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2015. 10. 26. 05:28

최근 5일 동안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에서 1,500킬로미터를 이동했다. 산이 없지만, 도처에 숲이 자리 잡고 있다. 푸른 소나무 사이사이에 노랗게 물든 단풍나무와 자작나무 잎이 참으로 돋보인다.

대학 시절 한 선배와 함께 남산 은행나무 단풍 구경을 간 일이 떠오른다. 가을날 은행잎은 그야말로 노란색의 극치를 보여준다. 요즈음 이 한국의 은행잎에 버금가는 유럽의 단풍잎이 사방을 장식하고 있다.


자작나무 잎도 단풍나무 잎에 뒤지지 않는 노란색을 뿜어내고 있다. 



낙엽송 잎 또한 눈부시게 하는 황금빛으로 변해 노란색 물결에 동참하고 있다.



이 정도라면 남산 은행나무 잎의 노란색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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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4. 8. 28. 07:21

또 다시 주말이 왔다. 어느 부부는 주중에 헤어져 주말에 만날 것이고, 어느 부부는 혹은 가족과 함께 혹은 단 둘이어서 어디론가 여행을 떠날 것이다. 지난 주말 우리 부부는 카누타기 야영을 다녀왔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변덕스러운 날씨였다. 에스페란토인 친구들과 마지막 여름보내기 모임이라 날씨와는 상관없이 참가하기로 했다. 빌뉴스 집에서 2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두비사(Dubysa) 강에서 카누타기였다. 단 한 곳을 제외하고는 완만한 흐름이라 주변 경관을 즐기면서 카누타기를 할 수 있었다. 아래는 가장 전복이 될 위험성이 있는 곳이다.  
 

행사장까지 가는 동안 날씨는 괜찮았다. 그런데 카누타기 행사를 시작하기 위해 준비할 무렵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경험이 많은 한 친구가 좋은 생각을 해내었다. 바로 긴 비닐봉지를 이용해 즉석 치마를 만들었다. 비가 올 경우도 좋고, 노을 저을 때 떨어지는 물방울로부터 옷을 보호할 수 있어 좋았다. 



20km를 강따라 카누를 타면서 천둥, 번개, 폭우, 햇살 등을 두루 만났다. 다행히 점심식사를 할 때에는 비교적 맑은 날씨였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달할 즈음에는 폭우가 쏟아져 비옷도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야영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무지개로 우리를 반겼다. 특히 이날은 1989년 8월 23일 발트 3국이 인간띠를 이룬 25주년 기념일이었다. 우리도 세 나라 국기를 들고 이날을 기념했다. 


저녁식사는 예외없이 꼬치구이다. 이 음식은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담당한다. 이어지는 시간은 놀이와 노래(기타반주에 맞춰 다 함께)였다. 먼 거리를 카누에 앉아서 노를 저어서 피곤이 빨리 몰려왔다. 


일부는 텐트를 쳤고, 일부는 허름한 빈 목조가옥 방을 이용했다. 텐트를 가져갔지만, 아내는 밤새 비가 오거나 아침에 텐트를 정리할 생각을 하니 방에서 자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마침 2인이 잘 수 있는 침대 하나가 남아있었다. 그렇게 같이 자기로 하고 침낭을 가져와 잘 준비를 했다. 

하지만 일행은 아내를 놓아주지 않았다. 기타반주와 노래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 먼저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2시경에 깨어났다. 그런데 옆 자리에 누워있어야 할 아내가 없었다. 일보러 밖으로 나가니 깊은 정적만 감돌았다. 

'이 밤중에 아내가 어딜 갔을까? 
누군가의 텐트에 자고 있겠지... 
그런데 텐트를 치지 말고 방에서 자자고 우긴 사람이 바로 아내가 아닌가!
그런 사람이 밤온도가 영상 5도인 추운 날씨에 어떻게 텐트에서 잘 생각을 했을까?'

의문이 의문을 낳았지만, 일행밖에 없는 독채 시골이라 다시 잠을 청했다. 같이 자려고 한 한 명도 방에 없다는 사실이 다소 안심시켰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 사라졌으니 말이다. 텐트를 하나하나 열고 깊은 잠에 든 일행을 깨우면서 확인하기란 썩 내키지 않은 일이었다.

다시 눈을 떠보니 아침 6시였다. 여전히 아내는 옆에 없었다. 케케한 냄새가 나는 방 안에 더 이상 있을 수 없어 침낭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왔다. 뜰 안에 있는 텐트를 바라면서 생각에 잠겼다. 


