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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내가 내 방으로 와서 대뜸 이렇게 요구했다.
"당신도 이제부터는 여자처럼 앉아서 소변을 봐!"
"왜 갑자기?"
"당신도 잘 알잖아. 남자는 서서 소변을 보니 좌변기에 쉽게 묻잖아."
"난 항상 좌변기 뚜껑을 위로 올리고 누는데......"
"그래도 하강 높이로 인해 소변이 좌변기 안쪽에 쉽게 튀길 수 있잖아."
"조심하면 되지. 뭘 새삼스럽게 요구해."
사연인즉 아내는 남자들의 소변에 관련한 글을 인터넷으로 읽은 후 위와 같은 요구를 하게 되었다. 인터넷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스웨덴 소데르만란드(Sörmland) 도시의 좌파 정당은 시청 화장실에서 남자들도 앉아서 소변을 봐야한다고 제안했다. 남자가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이 화장실 위생에 더 좋을 뿐만 아니라 전립선 질환의 위험이 줄어들고 또한 더 적극적인 성생활을 보장한다고 지역 신문에 써여져 있다.
"그래도 그렇지 서서 누는 사람이 앉아서 쉽게 눌 수 있나?"
"당신은 대변 볼 때 소변도 보지?"
"보통 앉아서 소변 보고 대변도 봐."
"바로 그거야. 당신도 이미 소변을 앉아서 보고 있는 거야. 앞으로 소변 볼 때 대변 본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앉아서 봐."
"하하하, 당신 논리가 멋져서 한번 시도해볼 게."
이렇게 며칠 전부터 소변도 앉아서 보기 시작했다. 좌변기 앞에서 바지를 반쯤 내리고 올리는 것이 아주 어색하다. 귀찮기도 하다. 아내의 경계가 느슨한 틈을 타서 서서 보려는 순간이었다.
"당신 지금 서서 보려고 하지?"
"귀신같이 나타났네."
"앞으로 서서 보는 것이 한번만 더 발각된다면 그때부터 화장실 청소는 당신이 해야 돼!"
"아~~~ 난 내 인생에 3년 동안 매일 화장실 청소를 한 적이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해."
지금껏 우리 집 화장실 청소 몫은 아내이다. 이제 아내는 남편에게 앉아서 소변 보기를 습관화시키기 위해 자신의 몫을 남편에게 넘기고자 한다.
* 우리 집 아파트 화장실에도 이런 소변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바르샤바 중앙역 화장실 소변기].
화장실 청소가 싫어서라기 보다는 남자도 앉아서 소변 보는 것이 좌변기 청결에 더 좋다는 것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당장은 어색하지만 자꾸 보다보면 차츰차츰 앉아서 소변 보는 것이 앉아서 대변 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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