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12. 5. 7. 09:11

우리나라는 어버이날이 5월 8일로 확정되어 있다. 하지만 리투아니아는 해마다 변한다. 부모 모두를 기념하는 날은 없고 어머니날과 아버지날로 분리되어 있다. 어머니날은 5월 첫째주 일요일, 아버지날은 6월 첫째주 일요일이다. 지난 토요일 저녁 10살 딸아이 요가일래가 다가왔다.

"아빠, 침실 열쇠 어디 있어?"
"침실 열쇠는 없는데. 왜?"
"내일이 어머니날인데 내가 선물을 몰래 준비할 거야. 엄마도 침실에 못들어오도록 해줘."

이렇게 요가일래는 저녁 내내 부모 방출입을 금지시키면서 무엇인가 만들고 있었다. 어제 일요일 딸아이책가방에서 숨겨놓은 선물을 꺼내 엄마에게 선물했다.

표지에서부터 벌써 정성이 듬뿍 담겨있는 선물일 것이라는 냄새가 풍겼다. 금빛 포장지로 아주 야무지게 포장을 했다. 과연 무엇일까 더욱 궁금해졌다. 
'혹시 빛좋은 개살구는 아닐까......'


파손이 쉽게 되지 않도록 비닐포장지로 한 번 더 쌌다. 그리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선물은 예쁜 장미꽃 한 송이였다. 


아내도 감동먹었고, 옆에서 지켜보던 내 자신도 감동먹었다. 곧 시들어버릴 생생한 장미꽃보다도 영원히 지지 않는 장미꽃을 엄마에게 선물한 딸아이가 기특했다. 아버지날 딸아이는 어떤 선물을 준비할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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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11. 25. 06:16

다문화 가정의 아이로 태어난 딸아이(만 10살)는 누가 언제 묻더라도 대답은 동일하다. "나는 한국인 사람이자 리투아니아 사람이다." 생활 근거지가 리투아니아라 한국을 접할 수 있는 주된 창구는 아빠이다. 딸아이를 지켜보니 한국에 관해서 아빠가 싫어하거나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내용은 가급적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일전에 아빠와 둘이서 한국을 방문하면서 느낀 첫 소감을 엄마에게 말한 것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엄마, 내가 아빠에게 정말 솔직하게 한국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라고 말했어."

지하철이나 거리나 사람들이 북적대서 불편함을 느낀 딸아이의 인상이었다. 아빠에게 "한국에는 사람이 너무 많다."라고 말하는 것이 조심스러웠던 것이다. 그래서 딸아이는 "정말 솔직하게"라는 표현을 붙었다.

어제 아침 학교에 가기 전 부엌에서 두 모녀가 아침을 먹으면서 이런 대화를 했다고 아내가 전해주었다.

"엄마, 내가 크면 한국 여자들처럼 살고 싶어."
"어떤 점이 좋아서 그렇게 생각하는 데?"

"한국 여자들은 일하러 가지 않고 집에 있잖아."
"그럼 죽을 때까지 누가 먹어살리나?"

"남편이지."
"남편이 먼저 돌아가면 어떻하지?"

"그러게."
"남편이 아내보다 더 늦게 돌아가도록 신(神)과 계약할 필요가 있겠다."

"엄마, 신과 어떻게 그런 계약을 할 수 있어?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평생 일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남자를 남편으로 맞이하는 것이지."

"그럴려면 어떻게 해야지?"
"지금부터 열심히 공부하고 바르게 살다보면 그런 남자를 만날 수 있지."

"그래도 어려울 것 같은데. 그냥 나도 크면 엄마처럼 일하고 살아야겠다."
"그래. 그게 정답이야!"
 
이 대화를 전한 아내에게 말했다.
"일하는 한국 여자들도 많이 있다고 당신이 딸아이의 생각을 고쳐주었어야지."
"아마 주변 한국 여자들과 한국에서 만난 여자들이 집에 있는 것을 보고 그런 인상을 받은 것 같아."