'과연 어느 텐트에가 아내가 있을까?
있다면 왜 비교적 따뜻한 방을 놓아두고 텐트를 택했을까?'

아침 9시경이 되자 여기저기 텐트에서 인기척이 새어나왔다. 먼저 일어난 일행에게 물으니 아내는 제일 큰 텐트에서 자고 있다고 답했다.

잠시 후 헝클어진 머리를 한 채가 아내가 그 텐트에서 나왔다. 밤새 걱정을 끼친 것이 얄미워 야단치는 소리로 물어보려고 했지만, 혹시나 무슨 특별한 사연이 있을까봐 웃으면서 말했다.

"텐트가 안 추웠어?"
"봐, 있는 옷 다 입고 잤는데도 추워서 잠을 뒤척였어."
"왜 방에서 안 자고 텐트에서 잤어?"
"당신 어젯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어? 난 당신이 자고있었지만 다 알아차린 줄 알았지."
"무슨 일이었는데?"
"글쎄, 자려고 방으로 들어갔는데 방 안에 엄청난 크기의 말벌이 네 마리가 날고 있었어. 아무리 내쫓으려고 했지만 내쫓을 수가 없었어. 말벌뿐만 아니라 흑벌도 여기저기 있었어. 방에 자기가 너무 무서웠어."
"그럼, 나는?"
"당신은 침낭을 머리 위까지 덥고 자고 있으니 안전할 것 같았어."

새벽에 이마에 무엇인가 기어다니는 것 같아서 잠결에 손으로 이를 잡아서 버린 기억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이것이 벌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아내가 자기 전 말과는 다르게 텐트에 가서 잔 이유가 드러났다. 바로 꿀벌보다 수십 배나 더 많은 독성을 지닌 말벌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른 한 명이 나와 함께 같은 방에서 자고 있었다. 이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벌은 사람이 먼저 헤코지를 하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는다. 난 우리 아파트에서 말벌과 잔 적이 많다."

말벌이 무서워 이를 피해 텐트에 잔 사람도 무사했고, 말벌과 함께 방 공간을 나눈 사람도 무사했다. 그런데 왜 방안에 벌이 나타났을까? 사연은 이렇다. 주인인 할머니가 손님들이 온다고 그동안 사용하지 않던 부엌난로에 불을 피웠다. 굴뚝에 벌집이 있어 벌들이 틈새로 방안으로 들어왔던 것이다. 모르고 태평스럽게 잠들었을 망정이지 미리 알았다면 나도 텐트를 쳤을 것이다. 상상만해도 그날 밤은 정말 큼찍, 오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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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4. 7. 28. 07:19

이상 기온이 지속되고 있다. 낮온도가 27-30도이다. 이곳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의 여름 날씨는 보통 영상 20도 내외이다. 한국인들이 피서하기에 참 좋다. 여름철 주말이면 친구나 친척들의 모임이 잦다. 그러면 이들은 주로 무엇을 해먹을까?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이 샤실릭이다. 이는 중앙 아시아, 구 소련 공화국, 동유럽 등지에서 유명한 꼬치구이이다. 원래는 양고기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주로 사용한다. 

일전에 친척집을 방문해 이 샤실릭으로 대접을 받았다. 숯불구이통은 직접 친척이 만들었다. 


또 다시 이런 샤실릭이 먹고 싶다. 시원한 맥주나 보드카를 마신 후 고기 한 점을 입안에 넣어 오몰오물 씹는 재미가 솔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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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4. 3. 17. 08:23

또 한 주말이 지나갔다. 이번 주말 유럽 리투아니아 전역 날씨는 여기 현지인들 표현대로 "개같은" 날씨였다. 비가 오고, 눈이 오고, 강풍이 불고, 해가 났다. 해가 쨍쨍해 밖에 가야겠다고 마음 먹자 이내 눈이 쏟아졌다. 바람이 없어 산책가고자 하면 금방 강풍이 불어서 가로수가 휘청거렸다. 이런 날씨에 상책은 그냥 집에 있는 것이다. 

* 이번 주말 서양란 뒤 하얀 구름이 어느 순간 몰려와 하얀 눈을 뿌렸다

주말에 식구 셋이서 모두가 자기 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초등학교 6학년생 딸아이는 아무런 기척없이 여러 시간을 보냈다. 학생들은 주말에 학교 숙제가 없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물론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를 오래하면 부모의 조언이 따른다. 딸아이가 무엇을 하나 살펴보니 열심히 실로 팔찌를 짜고 있었다.

