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모음2009. 12. 24. 06:39

오늘은 크리스마스 전야일이다. 유럽에서 최대 명절이 크리스마스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리투아니아에는 12월 초순부터 크리스마스 트리를 파는 사람들로 거리가 붐비고,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잉어를 파는 사람들로 시장이 붐빈다. 이곳의 성탄절은 우리의 추석과 같은 분위기이다.

흩어진 가족들이 모여 모처럼 정을 나누는 날이다. 크리스마스 음식으로 흔히 미국에서 먹는 칠면조구이를 떠올린다. 미국외에도 영국, 핀란드, 헝가리, 아이슬랜드, 포르투갈 등에서도 칠면조구이나 거위구이 등을 먹는다. (세계 각국의 크리스마스 음식은 위키백과 사이트를 참조하세요. ->)
 
주로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두 나라의 풍습은 많이 비슷하다. 먼저 성대한 크리스마스 전야 만찬은 참석자 모두가 흰 미사빵을 나눠 먹으면서 소원 성취 기원으로 시작된다. 식탁에는 반드시 빈 의자 하나를 더 놓는다. 혹시라도 찾아오는 손님을 위해서다.

이날 저녁상에는 육류와 지방분이 없는 12가지 음식이 마련된다. 체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주로 잉어구이를 먹는다. 12가지 음식은 보통 다음과 같다.
     1. 야채만두                                       2. 붉은 사탕무 수프
     3. 삶거나 구운 잉어                            4. 양귀비씨앗 비빔 밀가루요리      
     5. 삶은 양배추요리 (속에 쌀밥과 버섯)  6. 강남콩과 양배추요리                
     7. 생선 돈가스                                   8. 삶은 감자
     9. 절인 양배추 샐러드                       10. 마른 자두, 배, 사과로 끊인 과일차
    11. 빵                                             12. 과자


라트비아 천주교인은 정열의 피를 기원하면서 붉은 사탕무, 돈을 기원하면서 생선, 행복을 기원하면서 당근, 가정의 화목을 기원하면서 밀알요리, 가난에 찌들지 않기를 기원하면서 감자, 아이들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강남콩을 먹는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날 일제 육류와 기름진 음식을 먹지 않고, 주로 밀가루 음식, 채소 음식, 생선 등을 먹는다. 아래는 초유스네 집이 흔히 먹는 크리스마스 전야 음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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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섯 명지만 문득 찾아오는 손님을 비해 자리를 마련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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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흰 미사빵을 나누어 먹으면서 소원  성취를 기원하면서 만찬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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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선 튀김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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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어 무침 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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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붉은 사탕무와 콩 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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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훈제된 고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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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섯 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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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귀비씨앗 빵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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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잉어 요리
        ▲ 쿠차 (건빵을 양귀비씨앗을 갈은 물에 넣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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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익
                        행복과 건강 가득한 크리스마스를 기원합니다. 

* 관련글: 우편으로 처음 받아본 크리스마스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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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11. 7. 07:51

유럽연합의 동쪽 변방국인 리투아니아 슈퍼마켓에서 파는 한국음식은 그 동안 없었다. 하지만 "MORKOS KOREJIETIŠKA"(한국식 당근)이라는 리투아니아어 이름으로 파는 당근 샐러드 음식은 있다. (이에 대해서는 "한국에는 없는 “한국 당근”을 즐겨 먹는다"를 참조하세요.)

