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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월드컵 본선에 아직까지 한 번도 진출하지 못한 나라,
농구가 제2의 종교로 불릴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나라,
하지만 리투아니아는 월드컵 조별 경기 모두를 생중계하고 있다. 덕분에 인터넷이 아니라 텔레비전을 통해 한국 대표팀의 첫 경기를 시청했다.
브라질과 시차로 새벽 1시에 러시아와의 월드컵 축구 경기가 시작되었다. 평소 같으면 이미 잠자리에 있을 우리 가족은 모두 TV 앞에 앉았다.
이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낮잠을 자둔 덕분에 피곤함 없이 지켜볼 수 있었다. 낮잠이 없는 아내와 딸도 남편과 아빠의 나라가 '한국'이라는 것 때문에 응원에 동참했다.
"한국이 정말 이겼으면 좋겠다."
"왜?"
"러시아가 지금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지탄을 받고 있잖아."
공 점유율에서는 앞섰지만 수비를 뚫고 공격하는 장면이 없어 참으로 아쉬웠다. 그런데 한국이 종종 기회를 잡아 공을 차는 순간 우리 가족은 이불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밖으로 크게 지을 수 없는 소리를 조금이라도 내기 위해서였다. 소리와 이웃 배려에 민감한 아내는 손가락을 입에 대면서 "쉿 쉿! 쉿!"을 연발했다.
새벽 1시면 이웃 사람들이 모두 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텔레비전이 있는 거실 바로 위에는 윗층에 사는 독일인의 침실이기도 하다. 물론 몇 번의 함성 때문에 이웃 사람이 시비를 걸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웃을 배려하는 것이 좋다.
경기가 끝난 시간인 새벽 3시엔 서서히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잠들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한국이 지지 않아서 마음은 가벼웠다. 페이스북 러시아 친구가 댓글을 달았다 - "무승부였지만, 사실 러시아가 진 것이다. 한국 팀에게 축하를 보낸다."
알제리와의 경기는 헬싱키 시간대로 22일 밤 10시에 시작된다. 벨기에와의 경기는 밤 11시에 시작된다. 둘 다 밤 시간이라 또 다시 이불이 필요하다.
우리 가족이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한국 선수가 찬 공이 골대 안으로 들어가준다면 솟구치는 기쁨과 환호을 억누르고 기꺼이 이불 속에서 미음으로 응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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