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7. 9. 25. 07:46

가을이다. 유럽 친구들의 버섯 채취 사진들이 연일 페이스북에 올라오고 있다. 지금껏 여러 번 버섯 채취에 나섰지만 그다지 큰 수확을 거두지 못했다. 그래서 별다른 관심이 없다. 그런데 최근 최고의 수확을 거두었다. 



시간이 다소 한가하고 날씨가 쾌청한 주말이라 아내의 부추김으로 지방에 사시는 장모님을 방문했다. 가을날 최고의 체험은 청정한 숲에서 버섯을 채취하는 것이라는 꾀임에 또 넘어가야 했다. 이날 버섯 체험을 사진과 함께 올려본다.

동녁에 해가 뜨는 시각에 맞춰 숲으로 떠났다. 
부지런한 사람에게만 버섯이 보이니라~~~ 


벌목한 곳에 아침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다.



습한 숲으로 인해 장화를 싣어야 하고, 혹시 모를 진드기의 진입을 막기 위해 손목과 발목을 꼭 덮는 옷을 입어야 한다.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방향을 잃지 않는데 매우 중요하다. 자주 이름을 불러 일행의 위치를 파악한다.



식용버섯이 어디에 숨어 있을까... 

멈춰서 360도로 찬찬히 살펴본다.



가장 값 비싸고 선호하는 식용버섯은 바로 그물버섯(Boletus edulis)이다. 

전나무 낙엽 위에 우뚝 솟아 있는 그물버섯



이끼 속에 숨어서 자라오르고 있는 그물버섯



가장 선호하는 식용버섯인 그물버섯(왼쪽)과 가장 독이 강한 버섯 중 하나인 광대버섯(오른쪽)



거미망에 걸려있는 아침이슬이 참으로 신비해 보인다.



아주 멋지게 솟아오르는 흠 하나 없는 그물버섯



낙엽을 치워보니 훨씬 더 큰 몸통을 드러내고 있는 그물버섯



이날 채취한 그물버섯 중 가장 좋은 몸매를 지니고 있는 그물버섯. 몸통 속은 정말 단단했다.



거의 찾기가 불가능한 그물버섯(상). 나뭇가지와 낙엽을 치우고 보니 대단히 큰 버섯(하) 



이날 2시간 동안 숲에서 내가 채취한 그물버섯은 30개.... 지금껏 최고의 기록이다.



내가 채취한 손바닥보다 더 큰 그물버섯들



채취한 그물버섯 껍집을 벗겨내면서 손질을 하고 있다. 이 또한 2시간이나 걸렸다.



버섯몸통 속살은 그야말로 희고 희였다. 마치 단단한 밤의 속살 같다.



껍질을 벗겨낸 그물버섯을 잘게 조각을 낸다. 그리고 여러 번 물로 깨끗하게 씻는다.



씻은 그물버섯을 약간 소금을 뿌린 물에 20분 동안 끓인다. 물기를 뺀 버섯을 유리병이나 냉동실에 보관한다.  



이렇게 손질한 버섯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요리해서 먹는다.



삶은 햇감자와 버섯요리로 버섯 채취 체험의 기쁨을 마음껏 누려보았다. 이날 채취한 그물버섯은 두 달 정도 넉넉하게 먹을 수 있는 양이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2. 10. 8. 08:24

바레나 지방(Varėnos rajonas)은 리투아니아 남동부 지방으로 대부분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숲에는 주로 소나무가 자란다. 여름과 가을에 숲에서 딴 버섯이나 열매(크랜베리, 붉은 빌베리 등)을 팔아서 겨울을 보낸다. 

식용버섯은 그물버섯, 꾀고리버섯, 녹색버섯 등이다. 특히 그물버섯(이탈리아어로 포르치니, porcini)이고, 몸통이 뚱뚱하고 매두 다부지게 생겼다. 향과 맛이 좋아 유럽에서 최고급 버섯 중 하나이다.  

