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20. 6. 17. 05:11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해서 3월 초중순에 폐쇄했던 국경을 유럽 국가들이 하나둘씩 다시 개방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6월 3일부터, 프랑스는 6월 15일부터, 스페인은 6월 21일부터 외국인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쉥겐협약 회원국가의 시민이나 거주권자들이 우선 혜택을 받는다.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슬로바키아 그리고 슬로베니아는 영국과 스웨덴 등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아직 안전하지 않는 국가들을 제외한 나머지 유럽 국가들에 대한 입국 제한조치를 이미 해제했다.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그리고 에스토니아의 발트 3국은 6월 1일부터 유럽 국가들의 시민이나 거주자들의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이 빠르게 늘어나나 예년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리투아니아는 국내관광을 활성화시키 위해 이틀을 숙박하면 3일째 되는 날의 숙박료를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올 여름철은 국내여행이 대세일 수밖에 없다. 발트 3국 친구들은 벌써 자신들의 국내여행 소식들을 사회관계망을 통해 올리고 있다. 여름철 최고의 여행지로 에스토니아는 패르누(Pärnu), 리투아니아는 팔랑가(Palanga) 그리고 라트비아는 유르말라(Jūrmala)가 꼽힌다. 

번잡한 인산인해 해수욕장을 선호하지 않을 경우 위 세 곳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인적이 드문 모래해변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예를 들면 유르말라 마요리(Majori) 기차역 주자창에서 128번 도로를 따라 30km를 이동하면 클랍칼른치엠스(Klapkalnciems) 마을이 나온다.  


도로변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해변을 향해 걸어가면 낮은 모래언덕을 만난다. 생명력이 강한 풀과 꽃이 자라고 있다.  
 

노란 꽃은 발트해 동쪽 모래해변에서 흔히 발견되는 염소수염꽃(tragopogon pratensis, showy goat's-beard, meadow salsify, or meadow goat's-beard)이다. 영어로 일명 Jack-go-to-bed-at-noon(낮잠 자러가는 잭)이다. 


모래가 훤히 다 보이는 수심이 얕은 바다가 인상적이다. 
수영하기 위해서는 한참을 들어가는 수고를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잔잔하고 얕은 바다는 어린 자녀들과 함께 하기에 딱 적합히다. 


끝없이 길쭉하게 모래해변이 펼쳐져 있다. 달리기나 자전거타기로 30여km를 계속 동쪽으로 이동하면 유르말라가 나온다. 


그런데 좌우를 둘러보면 바위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리투아니아(해안선 총길이 94km)와 마찬가지로 라트비아(해안선 총길이 500km)도 거대한 해안 바위절벽은 없다. 지형이 대체로 사질토로 되어 있다.  


고개를 돌려 해변 모래바닥으로 내려다보니 죽은 갈매기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아직 부패되지 않았고 몸집이 비교적 작다.


이를 어찌할꼬?!
그냥 못 본 척하고 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곧 부패가 되면 벌레들이 모여들고 냄새도 날 것이다. 
주위를 살펴보니 사람들의 발자국도 여기저기 있다.

"아빠, 저 갈매기 불쌍해서 어떡하지?"
"죽은 생명이지만 우리와 인연이 되었으니 묻어주는 것이 좋겠다."
"알았어. 우리 같이 모래를 파자."
"그래. 우선 양지바른 자리를 고르자."
"아빠, 이렇게 하니 옛날 우리 집 햄스터를 묻어준 일이 생각난다."
"이럴 때 늘 아빠가 하던 말 기억나?"
"기억나지. 살아있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죽는다."
 
이렇게 딸아이 요가일래와 함께 갈매기를 묻어주기로 한다.


바닥이 모래이니 무덤파기가 수월하다.


갈매기를 묻고 난 다음 요가일래는 조약돌을 모아 묘 위를 장식한다. 
유럽 사람들은 봉분을 쌓지 않고 땅위를 평평하게 한다.   
  

넓적한 나무조각은 묘 앞 상판석을
나뭇가지는 묘비석을
조약돌 장식은 왕생극락을 비는 염주를 떠올리게 한다.  


갈매기의 육신은 이제 모래 속 고이고이 잠들어 있지만 
그의 영혼은 날아다니는 저 갈매기처럼 훨훨 날아가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6. 1. 20. 07:44

거짓말 같지만 지난해 12월 30일까지 북동유럽은 참으로 따뜻했다. 이러다가 정말 겨울 없는 겨울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라는 기대감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빗나갔다. 바로 12월 31일부터 영하 20도내외로 떨어지는 날씨가 열흘 동안 지속되었다. 조금 풀리는 듯했으나 요즘 다시 영하 15도 내외의 날씨를 보이고 있다.

