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20. 10. 20. 05:49

몇 해 전 가을 리투아니아 숲 속에 현지인 친구의 권고로 채취한 버섯을 집으로 가져와서 리투아니아인 아내로부터 잔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관련글: 아내에게 독버섯으로 오해받은 큰갓버섯]. 아래 사진이  바로 당시 채취해서 찍은 버섯이다.  
   

확실하게 식용버섯인 줄을 몰라서 그땐 버릴 수 밖에 없었다. 최근 유럽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채취한 식용버섯이라면서 이와 유사한 버섯 사진을 페이스북 등에 올렸다. 사진들 중 최고 압권은 슬로바키아 니트라(Nitra)에 살고 있는 에스페란토 친구 페테르(Peter Baláž)가 찍은 것이다[아래 모든 사진은 페테르가 제공한 사진. La subaj fotoj:  kompleze de Peter]. 궁금해서 그에게 물었다.

"혹시 이 버섯이 amanita vaginata(우산버섯)이냐?"
"이 버섯은 macrolepiota procera(큰갓버섯)이다. 맛좋은 식용버섯이다."

그동안 이 버섯을 우선버섯으로 알고 있었는데 페테르 덕분에 이 버섯의 이름을 정확하게 알게 되었고 또한 유럽 사람들이 좋아하는 버섯 중 하나임을 알게 되었다. 유럽인들이 즐겨먹는 버섯은 그물버섯, 꾀꼬리버섯(살구버섯), 붉은젖버섯 등이다.   

큰갓버섯의 갓은 양산이나 우산을 빼닮았다. 처음에는 둥글다가 점점 볼록해지고 편평해진다. 나중에는 이름대로 큰갓이 된다. 온대 기후에서 주로 습한 풀밭에서 자란다. 


줄기가 길쭉하다. 주로 갓을 먹고 줄기는 가죽처럼 질겨서 버린다. 분말용으로 먹을 때에는 줄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바구니 왼쪽에 있는 갓처럼 큰갓버섯의 갓은 이렇게 넓고 평평하다.



유럽 사람들은 이렇게 버섯을 채취해 겨울철 식량을 준비한다.


바구니 가득 채취한 큰갓버섯에 만족해 하는 슬로바키아 페테르 부부...


차 짐칸이 이날 채취한 큰갓버섯으로 가득 찼다.  


"슬로바키아 사람들은 보통 큰갓버섯을 어떻게 요리해서 먹나?"
"가장 맛있는 요리는 빵가루를 발라서 튀긴 요리다. 그냥 기름 위에 날것을 튀겨서 소금, 후추, 마늘 등으로 양념해서 빵 위에 발라 먹기도 하다. 이 밖에 건조시켜 분말로 만들어 소스나 수프에 양념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앞으로 숲이나 풀밭에서 큰갓버섯을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채취해서 위에서 페테르가 말한 대로 요리를 해서 먹어봐야겠다. 한편 큰갓버섯과 유사하게 생긴 독우산광대버섯과 흰독큰갓버섯은 독성이 강한 버섯이므로 필히 주의해야 한다.
Posted by 초유스
발트3국 여행2020. 5. 22. 17:52

중유럽이나 동유럽 그리고 북유럽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아침 식탁에서 흔히 만나는 빵이 하나 있다. 짙은 갈색이나 다크 초콜릿색을 띤 빵이다. 보통 밀가루로 만든 빵은 흰빵이라 부르고 이 빵은 흑빵이라 부른다. 또한 주된 재료가 호밀(라이보리)이라 호밀빵이라 부른다.  

이 지역은 호밀이 많이 자란다. 2018년 세계에서 호밀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독일, 러시아, 폴란드, 벨라루스, 덴마크 순이다. 또한 발트 3국 중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도 호밀을 많이 수출하고 있다.

호밀빵은 단백질, 식이섬유, 비타민, 망간 등 필수적인 영영소 함량이 풍부하다. 미국 식약청에 따르면 하루에 호밀 베타글루칸(beta-glucan) 4그램 이상 섭취하면 혈중콜레스테롤 지수이 낮아지고 심혈관 질환의 위험 요소가 줄어든다. 