"지금 뭐하니?"
"언니 생일에 줄 팔찌 선물을 만들고 있어."
"안 어려워?"
"쉬워."
"어떻게 배웠니?"
"유튜브에서."


"허리 아플테니 쉬면서 해."
"언니 거 끝나면 엄마 거 만들고, 그리고 아빠 거도 하나 만들어줄게."
"그래? 수호신으로 모셔야겠네."
"이제 팔찌 사달라고 조르지 말고 이렇게 직접 만들어 사용하면 좋겠다."
"당연하지."

* 실팔찌 모두가 직접 짠 것이다

이렇게 주말에 공부에 시달리지 않고 실로 팔찌를 짜면서 시간을 보내는 딸아이가 부럽다. 한편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인터넷이 없던 옛날 옛적에 베를 짜는 선조들의 모습이 비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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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3. 10. 28. 08:16

이번 주말 딸과 함께 잠시나마 가을 놀이를 해보았다. 특별한 놀이는 아니였다.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는 10월 하순인 지금 단풍잎이 거의 다 떨어졌다. 참고로 리투아니아어로 11월이 lapkritis다. 이는 '잎이 떨어지다' 뜻이다. 계절 이름에 맞지 않게 올해는 벌써 10월 중순경에 단풍잎이 대부분 떨어졌다.  



며일 전 떨어져 수북히 쌓인 단풍잎을 보면서 딸과 함께 주말에 글자파기 놀이를 해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래서 외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낙엽을 여러 장 주웠다. 좀 더 일찍 이 생각을 했더라면 훨씬 더 싱싱하고 색감이 선명한 단풍잎을 구할 수 있을 텐데 좀 아쉬웠다. 


우선 단풍잎에 글자를 쓰고 파냈다. 문구는 '감사합니다'로 정했다. 

작업을 다 마치고 침실 창문 위에 걸어놓았다. 겨울에도 가을 단풍의 정취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마침 아내는 친척을 배웅하러 기차역을 가고 집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새로운 침대포를 사가지고 왔다. 창문 위 벽에 걸려있는 '감사합니다' 단풍잎을 보고 아내는 깜짝 놀랐다. 


"우와~ 멋있다. 건데 왜 감사합니다야?"
"당신이 침대포를 사가지고 올 줄 알고 달아놓았지. ㅎㅎㅎ"
(감사 생활이야말로 가정 화목의 큰 덕목이다. 이 문구를 일어나면서도 자면서도 보면서 생활을 스스로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 


한국에는 이 보다 더 아름다운 단풍이 있으므로 자녀와 함께 한번 단풍잎으로 예쁜 장식품을 만들 수 볼 수도 있겠다. 방 안이 건조해 이내 단풍잎이 오그라들기 때문에 코팅을 하는 것도 좋겠다. 한 순간의 가을 놀이 덕분에 우리 집 방 안의 장식품이 하나 더 생기게 되었다. 모처럼 아내와 딸로부터 좋은 생각을 해냈다고 칭찬까지 받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2. 5. 15. 05:25

지난 주말 1박 2일로 모처럼 빌뉴스를 떠나 시골에서 보냈다. 인구 천명의 작은 도시 아욱쉬타드바리스(Aukštadvaris)이다. 행사는 리투아니아 에스페란티스토 기자협회 모임이었다. 30명이 참가했다. 잘 정리되고 깨끗한 된 민박집에서 행사가 이루어졌다. 민박집이 바로 호수와 접해 있었다.

* 1박2일 행사가 열린 민박집 전경

행사장으로 가는 길에 비가 내렸다. 하지만 행사장에 도착한 후 오후부터 맑아졌다. 모임에서 느낀 몇 가지 단상을 적어서 유럽인들의 모임 분위기를 전하고자 한다. 

1. 부담스럽지가 않았다  
단체 모임이니 당연히 정해진 진행표가 있었다. 참가수가 적다고 프로그램 시작을 늦추지 않았다. 누가 나서서 참가 독려도 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프그램이 시작되고 진행되었다.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았고, 또한 전혀 부담스러움을 느끼지도 못했다. 모두가 사람들의 자유 의사에 맡겼다. 느슨해보였지만 진행표대로 다 이루어졌다.   

2. 식사 준비에 뺀질이가 없었다
이런 야외 모임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숯불 꼬치구이이다. 야외 화로에서 불을 피우고 숯을 만들어 고기를 굽는 일은 남자 몫이다. 채소 무침을 만들고 식탁을 준비하는 일은 여자 몫이다. 누가 나서서 일을 시키는 사람도 없는데 참가자 대부분이 열심히 일을 거들었다.