▲ 얼마 전 덕숭궁에 찍은 사진. 꿈을 그리는 모습이라면서 딸아이가 아주 좋아하는 사진이다.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도 여자, 엄마를 비롯해 음악학교 선생님들도 모두 여자인 환경 속에서 딸아이가 배우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일하지 않고 사는 것으로 딸에게 비친 한국 여자들이 부러움으로 다가온 것 같다. 하지만 일생을 일하지 않고 편하게 살고 싶어하는 딸의 이런 꿈은 신(神)과의 계약, 부자 남자 만나기 등의 엄마 주장에 부서지고 말았다.

딸아, 부모 의지, 남편 의지 그리고 자녀 의지에 벗어나 꼭 자립하는 여자로 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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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1. 10. 29. 06:45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음이 부푼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여행지라도 시간이 지냄에 따라 집 생각이 절로 난다. 

"아빠, 세상에서 제일 좋은 곳이 우리 집이야."

아무리 집이 좋아도 텅빈 건물만 있어도 그렇게 느낄까...... 집에는 돌아올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사랑하는 가족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세상에 제일 좋은 곳일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아시아 인도로 해외연수를 떠난 아내는 정말이지 텅빈 집으로 오늘 현지시각으로 오후 1시 집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기다리고 있어야 할 가족이 영국과 한국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기쁨보다도 나머지 가족이 없는 텅빈 집으로 들어올 아내의 발걸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내가 먼저 비행기를 타고 떠났기 때문에 딸아이 요가일래는 돌아올 엄마를 위해 어느 저녁 내내 선물을 만들었다. 특별한 선물이 아니라 바로 예쁘게 종이로 환영 현수막을 만들었다.  


문구는 "(집으로) 돌아온 엄마, 안녕!"이다. 딸아이는 엄마가 현관문을 열면 막바로 이 현수막을 볼 수 있도록 복도에 붙여놓았다. 딸아이ㅢ 이 종이 환영 현수막 깜짝 선물을 쳐다보고 아내가 왈칵 눈물을 쏟지 말고 돌아올 우리를 기쁘게 기다려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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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5. 5. 07:25

이제 리투아니아 초등학교는 한 달 후쯤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2009년 9월에서 시작한 학년이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 일반학교를 마치고 다니는 음악학교는 학년을 마치는 다양한 연주회가 열린다.

음악학교 학생들은 전공이 피아노가 아니더라도 의무적으로 피아노를 배운다. 5월 4일 피아노 비전공 학생들이 연주회를 갖았다. 이날 저학년 학생들은 피아노 선생님이나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자기 어머니와 함께 연주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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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요가일래는 엄마와 함께 처음으로 청중들 앞에서 피아노를 쳤다. 엄마와 피아노를 치는 딸아이를 영상에 담아보았다. 연주곡은 러시아 작곡가  드미트리 카발레프스키(Dmitry Kabalevsky)의 어릿광대 갤럽이다.
 

갤럽은 4분의 2박자의 약동적인 원무(圓舞)나 그 무곡을 말한다. 요가일래는 이 곡이 신나는 곡이라 지겹지 않다고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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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2. 20. 08:45

지난 수요일 음악학교에서 초등 2학년생인 딸아이 요가일래를 집으로 데리고 오는 길에 한 수 가르쳐주었다. 요즘 리투아니아에는 인도 양옆으로는 치워서 쌓아놓은 눈이 무릎이나 허리까지 올라와 있다. 건물 지붕에 는 눈이 쌓여있고, 처마에는 고드름이 매달려있다. 

"지금 인도의 어느 쪽에서 걸어가는 것이 좋으니?"
"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더 멀리 떨어진 건물 쪽에서."
"왜?"
"차가 갑자기 뛰어들 수 있고, 또 물을 튀길 수도 있으니까."
"맞다. 하지만 저 지붕을 봐!"
"오호, 눈이나 고드름이 떨어지면 다치겠다."
"이런 경우에는 건물에서 더 멀리 떨어진 쪽에서 걸어야지."

