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에 해당되는 글 471건

  1. 2009.07.16 "아빠가 작아져서 내 짝이 되었으면 좋겠다" 8
  2. 2009.07.10 "아빠, 낯선 손님 데리고 오지마!" 8
  3. 2009.07.04 수(繡)를 놓는 7살 딸아이 8
  4. 2009.07.03 컴퓨터에 뿔난 딸아이, 아빠 힘내라 1
  5. 2009.06.22 7살 딸, 과일주스를 딱 끊어버린 사연 2
  6. 2009.06.18 세례식 전야, 눈물 펑펑 딸아이 사연 13
  7. 2009.06.17 엄마, 아빠를 따로 사랑하는 딸의 이유 4
  8. 2009.06.16 7살 딸이 달걀 노란자를 먹지 않는 까닭 9
  9. 2009.06.05 7살 딸의 컴퓨터로부터 눈보호하는 법 9
  10. 2009.06.02 점수 없는 초등학교 성적표, 그럼 어떻게? 3
  11. 2009.05.29 유럽 초등학교는 벌써 여름방학 시작 2
  12. 2009.05.28 책가방 때문에 딸아이와 실랑이 2
  13. 2009.05.20 숫사자 놀이하는 딸아이 순간포착 2
  14. 2009.05.19 펑펑 울던 7살 딸, 엄마를 쉽게 용서했어요 4
  15. 2009.05.19 동서양인의 눈 크기 차이는 쌀과 감자 때문? 11
  16. 2009.05.17 슈퍼스타가 안 되겠다는 7살 딸의 변심 12
  17. 2009.05.16 7살 딸이 아빠와 산책 좋아하는 이유 2
  18. 2009.05.07 왜 낮에 달이 하늘에 떠있지? 7
  19. 2009.05.05 딸에게 애완동물을 사주지 않는 까닭 14
  20. 2009.04.30 부모를 별침, 동침시키는 7살 딸아이 사연 4
  21. 2009.04.29 꽃을 꺾으면 빨리 죽잖아!
  22. 2009.04.27 꽃선물 없이 본 7살 딸아이 노래공연 1
  23. 2009.04.14 7살 딸아이가 그린 태극기 6
  24. 2009.04.04 김치 냄새를 자동차 방향제로 3
  25. 2009.04.02 피아노 선생님을 깜짝 속인 딸아이 1
  26. 2009.03.31 딸 덕분에 운동하는 창피한 아빠 2
  27. 2009.03.28 딸아이 그림 속 TV, 세대차이 실감 6
  28. 2009.03.27 언니 따라 하다가 가랭이 찢어질라 8
  29. 2009.03.27 한국 사람들 결혼 빨리 해라 5
  30. 2009.03.24 "내 눈엔 돈 밖에 안 보여!" 3
요가일래2009. 7. 16. 16:31

딸아이 요가일래는 오는 11월이면 만 8살이 된다. "딸은 엄마보다 아빠를 더 가까이 한다"는 속설을 그 동안 별로 느끼지를 못했다. 때론 엄마가 부러웠다. 이럴 때에도 딸아이의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너, 아빠와 엄마 중 누구를 조금 더 사랑해?"
"둘 다 똑 같이 사랑하지."

최근 들어서 딸아이는 아빠의 기분을 부쩍 즐겁게 해주고 있다.
어젯밤 12시에 자러가는 딸아이는 아직도 컴퓨터 앞에서 일하고 있는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책 읽어줘! 아빠가 책 읽어주면 잠이 빨리 와."
"그래 알았다. 가자." 딸아이를 등에 업고 침대방으로 갔다.

책을 읽어내려가는 중에 딸아이는 "잠깐!"이라고 외쳤다.

"아빠, 아빠는 정말 좋다. 내가 책을 읽어달라고 하면 읽어주고, 내가 물을 달라고 하면 주고..."
"봐. 그러니까 너도 아빠 말을 잘 듣고, 약속을 잘 지켜야 된다."

"알아서. 아빠가 나만큼 작아져서 내 짝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아빠가 작아질 수 없지. 너가 더 자라면 아빠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난 결혼하기 전의 Vilma (빌마)가 될거야."
(치과의사 빌마는 우리집에 자주 오는 친척이다.)
"치과의사가 된다고?"

"아니. 빌마처럼 결혼하지 않고 살래. This is my destiny!"라고 딸아이는 영어로 단호하게 말했다.
"너 그런 말 어디에서 배웠니?"

"TV 만화에서 배웠지. 크면 결혼하지 않고 엄마 아빠와 오래 오래 살래."
"그래, 크면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자, 이제 계속 책을 읽을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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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글: 모델끼 다분한 7살 딸아이의 포즈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7. 10. 16:04

 일전에 리투아니아 법원행정처를 방문한 한국 대표단과 시내관광을 마치고 메일을 확인하고, 또한 현지인의 살아가는 모습을 구경할 수도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몇 분을 집으로 초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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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좀 어두워져야 절로 빨리 일어설 것 같은데..."라고 어느 분이 말했듯이 리투아니아는 요즘 밤 10시가 넘어도 훤하다.

이 분들이 다 가시고, 딸아이가 자려고 하는 침대로 갔다.

"아빠, 낯선 손님 데리고 오지마!"
"왜?"
"무서워."
"아저씨들 좋은 사람이야"
"나도 알아."
"그런데 왜 무서워해?"
"낯선 사람이 우리집에 오면 우리집을 잘 알게 되고, 그리고 어떤 물건이 있는 지도 알게 되고, 그리고 아마 훔쳐갈 수도 있을 것이니까. 낯선 사람이 오면 무서워. 그러니까 우리가 문을 꼭 닫고 살잖나!"

7살 딸아이의 이 말에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것은 사람의 본능일까 아니면 학습에서 얻은 자기방어력일까 순간적으로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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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잠자기 전에 아파트 입구문이 잘 닫혀있는 지 꼭 확인해야 하고, 낯선 사람이 오면 절대로 문을 열어주어서는 안되고...... 이렇게 어릴 때부터 낯선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을 심어주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을 법하다.

흔히들 밤거리에서 마주치는 짐승과 사람 중 사람이 더 무섭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심 없이 살 수 없는 사회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다.

"낯선 사람이든 친한 사람이든 모두가 서로 도움을 주는 그런 세상이 오면 참 좋겠다. 그렇지?"
"그래, 아빠"

* 관련글: "한국 공무원들 정말 멋져요"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7. 4. 07:24

드디어 어제 중요한 일을 끝냈다. 7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아침에 일어나 아빠 컴퓨터가 켜져있지 않자 "와! 우리 아빠 일 다 끝났네! 축하해~~~"라고 말하면서 아빠를 꼬옥 안았다. 그리고 딸아이는 얼른 방으로 사서 닌텐도를 가져왔다.

"아빠, 내가 가르쳐 줄테니 한 번 이것으로 나하고 같이 놀자."
"난 이런 놀이 정말 힘들어." (사실 아빠는 게임에는 문외한이다)
"아빠, 여기 노는 방법이 다 적혀있어. 읽으면 돼!"

그래서 한 두 게임을 같이 해봤다.
그리고 딸아이 왈: "아빠는 정말 게임을 못한다. 그만하자!"

방학을 맞이한 초등학생 딸아이는 이렇게 심심하게 논다. 하지만 종종 즐겨하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천에 그림을 그려 수를 놓는 일이다. 30-40년전 시골에서 누님들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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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혹시 바늘에 손가락이 찔리면 어쩌나 걱정스럽기도 했다.