지난 목요일 평소 자주 가는 슈퍼마켓에 들렀다. 면 종류 판매대 옆에 처음 보는 네모난 플라스틱 통으로 된 물품가 무더기로 쌓여있었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리투아니아 슈퍼마켓에서는 사진촬영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아. 로마자가 아닌 키릴문자로 된 상표명이 생소했다. 어떤 신제품이 등장했나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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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불가리아를 여행하면서 조금 익힌 실력으로 키릴문자를 읽어보려고 했으나, 끝부분 밑에 선명하게 한글로 '도시락'이 써여 있지 않은가!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한국음식을 직접보는 만큼 한글로 된 음식을 만나자 기분이 좋았다. 이는 값의 여부를 떠나 이 물건을 주저함없이 장바구니에 담게 했다. 참고 삼아 가격을 이야기하자면 1.99리타스(약 1000원)이다. 러시아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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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물을 끓여서 '도시락' 라면 맛을 보았다. 면은 한국에서 먹어봤던 즉석 라면 맛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고추장을 풀어서 먹으니 한국에서 먹던 그 컵라면 맛에 견줄만 했다. 이곳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서도 '도시락' 즉석 라면을 사먹을 수 있다니... 잔잔한 감동이 라면의 김따라 위로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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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 '도시락' 라면이 이제 리투아니아까지 넘어왔다. 여기서도 인기몰이 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즉석 라면하면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도시락'을 떠올리는 날이 오고, 이 제품 키릴문자 이름 '도시락' 밑에 있는 작은 글자 그림이 '한글'임을 알기를 바란다.

* 관련글: 해외에서 나 홀로 집에서 먹는 추억의 라면
               한국에는 없는 “한국 당근”을 즐겨 먹는다
* 최근글: 남의 헌옷을 생일잔치에 입으려는 8살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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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10. 26. 08:13

이제 내년이면 해외생활을 한 지 20년을 맞는다.1990년 유럽에 첫 발을 내디딘 후 약간의 공백을 거쳐 지금까지 살고 있다. 이렇게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내 자신이 한국인임을 느끼는 순간은 여러 경우가 있다. 그 중 한 경우가 바로 뜨거운 음식이다.

리투아니아인들의 일상 음식은 이렇다. 아침은 빵에다 버터를 바르고, 치즈나 훈제된 소시지를 얹어서 먹는다. 낮에는 요리된 고기, 감자, 야채, 그리고 샐러드 등이다. 저녁은 아침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가끔 곡물죽을 먹는다. 한 마디로 이 모든 음식이 따뜻할 수 있지만, 뜨겁지가 않다.
 
아내가 리투아니아인이다. 된장국이나 김치국을 끊여놓으면 아내를 비롯한 다른 식구들은 모두 이 국이 식을 때까지 기다린다. 퍼놓은 밥도 조금 식은 후에 먹는다. 그러므로 이런 뜨거운 음식이 식탁에 오르면 우리 집 식구들의 식사시작 시간은 제각각이다.

쇠숟가락을 통해 느끼는 국의 뜨거움과 쇠젓가락을 통해 느끼는 밥의 따끈함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어찌 그 맛을 알 수 있을까? 언젠가 한번 시도해볼 것을 권했는데, 오히려 혀가 데였다고 원망만 들어야 했다. 어떻게 그렇게 뜨거운 음식을 먹을 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익숙하면 절로 되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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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빌뉴스에 사는 한 한국인 친구가 돌솥을 선물로 주었다. 이 돌솥을 보자마자 수년 동안 잊고 지내던 돌솥비빔밥이 떠올랐다. 그 후 지금까지 매일 심지어는 하루 세끼를 다 이 돌솥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있다. 특히 먹으면서도 부글부글 끓고 있는 국이나 여전히 따뜻한 밥을 보고 있으면 영락없는 한국인임을 절감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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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돌솥비빔밥을 맛있게 먹고 있는 아빠에게 7살 요가일래가 물었다.
"아빠는 어떻게 그렇게 뜨거운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어렸을 때부터 먹어서 그렇지."
"나도 어린데, 왜 나는 먹지 못하지? 아마 아빠는 진짜 한국사람이기 때문일 거야."
"너도 조금만 더 크면, 먹을 수 있어."
"그러면 나도 진짜 한국사람 된다. 아빠, 맞지?"
"당연하지."

