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그리스2022. 9. 25. 18:07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7편에 이은 글이다.

여행 여섯째 날이다. 전날은 대여차로 크레타 섬 동쪽 바이 해수욕장(Vai Beach)까지 여행했고 오늘은 서쪽으로 가본다. 크레타의 옛 수도인 하니아(Chania)까지는 부담스러운 거리다. 그래서 역시 고대도시인 레팀노(Rethymno, 레팀노, 레팀논, 리팀노스)를 여행의 최종 목적지로 정한다.

 

고우베스(Gouves)에서 4차선 고속도로를 타고 헤라클리온을 거쳐 산악도로로 접어들자 절벽 위 전망대(Zen House Crete 근처)가 나온다. 이곳에서 지금까지 달려온 뒤쪽이 한눈에 보인다.

 

첫 번째 휴식지는 아기아 펠라기아(Agia Pelagia)다. E75 도로를 벗어나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밑으로 밑으로 내려간다. 벌써 언덕 도로는 주차된 차들로 가득 차 있다. 그래도 혹시나 해변 가까이에 자리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가본다. 마침 한 자리가 비어 있다. 비취색 바다와 좁은 해변이 함께 어울러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해변을 따라 좁은 길 옆에는 음식점과 카페로 연이어져 있다.

해수욕이나 일광욕을 즐기면서 쉽게 주문할 수 있는 해수욕장이다.

조그만 들어가도 수심이 깊고 또 바닥이 대부분 돌로 되어 있다.

아내는 벌써 휴대품을 나에게 맡기고 해수욕에 나선다. 

 

휴대가방을 양어깨에 걸치고 난 습관대로 해변 모습을 4K 영상에 담는다.

 

 

해변 끝자락에 정교회의 작은 성당이 나온다. 

그리스 해변에는 흔히 성당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는 선원들의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서다. 

그리스가 섬나라임을 쉽게 알려준다.

돌 두 개에 구멍을 내어 깃발대를 꽂아놓은 것이 눈에 띈다.

 

성당 앞 맑은 바닷속 바위에는 성게들이 무리 지어 서식하고 있다.

며칠 전 아내가 바다에서 나오더니 무엇인가에 찔렸다고 한다.

그날 저녁 내내 발가락 두 개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 가시를 파내려 씨름해야 했다. 

 

 

그리스에서 바닷속 성게를 이렇게 선명하게 보는 것은 처음이다.

사람들이 물신을 신고 해수욕을 하는 이유가 특히 이 성게 때문일 것이다. 

 

다시 차로 서쪽에 있는 레팀노를 향한다.

도로 노면 상태는 대체로 좋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북유럽 거주자에게는 참으로 낯설다.

 

레팀노 요새 근처에 주차를 하고 구시가지 나들이에 나선다. 레팀노는 미노스 문영에 건설된 오래된 도시다. 고대 때는 자체 동전을 주조할 정도로 번창한 도시였다. 베네치아 시대를 물씬 풍기는 항구는 요트와 어선이 정박해 있고 해변 따라 카페와 음식점이 이어져 있다. 

 

지나가는 식당마다 종업원들이 자리에 앉기를 권한다.

 

저 등대는 1830년대 이집트인들이 잠시 크레타를 점령했을 때 지은 등대다. 높이가 9미터로 크레타 섬에 남아 있는 두 번째로 큰 이집트 등대다.

 

구시가지의 꽃인 요새를 향해 가면서 4K 영상에 담아본다.

 

 

레팀노 요새는 고대 아크로폴리스 자리에 베네치아가 16세기에 석회석으로 지었다. 

현재는 고고학 박물관이다.

 

레팀노 베네치아 항구를 조금 벗어나 모래사장으로 접어들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해수욕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다 너머 우뚝 솟아 있는 곳이 바로 레팀노 요새다.

 

해변침대와 큰양산은 거의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휴양객들로 가득 차 있다.

 

우린 하루 종일 해수욕장에 머물지 않아서 굳이 해변침대나 큰양산을 빌릴 필요가 없다.

그래서 이런 텅빈 공간을 찾는다.

다행히 레팀노 해수욕장은 군데군데 영리 사업자가 없는 넓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유럽에서 수십년을 살다 보니

이렇게 해변에 누워 일광욕하는 것이 참으로 즐겁다.  

 

 

이날 파도가 심한 레팀노 해수욕장에서는 가져온 간식만 먹고 이동한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로 32km 떨어져 있는 발리에 있는 리바디 해수욕장(Bali Livadi Beach)에 도착한다.

분위기부터 확연히 다르다.

작은 규모의 해수욕장이지만 휴양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다.

  

인형처럼 아름다운 종업원이 쉴 새 없이 이리저리 손님들을 대하고 있다.

흔히 발트 3국 사람들이 멋지고 아름답다 하지만 그리스 남녀도 이에 못지가 않다.

 

바다에 완전히 노출된 레팀노와는 달리 발리 해수욕장은 작지만 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광욕과 해수욕을 함께 즐기는 사람들로 해변이 붐비고 있다.

 

이날 처음으로 이곳 리바디 해수욕장에서 나도 수영을 즐긴다.