3. '애들은 빠져!'가 없었다
배구를 하는 데 8살 아이도 참가했다. 어른들끼리 하면 더 신나게 놀 수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도 노니 배구공이 제대로 하늘 위로 날 지를 못했다. 시간 소비가 엄첨 많았다. 하지만 '우리끼리 배구할테니 애들은 그네를 타!"라고 말하는 어른이 하나도 없었다. 

4. 곤드레 만드레가 없었다
밤을 지새우면서 하는 행사라 편하게 술자리가 펼쳐졌다. 그런데 곤드레 만드레 술취한 사람이 없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술을 강제로 권하는 사람도 없고, 자기 잔을 자기가 채우는 사람도 없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대체로 다른 사람이 자기 잔을 채워줄 때까지 기다린다. 행사에는 돌아가면서 축사를 하는데 축사를 마친 사람이 건배를 제안한다. 물론 잔을 다 비울 필요는 없고, 자신의 양만큼 홀짝 혹은 꿀꺽 마신다. 혼자 술을 마시기보다는 주위 사람들과 함께 보조를 맞춘다.

5. 노래시키기가 없었다
여흥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노래다. 우리나라 여흥에는 노래시키기나 장기자랑이 흔하다. 청소년 시절 노래를 못 불러서 여흥을 동반한 모임에 나가기가 겁이 났다. "노래를 못 하면 장가를 못 가요~~~ 아, 미운 사람"을 떠올리면서 노래방도 없던 시절 혼자 열심히 연습해보았지만, 남들 앞에 서면 음정 박자가 틀리기 일쑤였다. 그런데 유럽 사람들 사이에 20여년을 살면서 지금까지 노래시킴을 당한 적이 없다. 종종 한국 노래를 불러달라는 권유를 받지만 이는 강제성이 전혀 없다. 이번 모임에도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노래가 이어졌다. 독창은 없고 모두가 기타 반주에 따라 함께 노래를 불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꼬치구이도 먹고, 사우나도 하고, 배구도 하고, 호수에서 배도 타고, 노래도 부르고, 퀴즈에서 상도 타고, 토론도 하고...... 그야말로 자연 속에서 휴식을 마음껏 즐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Posted by 초유스
사진모음2011. 9. 30. 15:27

주말이다. 주일 내내 일하다 주말에는 축하 모임 등으로 분주하다. 도심 중심가는 평소보다 사람들로 더 붐빈다. 하지만 인구 60여만영의 빌뉴스의 중심가는 그다지 왁작지껄하지 못하다. 그래서 서유럽 대도시 주말 밤풍경 거리 모습은 참으로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영국 웨일스 수도 카디프(Cardiff)의 주말 밤거리 풍경을 담은 사진이 눈길을 끈다. 카디프 중심가에 있는 매리(Mary) 거리이다. 클럽과 술집 밀집지역으로 토요일에는 차량통행이 금지된다. 사진작가 마치에이 다코비츠(Maciej Dakowicz)가 찍은 사진이다.

다코비치는 폴란드 비얄리스토크에서 1976년 태어나 컴퓨터학 석사학위를 마쳤다. 이에 4년간 홍콩에서 프로그램으로 근무했다. 2004년 박사학위를 위해 영국 카디프로 이주했다. 2009년 대학을 그만 두고 사진 작가로 일하고 있다. [사진출처 image source link
   

신사의 나라 영국도 술 앞에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서울 떠난 지 20여년이 넘었는데 요즘 주말 서울 도심 거리의 모습은 어떨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 관련글: 벨라루스 민스크 금발미녀 퍼레이드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2. 1. 06:35

지난 토요일 모처럼 리투아니아인 친구가 전화를 해왔다.
"일요일 시간 되면 우리 집에 와!"
"뭐 좋은 일 있어?"
"양털로 덧신도 만들고, 사우나도 하고......"
"양털로 어떻게 덧신을 직접 만들어?"
"오면 가르쳐줄 테니까 와!"

리투아니아에서는 겨울철 실내온도가 20도이더라도 덧신이나 실내화를 신어야 견딜 수 있다. 벽에 붙여 있는 라디에이터 주위는 따뜻하지만 바닥은 차다. 우리 집 식구들은 보통 양말 두 개에 덧신이나 실내화를 신는다.