"너 그러다가 손가락이 찔려 피가 나면 어떻게 하나?"
"괜찮아. 아빠가 내 의사이니까."

* 관련글: 컴퓨터에 뿔난 딸아이, 아빠 힘내라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7. 3. 08:52

지난 5월 말에 여름방학을 한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 요가일래는 요즘 심심해 죽을 맛이다. 방학이면 학교에 가지 않으니 부모와 많은 시간을 가질 것이라 잔뜩 기대했다.

하지만 방송분야에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는 아빠는 여름철이면 낮시간이 길어서 촬영꺼리가 겨울철보다 훨씬 많아 바쁘게 지낸다. 6월 초순내내 서울에서 온 피디와 함께 리투아니아 전역을 돌아다니느라고 딸아이와 놀아줄 시간이 없었다.

이어서 중순부터 조금 전까지 그야말로 죽기살기로 또 다른 일을 했다. 자는 시간,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번역하고, 편집하고, 조판 작업만 했다. 274쪽에 달하는  에스페란토로 된 책이다. 평소 존경하시던 분이 지난 해 이맘 때 돌아가셨다. 그분의 1주기인 7월 4일을 맞아서 후학들이 추모문집을 만드는 데 번역과 컴퓨터 조판작업을 맡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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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가 컴퓨터 조판한 책의 한 부분

번역하고, 사진 고르고, 다시 컴퓨터 조판하는 데 생각보다 엄청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방학에 아빠와 같이 한글, 천자문 등 여러 것을 같이 배우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한달이 지났는데도, 아빠는 여전히 바쁘다. 딸아이가 일어나 보면 아빠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고, 자러갈 때도 아빠는 여전히 컴퓨터에 눈을 응시하고 마우스를 움직이고 있다.

어제 아침 일어난 딸아이는 아빠 방 책장 옆에서 종이를 꺼내 무엇인가를 그리고 있었다. 심심하니까 그림을 그리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후 딸아이는 아래 그림을 아빠에게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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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어 철자로 된 "HIMNERA" (힘내라)라고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데스크탑, 노트북 모두가 빨간색으로 X로 금지 표시를 해놓았다.
"아빠, 힘내서 빨리 일을 끝내고 컴퓨터 하지 말고 우리 같이 놀자!"
최근 딸아이가 무엇인가를 부탁할 때마다 아빠가 빨리 일을 끝내야 마음껏 부탁을 들어줄 수 있다고 거절해야 했다. 그래서 딸아이는 "힘내라"라고 응원하고 있다.
"아빠를 이해해줘 고마워~"
오늘 아침 딸아이가 일어나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시내나 공원으로 산책을 가야겠다.

* 관련글: 21C 세계 평화의 언어 에스페란토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6. 2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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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우리 가정에 큰 변화가 하나 생겼다. 다름 아니라 과일주스이다.

딸아이는 태어나서 음료수를 마시기 시작한 후부터 만 7살 반인 지금까지 과일주스를 매일 즐겨마셨다. 하루 2-3리터는 쉽게 마셨다.

이런 딸아이가 얼마 전부터 과일주스를 마시지 않게 되었다. 그 오랜 습관을 이렇게 한방에 끊어버린 마력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왔을까?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며칠 전 우리집 여자 셋이 모두 치과에 다녀왔다. 7살 딸은 충치가 다섯 개. 17살 딸도 충치가 다섯 개. 그런데 엄마는 충치가 한 개... 평소 과일주스를 즐겨 마시는 두 딸은 모두 충치 다섯 개를 기록했다.

두 딸은 원인분석을 했다. 일단 주범이 과일주스라 여겼다. 과일주스의 당분이 치아에 남아 충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치과의사의 말도 여기에 한몫했다. 이후 엄마는 레몬을 탄 정수된 물을 유리병에 담아 부엌에 늘 놓아두고 있다. 딸은 충치예방을 위해 이 물을 마신다.

엄마는 딸의 결심지키기를 돕기 위해 또 하나의 수단을 강구했다. 바로 과일주스를 마시지 않는 날은 1리타스(500원)을 주기로 했다. 이렇게 주는 돈이 오히려 과일주스를 사는 것보다 더 싸니 불황에 가계지출을 줄일 수도 있어 일석이조가 된 셈이다.

야무진 7살 딸아이는 이렇게 모은 돈으로 아빠에게 리무진 차를 사주겠다는 당찬 꿈을 꾸기 시작했다. ㅎㅎㅎㅎㅎㅎ 어느 세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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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아뭏든 그 오랜 세월 과일주스 마시는 습관을 단칼에 끊어버린 듯한 7살 딸아이의 행동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하지만 "아빠, 내가 주스를 안 마시면, 주스 장사가 울거야. 그러니 내가 주스를 다시 마시는 것도 좋은 생각이겠지?"라고 금방이라도 말할 것만 같다.

* 관련글: 슈퍼스타가 안 되겠다는 7살 딸의 변심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6. 18.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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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아이들 대부분은 유아시절 세례식을 받는다. 그래서 성탄절이나 부활절 등 대모와 대부로부터 선물 받기를 즐겨한다.

딸아이 요가일래는 만 7살반인데 아직 대모와 대부가 없었다. 이런 명절이 되면 소외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가끔 엄마와 외가쪽에서 대모와 대부를 정하자는 뜻을 피력했지만, 아빠의 신앙이 달라 주저했다. 또 다른 이유는 적합한 대모와 대부를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근래에 들어와 엄마는 결혼해서 아들을 낳은 조카부부를 대모와 대부를 선택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우선 딸아이에게 물으니 좋다고 했다. 그리고 조카부부에게 물으니 선뜻 응하겠다고 답했다. 이렇게 7년이라는 긴 세월 수면 아래에 있던 딸아이 세례가 3일만에 일사천리를 이루어졌다.

먼저 월요일 조카부부를 집에 초대해 승낙여부를 확답 받았다. 그리고 시골에 사시는 는 장모님에게 전화해 화요일 성당 신부님께 부탁해 수요일 오후에 일정을 잡도록 했다. 모든 것이 원만하게 이루어졌다.

화요일 엄마는 딸아이와 함께 백화점에서 속옷부터 시작해 세례식 때 입을 옷을 모두 새 것으로 샀다. 헌옷을 입고 세례식에 참가하면 평생 좋은 옷을 입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한다. 아빠는 자기 전에 딸아이에게 목욕재계를 시켰다. 그리고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깨끗이 해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그리고 딸아이는 다음 날 세례식에 대한 설레이는 마음으로 혼자 방에서 잘 준비했다. 하지만 한참 후 방안에서 서럽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가보니 딸아이는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울고 있었다. "왜"라고 물어도 대답 없이 엄마를 꼭 껴안고 울기만 했다.  

우리 부부는 원인분석에 들어갔다. 답은 간단했다.

이날 낮 백화점에서 옷을 사면서 엄마는 그냥 지나가는 말로 대모와 대부의 역할을 이야기했다. 부모가 불상사를 당하면 아이의 성장을 책임지는 것이 리투아니아인들이 생각하는 대모와 대부의 첫 번째 역할이다. 그래서 대모와 대부는 친척들 중 신망 있는 사람들 중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위 리투아니아 사람들을 보니 이 세례식은 새로운 신앙인으로 태어나는 것보다는 아이를 후견하는 대모와 대부를 공식적으로 정하는 의미가 더 강해 보인다.   

바로 이 '불상사'라는 말에 딸아이가 서럽게 울었던 것이다. 이런 지경이라면 당장 세례식을 취소하자는 말이 목구멍 아래까지 치밀어 올라왔다. 딸아이가 이렇게 서럽게 우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 보았다.