어제 금요일 아침 학교에 요가일래를 데려다주기 위해 함께 집을 나섰다.
"아빠, 건물로부터 좀 떨어진 곳에서 걸어가야지!"라고 요가일래는 말하면서 아빠를 도로 쪽으로 당겼다.
"지난 수요일 가르쳐준 것이 효과를 내고 있네."라고 속으로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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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요가일래를 마중하러 갔다. 요가일래는 집 바로 앞에 있는 사거리 건널목에서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었다. 건널목을 사이에 두고 딸과 아빠가 마주보고 있었다. (오른쪽 사진: 구글 지도 캡쳐; 글 속의 사거리)

한 차례 신호등이 바꿨다. 서있는 요가일래의 오른쪽에 위치한 도로에서는 직진과 좌회전이 가능한 신호였다. 이 신호가 떨어지면 첫 차가 좌회전을 해서 횡단보도로 오는 데 약 몇 초의 시간이 있다. 이를 이용해 바쁜 사람들이 급히 횡단보도를 건넌다. 늘 한 두명이 그렇게 하는 것을 본다.

요가일래 쪽에 건널 사람들이 많았다. 빨간색 신호등인데 무리 지어 사람들이 건너기 시작했다. 요가일래는 처음에는 초록색 신호등을 기다리면서 서있다가 사람들이 많이 건너자 이제 초록색으로 바뀐 것으로 생각하고 후발주자로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벌써 좌회전하는 첫 차가 횡단보도 가까이까지 왔다. 다행히 사람들이 많이 건너자 좌회전 차들이 속도를 늦추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깜짝 놀랐다.

"너, 저기 봐. 아직 빨간색 신호등이잖아!"
"사람들이 건너기에 초록색 신호등인줄 알았어. 미안해."
"너가 반듯이 신호등 색깔을 직접 확인한 후에 길을 건너야지."
"알았어. 조심할께. 그런데 엄마에게 말하지마!"
"왜?"
"엄마가 화낼 거야."
"우리는 가족이니까 다 알아야지."
"아빠, 그래도 엄마에게 말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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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면서 고민을 해보았다. 아내에게 이 사실을 알려서 요가일래에게 다시 한 번 더 주의심을 심어주는 것이 좋을까? 이렇게 되면 요가일래는 아빠를 고자질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냥 딸아이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혼자만 알고 있는 것이 좋을까? 요가일래가 없을  때, 아니면 함께 있을 때 이 사실을 아내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까? 미리 아내에게 화내지 말 것을 부탁한 후 이야기할까? (오른쪽 사진: 요가일래)

요가일래는 아빠가 엄마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 때문에 더 주의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 아빠의 신뢰성을 잃지 않으면서 사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제일 좋은 방법은 요가일래가 스스로 엄마에게 사실을 알리고 앞으로 주의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실수하면 왜 부모가 화부터 낸다고 생각할까? 사실 우리 부부는 화내는 편이 아닌 데 말이다. 부모를 두려워해서 행동에 주의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부모가 아이에게 무서운 존재로 각인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관련글: 김밥이 운다고 아빠를 재촉한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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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 1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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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 늘 바라는 마음은 아이가 건겅하고 상식적으로 행동하면서 자라주는 것이다. 문제는 이 상식이 부모 입장에서 바라는 어른의 시각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아이와 어른의 시각 차이로 인해 불협화음이 자주 일어난다. (상단 왼쪽 사진: 잡지 "Panele"의 메이크업 평가)

더 폭넓은 지식과 삶에 대한 더 깊은 이해로 내세우면서 부모는 아이를 가르치려 한다. 물론 이에는 나의 아이가 다른 사람의 아이보다 더 잘 하기를 바라는 욕심이 내재되어 있다. 그래서 아이의 엉뚱하고 온당치 못한 작은 행동에 호되게 질책하기도 한다. 더하기, 빼기, 곱하기를 잘 못하거나 책을 어늘하게 읽어도 "이것도 제대로 못하나!"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한다.

