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1. 11. 30. 16:51

MBC 드라마 <오늘만 같아라>를 요즘 즐겨본다. 이 드라마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없이 첫 회부터 줄곧 보면서 왜 춘복과 인숙이 지완과 희주의 결혼을 필사적으로 반대할까 나름대로 추측해보았다. 

결론은 내 추측대로 지완과 희주는 사촌관계임이 밝혀졌다. 지완 입장에서는 희주는 고종사촌 여동생이고, 희주 입장에서는 지완이 외사촌 오빠이다. 학생운동하던 희주 외삼촌이 돌아간 후에야 인숙이가 그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아이를 지키기 위해 희주 외삼촌을 존경하고 친구였던 춘복과 결혼하게 되었다. 춘복은 이 아이를 자기 친자식처럼 정성을 다해 키웠다.  


지완의 과잉반응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출생비밀을 알게 된 지완이의 심적 충격과 고통은 쉽게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그의 반응은 너무 지나쳤다고 생각한다. 부모와 어른에게 예의바르게 잘 자란 모범생 지완에게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이 개념에 맞는 보다 침착한 대응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를 지키기 위해 비밀을 가슴에 묻고 살아온 부모 입장을 먼저 헤아려주었으면 좋겠다.

이제 지완과 희주의 결혼 가능성은 완전히 물건너갔다. 법적으로 보나 현재 한국인의 관습으로 보나 사촌간 결혼은 불가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민법을 살펴보면 이렇다. 
 
대한민국 민법은 혼인의 요건을 미리 정해 놓고 이에 적합한 혼인만을 정당한 것으로 성립시겨 법률상의 혼인으로 보호하고 있다. 
* 실질적 성립요건:
             1. 당사자 사이에 혼인에 관한 합치가 있을 것
             2. 혼인적령에 이르렀을 것
             3. 당사자가 미성년자나 금치산자인 경우에는 그 부모 등의 동의가 있을 것
             4. 중혼이 아닐 것
             5. 당사자가 서로 직계혈족, 직계인척 및 8촌 이내의 방계혈족의 친족관계에 있지 아니할 것 
* 형식적 성립요건: 혼인신고

지완과 희주는 실질적 성립요건에서 4항까지 모두 적합하다. 5항은 8촌 이내, 즉 팔촌을 넘어서야 혼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촌인 지완과 희주의 법률상 결혼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런데 만약 한국이 아니라 이웃 나라 일본이면 가능하다. 일본은 사촌부터 혼인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사촌간 결혼 허용여부는 문화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미국만 해도 허용하는 주(캘리포니아, 플로리다, 하와이, 메릴랜드, 뉴욕 등)가 있고, 금지하는 주(미시간, 미네소타, 네바다,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텍사스 등)도 있다. 유럽에서는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 노르웨이, 러시아, 오스트리아 등은 4촌간 결혼을 허용하고 있다. 중동 아랍국가에서도 가능하다. 

이슬람 사회에서는 가족의 재산을 지키는 한편 남녀가 유별(有別)한 환경에서 그나마 가까운 상대가 사촌이기 때문에 사촌간 결혼이 쉽게 이루어진다고 한다. 한편 우리나라 경우 신라 시대 성골과 진골은 근친혼을 전제로 왕족을 이어나갔다. 영국 왕실에도 근친혼이 많았고,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는 친동생과 결혼하기도 했다.

지완과 희주의 결혼 가능성을 리투아니아인 아내에게 말하자 아내는 친척 이야기를 들러주었다. 리투아니아인 친척의 남편이 이집트 사람이다. 이들 사이에 아주 깜찍하고 예쁜 딸이 하나 있다. 친척은 이 딸을 데리고 이집트 가기를 아주 꺼려한다. 이유는?

이집트 사회에서도 친척들이 아이 때부터 누구의 아내(사촌지간)로 지정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것이 몹시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 친척에게 사촌간 결혼 문제는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아뭏든 사촌 관계로 결혼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지완과 희주가 슬기롭게 문제를 잘 극복하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