발리에는 리바디 외에도 해변을 따라  작은 해수욕장이 여러 개 있다.

 

리바디 해수욕장 모습을 아래 영상에 담아본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10편 중 8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2. 9. 24. 05:05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5편에 이은 글이다.

크레타 여행 다섯째 날이다. 전날 밤 대여차 업체로 가서 서류 작성을 다 마쳤다. 성수기라 종합보험이 된 자동 소형차 1일 비용이 65유로다. 차는 다음날 호텔 숙소 주차장에서 받았다. 습관적으로 시동을 걸기 전 차량의 모든 면을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긴다.  

 

어디로 먼저 갈까?

첫날 목적지는 크레타 동쪽 끝에 위치한 바이 해수욕장(Vai Beach)다. 구글 지도상 걸는 139km다. 소요시간은 2시간 20분이다. 리투아니아에서는 1시간 10분 걸리는 거리다. 산악도로가 굽이굽이 이어지고 있음이 쉽게 짐작된다. 이날 이동 거리의 딱 반인 곳(Pachia Ammos Beach Παραλία Παχιά Άμμος)에서 오전 커피를 마신다. 

  

오른쪽에 보이는 저 산들을 넘고 넘고 또 넘어야 시티아(Sitia) 도시가 나온다. 산은 민둥민둥하지도 않고 울창하지도 않지만 소나무 등으로 푸르거나 올리브나무 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잠시 쉬는 곳의 해변은 조약돌 해변이다. 파도가 심하게 일어 해수욕하고자 하는 마음이 선뜻 내키지 않는다.

 

꾸불꾸불한 도로를 따라 마침내 이색적인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도로를 따라 왼쪽에 야자나무 군락지가 천수(千手)를 쫙 벌려 환영하는 듯하다. 

 

"여기가 자생 야자나무로 유명한 바이 해수욕장이야!"라고 외치는 듯하다.  

 

낮 12시 전에 도착하는데도 주차장에는 거의 빈 자리가 없다.

승용차 하루 주차비는 3유로다. 사유지라면 참 돈벌기 쉽겠구나!!!

 

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분위기가 다르다.

큰양산이 아니라 야자나무가 그늘을 만든다.  

 

주차장에서 바이 해수욕장 반대쪽 끝까지 걸어가면서 아래 4K 영상에 담아본다.

 

 

 

이번 크레타 여행에서 가장 잔잔한 해수욕장이 바로 이 바이 해수욕장이다.

잔잔하고 깨끗하지만 조금만 들어가면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다. 

수영을 잘하면 할수록 더 즐길 수 있는 해수욕장이다.

대체로 바닥이 돌로 되어 있다.

 

수심이 좀 더 얕은 입구쪽으로 사람들이 몰려 있다. 

물놀이 기구도 있다. 

 

시간이 넉넉하면 오리배를 타고 눈앞에 보이는 돌섬으로 가서 물고기 구경도 할 수 있다.

 

일광욕과 해수욕을 반복한다.

 

발트해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맑은 비취색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과 마음이 즐겁다.

  

이제 야자나무 숲으로 들어가본다. 야자나무(Phoenix theophrasti) 수천 그루가 계곡에서 해변까지 뻗어 있다. 유럽에서 가장 큰 야자나무 숲이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아랍 해적들이 이곳에 와서 가져온 대추야자 열매를 먹고 땅에 던진 것에서부터 야자나무가 자라기 시작했다.

 

큰양산을 대여하는 대신 여기저기 야자나무 그늘에서 사람들이 쉬고 있다.

 

 

비취색 바다,

황금색 모래,

푸른 야자나무 숲이

한 곳에 모인 해수욕장이  바로 바이 해수욕장이다.  

 

이제 언덕으로 올라가 전망대에서 바라본다.

오른쪽에 있는 해수욕장은 옷을 다 벗고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바위 구멍으로 바라본 바이 해수욕장이다.

 

이런 바다 풍경을 볼 때마다 그곳에 가고 싶어진다.

가도 가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이 해수욕장이다.

실제로 왕복 여섯 시간이 걸렸지만

우리 부부는 바이 해수욕장에 대만족이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면서 다시 한번 바이 해수욕장을 4K 영상에 담아본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10편 중 6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2. 9. 24. 01:36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4편에 이은 글이다.

숙소가 크레타 주도 헤라클리온(이라클리온)에서 동쪽으로 2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고우베스(Gouves)라 여행 셋째 날에 비로소 주도로 가보기로 한다. 아직 대여차를 이용하지 않는 날이라 대중교통으로 이동한다. 숙소가 해변 가까이 있으면 대중교통이 다니는 대로까지 걸어서 나와야 한다.

 

그리스 대중교통이 제대로 운영이 되고 있을까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5분 후 안내판에 지정된 시간에 와야 할 버스가 오지를 않는다.  8월 하순 햇볕도 따갑다. 기다리는 사람들은 정류장 바로 옆에 있는 올리브나무밭 그늘에서 이를 피한다.  30분을 더 기다려서 다음 지정된 시간에 오는 버스를 탄다. 이 버스도 10분 늦어서 도착한다. 