길거리에서 죽어있는 새 등을 볼 때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저렇게 생을 마감한다고 어릴 때부터 딸아이에게 이야기해왔지만, 막상 가까운 인연을 그렇게 상상하니, 그 상상마저도 7살 딸아이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모두가 오래 오래 같이 살자고 간절히 기도하면 그 기도에 감응이 올 것이다"라고 설득에 설득을 한 후에야 딸아이의 서러운 한 시간 울음은 그쳤다.

어제 수요일 딸아이 세례식은 잘 끝났다. 특히 머리 위로 컵 가득 물을 쏟는 순간 울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지만 미소 띤 딸아이의 얼굴을 보니 대견스러웠다. 이날 엄마는 아빠의 신앙을 고려해 딸아이의 왼손 팔에 염주를, 그리고 오른손 팔에 묵주를 걸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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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딸아이는 다른 아이들처럼 대모와 대부가 생겨서 좋다고 하니 덩달아 아빠로서 기분이 좋다. 특히 대모는 미스 리투아니아 출신이고, 대부는 리투아니아 축구 대표선수이니 딸아이의 성장에 좋은 인연이 되어줄 것이라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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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식을 마친 딸아이의 해맑은 미소 속에 펑펑 서럽게 울던 세례식 전야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딸아, 이 행복한 미소로 일생을 살아가도록 노력해~~~"

* 관련글: 7살 딸이 달걀노란자를 먹지 않는 까닭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6. 17.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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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아파트 발코니에서 7살 딸아이 요가일래가 그네를 타면서 노는 동안 한국에서 온 주간지 잡지를 읽고 있었다.

이때 딸아이는 잡지 광고에 있는 아름다운 한국인 여자를 보더니 아빠에게  대뜸 물었다.

"아빠, 아빠는 한국 여자가 아빠의 아내가 되었으면 좋겠어?"
"아니. 벌써 아내가 있잖아. 너는 이런 사람이 너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어?"
"아니. 나도 벌써 엄마가 있잖아."
 
다문화 가정에 살고 있는 딸아이는 철이 들어가면서 점점 더 많이 동양과 서양의 차이를 느끼는 것 같다.

언젠가 엄마와 아빠를 따로 사랑하는 이유를 말하는 딸아이의 앙증스러운 순간이 떠올랐다.

"엄마, 난 아빠 안 사랑하고 엄마 사랑해."
"왜?"
"내가 엄마 뱃속에 있었으니까, 여자가 되었고 엄마를 사랑해.
내가 아빠 뱃속에 있었더라면, 남자가 되었을 것이고 아빠를 사랑했을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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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난 엄마 안 사랑하고 아빠를 사랑해."
"왜?"
"아빠 머리카락이 까맣고, 내 머리카락도 까맣다.
아빠 눈 까맣고, 내 눈도 까맣다. 그러니까 난 아빠를 사랑해."

* 관련글: 7살 딸이 달걀노란자를 먹지 않는 까닭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6. 16. 14:00

종종 삶은 달걀을 먹는 7살 딸아이 덕분에 덤으로 먹는다.
삶은 달걀을 볼 때마다 기차칸에서 출출한 배를 채우던 시절이 떠올랐다.

평소 아무런 말 없이 삶은 달걀을 잘 먹던 딸아이는
몇일 전 아빠 책상 옆 자기 책상에서 삶은 달걀을 까면서
뜬금없는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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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정말 나빠!"
"왜?"

"우리가 달걀을 먹으니 병아리가 태어날 수가 없잖아!"
"........"

그렇게 달걀을 먹던 딸아이는 쟁반을 건네주었다.
그 쟁반 위에는 노란자가 남아있었다.

"왜 노란자를 먹지 않았니?"
"병아리가 너무 불쌍해서 먹을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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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딸아이는 노란색 노란자에서 노란색 병아리를 떠올리면서
노란자를 먹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세상에 먹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겠다.
소시지를 보면 돼지가 생각나고, 딸기를 보면 예쁜 꽃이 생각나고...."
"아빠, 됐다! 그만...."

* 관련글: 7살 딸의 컴퓨터로부터 눈보호하는 법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6. 5. 07:46

지난 월요일부터 아내와 함께 매일 아침 9시경 집을 나가 저녁 9시경에 집에 돌아온다. 서울에서 온 손님을 도와주고 있다. 여름방학으로 하루 종일 집에 있는 7살 딸아이를 어떻게 하나가 제일 걱정꺼리였다. 다른 도시에 사시는 장모님에겍 부탁했으나 여러 일로 바쁘다고 하신다. 다행히 언니가 여름방학 전 마지막 주 수업이라 평소보다 일찍 집에 올 수 있다.

얼마 전 딸아이가 혼자 밖으로 나가려고 해서 깜짝 놀랐다. 그 동안 혼자 어디로 나간다는 것은 상상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어딜 가니?"
"응, 가게에 아이스크림 사러 가."
"혼자?"
"응."
"안 돼! 가려면 아빠하고 같이 가야 돼!"
"아빠, 난 아기가 아니야. 이제 나도 컸어!"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은 딸아이를 혼자 보내고 내내 창문으로 딸아이의 가고옴을 지켜보았다. 걱정 되었지만, 혼자 가게에 가서 물건을 사는 것을 보니 "아, 이제 딸아이도 컸구나!"에 미소가 나왔다.

이번에서도 딸아이는 좀 무섭기는 하지만, 언니가 학교에서 돌아올 때까지 혼자 있어보겠다고 했다. 딸아이가 자고 있는 사이에  집을 나간다. 그리고 일어난 딸아이는 전화해서 안부를 전한다. 대부분 컴퓨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컴퓨터 놀이에 집중하다보면 무서움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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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도 늦게 집에 돌아왔다. 딸아이는 오이를 썰어달라고 했다. 일부는 먹고, 일부는 눈 위에 올려놓았다. 눈 위에 올려놓은 이유를 물으니, 대답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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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컴퓨터를 많이 해서 눈이 아파. 그래서 내일도 컴퓨터를 하려면 이렇게 눈을 보호해주어야 돼!"
"그래, 아빠가 일을 다 마치면 컴퓨터 대신 많이 같이 놀아줄께!"

* 관련글: 책가방 때문에 딸아이와 실랑이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6. 2. 11:02

초등학교 1학년을 다니고 있는 딸아이는 이제 여름방학을 맞았다.
지난 주 목요일 여름방학을 하면서 받은 딸아이의 성적표를 보니 참으로 특이했다.
보통 리투아니아 학교 성적표는 점수(1-10)로 매겨져 있는데,
딸아이가 받아온 성적표에는 어디에도 점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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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까닭을 물어보니 리투아니아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 이하까지는 점수로 성적을 매기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 어떻게?

"항상(N)", "자주(D)", "종종(K)"이라는 세 단어로
아이들의 학습 결과를 표현하다.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1학년의 성적표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이를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아래에 공개한다.
먼저 성적표는 품성, 모국어, 수학 세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1. 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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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절 바르다
정결하다
부지런하다
주의심 있다
활동적이다, 창의적이다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이해한다
자기를 믿는다
교실규칙을 지킨다
      공동작업             창조적이다
                               적극적으로 참가한다
                               책임을 맡는다
                               협력한다
                               공동결정을 꾀한다


2. 모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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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다
분명하고 정확하게 읽는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읽고 소개한다
글로써 생각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바르고 예쁘게 글자를 쓴다
문법규칙을 안다
문법규칙을 적용할 수 있다
정보를 활용한다


3.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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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을 이해하고 이를 셀 수 있다
정확하게 더하기와 빼기를 할 수 있다
자를 사용해 길이를 그을 수 있다
문장로 된 문제를 해결한다
방정식을 셀 수 있다
도표를 그릴 수 있다


이처럼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에게는 숫자로 학업성적을 매기지 않는다. 예를 들면 수학 성적을 단지 점수 하나만으로 평가하지 않고 여러 가지 분류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효과를 평가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 관련글: 유럽 초등학교는 벌써 여름방학 시작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29. 12:28

유럽 학교는 5월말이나 6월초에 일제히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초등학교 1학년에 딸아이는 어제 5월 28일 여름방학식을 가졌고, 오늘부터 9월 1일 개학 때까지 학교에 가지 않는다.

