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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오렌지나 귤 등을 먹으면서 그 씨앗을 버리기가 참 아깝다. 그래서 종종 자라고 있는 식물의 화분에 심어놓기도 한다. 운 좋게 싹이 돋아 나와 자라면 다른 화분에 보금자리를 마련해준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잎이 말라 이별하게 된다. 귤이나 오렌지 씨앗을 심어 지금껏 한 번도 방 안에서 자란 귤이나 오렌지를 먹어보지를 못했다.
2004년 9월 25일 이웃나라 폴란드 친구의 결혼식에 초대를 받아서 갔다. 그 집 뜰에는 호두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그곳에는 또한 1991년 내가 심은 참나무가 벌써 크게 자라고 있었다. 가을이라 그 옆에 떨어진 호두 두 개를 주워 주머니에 넣어 집으로 가져왔다.이번에도 어김없이 화분 한 구석에 호두를 박아놓았다.
세 달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12월 11일 호두에서 싹이 나왔다.
1년을 더 화분에서 키우던 중 아쉽게도 한 그루는 죽고 한 그루가 살아남았다.
2006년 장모님의 텃밭에 옮겨 심었다. 다행히 무럭무럭 자랐다. 그런데 자랄수록 텃밭의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주변 식물을 햇빛을 가려서 옮겨 심기로 했다.
2013년 가을 장모님 소유 리투아니아 숲의 텅 빈 공간에 옮겨 심었다.
아래 사진은 2014년 4월 모습이다.
새로운 자리에서도 튼튼히 뿌리를 내린 듯하다.
2019년 9월 18일 숲을 방문했다.
무성하게 자랐지만 아직까지 이 호두나무는 한번도 결실을 맺지 않았다.
실생묘(씨모: 씨에서 싹터서 난 묘목)를 심으면
보통 6-8년 길게는 10년 정도 지나면 결실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호두 씨를 심은 지 1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호두가 생기지 않고 있다.
이제는 유실수로 기대하지 말고 그냥 숲 속 기념물로 여겨야겠다고 생각했다.
1년이 또 지났다.
2022년 9월 26일 장모님이 난데없이 사진 한 장을 페이스북 페신저로 보내주셨다.
호두가 생기길 간절히 원하는 사위의 마음을 알아 호두 열매를 보자마자 사진을 찍으셨다.
"호두 한 개만 달랑 열렸어요?"
"서 너 개 정도."
"이제 호두가 열린다는 것을 알았으니 잘 관리해주셔야겠어요.
내년에는 더 많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멀지 않은 장래에 2004년 내가 심은 나무에서 열린 호두를
직접 호두까기로 간식을 먹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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