호밀빵은 밀도가 높고 시고 강한 맛이 난다. 소화가 천천히 되어서 흰빵보다 더 늦게 배고픔을 느낀다. 처음 먹는 사람들은 특유한 맛으로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이럴 때 현지인이 자주 하는 말이 "흰빵보다 흑빵이 훨씬 건강에 더 좋아!"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갈 때 챙겨가는 음식 중 하나가 호밀빵이고 외국에 살거나 유학하는 자녀에게 종종 소포로 보내는 음식 중 하나가 호밀빵이다. 오늘은 리투아니아 사람들과 인근 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호밀빵 버섯국(버섯수프, 버섯스프)를 소개한다. 집에서 빵굽기가 쉽지 않는 일이므로 주로 음식점에서 먹는다. 

호밀빵 버섯국를 주문하면 이렇게 원통 빵이 나온다. 생긴 모양이 버섯을 닮았다. 일반적으로 몸통이 통통한 그물버섯을 닮았다. 그물버섯은 가장 비싼 유럽산 버섯 중 하나다. 그물버섯에 관한 내용은 해당글에서 읽을 수 있다. 


버섯국은 보이지 않고 왜 호밀빵만 가지고 왔지라면서 의아해할 수도 있겠다. 
짙은 갈색의 덮개를 열면 뜨거운 국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감자, 당근, 강남콩, 양파, 셀러리, 버섯, 소시지 혹은 고기 등의 재료로 국을 만든다. 
미리 구워놓은 원통형 빵의 속을 파낸다.
그리고 그 안에 국을 붓는다. 
녹색의 파슬리가 시각을 자극해 미각을 돋구는 듯하다.    


유럽인들은 국에 사워크림(sour cream)을 넣어서 즐겨 먹는다. 
사워크림은 시큼하고 톡쏘는 맛을 준다.
국물이 아주 뜨거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빵은 다 먹을 수 있다. 국으로 더 부드러워진 빵벽을 긁어서 먹는 재미도 솔찬하다.  


보통 유럽 사람들은 음식점에서 세 가지(전식, 주음식, 후식) 음식을 먹는다. 이 버섯국은 전식으로 시키는 음식이지만 이것만 먹어도 충분히 배가 부르다. 발트 3국이나 중동유럽이나 북유럽으로 여행하는 사람은 꼭 한번 이 호밀빵 버섯국를 맛보길 권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7. 9. 25. 07:46

가을이다. 유럽 친구들의 버섯 채취 사진들이 연일 페이스북에 올라오고 있다. 지금껏 여러 번 버섯 채취에 나섰지만 그다지 큰 수확을 거두지 못했다. 그래서 별다른 관심이 없다. 그런데 최근 최고의 수확을 거두었다. 



시간이 다소 한가하고 날씨가 쾌청한 주말이라 아내의 부추김으로 지방에 사시는 장모님을 방문했다. 가을날 최고의 체험은 청정한 숲에서 버섯을 채취하는 것이라는 꾀임에 또 넘어가야 했다. 이날 버섯 체험을 사진과 함께 올려본다.

동녁에 해가 뜨는 시각에 맞춰 숲으로 떠났다. 
부지런한 사람에게만 버섯이 보이니라~~~ 


벌목한 곳에 아침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다.



습한 숲으로 인해 장화를 싣어야 하고, 혹시 모를 진드기의 진입을 막기 위해 손목과 발목을 꼭 덮는 옷을 입어야 한다.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방향을 잃지 않는데 매우 중요하다. 자주 이름을 불러 일행의 위치를 파악한다.



식용버섯이 어디에 숨어 있을까... 

멈춰서 360도로 찬찬히 살펴본다.



가장 값 비싸고 선호하는 식용버섯은 바로 그물버섯(Boletus edulis)이다. 

전나무 낙엽 위에 우뚝 솟아 있는 그물버섯



이끼 속에 숨어서 자라오르고 있는 그물버섯



가장 선호하는 식용버섯인 그물버섯(왼쪽)과 가장 독이 강한 버섯 중 하나인 광대버섯(오른쪽)



거미망에 걸려있는 아침이슬이 참으로 신비해 보인다.