여름방학식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이 아니였다. 평소 때와 마찬가지로 딸아이는 4교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후 5시 30분에 부모들과 같이 교실에 다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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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담임선생님으로부터 1년간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은 학부모들에게 노래를 불렀다.

이제 긴긴 3개월 여름방학 동안 딸아이의 심심함을 어떻게 해결해 줄 것인지 고민스럽다. 일전에 딸아이에게 물었다.

"방학에 너 무엇을 할 것이니?"
"몰라. 하지만 한글 공부을 더 많이 하고, 노래 공부도 더 많이 할 거야."

여름이 오면 지난 해 한국에 갔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언젠가 여름방학에 다시 한국에 가려면 한국어를 많이 알아야 하니까 배우고자 하는 것 같다.

노래는 음악학교에서 배우는 데 지난 번 유로비전 영향으로 더욱 자발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것 같다. 아래 첫 번째 영상은 음악학교에서 딸아이에게 노래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독창이고, 두 번째 영상은 노래를 부르는 딸아이 모습이다.




딸아이가 원하는 대로 한글 공부와 노래 공부가 긴 여름방학을 심심하지 않게 보내는 데 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 관련글:
 
노래경연 1등한 딸, 화가가 되겠다니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28. 13:48

조금 전 7살 딸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왔다.
오늘도 딸아이와 실랑이를 벌인 여러 날 중 하나였다.

이유는 책가방이다.

책가방을 들어보니 다소 무거웠다.
딸아이가 옷을 입고 사이에
이 가방을 어깨에 메고 현관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옷을 다 입고 방에서 나온 딸아이는
얼른 가방을 낚아채더니 엄마에게 준다.

"엄마, 잘 보관해! 아빠가 가져갈 수 없도록."
"가방이 무거우니까. 아빠가 가져가는 것이 좋겠다."

엄마가 아빠에게 다시 주려는 가방을 놓고
딸아이는 재차 빼앗았다.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가면 자라고 있는 허리에 좋지가 않아!"
"그래서?"
"그러니까 가방이 무거운 날은 아빠가 들고가야지."
'아빠, 내가 학생이야! 학생이 책가방을 들고가야지!"
"그래. 맞다. 무겁지만 학생인 너가 들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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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딸아이의 "내가 학생이야!"라는 말에 책가방을 둘러싼
아빠와 딸아이의 실랑이는 종료되었다.

중학교 다닐 때 한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가방이 너보다 더 크다!"
그땐 참으로 무거운 가방을 많이 들고  다녔다.
교과서에다 참고서에다......

이렇게 딸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면서
수십년 묵은 옛 기억들을 되살려보는 아침이 많다.

* 관련글: 저울이 있는 특이한 책가방 등장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20. 10:29

지난 해 어느 날 딸아이는 파티용 가면을 쓰고 갑자기 나타나 온갖 자세를 취했다.
가면털과 머리카락으로 딸아이가 숫사자로 탈바꿈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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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 어엿한 초등학교 1학년생이라 그런지 이런 순간 놀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딸아의 커감에 이런 알콩달콩한 순간 재미들이 함께 사라지는 것 같아 조금 아쉽기도 하다.

* 관련글: 모델 놀이하는 딸아이 순간포착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1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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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19일은 7살 딸아이 요가일래의 학교생활사에 길이 남을 날이다. 써놓고 보니 너무 거창한 구절인 것 같다. 하지만 사실이다. 2008년 9월 1일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요가일래는 그 동안 등교와 하교 시에 늘 누군가 함께 했다.

처음에는 학교 교실까지, 나중에는 학교 입구까지, 그리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하교시엔 학교와 집 중간에서 만나서 같이 돌아왔다. 그러다가 근래에 와서는 하교시에 친구 엄마가 태워주는 일이 잦았다.

이렇게 학교 수업이 끝나기 전 늘 교실문 앞에서 기다리는 일이 사라졌다. 이제 딸아이가 수업을 마친 후 전화해서 어떻게 할 지를 결정했다. 지금껏 학교 다닌 지 10개월이 넘었지만, 혼자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온 적이 없었다. 과잉보호라고 할 수 있겠지만, 딸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동안 아버지와 딸 사이 재미가 솔찬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이것을 좋아한다.

5월 19일 어제 아침 엄마가 너무 피곤해서 자명종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리고 주말이나 딸아이의 휴대전화 카드에 돈을 충전하지 못했다. 그래서 수신은 되지만 걸 수는 없었다. 투덜대는 딸아이에게 엄마는 학교수업이 끝나자마자 꼭 전화할 것을 약속했다.

아내는 딸아이가 학교에 있는 동안 여러 가지 일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전화해야 할 시간이 한참 지나버렸다는 것을 알아챘을 때 아파트 현관문에세 코드번호를 입력하는 소리가 들렸다. 직감적으로 요가일래임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 누가 태워져서 온 것으로 여겼다.

아파트 문을 열고 딸아이를 맞았다. 하지만 요가일래는 엄마를 보자마자 펑펑 울기 시작했다. 이제껏 그렇게 슬프게 운 적을 본 적이 없는 같았다. 이날따라 어느 정도 거리까지 같이 올 수는 친구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사라졌다. 그래서 딸아이는 엄마 전화를 기다리다가 지쳐 혼자 집으로 돌아오길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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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의 울음 소리에 약 1km 길을 걸어오면서 얼마나 무서웠을까를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엄마는 연신 딸에게 잊어버린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딸아이는 엄마 품에서 한참을 서럽게 울었다. 진정된 후 딸아이는 점심을 먹고 예전처럼 평온을 되찾았다.

"너, 오늘 처음으로 집으로 혼자 오게 된 것을 축하해. 정말 대단해!"
"아빠, 그렇게 말하지 마. 오면서 길을 건너고, 신호등을 건널 때 무서웠어."

"엄마가 전화하지 않아서 너 아직도 마음이 아파니?"
"아니, 벌써 엄마를 용서했어. 사람은 잊어버릴 수가 있지."


펑펑 울던 딸아이는 어느 새 "사람은 잊어버릴 수가 있지."라는 말로 엄마를 용서하고 평상심을 되찾았다.아이들의 마음이 하늘마음이라는 것이 실감난다. 어른들은 별 것 아닌 것으로 서로 토라지고 삐져 며칠을 대화단절로 가는 데 아이들은 이렇게 빨리 평상심을 찾아가는구나를 새삼스럽게 느꼈다.