모처럼 사우나에 양털 덧신까지 만든다고 하니 우리 부부는 만사를 제쳐놓고 가기로 했다. 가기 전에 김밥을 만들어 갔다. 우리의 김밥과 또 다른 손님에 직접 만들어온 케익 등을 함께 먹으면서 담소를 나눴다.  이어 여러 색으로 염색된 양털로 덧신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일련의 과정을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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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색된 양털 1kg 가격은 약 한국돈으로 2만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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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용 비누를 물에 이긴다. 이 비눗물은 양털을 견고하게 서로 접착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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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신 크기 비닐 모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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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털을 여러 겹으로 모형보다 더 크게 해 평평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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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이전보다 좀 더 작게 여러 겹으로 평평하게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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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눗물로 골고루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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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시는 일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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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면에도 똑같이 비눗물로 적시는 작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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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닐 속에 넣어 비눗물 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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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복해서 비눗물과 물로 짓이겨 덧신 모양을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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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아내와 친구가 직접 만들어본 양털 덧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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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털로 직접 만들은 덧신과 사우나 모자을 하고 한 컷


이렇게 3시간을 노력한 끝에 양털 덧신 한 벌이 만들어졌다. 힘들었지만, 시장에서 구입하는 것보다는 훨씬 가치가 있다고 모두가 공감했다. 아내는 왈:
"당신이 내 말 잘 들으면 다음에 당신 것 한 벌 만들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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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음2010. 5. 13. 10:18

리투아니아에는 호숫가나 강가 등에 위치한 집(sodyba, 소디바) 전체를 빌리는 휴가가 널리 행해지고 있다. 주로 모임을 위해 주말에 빌린다. 여러 개 숙소 건물이 있고, 취사와 사우나 그리고 운동을 위산 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넓은 풀밭에서 마음 대로 뛸 수 있고, 코 앞에 있는 호수에서 노 저으며 뱃놀이를 할 수 있고, 사우나 등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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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리투아니아 에스페란티스토 기자 동아리가 이 소디바를 빌려 모임을 가졌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사우나였다. 호숫가 언덕에 아담하게 세워진 집이 바로 사우나용이다. 장작으로 불을 지폈다. 이 집 사우나 특징은 실내온도가 그렇게 높지 않은 데 땀이 유난히 많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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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나에서 달궈진 몸을 바로 아래 있는 호수에 첨벙 빠지게 했다. 아직 호숫물이 얼음 같이 차가워 물 속에 오래 있지는 못했지만 사람들은 이 맛 때문에 사우나를 즐긴다고 말했다. 리투아니아에서 사우나를 체험할 기회가 있다면 놓지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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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영상은 리투아니아 가정집에 있는 사우나에서 양머리 수건 만드는 법을 알려지는 모습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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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음2009. 9. 27. 10:07

휴일인 토요일이지만, 우리 가족은 제각각이다. 평일은 학교 가고, 직장 가고 하느라 함께 있는 시간이 저녁 밖에 별로 없다. 토요일이나 일요일 모두가 함께 집에 오래 있지만 대부분 자기들 일을 하느라 바쁘다.
 
어제는 컴퓨터 작업하면서 바로 옆에 카메라가 있기에 그 시각에 우리 가족이 무엇을 하고 있나 궁금증이 갑자기 일어났다. 그래서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카메라를 들고 각 방을 돌면서 우리 가족  모습을 순간포착해보았다.

먼저 음악학교에서 일을 하고 있는 엄마는 웬일인지 피아노를 열심히 치고 있다. 이렇게 생음악 연주를 들으면서 아빠가 일하는 날은 실은 손으로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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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하루 종일, 일년 내내 컴퓨터와 산다.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금요일 밤에 촬영한 창 밖으로 본 불꽃놀이 영상을 편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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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인 마르티나는 자기 방에서 페이스북 농장을 꾸미고 있다. 요즘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페이스북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마르티나는 페스이북에서 포커놀이를 즐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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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요가일래는 발코니에 세워놓은 텐트 속에서 닌텐도 놀이에 몰입하고 있다. 주중에는 학업에 방해될까봐 닌텐도 놀이가 금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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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찍어놓은 사진을 컴퓨터로 옮겨 가족 구성원들에게 보여주었다. 모두가 "우리 가족이 너무 제각각으로 논다"에 동의했다. 그리고 일요일에는 모두 공동으로 무엇인가를 함께 해보자고 뜻을 모았다. 모든 가정에 함께 하는 즐거운 일요일을 기원합니다.  

* 관련글: 컴퓨터에 뿔난 딸아이, 아빠 힘내라
               딸아이 남친이 없으니 가정이 더 화목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