아주 멋지게 솟아오르는 흠 하나 없는 그물버섯



낙엽을 치워보니 훨씬 더 큰 몸통을 드러내고 있는 그물버섯



이날 채취한 그물버섯 중 가장 좋은 몸매를 지니고 있는 그물버섯. 몸통 속은 정말 단단했다.



거의 찾기가 불가능한 그물버섯(상). 나뭇가지와 낙엽을 치우고 보니 대단히 큰 버섯(하) 



이날 2시간 동안 숲에서 내가 채취한 그물버섯은 30개.... 지금껏 최고의 기록이다.



내가 채취한 손바닥보다 더 큰 그물버섯들



채취한 그물버섯 껍집을 벗겨내면서 손질을 하고 있다. 이 또한 2시간이나 걸렸다.



버섯몸통 속살은 그야말로 희고 희였다. 마치 단단한 밤의 속살 같다.



껍질을 벗겨낸 그물버섯을 잘게 조각을 낸다. 그리고 여러 번 물로 깨끗하게 씻는다.



씻은 그물버섯을 약간 소금을 뿌린 물에 20분 동안 끓인다. 물기를 뺀 버섯을 유리병이나 냉동실에 보관한다.  



이렇게 손질한 버섯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요리해서 먹는다.



삶은 햇감자와 버섯요리로 버섯 채취 체험의 기쁨을 마음껏 누려보았다. 이날 채취한 그물버섯은 두 달 정도 넉넉하게 먹을 수 있는 양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6. 9. 19. 05:28

최근 페이스북 에스페란토 친구가 자기 어머니가 채취한 버섯 사진을 올렸다. 어머니가 캐나다 동부 대서양에 접해 있는 뉴브런즈윅(New Brunswick) 주에서 채취했다. 버섯 하나의 무게가 무려 3.6 kg!!! 참나무 아래에서 발견했다. [사진: photo: Louise Richard]

 

처음 보는 버섯으로 마치 이상한 괴생물체를 보는 듯했다. 영어 버섯명 Grifola frondosa을 검색해보았다. 생긴 모습과는 달리 건강에 아주 좋은 식용버섯이다. 

한국어로 잎새버섯, 일본어로 마이다케 버섯

잎새버섯은 항암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영지버섯이나 상황버섯은 딱딱해서 달여먹어야 하지만, 이 잎새버섯은 보통의 식용버섯처럼 여러 가지로 요리를 해먹을 수 있다고 한다. 갈색 외모에 하얀 속살이 단연 돋보인다.  

짤게 썰어 후라이팬에 요리해 비닐팩에 넣어둔다.

항암효과에 뛰어나다는 잎새버섯을 이렇게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종종 버섯 하나 무게가 20 kg에 이른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이 잎새버섯은 리투아니아에서는 멸종위기종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5. 10. 2. 07:25

발트 3국 관광안내사 일을 하면서 수 차례 에스토니아 탈린을 방문했다. 여름내내 일정이 맞지 않아 현지 에스토니아인 친구를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며칠 전 그를 만났다. 만나자마자 그는 태블릿 컴퓨터를 꺼내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이야기에 푹 빠졌다. 최근 그의 가족은 숲 속을 다녀왔다. 바로 버섯채취 계절이기 때문이다.


에스토니아는 45,000평방 킬로미터의 면적을 가지고 있고 그 중의 50%가 숲이다. 숲에는 소나무, 자작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버섯채취를 하다가 잠시 쉬고 있는 친구의 모습이다,


숲에는 버섯뿐만 아니라 빌베리(billbery), 크랜베리(cranberry) 등도 많이 자라고 있다.



버섯 중 가장 으뜸으로 꼽히는 그물버섯(boletus)이다.



그의 가족이 주말에 채취한 버섯이다, 



딸이 채취한 버섯을 종류별로 가지런히 정리하고 있다. 그물버섯, 달걀버섯, 살구버섯...