* 관련글: 7살 딸이 아빠와 산책 좋아하는 이유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1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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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에는 팝뉴스의 "동양인 인종 차별 디카?"라는 글과 사진이 화제를 모우고 있다. 사람의 미소나 눈 깜박임 등을 읽을 수 있는 인공기능을 갖추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 피사체가 동양인의 좁은 눈을 "눈을 감았다"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는 서양인 등의 큰 눈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라며 카메라가 동양인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일부에서는 항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른바 큰 눈을 가진 백인들 사이에 살고 있는 조그만하고 좁은 눈의 동양인으로서 몇 자 적어본다. 한국에 살 때 백인이 옆으로 지나가면 한국인들이 "저기 코쟁이가 간다!"라며 말하는 것을 종종 들은 적이 있다. 이는 코가 크다는 뜻에서 서양인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그렇다면 서양인들은 동양인을 놀림조로 어떻에 부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좁은 눈"이다. 서양인 아이들이나 청소년들 옆으로 지나갈 때 "저기 좁은 눈이 간다!"라는 말을 듣는다. 언젠가 아이들이 그렇게 말하기에 현지어로 인사하니까 오히려 쑥스러워하는 표정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대개 아무런 반응 없이 그냥 지나간다. 어느 때는 "좁은 눈 덕분에 너희들보다 더 멀리 볼 수가 있지!"라고 속으로 웃어보기도 한다.

언젠가 한 친구가 동양인이 왜 좁은 눈을 가지고 있는 지 나름대로 분석했다. 동양인이 어릴 때부터 젓가락으로 작은 쌀 한 톨씩을 잡으려고 눈을 찌푸린다. 그래서 이를 반복하다보니 눈이 작고 세로로 좁아지게 된 것이다.

이 말을 듣자, "그렇다면 서양인은 어릴 때부터 둥근 감자를 많이 먹어서 눈이 둥글고 큰 것이 되었구나!"라고 응답했다. 우스개 소리로 결국은 쌀이냐 감자이냐 따라서 눈의 크기가 정해졌으니 "좁은 눈", "코쟁이"라고 서로 놀리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행히 7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엄마를 닮아서 눈이 둥글고 크다. 어느 날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요가일래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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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제부터 밥 대신 감자를 많이 먹어야 돼! 알았지?"
 
* 최근글: 김치에 정말 좋은 한국냄새가 나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17. 07:02

주말이다. 어제 아침부터 7살 딸아이는 아침부터 실내수영장에 가자고 졸라댔다. 하지만 아빠는 주말이면 바쁘다. 행사들이 많이 열리니 카메라를 들고 소식꺼리가 될 만한 것을 찾아나서야 한다. 어제 아침 리투아니아 이름 역사서 등장 1000년을 맞아 보트 1000척을 빌뉴스 네리스 강변에 띄우는 행사가 열렸다. 당연히 소식꺼리로 판단하고 우리 가족은 모두 행사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늦은 오후 한 친척의 초대를 받아 빌뉴스 교외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가는 길에 신혼부부 등을 태운 호화스러운 자동차들이 옆으로 지나갔다.

"아빠, 나도 저런 차를 타고 싶어. 사줘~~~"
"아빠의 능력으로서는 도저히 너의 소원을 들어줄 수가 없어. 미안해~~~"
"알았어. 내가 슈퍼스타가 될 거야! 텔레비전에서 봤는데 슈퍼스타가 좋은 차를 타고 다니더라."

"너 옛날에는 슈퍼스타가 안 되겠다고 하더니 이제 되고 싶으니?"
"당연하지. 내가 이제 모든 대회에 나가서 우승할거야!"
 
지난 해 요가일래는 "텔레비전에서 봤는데 슈퍼모델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사인해달라고 해. 난 그런 것이 싫어"라고 말을 했다. 그래서 방송용으로 요가일래를 촬영해야 하는 데 무척 애를 먹은 적이 있었다. (SBS TV 지구촌 VJ 특급 프로그램에서 "내 사랑 대한민국, 리투아니아 소녀 요가일래"라는 제목으로 출연했다.)

하지만 일전에 열린 노래경연 대회에서 우승을 한 심리적 효과를 보는 것인지 요즘 들어서 남들 앞에 나서는 데 부끄러움이나 두려움이 다소 누그려 떨어진 것 같다.

어제 식당에서 요가일래는 평소와는 달리 "아빠, 내가 자세를 취할 테니까 사진을 찍어서 아빠 블로그에 올려줘!"라면서 자원해서 자세를 취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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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슈퍼스타가 되어 이름과 재물을 얻으면, 혼자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남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진정한 슈퍼스타가 되는 것이야. 알았지?"
"알았어. 아빠, 걱정하지마!"

가정의 슈퍼스타가 세계의 슈퍼스타가 되어 좋은 일을 많이 해주기를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원할 것이다.

* 관련글:  - 모델 놀이하는 딸아이 순간포착 
                -
모델끼 다분한 7살 딸아이의 수영복 포즈들
                - 세계 男心 잡은 리투아니아 슈퍼모델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1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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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금요일 엄마는 일찍 음악학교로 갔다. 바로 음악학교가 개교 40주년을 맞는 기념일이다. 부탁을 받고 기념공연 행사를 촬영하러 가게 되었다. 7살 딸아이를 혼자 집에 둘 수가 없어서 함께 가기로 했다.

집에 같이 살면서도 딸아이와 대화할 시간은 엄마와 언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세 모녀가 있는 날이면 아빠는 일한다는 핑계도 있지만 소외감을 느낄 때도 자주 있다. 더군다나 딸아이와 아빠는 늘 한국말로 한다.

딸아이와 단 둘이 집에 있어도 대화하는 시간은 사실 그렇게 많지가 않다. 딸아이는 TV 보기, 인터넷, 그림 그리기 등 여러 놀이를 혼자서 하고, 아빠는 늘상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밖에서 단 둘이서 걸을 때는 무척 많은 말을 하게 된다. 어제도 걸어가면서 딸아이는 온갖 일을 다 말했다. 그 중에서 재미있는 말을 적어보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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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학교에서 친구와 둘이서 말을 했는데
지나가는 큰 학생(고학년생)들이 우리 말을 엿들었다.
그리고 하는 말이 어떻게 꼬마들이 어른처럼 말을 할 수가 있냐라고 말했다."

"하늘에 왜 비가 오는 지 알아? 바로 구름이 울기 때문이야."

"아빠, 우리가 이렇게 한국말을 하고 가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깜짝 놀랄 것이야.
웬지 알아? 어떻게 우리가 다른 나라말을 잘 할 수 있지라고 아주 궁금해할 거야.
아빠, 내가 아빠하고 산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가 이렇게 한국말을 하고 가면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니까."

* 관련글: 다문화가정의 2세 언어교육은 이렇게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7. 08:06

최근 낮에 산책하면서 갑자기 7살 딸아이가 물었다.
"아빠, 저기 하늘 봐! 왜 낮에 달이 떠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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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에 반달이 선명하게 떠있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 전해내려오는 옛날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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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있는 해와 달은 원래 부부였다.
이들 부부는 딸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그 딸은 땅이다.
어느 날 부부인 해와 달이 싸웠다.
그리고 이들은 헤어졌다.
서로가 딸인 땅을 보살피겠다고
또 한 번 더 크게 싸우게 되었다.
이때 하느님이 판단했다.
지금부터 해(엄마)는 낮에 땅을 보살피고,
달(아빠)은 밤에 땅을 보살펴라......


이 이야기에 따르면
해는 낮에 있고, 달은 밤에 있어야 정상이다.
그래서 딸아이가 의문을 제기했다.

"왜 일까? 스스로 생각해봐."
"나는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아. 또 생각하면 머리가 아플거야.
이번엔 아빠가 생각해서 말해봐."