부부간에도 아이교육에 대해 견해차가 현저하게 다를 수도 있다. 종종 아내로부터 아이교육에 너무 방관자자 같다라는 소리를 듣는다. 이는 아내의 "어릴 때부터 잘 해야 된다" 주의와 나의 "어릴 때는 좀 못해도 된다" 주의가 충돌하는 데서 비롯된다. 아이에게 정신적 압밥감이나 긴장감을 최대한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학교에서 발표할 내용을 다 준비하지 못해 불안해 하는 딸에에게 "완벽하지 못해도 괜찮다. 조금 몰라도 된다. 모르니까 학교에서 가서 배우는 것이지."라고 안심시켜려고 노력한다.

딸아이의 엉뚱한 화장(메이크업)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너무 무겁게 자녀교육을 논한 것 같다. 최근 리투아니아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 있는 한 잡지 "Panele" 사이트가 화장을 한 가장 예쁜 얼굴을 평가하고 있다. 독자들이 자신들의 메이커업 사진이나 이미 나와 있는 사진을 올려 점수로 평가받고 있다. 예쁘게 화장한 얼굴을 보면서 딸아이가 처음으로 한 눈썹화장 사진이 떠올랐다.

2001년 11월 태어난 딸아이 요가일래가 2005년 3월 처음으로 자기 눈썹 화장을 직접 했다. 만 3살이었을 때이다. 그 동안 요가일래는 엄마와 언니가 색연필로 눈썹을 화장하는 것을 눈여겨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가 각각 다른 방에서 일하는 데 욕실 화장대 앞에서 한참 동안 요가일래가 놀고 있었다. "혼자 잘 놀고 있네"라면서 신경 쓰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얼마 후 컴퓨터로 태연하게 공부하고 있는 요가일래의 눈썹을 보자 황당함과 웃음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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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아빠를 닮아서 비교적 눈썹이 짙은 요가일래는 색연필 화장품으로 떡칠을 해버렸다. 마치 시커먼 테잎을 붙은 놓은 듯했다. 엄마는 비싼 화장품을 망쳐놓았다고 속상해서 야단을 치는 동안 아빠는 기념삼아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야단 화살은 곧장 요가일래에서 아빠쪽으로 향했다. "화장품 보관을 잘 했으면 이런 일이 없을 텐데 말이야!"라고 말하면서 딸아이의 장군 눈썹에 거듭 웃음이 나왔다.

* 최근글: 모처럼 겨울 햇빛산책을 망쳐놓은 딸아이

  딸에게 커닝 가르치고 나쁜 아빠로 찍히다
  8살 딸아이가 유명해지려고 하는 이유
  모델 놀이하는 딸아이 순간포착
  슈퍼스타가 안 되겠다는 7살 딸의 변심
  아빠가 한국인이라서 안 좋은 점은
  스타킹 출연 오디션 받았던 6살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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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09. 11. 13. 08:49

이제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딸아이 요가일래는 일반학교 수업을 마치고 음악학교를 다닌다. 일반학교에서는 4교시인 금요일을 제외하고는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매일 5교시 수업을 받는다. 그리고 수요일과 금요일 이틀은 이 일반학교 수업을 마치고 곧장 특별학교인 음악학교로 간다.

음악학교에서 독창, 합장, 솔페지어, 피아노를 배운다. 음악학교에서 전공은 노래이다. 마르티나 언니처럼 피아노 전공으로 권하고 싶었지만, 요가일래에게 부담을 덜 줄 것 같은 노래를 선택했다. 전공이 노래이지만 의무적으로 피아노를 배워야 한다.

2학년이 되자 노래 선생님이 지난 해보다 강도 높게 가르치고 있어 요가일래가 힘들어한다. 이유는 내년 봄에 열리는 어린이 전국노래경연 참가 때문이다. 학교선발, 지역선발, 예선, 본선으로 이어지는 쟁쟁한 경쟁을 거쳐야 한다.