* 관련글: 유럽인 장모의 사위 대접 음식
               유럽 애들에게 놀림감 된 김밥
* 최근글: 대학생, 5분만에 짝 찾으면 호텔숙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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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3. 1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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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생활 20년 변한 것 하나" 글에서
차에다 설탕을 타 먹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다면 변하지 않는 것 하나는 무엇일까?
부끄럽지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바로 소리 내서 음식을 먹는 것이다.

유럽은 비교적 찬 음식이 많다.
반면 한국은 금방 한 따끈한 밥과 팔팔 끊고 있는 국을 즐겨 먹는다.
찬 음식은 입안에 넣어 입을 닫고 오물오물 큰 소리 내지 않고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뜨거운 음식은 그렇게 쉽게 먹을 수가 없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입을 열고 밥을 먹게 된다. 

더욱이 면 종류를 먹을 때 소리 내지 않고 먹기란 정말 힘 든다.
뜨거운 라면을 입안으로 후루룩하면서 먹은 그 맛을
우리 식구 중 누가 알랴?

그래서 한국인들이 모인 자리에 밥을 먹을 때가 가장 편하다.
바로 소리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밥을 먹을 수가 있으니까.

식구가 네 명인 우리 집은 모두가 함께 밥을 먹는 경우가 흔치 않다.
이유 중 하나는 모두가 식성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각자 해결한다.

함께 먹는 날이다 보면 가끔 불상사가 일어난다.
조심스럽게 밥을 먹다가 군기가 빠지면
입은 옛 버릇을 찾아 쩝쩝 소리를 낸다.

생각건대 그렇게 큰 소리는 아닌데
낮은 소리에도 아주 민감한 다른 식구들은
이내 내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기분 좋은 날은 모두 ㅎㅎㅎ로 넘긴다.
하지만 어느 한 쪽이 저기압이면 일은 터지고 만다.

"함께 산다는 것이 뭐야?! 서로 이해하면서 살아야지.
뭐, 소리 좀 내서 먹는 것이 그렇게 거슬려?!"

"여기 살고 있으니, 여기 사람들처럼 먹으면 안 돼?!
20년을 살았으면 좀 바꿔야 되는 것 아니야?!"

이렇게 한바탕하고 나면 밥을 들고
부엌에서 컴퓨터 앞으로 자리이동을 해서
혼자 꾸역꾸역 밥을 먹는다.

유럽인 배우자와 함께 살려면 이런 일 좀은 견더야지......  
(다른 분들도 비슷하죠? 아니면 나만 그런가......)

딸아이 요가일래가 하는 말이 떠오른다.
"아빠, 나 따라 해봐라 요렇게! 그러면 조용히 먹을 수 있지롱."

관련글:
            유럽생활 20년 변한 것 하나
            유럽에도 술 따르는 법이 있다
            생일이 3개인 아빠에게 준 딸의 선물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08. 7. 1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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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다, 아니다의 뜻인 한자 (불)은 달러($)의 한자 표기이기도 하다. 일전에 러시아의 고립영토인 칼리닌그라드를 방문해 한 대형매장 안에 있는 음식점에서 연어요리를 주문했다.

가져온 연어요리의 문양이 눈길을 끌었다. 그 문양을 보니 달러 표시인 弗을 꼭 닮았다. 물론 요리사는 弗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그 모양을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상기가 발동해 왜 그 많은 문양 중 弗자 비슷하게 만들었을까 궁금증이 일어났다. 혹시 팁을 듬뿍 주라는 소리일까...... 호기심이 발동해 결국 카메라를 꺼내 이 언어요리를 촬영했다.

그 순간 계산대에 서 있던 지배인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더니 사진촬영 금지라고 일침을 가했다. 혹시 지배인에게 弗를 주면 더 찍을 수 있었을까...... 자 앞에 사람 이 더해졌더라면 부처의 자비로 사진 찍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을까...... 여러 가지 장난스러운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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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