[여기서 김연아에게 전화로 고대정신을 팍팍 집어넣었더니, 그 결과가 고교생 때와는 전혀 달랐다고 주장하는 이기수 고대 총장이 떠오른다(관련기사). 그는 정신을 주입한 결과라고 평한다. 참고로 초유스는 딸아이가 어릴 때부터 "왜"라고 물으면 딸아이에게 "왜 일까? 너가 한 번 답을 찾아봐"라고 응답한다.] 

"이제 여름이 되어서 날이 길어지고 있지.
그래서 겨울에는 밤에만 있을 달이 지금은 저렇게 낮에도 볼 수가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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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리투아니아 일출시각은 아침 5시 32분
일몰시각은 저녁 9시이다. 그래서 하루가 참으로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5. 07:40

오늘 한국은 5월 5일 어린이날이다. 많은 부모들은 이날을 맞아 자녀들에게 선물도 하고 공휴일이라 함께 가족 나들이를 할 것이다. 유럽 리투아니아은 어린이날이 6월 1일이다. 국제 어린이날로 인해 막상 어린이날로 정해져 있지만 공휴일도 아닐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이 날을 대대적으로 기념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부모나 아이 모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요즘 같은 불황 속 주머니 사정에는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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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너무나 날씨가 좋아 가족과 함께 소나무가 우거진 인근 공원에 산책갔다. 산책가면서 7살 딸아이가 길거리에서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자 먼저 말을 꺼냈다.

"아빠, 나도 개가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 자기 개가 눈 똥을 치우지 않으면 벌금이 15만원이야!"
"그럼, 개가 우리처럼 화장실에서 누도록 가르치면 돼."
"개가 있는 친척집에 갔다 와서 옷에 묻은 개털을 터느라고 힘들지?"
"맞아. 하지만 개가 있으면 우리가 없을 때 도둑으로부터 집을 지켜주잖아."
"우리 집에는 침입경보시스템이 되어 있으니 필요가 없지."

"아빠, 그럼 고양이는 어때?"
"고양이 키우는 친척을 한 번 생각해봐. 고양이가 손, 팔 심지어 얼굴까지 할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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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그럼 새는 어때?"
"지금 가는 공원 숲에 있는 새들을 생각해봐. 새장에 있는 새가 보다 숲에 사는 새가 더 자유롭잖아."

"맞아. 그럼 물고기는 어때?"
"지난 번 언니가 키우는 물고기 한 마리 때문에 아빠가 시골에 같이 못 갔지? (물론 다른 이유가 더 있었지만) 물고기는 바다, 호수, 강에서 자유롭게 살아야 돼."

"맞아. 그럼 다람쥐는 어때?"
"다람쥐도 마찬가지지. 숲에서 자유롭게 사는 다람쥐가 좋지. 가끔 숲에 와서 보면 되잖아."

"아빠 말이 다 맞다. 아빠 말대로라면 우린 애완동물을 집에서 키울 필요가 없다."
"그래. 애완동물 없이 우리 식구가 서로서로 보살피면서 사는 것이 좋지."

이렇게 가끔 딸아이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주위 친구들이나 친척들을 부러워하고, 집에서도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다고 한다. 가끔 어린이날 등 선물로 딸아이의 뜻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일어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욕심에 집착해서 울음으로 떼를 쓰지 않고 아빠 말을 이해해주는 딸아이가 무척 기특해 보인다.

* 관련글: - 꽃선물 없이 본 7살 딸아이 노래공연
               - 4식구 성(姓)이 각각 다른 우리 가족
               - 부모를 별침, 동침시키는 7살 딸아이 사연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4. 30.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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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0차 부부이다. 2001년 태어난 딸아이는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이다. 생후 몇 개월간 잠깐 아기 침대에서 잠을 자다 그 이후부터 줄곧 부모와 한 침대에 잤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장단점이 있겠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품안에 안고 자는 날이 과연 몇 해나 될까라고 생각하면서 셋이 같이 자는데 서로 반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가게에서 구입하지 않고 넉넉한 크기의 침대를 주문 제작시켰다.

그렇게 불편 없이 여러 해를 지내오다가 드디어 딸아이가 점점 켜자 차지하는 공간이 넓어졌다. 또한 아이들은 열이 많이 나므로 자다가 보면 이불은 발밑에 가기 있기 일쑤였다. 추워서 깨는 일이 더욱 잦아졌다. 결국 한 침대에 이불 2채를 사용하게 되었다. 이불을 푹 덮고 자는 습관이 있어서 도저히 발밑으로 밀린 이불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잠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딸아이가 더 커서 세 사람이 자기엔 침대가 좁았다. 그러던 차에 딸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물론 그 전에도 자기 침대가 있었다. 입학 기념으로 당당히 딸아이는 "홀로 잠"을 선언했고, 한 동안 자기 침대에서 홀로 잤다. 간혹 주말이 되면 이렇게 말하곤 했다.

"아빠, 내일 학교에 안 가니까 나 엄마하고 잘래. 괜찮지? 아빠는 내 침대에서 자. 알았지?"

딸아이는 자는 데 아주 편하다고 하지만 이렇게 직접 딸아이 침대에 자보니 딱딱하고 좁아서 자기가 무척 힘들었다. "이런 침대에 내 귀한 딸을 재우자니!!! 차라리 내가 따로 자는 것이 좋겠다"라고 결론지었다. 또한 딸아이는 이렇게 몇 번 엄마하고 자더니 얼마 후 자기 침대 존재를 영원히 잊어버린 듯했다. 더군다나 늘 새벽까지 일하는 아빠는 자는 식구를 깨우지 않으려고 일하는 방에서 그냥 자게 되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부부방은 모녀방이 되었고, 책상방은 아빠방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최근 딸아이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 어제 오후 딸아이는 갑자기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엄마를 많이 사랑해야 돼. 엄마한테 뽀뽀도 많이 해야 돼. 엄마를 많이 사랑하려면 같이 자야 돼. 그러니까 오늘부터 나는 내 침대에 진짜 자고, 아빠는 엄마하고 잔다. 알았지?!"
"왜 갑자기 그래? 아빠는 아빠방에서 자는 것이 더 편한데......"


"아빠, 난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어. 동생이 있으면, 수학 공부도 어떻게 하는 지 가르쳐 주고 싶고, 무엇이든지 많이 알려주고 싶어. 엄마한테도 아빠를 많이 사랑하라고 말했으니까, 오늘부터 진짜 엄마하고 자!"
"나이 적은 세상 아이들이 다 너의 동생인데 굳이 한 명 더 필요하니?"


"아빠, 그래도 난 우리 집에서 같이 사는 동생이 필요하단 말이야!"

딸아이는 저녁을 보내고 밤 10시가 되자 잘 준비를 했다. 혹시 낮에 한 말을 잊어버리지는 않았나 궁금했다. 엄마하고 같이 자기 침대를 정리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곧 딸아이는 책상방 문에 나타났다.

"아빠, 오늘은 새벽까지 일하지 말고 엄마하고 자! 알았지? 안녕히 주무세요, 아버님!"

부모를 동침시키는 딸아이의 이번 다짐이 과연 며칠이나 더 지속될 지 궁금하다. 아무튼 부모 사이에 이런 튼튼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딸아이가 있음에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 관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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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델 놀이하는 딸아이 순간포착
              - 꽃선물 없이 본 7살 딸아이 노래공연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4. 29. 07:17

오늘 7살 딸아이 요가일래를 학교에서 데리고 왔다.
지난 해 9월 1일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여전히 등교와 하교 길에 딸아이와 함께 한다.
하지만 요즈음 하교 때는 학교까지 안 가고
학교와 집 중간 지점쯤 만난다.