이렇게 정리한 버섯을 보니 식탁 위헤 맛있는 버섯 요리가 떠오른다.  



올해는 바빠서 우리 가족하고 버섯 채취를 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 다음 기회에 에스토니아 현지인 친구따라 버섯 채취 나들이를 함께 하고 싶다. [사진제공: Tonu Hirsik]

Posted by 초유스
다음첫면2014. 12. 24. 07:40

선물을 주고 받는 계절이다. 어제 낮 우리 집 아파트에서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다. 비디오폰으로 보니 윗집에 사는 이웃이었다. 손에는 무엇인가를 들고 있다. 문을 열고 보니 보니 버섯 목걸이였다. 버섯이 주렁주렁 실에 꿔메져 있었다.

"아니 뭘 이런 것을 다 주시다니..."
"숲에서 직접 채취한 버섯을 말린 것이에요.약소하지만 받아요."
"감사합니다."


이 버섯 이름은 리투아니아어로는 바라비카스(baravykas)고, 이탈리아어로는 포르치니(porcini)고 한국어로는 그물버섯이다. 버섯 몸통이 아주 다부지게 생겼다. 향, 씹는 맛, 그리고 감촉이 다 좋아서 여기선 최고로 값이 나가는 버섯이다. 교민들은 이 버섯을 두고 유럽의 송이버섯이라 부르기도 한다. 

올해따라 크리스마스이자 연말 선물로 받은 이 그물버섯에 아주 고마웠다. 
사연인즉 지난 가을 그물버섯을 채취하기 위해 원시림 수준의 숲 속에서 네 시간 정도 돌아다녔다. 그런데 한 개도 채취하지 못했다. 같이 같 일행도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버섯 채취하러 집을 나설 때는 바구니 가득 이 버섯을 채취해 잘 말려서 햇볕이 거의 전부한 겨울철에 비타민D 섭취용으로 즐겨 먹기를 듬뿍 기대했는데 말이다. 숲 속에서 고생만 잔득하고 빈털터리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참고로 아래 사진은 예전에 직접 찍은 그물버섯 모습이다. 보기에도 몸통이 단단하게 생겼다. 그래서 그런지 이 버섯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는 벌레가 거의 없다. 



어제 받은 그물버섯 선물이 바로 이날을 떠올리게 했다. 아래집 윗집으로 살다보니 영감이 통했는지 이 버섯 선물을 받게 되어 기뻤다. 



말린 그물버섯을 찬장에 걸어놓고 국이나 라면을 끓일 때 몇 조각씩 떼어내어 먹어야겠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9. 18. 06:22

요즘 리투아니아 숲 속은 사람들로 붐빈다. 야생 버섯이나 열매를 채취하기 위해서이다. 어제 오후쯤 아파트 윗층에 사는 주부가 초인종을 눌렀다. 

"이거 숲에서 오늘 아침에 내가 직접 채취한 버섯이야. 한번 요리해 먹어봐. 맛있을 거야."
"아이구, 감사합니다."


막상 이렇게 받았지만, 우리 부부는 순간 고민스러웠다. 흔히 알고 있는 식용버섯이 아니라 정말 낯설은 버섯이었기 때문이다. 그물버섯, 꾀고리버섯 등 두 서너 개 외에 알고 있는 식용버섯이 전무하다. 이웃이 가고 난 다음 부엌에서 우리 부부는 경계심을 가지고 버섯을 대했다.

"우리 먹을까? 아니면 버릴까?" 아내가 먼저 물었다.
"설마 이웃이 이웃을 해하려고 버섯을 선물할까?"
"의도는 좋지만, 혹시 이 버섯들 중 정말 비슷하게 생긴 독버섯이 있을 수 있잖아!"
"이 세상 모든 버섯은 다 먹을 수 있는 데 한 번이냐 아니면 여러 번이냐 그 차이뿐이야."
"일단 이 버섯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해보고 먹을 지를 결정하자."


리투아니아어로 gudukas이고, 라틴명은 rozites caperate이다. 한국어로는 노란띠버섯이다. 검색해보니 식용과 약용으로 사용되는 버섯이다.

