직접 가서 받아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사는 빌뉴스에서 약 14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도시였다. 여행객은 비용이 너무 비싸면서 결국 옷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또 다른 경우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갓 돌아오자 한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전화했다. 사연은 이렇다. 발트 3국 여행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마쳤다. 그런데 리투아니아를 출국한 후에야 휴대폰을 호스텔에 두고온 것을 알게 되었다.

호스텔로 전화했더니 다행히 숙소에 휴대폰이 있다는 것을 확인해주었고 한국으로 보내주겠다고까지 친절하게 답했다. 하지만 기다려도 기다려도 보내주었다는 연락도 없고 휴대폰도 오지도 않았다. 다양한 정보가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기에 꼭 돌려받기를 원했다. 

여러 방법으로 알아보았지만, 속시원한 해결책이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 기대를 걸고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먼저 지배인에게 전화했다. 담당자가 휴가중이라 그동안 보내주지 못했다고 답했다. 담당자가 휴가중이면 다른 사람에게 인계해서 보내주면 될 것인데 말이다. 자기 물건이 아니라서 그런지 상대방의 절박함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아니면 상대방이 기다리다 지쳐서 포기하길 기대한 것이 혹시 아닐까......

지배인은 무슨 일인지 몇 차례 약속을 연기했다.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막무가내로 방문일시를 알려주고 휴대폰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리투아니아인 아내와 함께 갔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국인 나 혼자 가는 것보다도 리투아니아인 아내가 동행해주는 것이 훨씬 일을 쉽게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우체국에서 한국으로 휴대폰을 보내기 전 인증 찰각~
 
 
마침내 휴대폰을 건네받아 항공 소포물로 한국으로 보냈다. 아내와 함께 무엇인가 남에게 약간의 도움이 된다는 것에 만족했다. 마치 우리가 남으로부터 비슷한 도움을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휴대폰 주인은 외국에 산 경험이 있다면서 답례로 생활에 필요한 약간의 물건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 작은 도움에 이렇게 풍성한 답례를 받아서 송구스러움의 인증 찰각~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어제 2주만에 한국으로부터 소포가 도착했다. 너무 과분한 답례를 받아서 송구스러웠다. 딸아이는 먼저 초코파이부터 꺼내 맛있게 먹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초록색 소주였다. 구정을 맞아 리투아니아 현지인 에스페란토 사용자들을 우리 집으로 초대하기고 했다. 이때 이 소주로 대접해주야겠다. 초록색 별(에스페란토 상징)에 초록색 소주가 잘 어울릴 것 같다.

위에서 보듯이 해외여행에서는 각별히 소지품이나 물건을 챙겨야 한다. 잃어버린 물건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호텔방에 놓아둔 물건도 되돌려받기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보기 목록을 작성하듯이 해외여행시 물건 목록을 작성해 이동할 때 꼭 챙겨가는 지를 확인하고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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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