오늘도 그렇게 만났다.
요가일래는 혼자가 아니라 남자 반친구와 함께 걸어왔다.
그는 늘 할머니가 하교 길을 함께 하고 있다.

넓은 도로의 인도이지만, 이 인도변에는 민들레꽃이 사방에 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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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반친구가 이 민들레꽃을 보자 갑자기 꺾어서 갈기갈기 찢기 시작했다.
이를 옆에서 지켜본 딸아이 요가일래는 한 마디 했다.

"아빠, 정말 꽃이 아프겠다. 꽃을 저렇게 꺾으면 빨리 죽잖아!"
"그래 맞는 말이야!"

아파트 뜰에는 자두나무가 한창 하얀 꽃을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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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저 하얀 꽃이 꼭 겨울 눈과 같다. 정말 아름답다.
하지만 우리 꺾지 말고 함께 냄새 맡아보자!"

그 동안 요가일래는 공원에 놀려갔을 때
아름다운 꽃과 풀을 뜰어 꽃다발을 만들어
엄마 아빠에게 꽃선물을 주곤 했다.

오늘 요가일래 말이 진짜 씨가 되어 이제부터는 늘
그냥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는 데 그치기를 바란다.

* 관련글:
              - 꽃선물 없이 본 7살 딸아이 노래공연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4. 27. 07:14

지난 금요일 주말을 맞이하는 날이었지만, 식구들 모두가 바빴다. 엄마는 이날 오후 내내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야 했다. 아빠는 이날 오후 스웨덴에서 온 손님과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날 오후 초등학교 1학년 요가일래는 다른 음악학교에 원정가서 그 동안 음악학교에서 배운 노래실력을 선보이는 날이었다. 규모는 작지만, 다른 음악학교 학생들과 합동으로 공연을 하는 자리였다. 같은 음악학교 4명과 함께 선생님을 인솔을 받아 공연이 열리는 학교로 가기로 했다.

만약에 식구중 한 사람이라도 제 시간에 가지 못하면 선생님이 요가일래를 다시 학교로 데려다줄 것을 부탁했다. 딸아이의 첫 원정공연에 부모가 참석해 보이지 않는 힘을 보태지 못한다면 무척 아쉬울 것이다. 그래서 제 시간에 참석하려고 무척 애썼다.

스웨덴 손님과 일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와 부랴부랴 카메라를 챙겨들고 공연할 학교로 버스를 타고 갔다. 도착하니 다행히 개막식 인사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앞 줄에 앉은 딸아이는 뒤로 돌아보면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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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 차례가 왔다. 혹시 중간에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스스로 창피함을 느껴 그만두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다. 평소 집에서 노래연습하다가 잘못하거나 잘못을 지적 받으면 그 순간에 토라져서 자기 방으로 달려가곤 한다. 카메라 모니터를 통해 본 요가일래 이날 공연은 아무런 실수가 없었고, 아주 자신감 있게 보였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요가일래에게 다가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참 잘했다"라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둘 다 흐뭇했다. 집에 와서 촬영한 것을 컴퓨터로 옮겨 다시 보면서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바로 꽃선물을 하지 못한 것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래 영상에서 이날 요가일래가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리투아니아어 노래입니다. 훗날 이렇게 한국어 노래도 부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음에 드시면 박수 짝짝짝~~~)



"네가 공연 끝나고, 아빠가 꽃선물하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괜찮아. 그런데 꽃선물 받았으면 기분이 더 좋았을 거야......"

* 관련글:
              - 음악학교 딸아이 첫 발표회
              - 모델 놀이하는 딸아이 순간포착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4. 14. 14:40

며칠 전 차를 타고 가는 데
7살 딸아이는 길에 있는 태극 문양 광고를 보더니
태극기를 닮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옆에 있는 막대기 그림이 없다면서
태극기가 되려면 이렇게 이렇게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4괘를 손으로 그렸다.

기회 대로 태극기를 보았지만 특별히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4괘를 정확하게 기억할까?
차 안에서 손으로 공중에 그린 것이 정말 맞는지 의심이 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 어른인 나도 때로는 헷갈릴 때가 있다.

"어떻게 그렇게 막대기 모양을 다 기억하니?"
"그냥."
"집에 가서 종이 위에 한 번 그려봐."
"알았어."

딸아이는 부활절 휴가로 외할머니집에 가서 어제 돌아왔다.
한참 놀다가 하얀 종이를 꺼내더니 혼자 책상 위에서 뭔가를 그리고 있었다.

"아빠, 여기 태극기!"

규격에는 영 맞지가 않는다. 하지만 4괘의 모양와 위치는 정확하게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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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아이들의 관찰력은 남다르구나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 순간이었다.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다문화 가정의 일원으로 살고 있는
딸아이는 여러 국기 중 태극기가 제일 마음에 든다고 한다.

"왜, 그러니?"
"태극기 안에는 빨간 파란 일원상이 있고, 그 주위에 막대기가 있어 참 아름다워."

요가일래 관련글:
       7살 딸이 영어 아닌 불어를 선택한 이유 
       7살 딸아이의 나무아미타불 놀이
       딸아이 그림 속 TV, 세대차이 실감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4. 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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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 목요일 저녁 밤 9시경
딸아이는 배가 고프다며 잠자리에 들지를 않았다.
저녁 내내 일을 하다가 밥을 아직 안 먹었기에
모처럼 딸아이와 함께 부엌 식탁에 앉아
늦은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먼저 7살 딸아이에겐 양념 김과 밥을 챙겨주었다.
냉장고에서 김치통을 꺼내 그릇에 김치를 담았다.

김치통을 열자 확 쏟아지는 김치 냄새를
맡으면서 딸아이는 평소처럼 김치 냄새에 찬탄했다.

"아~~, 김치 냄새 정말 좋다!"

이어서 딸아이는 김치통 안으로
코를 내밀고 시큼하고 쏘는 맛을 다시 음미했다.
그리고 딸아이는 한 마디를 더 했다.

"아빠, 우리가 이 김치 냄새를 우리 차 안에 놓으면 좋겠다."
"왜?"
"그러니까 우리 차에만 김치의 향긋한 냄새가 나니까!"

딸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김치 먹기를 권했을 때
딸아이는 "크면 먹을려요"라고 늘 답했다.
그러다가 만 6살이 된 어느 날
"아빠, 나 김치 먹을래!"라고 말했다.

그후 지금까지 딸아이는 배추는 먹지 않고
김치를 밥에 발라서 먹거나 밥을 김치에 찍어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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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에서 썩은 냄새가 난다면서 피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김치의 시큼하고 톡 쏘는 냄새를 향긋하다고 말하고,
이를 자동차 방향제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깜찍한 발상을 한 딸아이 말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4. 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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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만우절이었다. 거짓말에 웃는 날이다.
언론들은 진짜 같은 거짓뉴스를 만들어냈다.
어제 늦은 밤이 되어서야 만우절 거짓뉴스임이 드러났다. 언론은 해당 기사에 만우절 기사임을 나중에 표시했기 때문이다.

몇 가지 만우절 장난 기사이다. 모두가 읽을 당시에는 공감이 가고 사실로 보였다.

시민들이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중심가 광장에 UF0 비행장 건설을 제안했다.

전직 대통령의 부인이 운영하는 특급호텔의 신축 중인 아파트가 국회의원들의 호텔이 될 것이다.

평소 이색적인 법안을 제출하기로 유명한 한 국회의원이 새로운 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의 골자는 경제위기로 국회의원의 월급이 15% 삭감된 것을 기반으로
국회의원들이 받는 리베이트 액수를 기존의 10%에서 7.5%로 삭감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가족이나 친구들간 오가는 이날 거짓말은 거창하기보다는
순간적으로 주의심을 흐트러뜨리는 정도의 농담이 대부분이다.
 
