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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기에 평소보다 더 빨리 잠자리에 들었다. 화요일 아내는 직장에 가지 않는다. 직장이 음악 학교인 아내는 원칙적으로 수업이 있는 날과 그 시간에만 학교에 간다. 월요일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꼭 금요일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 보다 늦게 잠자리에 든다.
이번 월요일 밤에도 그랬다. 아내의 수면제는 읽기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0여년 동안 일간지를 정기 구독했다. 하지만 올해 초 신문 구독을 끊었다. 이유는 인터넷 때문이다. 아내는 이제 신문 대신 휴대폰, 아이팟 혹은 탭북으로 신문 기사 등을 읽으면서 잠에 든다. 어제는 고이 자는 남편을 깨웠다.
"왜 그래?"
"창문이 정신없이 흔들려 잠을 잘 수가 없어."
"리투아니아는 지진이 없는 나라잖아."
"그게 아니고 머리가 어지러워."
"봐, 좀 철분약을 먹었어야지."
아내는 평소에도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다. 한 달에 한 번은 더 심한 현기증을 겪는다. 이 경우에 철분약 섭취를 습관화하라고 권하지만, 무슨 약이든지 복용을 꺼리는 아내는 참고 견디는 편이다.
이날 비상약통에서 철분약을 꺼내 아내에게 주었다. 이어서 심장박동수가 현저하게 떨어진 것 같다고 해 심장약도 주었다.
"빨리 인터넷에서 빈혈 응급처치를 알아봐."
"미역국, 김, 다시마 등이 철분이 풍부해 좋다고 해. 내일 고기 넣고 미역국을 끓어줄 테니까 마음을 진정시키고 잠을 청해봐."
* 작년 가을 후(거의 6개월만에) 처음으로 발코니에서 생활
화요일은 정말 진짠 봄 같은 날씨였다. 낮 기온이 영상 14도였다. 처음으로 목도리 없이 외출했다. 딸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온 후 발코니를 혼자 말끔히 청소하고 잠잘 때까지 발코니에서 생활했다. 한편 이날 딸아이는 친구들과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학교에서 놀다가 평소보다 두 시간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빨리 집으로 와. 맛있는 미역국이 있어?"
"누가 했는데? 엄마 아니면 아빠?"
"네가 와서 먹어보고 말해."
딸아이는 아빠가 한 밥과 엄마가 한 밥, 아빠가 끓인 라면과 엄마가 끓인 라면, 아빠가 한 미역국과 엄마가 한 미역국을 구별한다. 구별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주로 전자만 먹으려고 한다.
"미역국 맛 보니 어때?"
"정말 맛있어."
"누가 했을까?"
"엄마 냄새가 나는데."
"봐, 엄마도 미역국을 맛있게 할 수 있잖아."
* 식은 후의 미역국
아내와 나는 눈짓으로 딸아이의 짐작을 그냥 받아들이고, 진실을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야 이제는 엄마가 미역국을 끓이는 것을 직접 보아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때론 아이에게 이런 편법으로 가르치는 일이 필요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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