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09. 3. 11. 16:12

사람 사는 곳에 법이 없을 리가 없다.
유럽에서 살면서 술 마실 때
특히 나이 차이가 많은 윗사람이나 아랫사람과 마실 때
특별한 격식이 없어 아주 편하다.

이곳에서 가끔 한국인이 모이면
여전히 나이 어린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술을 마시는 것을 본다.
그리고 연장자에게 술을 따를 때 예의를 갖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제 집안일로 만난 리투아니아인 처남 식구들과 간단한 술자리가 마련되었다.
여자들은 포도주를 마시고, 남자들은 보드카를 마셨다.

대개 여럿이 술 마시는 자리에선 혼자 마시지 않는다.
비록 자기 앞에 잔이 채워진 술이 유혹하더라도 다 같이 마시는 순간을 기다려야 한다.
정 마시고 싶으면, "자, 건강을 위해여!"라고 한 마디 하면서 옆사람들도 같이 마시도록 한다.  
건배할 때는 반드시 상대방의 눈을 마주 본다.

어제 술 자리에서 그 동안 간과한 것을 하나 더 알게 되었다.
바로 유럽에는 없을 같은 술 따르는 법이었다.

무심코 보드카 병을 오른손으로 잡고
오른쪽에 위치한 처남의 술잔을 채우려고 할 때 손바닥이 위로 향했다.
이때 주위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말라고 제지했다.  

왜 일까?

술 따를 때 병을 잡은 손의 바닥이 위로 향하면
상대방에 대해 "적의나 악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반드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우정"을 가지고
술 따른다면 이때 병을 잡은 손의 등이 위로 향해야 한다.

보통 한국에서도 손등을 위로 하고 술을 따르지만
종종 손바닥을 위로 하고 소주를 따른 기억이 떠올랐다.
 
이 술 따르기가 "적의"와 "우정"을 갈라놓는 중요한 순간임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유럽 리투아니아 여행자는 건배할 때 상대방 눈을 보는 것과 함께
이를 유의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 이렇게 손바닥을 위로 하고 술을 따르면 상대방에게 악감정이 있음을 나타낸다.

        ▲ 우정으로 술을 따른다면 이렇게 손등이 위로 향한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