스웨덴 내륙에 살고 있는 한국인 친구가 카카오톡으로 소식을 전해왔다. 그는 파리 한 마리가 날라와 창문에 붙어 있는 장면을 보았다. 


여름철에는 별일 아니지만, 겨울에 이렇게 파리가 나타나다니... 처음 목격하는 일이라 그는 바깥온도를 재어보았다. 무려 영하 16.8도였다. 


* 사진 제공: 정흥


이런 혹한에도 파리가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4. 8. 27. 06:33

일전에 8개월 미국 생활을 마치고 마르티나가 집으로 돌아왔다. 여행가방에서 짐을 꺼내는 과정에서 거미를 발견했다. 우리 집 식구들은 모두 거미를 무서워한다. 작은딸 요가일래가 소리쳤다.

"아빠, 빨리 와! 여기 미국에서 온 거미가 있어!"
"어떻게 해야 하나? 잡을까? 아니면 버릴까?"
"거미는 죽이면 안 돼."
"왜?"
"거미는 우리에게 행운을 가져다 주는 벌레야."
"그런데 왜 거미를 무서워?"
"그냥 무서워."


미국에서 유럽까지 대서양을 거쳐서 오다니 정말 대단한 거미이다. 비행기를 3번 갈아타면서 말이다. 미국 세인트 루이스에서 짐을 챙길 때 거미가 여행 가방 속으로 들어간 것 같았다. 시카고와 코펜하겐을 거쳐 빌뉴스 집까지 여행 가방 속에 무임승차를 했다.


외국에서 온 벌레를 살려줄까 말까 잠시 고민되었다.

이 녀석도 생명이니 일단 산 채로 잡아서 밖에 놓아주기로 했다. 젓가락 달인 민족답게 젓가락을 이용해 산 채로 잡아서   곤충채집망에 담아 밖으로 내보냈다. 새로운 환경에 잘 버틸까......


말꼬리에 붙은 파리가 천리 간다라는 속담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3. 8. 13. 05:53

나토(NATO)군의 일환으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슬로바키아 군인이 목숨을 건졌다. 내용인즉 지난 7월 탈레반의 공격을 받아 동료 군인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했다. 그리고 한 명은 다용도 소형칼 덕분에 경미한 부상을 입는데 그쳤다.

의사에 따르면 만약 이 다용도칼이 없었다면 총알이 대동맥을 관통해서 수 분 안에 생명을 잃었을 것이다. 이 슬로바키아 군인의 자신의 기적 같은 사연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위험에 처한 모든 이들에게 이와같은 일이 많이 일어나길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13. 5. 20. 06:38

유럽 누리꾼들 사이에도 경찰 추격전 영상이 인기다. 특히 러시아 도로에서 일어나는 경찰의 추격전은 때론 영화 속 한 장면을 방불케 한다.  


최근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 경찰국의 영상이 공개되어 누리꾼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제한속도가 시속 35마일 도로에서 한 운전자가 시속 52마일로 달린다.


이에 경찰차는 이 속도위반 차를 잡기 위해 출발한다. 그런데 얼마 못 가서 갑자기 앞에서 방해꾼이 나타난다. 어미 오리 한 마리가 새끼 두 마리를 대동하고 차선 가운데로 들어오고 있다. 

'그냥 저 오리를 피해서 속도위반 차를 잡으러 갈까?
아니면 오리를 안전하게 도로 밖으로 내보낼까?' 
 

경찰관은 잠시 동안 심각하게 고민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결정을 했을까? 


이 미국 경찰관은 속도위반 차를 따라잡는 것을 포기하고, 오리 생명을 보호하는 것을 선택했다. 벌금 부과보다 생명 보호를 더 소중히 여긴 이 경찰관 덕분에 오리는 안전하게 도로변 도랑 속으로 들어가 헤엄쳐 갔다. 뜻하지 않게 오리 덕분에 속도위반 차도 유유히 사라질 수 있었다.  

이 경찰관의 선택이 경찰관으로서 옳았느냐에 대해서는 토론과 논쟁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도로 위에서 사라지는 생명들을 생각하면 그의 행동은 참으로 아름답고 훈훈하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