"맛일까?"
"양념에 따라서."

이웃은 친절하게 요리법도 일러주었다.
버터에 적당하게 튀긴 후 마지막에 양파를 짤게 썰어넣고 소금으로 간하면 된다.



이에 따라 아내가 요리했다.

처음에 의구심으로 보았는데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다. 요리하기도 쉬웠다.



"이웃이 준 버섯량은 4-5번 정도 요리할 수가 있다."
"우와, 우리 음식값 많이 절약하겠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다 이맘때면 숲 속으로 가잖아."
"겨울식량 비축하러 우리도 갈까?!"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2. 10. 21. 06:13

리투아니아는 이제 사방에 떨어진 단풍잎으로 가득 차 있다. 

일전에 빌뉴스 교외에 있는 현지인 친구 집을 찾아갔다.

"우리 집 정원에 아주 멋진 버섯이 자라고 있어."라고 자랑하는 친구따라 그곳으로 가보았다.

"이름이 뭐지?"
"우리도 몰라."
"하지만 참 독특하게 우뚝 솟았네."


아파트에 살고 사람에게 정원에서 이런 버섯이 주는 가을 정취는 마냥 부럽기만 하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2. 10. 8. 08:24

바레나 지방(Varėnos rajonas)은 리투아니아 남동부 지방으로 대부분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숲에는 주로 소나무가 자란다. 여름과 가을에 숲에서 딴 버섯이나 열매(크랜베리, 붉은 빌베리 등)을 팔아서 겨울을 보낸다. 

식용버섯은 그물버섯, 꾀고리버섯, 녹색버섯 등이다. 특히 그물버섯(이탈리아어로 포르치니, porcini)이고, 몸통이 뚱뚱하고 매두 다부지게 생겼다. 향과 맛이 좋아 유럽에서 최고급 버섯 중 하나이다.  

* 식용버섯 그물버섯, 버섯의 왕 [관련글]
* 대표적 독버섯 광대버섯 [관련글]
* 식용버섯 꾀꼬리버섯 [관련글]

이 지역의 토지는 비옥하지 못해서 옛부터 주민들은 숲에서 생계 수단을 찾는다. 그래서 옛부터 "버섯도 없고 열매도 없으면 주기야 아기싸는 나체다"라는 말이 내려온다. 즉 딸에게 옷사서 입힐 돈이 없다는 뜻이다. 이 지방의 수도이자 유럽의 버섯수도로 자칭하는 바레나에서 열린 버섯 축제에 최근 다녀왔다. 아래 영상으로 바레나 숲과 버섯 축제를 소개한다. 


영상 말미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말린 버섯은 한국의 곶감이나 말린 고추를 연상시킨다. 


한편 위 지도에서 보듯이 이 지방의 남쪽과 동쪽 경계산은 얼핏 한반도의 남해안과 동해안을 닮아서 더욱 정감이 간다. 마치 산동반도와 고조선 땅을 품고 있는 한반도가 눈에 아른거리는 듯하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1. 3. 15. 06:34

리투아니아 대형마트 막시마(Maxima)에 한국산 버섯이 판매된다는 이야기를 지난해 어느 날 전해들었다. 막시마에 갈 때 한번 확인을 해보겠다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버섯 요리에 재주가 없고 또한 리투아니아 버섯이 있는데 값이 비쌀 것 같은 한국산 버섯을 구입할 필요성을 그렇게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가을 여기저기에서 받아놓은 리투아니아산 버섯이 아직 우리 집 냉장고에 남아 있다.

일전에 몇몇 교민들을 만났는데 한국산 버섯이 화제에 떠올랐다. 이번에는 꼭 가서 직접 확인하기할 것을   확인해봐야지라고 다짐했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정말 여전히 막시마 식품판매장에 한국산 버섯이 팔리고 있을까 궁금했다.