* 식용버섯 그물버섯, 버섯의 왕 [관련글]
* 대표적 독버섯 광대버섯 [관련글]
* 식용버섯 꾀꼬리버섯 [관련글]

이 지역의 토지는 비옥하지 못해서 옛부터 주민들은 숲에서 생계 수단을 찾는다. 그래서 옛부터 "버섯도 없고 열매도 없으면 주기야 아기싸는 나체다"라는 말이 내려온다. 즉 딸에게 옷사서 입힐 돈이 없다는 뜻이다. 이 지방의 수도이자 유럽의 버섯수도로 자칭하는 바레나에서 열린 버섯 축제에 최근 다녀왔다. 아래 영상으로 바레나 숲과 버섯 축제를 소개한다. 


영상 말미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말린 버섯은 한국의 곶감이나 말린 고추를 연상시킨다. 


한편 위 지도에서 보듯이 이 지방의 남쪽과 동쪽 경계산은 얼핏 한반도의 남해안과 동해안을 닮아서 더욱 정감이 간다. 마치 산동반도와 고조선 땅을 품고 있는 한반도가 눈에 아른거리는 듯하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0. 10. 8. 06:58

리투아니아 숲은 8월 하순부터 9월 하순까지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바로 버섯을 채취하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은 채취한 버섯을 잘 다듬어 말리거나 끓어서 겨울철 양식을 위해 준비한다. 한편 이맘 때면 버섯으로 인한 사고가 잦아진다.

어느 버섯이 식용버섯이고 어느 버섯이 독버섯인지 헷갈리는 사람들도 있다. 식용버섯과 비슷한 모양의 독버섯을 채취할 수도 있다. 나는 리투아니아 숲 속에서 맛 좋기로 이름난 오직 두 버섯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하나는 그물버섯인 바라비카스이고, 다른 하나는 꾀꼬리버섯인 보베라이테이다.

지난번 우산버섯도 좋은 버섯이라고 친구가 권하기에 그때까지 전혀 알지 못한 버섯이라 눈앞에 보고도 채취하지를 않았다. 하지만 어디에서나 불신과 모험심이 강한 사람이 있다. 최근 한 리투아니아 사람이 버섯을 먹고 사망했다.
 
례투보스 리타스 10월 7일자 신문 기사에 따르면 빌뉴스 지방에 살고 있는 50세 남자가 푸른 광대버섯을 먹은 후 이번주 화요일에 사망했다. 그는 독버섯으로 알려져 있는 광대버섯이 진짜 독을 가지고 있는지를 직접 먹으면서 실험했다.


리투아니아에는 60여 종류의 독버섯이 있고, 대표적인 독버섯은 광대버섯이다. 이 버섯의 리투아니아어 이름은 musmirė(무스미레)인데 파리가 죽었다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름에서부터 벌써 맹독성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이 사람은 광대버섯의 독성여부를 직접 확인하기로 결심했다.


지난해 그는 붉은 광대버섯을 끓여서 먹었는데 아무런 탈이 생기지 않았다. 이에 그는 역사를 통해 치명적인 독이 있다는 것은 다 조작된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올해는 이보다 더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푸른 광대버섯을 먹어보기로 결심했다. (오른쪽 사진: 대표적인 독버섯인 붉은 광대버섯)

이 버섯을 끓여서 먹은 후 별다른 탈이 없자 그는 자신의 실험과 확신에 몹시 기뻐했다. 하지만 만 하루가 지난 후부터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속이 불편했고,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병원에 입원했으나, 이미 독성이 펴져 의사들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푸른 광대버섯을 먹은지 5일만에 그는 사망했다. 이 버섯을 먹으면 대체로 7일 안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버섯에 대한 불신으로 목숨을 담보로 자신을 실험하고자 한 그는 결국 사망하게 되었다.

옛부터 바닷물은 짜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이것을 진리로 그대로 믿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를 불신하고 바닷물을 꼭 자기 입으로 마셔보고 짜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 이 경우엔 심한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독버섯을 불신하고 직접 체험해보겠다고 하는 것은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는 세상 일을 곧이 곧대로 믿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미 알려진 사실을 부정하고 자기 체험을 해보겠다는 것도 문제임을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좋은 사례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 최근글: 박칼린 계기로 알아본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