초등학교 일학년 딸아이가 엄마와 함께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엄마에게 "저기 풀밭 나무 밑에 버섯 봐!"라고 말하자
운전하던 엄마는 고개를 잠깐 돌려 풀밭을 내려다보았다.

딸아이는 엄마의 고개돌림에 "만우절이야!"라고 깔깔 웃어댔다.

이때 엄마는 피아노 연습을 게을리 하는 딸아이에게 제안 하나를 했다.
이날 피아노 시험이 있는 날이었다.

"집에 가서 음악학교 가기 전까지 열심히 피아노를 친다.
학교에 가서 선생님한테 피아노 연습을 거의 안 해서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험은 시험이니까 피아노를 (멋있게) 친다.
선생님이 연습을 안 했다는 말에 깜짝 속는다."

이렇게 딸아이는 집으로 돌아와 열심히 피아노 연습을 했다.
그리고 엄마의 제안을 그대로 실행했다.
결과는 속였다는 만족과 함께 만점을 받아왔다.

"아하, 날마다 오늘처럼 만우절이라면 시험마다 만점이겠구나!"
 
어설픈 깜짝 거짓말이지만, 이날은 모두 그런 거짓말에 ㅎㅎㅎ한 날이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3. 31. 11:32

어제 초등학교 1학년 딸로부터 '할아버지' 소리를 들었다.
머리카락이 벌써 하얗게 된 것 때문이 아니다. 그렇다면?

딸아이를 학교에서 데리고 집으로 왔다.
3층에 위치한 아파트를 올라올 때마다
딸아이는 코앞에 있는 집으로 빨리 가고자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간다.
뭐, 덕분에 딸아이이가 현관문을 열어주는 셈이다.

어제는 곧바로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3층에서 2층을 막 올라오는 아빠에게 한 마디 했다.

"아빠는 할아버지다!"
"왜? 네가 시집가야 아빠가 할아버지가 되지!"
"아니, 아빠가 할아버지처럼 힘없이 걸으니까!
아빠, 나처럼 운동 많이 해야 돼!"

학교에 갔다 숙제하고 TV 보고, 혼자 놀다가 심심할 무렵인 저녁이 되면
딸아이는 컴퓨터에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아빠에게 와서 운동하자고 보챘다.

얼마 전 학교 체육시간에 줄넘기를 한부터 요즈음은 줄넘기를 자주 한다.
때론 원불교 좌산 상사님이 지은 "건강관리의 요제" 책을 펴놓고 
그 안에 있는 몸동작을 따라 한다.
때론 딸아이가 주도하는 다양한 몸동작을 같이 한다.

일전에 딸아이는 앉아서 다리를 힘껏 벌리고
손으로 반대편 발가락 잡기 운동을 열 번하자고 했다.
동작 빠른 딸아이가 10번을 먼저 하고
나중에 마친 아빠에게 외친 말이 압권이었다.

"아빠, 창피하지도 않아? 내가 나이가 더 어린데
10번을 했으면, 아빠는 20번, 30번 더 해야지!"
"10번 하자고 해놓고서는 왜 아빠에게 창피를 주니?!"

거실에 있던 엄마 왈:
"맞다! 맞아! 7살 딸아이와 똑 같이 운동한다면, 효과가 어디 있겠나?"
 
비록 창피한 아빠가 되었지만,
이런 딸아이와 함께 살게 된 것에 대한 행복감이 온몸으로 전율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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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3. 2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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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살 딸아이 요가일래는 평소에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학교에 갔다와 숙제하고 TV보다가 지치면 프린터 종이통에
하얀 종이를 꺼내 그림을 그린다.
이럴 때엔 "종이 아껴라!" 말을 못한다.

최근에 그린 그림을 딸아이는 냉장고 문에 붙여농았다.
문을 열려고 그림을 보니 눈길을 끄는 물건이 하나 있었다.

바로 딸이 그린 TV였다.
4:3 TV 모형 그림에 익숙한 눈으로
16:9 와이드형 TV 모형 그림을 보자
세대차이를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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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글: 모델끼 다분한 7살 딸아이의 포즈들 
* 최근글: 2살 때 입은 옷, 8살에도 입는다
               대학교수들의 눈길 끄는 과외 광고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3. 2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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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 요가일래는
요즘 하루에도 여러 번 빨리 봄이 오고
여름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바로 낮이 긴 날 초원의 언덕이나 공원에서
마음껏 놀고 싶기 때문이다.

몇 해 전 요가일래는 확 트인 언덕 위에서
몸이 유연한 사촌언니 엘비나를 따라
고난이도 몸동작을 시도해본다.

이 사진들을 즐겨보면서
여름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요가일래가 때로는 안스럽다.

"아빠 딸! 그러면 사시 사철이 여름이 있는 나라로 이사갈까?"
"아니, 아빠! 그래도 여기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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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3. 2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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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동안 한 번도 걸리지 않았던 감기로
최근 여러 날을 고생하면서  
일곱살 딸아이에게 접근금지를 내리곤 했다.  
그래서 안기고 싶어하는 딸아이는
몇 차례 삐지기도 했다.

다행히 주초에 감기로부터 벗어났다. 
어제 저녁은 모처럼 딸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딸아이는 그 동안 못한 말들을 봇물 터지듯 쏟아내었다.

"아빠, 우리가 한국에 갔을 때
어린 아기들을 많이 보지 못했는 데
왜 한국에는 아기들이 없어?"

리투아니아 빌뉴스에는  
인근 공원이나 숲에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을 언제라도 쉽게 볼 수가 있다.

이것을 기억한 요가일래는 
지난 해 여름 한국에 한 달 있으면서
아기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 어디 한 번 기억을 더듬어 보자.
날씨가 더워서 아기들이 집에 있었는 것 같네."

"아빠, 한국 사람들이 빨리 결혼했었으면 좋겠다."
"왜?"
"그래야 내가 한국에 가면 아기들을 많이 볼 수 있을 테니까."

"아빠, 아빠가 아기였으면 좋겠다."
"왜?"
"아빠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니까."

"아빠가 어렸을 때 어떻게 생겼어?"
"아빠가 어떻게 생겼을까? 아마 요가일래처럼 생겼을거야."
"아빠!!!!! 엄마도 그렇게 말하고,
언니도 그렇게 말하고. 도대체 왜 그래?
좀 설명할 수 없어?!"
"그럼, 너가 상상해봐!"
"아빠 머리카락은 지금처럼 딱딱하지 않았고,
얼굴도 작았고, 피부도 부드럽고......"

"아빠, 알아?
우리가 옛날에 하늘에 있는 달에 살았는데, 우리가 죽었어.
그래서 우리가 여기에 태어났어.
달에서는 죽었지만, 여기에 다시 살아 있어.
아빠, 우리가 여기서 죽으면 또 하늘 다른 곳에서 태어날 거야."

아빠의 어린 시절을 설명하라고
책상으로 주먹을 치며 호통하는 딸아이,
죽음과 삶을 공간이동으로
자유롭게 상상하는 딸아이의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모처럼 유쾌한 저녁을 보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3. 24. 12:18

아이를 키우다보면 때론 힘들지만
때론 그 힘듦을 상쇄시키는 장면들이 뜻하지 않게 나타난다.

지금은 초등학생이 되어버린 딸아이가
만 4살 때 동전을 가지고 놀면서 말한다.

"아빠, 내 눈엔 돈 밖에 안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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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