제자들이 이런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교사 능력을 객관적으로 입증받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선생님들의 열의가 대단해질 수 밖에 없다. 때론 이런 열의가 학생들에게 육체적 심리적 부담을 가져다 준다. 그렇다고 부담없이 가르쳐달라고 부탁하기도 멋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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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5일 만 8살이 된 요가일래

요가일래는 엄마가 음악을 전공했으니, 집에서 엄마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다행이다. 그런데 도움주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힘들다고 싫다고 하는 딸아이에게 윽박지르면서 가르치는 것은 한 두 번은 되지만, 늘상 그렇게 가르칠 수 없다. 한 동안은 소극적이더니 최근 들어와서 집에서 열심히 엄마의 도움을 받고 있다. 태도가 변한 이유는 간단했다. 엄마와 딸아이의 대화다.

"너가 본선에 나가면 TV에 나갈 수 있어."
"난 벌써 여러 번 한국 TV에 나갔어. 그리고 아빠 블로그로 벌써 유명해졌어. 더 이상 필요없어."
"거긴 한국이고, 여긴 리투아니아잖아."
"맞네."
"하지만 너가 리투아니아 TV에 나가면 어떻게 될까?"
"(한 참 생각하더니) 내가 유명해지고, 학급 아이들이 다 나를 좋아하고, 모두 나와 친구하고 싶어할 거야."
"그럼, 노래 연습을 열심히 해야 되나? 안해야 되나?"
"당연히 열심히 해야지."

이렇게 동기부여는 의외로 쉽게 되었다. 당분간 요가일래가 유명해지려는 이유는 학급 아이들 모두가 자기와 친구가 되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하루 반나절을 보내는 학교 교실에서 모두와 친구가 되어 즐겁게 보내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야 학교 다니는 재미가 솔찬하다.

요가일래의 이유를 들으면서 왜 사람들은 유명이나 특별한 뭔가가 있어야만 쉽게 친구를 얻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떠올랐다. 어떤 특출한 면이 없더라도 사람이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쉽게 사람의 친구가 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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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10. 27. 06:48

글을 쓰고, 영상을 편집하는 일을 하다보니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는 고요한 늦은 밤에 일을 하는 것이 하루 중 제일 편하다. 그러다가 보니 늘 잠드는 시간은 다른 식구들보다 훨씬 늦어진다. 침실에는 이미 아내와 작은 딸아이 요가일래가 한 침대에 자고 있다.

자기 침대가 버젓이 옆에 놓여있지만, 요가일래는 부모 침대에서 편하게 놀다가 잠이 든다. 딸아이의 고소한 잠을 방해하면서 침대로 옮기는 일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더군다나 부모 침대보다 다소 불편한 침대에 딸아이를 재우려하니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한편 아내와 딸아이 둘 다 저음을 듣는 데는 귀신이라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면 아빠 코고는 소리에 잠을 못 잤다고 불평하는 날이 더러 있다.

그래서 대부분 일방(서재)에 있는 침대에서 따로 잠을 잔다. 밤 12시경 자는 식구들은 주중에는 7시에 일어나고, 주말에는 보통 10시에 일어난다. 어제 월요일은 임시 방학의 첫날이다. 새벽 설잠에 잠간 눈을 떴는데 방문에 흰색 옷을 입은 사람 형체가 서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너무 놀라서 무서운 생각보다는 멍한 상태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차츰 그 흰색 옷이 다가와 침대 속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이제는 멍한 상태가 공포감으로 변하고 있었다. 잠시 후 흰색 옷의 정체는 아내로 밝혀졌다. 10년을 같이 살면서 새벽에 잠자리로 아내의 방문을 받기는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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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티나가 현재 남친을 방문하고 웨일즈 애버리스트위스(Aberystwyth) 전경 (사진: 베르세쯔카이테)