첫눈에 한글이 들어왔다. 세 종류의 한국산 버섯이 있었다. 팽이버섯, 새송이버섯, 황금송이버섯이었다. 아내의 습관대로 늘 원산지와 유효기간을 해보았다. 경북 청송에서 재배된 진짜 한국산 버섯이었다. 반가웠다. 옆에 있던 아내는 "한국에서 정말 왔다면 신선도가 얼마나 잘 유지되고 있을까?"를 물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경북 청송에서 재배되어 유럽 리투아니아에서 팔리고 있는 팽이버섯
 

일반적으로 리투아니아 상점에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매장 현장 사진 찍기가 힘든다. 언젠가 찍다가 경호원에게 쓴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이를 핑계 삼아 한국산 버섯을 사게 되었다.

그런데 팽이버섯 리투아니아어와 에스토니아어 제품설명표를 보니 한국산이 아니라 북한산으로 기재되어 있다. 한국인들에게는 한글이 있고 또한 제배사가 경북에 있으니 당연히 한국산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이를 모르는 사람들은 이 제품설명표만을 보고 북한산 버섯이라 당연히 믿을 것이다. 물론 사실과 전혀 다르지만, 이렇게 북한이 발트 3국에 버섯수출국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한국인 지인이 막시마 회사에 이를 수정할 것을 부탁했다는 일이 떠올랐다. 아직 변경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새송이버섯의 원산지는 마치 통일 한국을 연상시킨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세 나라 다 "Koreja(Korea)"로 표기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팽이버섯 원산지는 리투아니아어 북한, 에스토니아어 북한, 라트비아어 Korea로 표기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새송이버섯 원산지는 세 나라 모두 Koreja(Korea)로 표기하고 있다.
 

현장 인증샷을 찍지 못한 덕분에 구입한 팽이버섯으로 국을 끓여먹었다. 이제 새송이버섯이 자신의 때를 기다리고 있다. 조만간 해당 회사에 오류를 지적해주어야겠다.  

* 최근글: 폴란드판 개똥녀 봉변 - 살아보면 이해 간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1. 1. 21. 06:18

한국을 여러 차례 다녀온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주변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의 하루 식사에 대해 묻는 말에 "아침에도 밥, 점심에도 밥, 저녁에도 밥이다. 뜨거운 국(수프)과 다양한 반찬이 인상적이다."라고 답한다.

한국인들은 국을 자주 먹지만,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레스토랑에 가면 수프, 샐러드, 메인, 후식의 메뉴가 있지만, 일상 3끼에는 국이 그렇게 흔하지 않다. 우리 집 경우에는 주로 시간이 여유로운 주말에 끓여먹는다.

리투아니아 수프 중 흑빵 버섯 수프를 좋아한다. 집에서 만들기는 어렵다. 라이보리로 둥근 빵을 만든다. 윗 부분을 짜르고 그 안을 파내고 버섯 수프를 담는다. "수프를 주문했는데 수프가 아니라 빵을 가져왔네."라고 얼핏보기에 생각할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버섯 수프를 먹으면서 흑빵을 쪼금씩 뜯어먹기도 한다. 리투아니아에 오는 사람들에게 이 흑빵 버섯 수프를 한번 먹어볼 것을 권한다.

* 최근글: 유럽인 장모의 사위 대접 음식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0. 9. 26. 09:18

얼마 전 북동유럽 리투아니아 숲에서 버섯을 채취했다. 주된 목적은 곧 펴낼 책에 들어갈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이날따라 최고로 치는 그물버섯(바라비카스, baravykas, boletus)을 찾기가 힘들었다. 리투아니아 버섯의 왕인 그물버섯을 찾아 헤메느라 다른 버섯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같이 간 친구는 꾀꼬리버섯 등 여러 식용버섯을 벌써 서너 바구니를 채취했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자 바구니가 더욱 빈 것 같아 초조하기까지 했다. 아무리 사진촬영이 목적이라고 하지만 며칠 동안 먹을 수 있는 버섯량을 기대할 아내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그물버섯이 보이지 않기에 우리 집 식구 수만큼이라도 채취할 수 있게 해달라고 빌어보기도 했다. 친구의 바구니를 보니 우산나 갓처럼 생긴 넓적한 버섯이 있었다.    

