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0. 7. 24. 05:29

최근 한국에서 벼락으로 인한 인명사고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리투아니아에도 벼락으로 종종 사고가 일어난다.

금요일 리투아니아 북부 텔세이 지방의 한 시골에거 불태고 있는 마차가 달리고 있는 신고가 소방대에 왔다. 마차의 주인 없이 말만이 불태는 마차를 끌고있었다. 마차를 세운 곳에서 150m  뒤에 마차의 주인이 땅에 떨어져 있었다. 소방대원은 그가 벼락에 맞아 숨진 것으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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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http://en.wikipedia.org/wiki/File:Blesk.jpg

고대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천둥번개의 신을 '페르쿠나스'라 불렸고, 주신(主神)으로 모셨다. '페르쿠나스'는 그 만큼 사람들에게 무서운 존재인 듯하다.

벼락에 대한 소식을 접하면 늘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폴란드에서 만난 인심좋은 크리스티나 아줌마이다. 어느 날 그 집을 방문했을 때 오래된 벚나무의 큰 가지가 찢어져 땅으로 곤두박질해 있는 것을 보고 그 이유를 물었다. 며칠 전 내리친 벼락 때문이라고 답했다. 번개 중에 땅으로 떨어지는 번개를 벼락이라 한다. 그러면서 벼락에 얽힌 이야기를 실감나게 전해주었다.

......
어느 화창한 봄날 집 근처 밭에서 할머니가 밭을 매고, 손녀는 옆에서 흙놀이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천둥과 번개가 치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좀 있으면 그치겠지 하고 숲에서 비를 피했고, 손녀보고는 집으로 빨리 가라고 했다. 손녀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달려갔는데, 바로 집 앞에서 벼락이 그만 손녀를 습격하고 말았다. 찰나에 손녀는 검은 미라가 되어버렸다.

한 농부가 말 두 마리를 끌고 밭을 갈고 있었다. 갑자기 저 멀리서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거렸다. 곧 비가 왔지만 그는 계속 쟁기질을 했다. 벼락은 두 말과 쟁기를 연결하는 쇠막대기에 내리쳤고, 이내 두 말은 히힝~소리도 한 번 내지 못하고 꼬꾸라졌다. 그리고 벼락은 그 쇠막대기를 따라 농부의 심장마저도 강타하고 말았다.

크리스티나 남편은 저녁 무렵 마당을 쓸고 있었다. 갑자기 비가 내렸다. 천둥 굉음이 들리자마자 벼락은 그로부터 2-3m 떨어진 건초보관 곳간 위로 내리쳤다. 이내 곳간에 연기가 치솟았다. 집에는 큰 소동이 일어났다.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 불을 끄고 곳간 한 구석에 있는 돼지 막사에 가보니 돼지 한 마리가 이유 없이 절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바로 그 벼락은 건초더미를 뚫고 아래로 내려와 돼지막사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는 길에 그만 돼지의 뒷다리를 약하게 쳐버렸다.
......

폴란드 시골 사람들은 벼락을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마른 벼락, 불 벼락, 물 벼락이다. 마른 벼락은 굉장한 천둥 굉음 후에 생기고, 부딪히면 부수고 죽이고 상처를 내지만, 불을 내지 않는다. 불 벼락은 갑자기 내리치고 순식간에 불바다로 만든다. 물 벼락은 불을 내지 않고 그냥 부딪치고 사라진다. 이 중 불 벼락이 가장 강력하고 위험한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대대로 전해지고, 벼락에 대한 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피뢰침이 없는 시골에서는 천둥이 치면 일손을 모두 놓고 자기 집이나 인근 가까운 집으로 피한다. 우선 모든 창문과 문을 닫고 전기코드를 뽑고, 성모 마리아상과 촛불을 창틀 위에 놓고 함께 기도한다. 이곳 사람들은 대대로 이 성모상과 촛불이 벼락을 몰아내고 재앙을 막아준다고 굳게 믿고 있다.

벼락으로 사고를 당한 모든 이들의 명복을 빈다.

* 관련글: 번개 촬영 금지 외치는 딸아이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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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