"무슨 일?"
"손발이 오므라들고 심장이 요동친다."
"이 새벽에 무엇 때문에?"
"마르티나(큰 딸)가 임신을 한 꿈을 꾸었어. 그 꿈에서 막 깨어나 그것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생각하니 사지가 부덜부덜 떨렸다. 더욱이 마르티나는 지금 가 있는 애버리스트위스가 자기가 바라던 환상의 도시라고 하니 그 기분에 취해서 부주의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니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마르티나가 우리보다 더 잘 안다고 했으니 믿어야지. 상상으로 스스로에게 고통을 주는 일은 안하는 것이 좋다.증거없이 상상으로 스스로의 건강을 해치는 일은 하지 말자. 상황에 무덤덤한 마음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


사실 아내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 고등학교 2학년 딸아이를 영국 대학에 유학가 있는 남자친구에게 비록 잠시지만 혼자 보내놓았으니 마음 편한 순간이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 영국에는 멀지 않아 13세 아빠와 14세 엄마가 탄생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그러니 딸을 보내놓은 엄마의 마음이 꿈에서조차 편할 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보냈으니 올 때까지 모든 근심 걱정거리를 잊어버리는 것이 본인 건강에 더 좋다.

이날 아침 아내는 인터넷 채팅 프로그램인 skype에 딸아이가 들어오기를 학수고대했다. 이어서 걱정마라는 딸아이의 말에 아내는 안심이 되었고, 평상심으로 돌아왔다. 바로 이런 것이 딸 가진 세상의 부모들이 겪어야 하는 마음고생일 것이다. 

* 관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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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10. 14. 08:53

지난 주말 우리 집에 한 바탕 난리가 났다. 고등학교 2학년 딸 마르티나 때문이다. 지난 여름 남자친구의 영국 대학 진학으로 생이별을 해야 했던 마르티나는 영국으로 갈 기회를 찾았다.

11월 1일과 2일은 국경일이다. 이때를 즈음해 학교는 일주일간 임시 방학이다. 이때를 위해 저가 비행기표를 지난 8월에 사려고 했으나 이미 늦었다. 결국은 이 전에 다녀오기로 했다. 그러면 수업을 빼먹야 한다. 마르티나는 2주일 체류 저가 비행기표를 자기 용돈으로 구입해놓았다. 그리고 부모가 구입해준 1주일 체류 저가 비행기표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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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친구에게 줄 선물. 두 사람 이름의 첫글자를 새겼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날이 가까워지자 집안에 의견이 분분했다. 특히 엄마는 학교 수업을 빼먹으면서까지 가는 것이 못마땅했다. 1주일 체류는 이틀 수업, 2주일 체류는 칠일 수업을 빼먹게 된다. 엄마는 처음에에 완강히 거부했다. 이해할 만했다. 한국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마르티나는 반 친구들 중에는 심지어 한 달 수업을 빼먹은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엄마가 해외여행 갔을 때 직장 근무일을 빼먹었던 일을 지적했다.

"어차피 가는 것을 허락한 이상 1주일은 적다. 당신이라면 1주일이 좋겠나? 2주일이 좋겠나? 학교를 빼먹는 것이 가장 큰 유감이지만, 공부는 반드시 학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잖아?! 보내주는 김에 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 좋겠다. 다행히 마르티나가 공부를 잘 하는 편에 속하니, 빼먹은 수업을 나중에 열심히 보충하도록 하면 된다. 가끔이지만 자식에게 감동 주는 부모가 되는 것도 좋겠다."라고 아내에게 말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하듯이 결국 아내도 받아들었다.

어제 아내는 마치 자기 자신이 여행을 떠나듯이 분주하게 마르티나 영국 여행을 위해 환전, 여행자 보험, 휴대전화 국제로밍 등 일을 했다. 저녁에는 가족 송별 피자 파티까지 열어주었다. 피자를 먹으면서 마르티나에게 몇 가지 물어보았다.

- 여행 기간은?
- 2주일이다. 10월 14일에서 28일까지.

- 왜 가니?
- 새로운 나라를 구경하고, 남자친구를 만나고, 그리고 특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진학할 대학교를 미리 가보는 것이다. (마르티나는 남친따라 영국 유학을 계획하고 있다.)