"이거 무슨 버섯인데?"
"큰갓버섯(Macrolepiota procera, granda sunombrelfungo).
"
"먹을 수 있어?"
"있으니까 바구니에 들어있지."
"어떻게 요리해?"
"깨끗하게 씻어서 후라이팬에 튀기면 돼."


이 말을 듣자 조금 전 이 버섯 군락지가 떠올랐다. 우산처럼 생긴 버섯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그때는 이름뿐만 아니라 식용여부를 전혀 알지 못했다. 친구가 식용이라고 하자 그 군락지가 생각났다. 기억을 더듬어 울창한 숲 속에서 그 장소를 찾아보았으나 결국 찾지를 못했다. 큰갓버섯으로 체면을 살려보려고 했는데.... 그 군락지를 포기해야 했다.


나중에 넓적한 큰갓버섯 하나를 채취했다. 그물버섯 다섯 개, 큰갓버섯 한 개가 이날 채취한 버섯량이었다. 하루 종일 숲 속에서 보낸 것에 비해 채취량이 너무 빈약하자 아내는 버섯을 다듬으면서 투덜거렸다. 아내의 불만은 큰갓버섯을 보자 폭발했다.


"당신은 누굴 죽이려고 이런 독버섯을 따가지고 왔나?" (아내도 큰갓버섯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친구가 식용이라고 말했는데......"
"특히 버섯은 친구말만 믿어서는 안 돼."
"그렇게 의심이 되면 먹지 말자."


아내도 나도 생전 처음 이름을 알게 된 이 큰갓버섯은 이렇게 식탁 대신에 쓰레기통으로 가게 되었다. 식용인 큰갓버섯은 독버섯인 독우산광대버섯이나 흰독큰갓버섯과 유사해서 아주 주의를 해야 한다[관련글].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0. 9. 20. 07:30

요즘 리투아니아에 사는 친구들뿐만 아니라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에 사는 친구들과 버섯채취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유럽인들이 좋아하는 버섯은 무엇일까? 그물버섯(Boletus), 꾀꼬리버섯(Cantharellus), 라우돈비르쉬스(Raudonviršis, Leccinum), 루드메세(Rudmėsė, Lactarius deterrimus) 등이다.

이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버섯은 바로 그물버섯이다. 리투아니아어로는 바라비카스(baravykas)이고, 이탈리아어로는 포르치니(porcini)이다. 버섯 몸통이 뚱뚱하고 아주 다부지게 단단하다. 향, 씹는 맛과 감촉이 모두 아주 좋다.

지난 토요일 리투아니아 현지인 친구와 함께 숲 속에서 그물버섯을 찾아헤맸다. 버섯채취 실력이 없어서 그런지 아니면 벌써 철이 지나서 그런지 손가락 꼽을 정도로만 그물버섯을 찾아내었다.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가 한 마디했다.

"7시간을 숲 속에서 보낸 시간이 아깝고 아깝다!"
"버섯량은 적지만, 직접 사진을 찍는 데 성공한 것에 만족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에 있는 그물버섯은 그마나 초록색 한 가운데 있어서 좀 쉽게 발견했다. 하지만 그물버섯은 갓이 갈색 계통이라 낙엽 주위에 있으면 정말 찾기가 어렵다. 이날 찍은 그물버섯이다. 유럽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버섯을 한번 구경해보세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 사진은 그 사진 위의 버섯과 동일한다. 몸통을 둘러싸고 있는 이끼류를 걷어내자 위에 드러난 부분보다 3배나 더 큰 모습을 하고 있다. 아내는 이 버섯을 다듬어서 물에 얼마간 끓인 후 다음에 먹기 위해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0. 9. 19. 17:51

어제 장장 7시간을 리투아니아 숲 속에서 버섯을 찾아헤멨다. 성과는 좋지 않았다. 겨우 두 사람이 하루 한 끼를 해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같이 간 친구는 비교적 많이 채취했다. 가장 가치 있는 바라비카스(baravykas, 그물버섯) 다섯 개를 채취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버섯도 사람을 가리는 것 같아서 버섯채취보다는 사진찍기에 무게를 두었다. 이날 만난 가장 아름다운 버섯은 붉은색에 하얀 점이 박힌 광대버섯이다. 광대버섯은 리투아니아어로 무스미레(musmirė)이다. 즉 파리를 죽이는 버섯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광대버섯은 독버섯이다.(canon 20d, sigma 18-250 mm)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광대버섯을 볼 때마다 아름다운 장미엔 가시가 있듯이 아름다운 버섯엔 독이 있다라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0. 9. 7. 07:33