- 학교는 모두 몇 일 빼먹니?
- 수업일로 7일이다.

- 어떻게 보충할 것이니?
- 빼먹을 수업 내용을 다 복사했다. 남자친구가 학교에 가는 시간에 공부할 것이다.
(공부를 정말 할 것인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복사까지 한 것을 보니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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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빼먹을 수업 내용을 복사해서 여행 가방에 넣었다.

마르티나의 여행에서 부모가 제일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남자친구와 둘만이 있다는 것이다. 이제 6개월 후면 만18세 성인이 된다. 마르티나는 "이모는 16세에 시집 갔고, 외삼촌은 17세에 장가를 갔다. 내 나이에 엄마도 있다. 알 것은 안다. 하지만 난 학업과 경력을 가장 우선시한다. 25세 이후에 결혼할 것이다."고 확언했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되는 듯 엄마는 여행 떠나려는 딸에게 "피임하는 것 꼭 잊지마!"라고 말했다. 딸은 "우리 세대가 엄마 세대보다 더 잘 알아!"라고 씩 웃으면서 답했다. 좀 어색하지만 이런 문제를 엄마와 여고생 딸이 이야기한다는 것이 그만큼 딸이 다 자랐음을 뜻한다. 아뭏든 딸이 좋은 경험을 많이 하고, 미래에 진학하려고 하는 대학교를 잘 둘러보고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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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1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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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19일은 7살 딸아이 요가일래의 학교생활사에 길이 남을 날이다. 써놓고 보니 너무 거창한 구절인 것 같다. 하지만 사실이다. 2008년 9월 1일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요가일래는 그 동안 등교와 하교 시에 늘 누군가 함께 했다.

처음에는 학교 교실까지, 나중에는 학교 입구까지, 그리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하교시엔 학교와 집 중간에서 만나서 같이 돌아왔다. 그러다가 근래에 와서는 하교시에 친구 엄마가 태워주는 일이 잦았다.

이렇게 학교 수업이 끝나기 전 늘 교실문 앞에서 기다리는 일이 사라졌다. 이제 딸아이가 수업을 마친 후 전화해서 어떻게 할 지를 결정했다. 지금껏 학교 다닌 지 10개월이 넘었지만, 혼자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온 적이 없었다. 과잉보호라고 할 수 있겠지만, 딸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동안 아버지와 딸 사이 재미가 솔찬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이것을 좋아한다.

5월 19일 어제 아침 엄마가 너무 피곤해서 자명종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리고 주말이나 딸아이의 휴대전화 카드에 돈을 충전하지 못했다. 그래서 수신은 되지만 걸 수는 없었다. 투덜대는 딸아이에게 엄마는 학교수업이 끝나자마자 꼭 전화할 것을 약속했다.

아내는 딸아이가 학교에 있는 동안 여러 가지 일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전화해야 할 시간이 한참 지나버렸다는 것을 알아챘을 때 아파트 현관문에세 코드번호를 입력하는 소리가 들렸다. 직감적으로 요가일래임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 누가 태워져서 온 것으로 여겼다.

아파트 문을 열고 딸아이를 맞았다. 하지만 요가일래는 엄마를 보자마자 펑펑 울기 시작했다. 이제껏 그렇게 슬프게 운 적을 본 적이 없는 같았다. 이날따라 어느 정도 거리까지 같이 올 수는 친구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사라졌다. 그래서 딸아이는 엄마 전화를 기다리다가 지쳐 혼자 집으로 돌아오길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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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의 울음 소리에 약 1km 길을 걸어오면서 얼마나 무서웠을까를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엄마는 연신 딸에게 잊어버린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딸아이는 엄마 품에서 한참을 서럽게 울었다. 진정된 후 딸아이는 점심을 먹고 예전처럼 평온을 되찾았다.

"너, 오늘 처음으로 집으로 혼자 오게 된 것을 축하해. 정말 대단해!"
"아빠, 그렇게 말하지 마. 오면서 길을 건너고, 신호등을 건널 때 무서웠어."

"엄마가 전화하지 않아서 너 아직도 마음이 아파니?"
"아니, 벌써 엄마를 용서했어. 사람은 잊어버릴 수가 있지."


펑펑 울던 딸아이는 어느 새 "사람은 잊어버릴 수가 있지."라는 말로 엄마를 용서하고 평상심을 되찾았다.아이들의 마음이 하늘마음이라는 것이 실감난다. 어른들은 별 것 아닌 것으로 서로 토라지고 삐져 며칠을 대화단절로 가는 데 아이들은 이렇게 빨리 평상심을 찾아가는구나를 새삼스럽게 느꼈다.

* 관련글: 7살 딸이 아빠와 산책 좋아하는 이유

Posted by 초유스
영상모음2009. 5. 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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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5월 8일 한국은 어버이날이다. 어린이날이 공휴일인데, 어버이날은 공휴일이 아니다. 그래서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움직임이 한국에서 일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유럽 리투아니아는 어떨까? 리투아니아엔 어버이날이 없다. 5월 첫 일요일은 어머니날, 6월 첫 일요일은 아버지날이다. 어느 날을 공휴일로 정한 것이 아니라 일요일을 어머니날과 아버지날로 정해서 자연스럽게 쉬면서 기념할 수 있게 했다.

올해 어머니날은 5월 3일이었다. 식구가 네 명인 우리 집은 바로 전날 엄마를 제외한 나머지가 은밀히 모여서 구수회의를 했다. 7살 딸아이 요가일래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아빠, 내일이 어머니날인데 무슨 선물을 할까?"
"어머니날인데 아빠는 열외다!"

"아빠, 우리는 한 가족이잖아! 내가 언니하고 선물을 생각한다. 그리고 아빠는 돈을 준다."
"평소에 용돈을 절약해 선물을 사야지......" (두 딸 모두 돈이 있으면서 자기돈 쓰기를 아까워한다)

"나는 예쁜 그림을 그려 선물하고, 언니는 내일 아침 꽃가게에 가서 꽃을 산다."
"그림하고 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은데......"

옆에서 언니가 거들었다.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가 있으니까 상품권을 사주자."
"좋은 생각이다. 상품권 가격의 50%는 아빠가 부담하고, 너희들은 각각 25% 부담한다."

가끔 아내가 "우리 집의 큰 아이"라고 불평하는 일이 생각났다. 그래서 이번 어머니날에는 큰 아기 몫을 좀 해보자고 선물 지분 50%을 기꺼이 쏘겠다고 결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딸도 선물 지분에 스스로 참가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하려고 나머지 반을 부담하도록 제안했다.        

이렇게 셋이서 합의했다. 요가일래는 방문을 닫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마르니타는 상품권을 사러 백화점에 갔다. 그리고 다음날 엄마가 일어나기 전 두 딸은 인근 꽃가게에 가서 튜립 아홉 송이를 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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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가 어머니날을 맞아 그린 그림이다 "MAMA MES TAVE MYLIM" (엄마, 우린  엄마를 사랑해요).

이들은 부엌에서 엄마를 위해 아침 커피를 탔다. 그리고 방안에서 막 일어나고 있는 엄마에게 가서 커피, 그림, 상품권, 꽃을 선물주었다. "매주 일요일마다 이런 날이면 얼마나 좋을까? 고마워~"라고 엄마는 답했다. 상품권 선물 지분 50%가 아빠에게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이날 엄마는 아내가 아니라 엄마로서 즐겁게 보냈다.  


지난 해 요가일래가 다니던 어린이집의 아이들이 어머니날을 맞아 빌뉴스 시내 중심가 거리에 종이와 플라스틱으로 만든 꽃을 전시했다. 이렇게 전시된 꽃을 영상에 담아보았다.

* 관련글: 4식구 성(姓)이 각각 다른 우리 가족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