요즘 리투아니아 숲 속은 사람들로 붐빈다. 바로 버섯채취 기간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최고로 치는 버섯은 바라비카스(baravykas)이다. 라틴어로 boletus edulis이고, 이탈리아어로 포르치니이다. 한국의 송이버섯과 비슷한 버섯으로 알려져 있다.

향기가 뛰어나고 씹는 맛과 감촉이 좋다. 이 버섯의 생김새는 성장함에 따라 달라진다. 어릴 때에는 몸통 아래가 살쪄서 통통하고, 머리 부분은 아주 작다. 자라면서 머리 부분이 점점 커지고, 몸통의 크기는 작아진다. 갓 색깔은 연한 갈색이다. 바라비카스는 숨기의 천재인 듯하다. 이 버섯을 찾으면 마치 한국에서 산삼이라도 발견한 듯이 주위 사람들로 기뻐한다.
 
최근 버섯채취를 한 친구는 이 바라비카스를 17kg이나 채취했다. 그는 자랑삼아 나에게 사진을 보내왔다. 이번 주말에 갈 때는 꼭 나를 데리고 가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사진제공: Aleksejus Karpovas)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8. 9. 17. 14:25

한국에선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아 대접할 정도로 사위를 맞이하는 장모의 정성이 지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버섯관련 신문 기사를 읽고, 리투아니아에선 장모에게 선물할 가장 좋은 음식이 바로 광대버섯이라고 농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리투아니아 광대버섯은 독성이 아주 강해 사망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버섯이다.

지난 주말 독버섯을 먹고 병원치료를 받은 빌뉴스 시민이 11명이고, 이중 한 명은 아직도 중태에 빠져 있다. 버섯 따는 철인 지금 리투아니아 숲 속에선 60여 종류의 독버섯이 숨어서 버섯 따는 사람들의 실수를 노리고 있는 듯하다. 리투아니아의 대표적인 독버섯 광대버섯은 리투아니아어로 “musmire(무스미레)”이다. 이는 “파리가 죽었다”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 이름에서부터 벌써 맹독성을 느끼게 한다. 

일전에 딸아이는 다음날 버섯을 따러갈 아빠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빠, 내일 숲에서 모자(갓)가 빨갛고 하얀 점이 많은 버섯은 절대로 따면 안 돼요. 정말 아름다운 버섯이지만 사람을 죽게 하니까요. 조심하세요.”
다음날 비가 와서 버섯을 따러가지 못했다.  

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처럼 장모에게 선물할 가장 좋은 음식을 광대버섯이라 농담할까? 궁금해진다. 리투아니아 정착 초기 친구들 집에 초대를 받아 갔을 때 친구들은 집안 곳곳을 구경시켜 주었다. 어떤 친구는 작은 방 앞에서 장모가 왔을 때 머무는 “장모방”이라고 소개했다. 다른 친구는 물건을 놓아두는 어두운 방을 “장모방”이라 소개했다. 물론 피하지 못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실제로 이 “장모방”에 장모를 머물게 하지는 않는다. 단지 은유적인 표현일 뿐이다.

주위 사람들을 살펴보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처가에 살고 있다. 보통 단독주택에서 1층이 처가고, 2층이 자기 집이다. 그러므로 자연히 장모와 만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장모가 집안대사에 깊이 관여하는 일이 많아진다. 더군다나 리투아니아 가정에서는 아내의 목소리가 남편보다 더 크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사위가 골방을 “장모방”이라 부르고, 장모에게 선물할 가장 좋은 음식이 “광대버섯”이라 농담하게 된 것 같다.

* 부산일보 2008년  9월 20일 "통신원 e-메일"에도 게재됨.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