 

우연히  정류장 버스간표 위에 적혀 있는 숫자가 눈에 크게 들어온다. 안내판 위에 적힌 13이라는 숫자가 정류장 이름보다 더 중요함을 돌아오는 버스에서 알게 되었다. 그리스에서는 여전히 버스 안내원이 일하고 있다. 도로 건너편 버스 정류장 안내판에 13이라는 숫자가 건너편에서도 뛴다.

 

헤라클리온 중앙 버스역에서 내려 손쉽게 구시가지로 향한다. 굳이 구글 지도를 보지 않더라도 함께 타고 사람들 대부분이 향하는 곳이 바로 구시가지라 따라가면 된다.

 

구시가지 성 안으로 들어오는 입구 근처 동쪽 구시가지 건물에서는 도저히 예스러움을 느낄 수가 없다. 여기도 2차 세계대전 때 대규모 포격을 받았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좁은 거리와 골목을 따라 서쪽으로 갈수록 이제야 구시가지에 와 있음을 실감시키는 베네치아 시대(13-17세기) 건물 등이 보인다.

 

성(聖) 티투스(Titus 티토, 디도) 대성당이다. 성 티투스는 크레타의 수호성인이다. 비잔틴 양식으로 지어졌다가 여러 차례 파괴되어 베네치아 시대였던 16세기에 복원되어 가톨릭교 성당으로 그리고 오스만 시대에는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되다가 20세 초반 그리스 정교회로 축성되었다.

   

관광객들로 가장 많이 붐비는 거리는 8월 25일이다. 1898년 8월 25일은 1669년부터 시작된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크레타가 독립한 날이다. 이 거리는 사자 분수대에서 베네치아 항구까지 이어진다. 사자 네 마리가 돌그릇을 이고 있는 모리시니 분수대를 사자 분수대로 부른다. 근처에는 성 마르코 대성당이 있다. 1205년부터 시작된 베네치아 시대에 베네치아의 수호성인인 성 마르코 이름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이 보행자 거리 주변에는 식당과 가게가 즐비하다. 

주렁주렁 달린 토마토와 마늘이 식탐을 불러일으킨다.

 

 

8월 25일 거리를 따라 쭉 밑으로 내려가면 바다가 서서히 보인다. 

 

옛 유적에 둘러싸인 비취색 베네치아 항구가 눈부시게 아름답다.  

 

저 멀리 삼각형을 지닌 산은 이번 여행 내내 이정표 역할을 한다.  

 

베네치아 바다 요새로 오가는 동안 바람이 무척 세게 분다. 체구가 작은 나는 상체를 심하게 앞으로 기울게 해서 걷는다. 전화기는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손가락으로 꼭 잡는다. 이런 바람을 맞은 기억은 어린 시절 어느 겨울날 한국의 고향 논길을 걸을 때였다.

 

이제 8월 25일 거리 도보여행을 영상에 다 담았으니 잠시 쉴 때다. 커피 한 잔을 주문하자마자 종업원이 제일 먼저 얼음이 담긴 잔과 물이 가득 가득 찬 병을 가져 준다. 북유럽 나라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무료 제공이다. 폭염과 갈증으로 지친 몸이 정말 고마워한다.

 

도심에서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한 미노아 문명의 크노소스 궁전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이제 숙소가 있는 고우베스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기 위해 중앙 버스역으로 향한다.

 

3시 15분에 떠나는 버스 표를 구입했는데 버스가 역에 나타나지 않는다. 안내원에게 물으니 기다리라고만 답한다. 안내판에 버스 번호 143호를 이리저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같은 표로 3시 30분에 떠나는 다른 버스를 타게 된다.

 

그리스 버스 여행시 주요할 점은 1) 버스는 제시간에 오지 않는다. 확정된 버스도 오지 않을 수 있다. 2) 안내원에 물어볼 준비를 하고 대기하는 것이 좋다. 3) 내리는 곳의 지명뿐만 아니라 정류장 번호를 기억해 놓는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안내원이 손님들에게 일일이 어느 곳에 내릴 것인지 묻는다. 이때 내리는 곳의 지명보다는 정류장 안내판 표시판 숫자를 묻는다. 다행히 아침에 출발한 정류장의 번호를 기억하고 있었다. 

 

헤라클리온 구시가지 거리 모습을 4K 도보 영상에 담고 있는 내 모습을 몰래찍사 아내가 기록으로 남긴다.

 

이날 찍은 헤라클리온 도보여행 영상이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10편 중 5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2. 9. 11. 23:21

그리스 크레타 여행 3편에 이은 글이다.

넷째 날은 숙소인 하라 일리오스 호텔에서 동쪽으로 세리타 비치 호텔까 도보로 걷는다. 해변 따라 왕복 14킬로미터를 걸었다. 

 

7박을 하는 동안 거의 매일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는 우리 숙소가 있는 곳은 카토 고우베스(Kato Gouves)다. 호텔 정원에는 분홍색 부겐빌레아가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그런데 더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종려나무 가지에 하얀색 실이다.

보이지 않는 바람이 세상에 남겨놓은 흔적이다.

 

고우베스 서쪽보다는 동쪽이 해수욕장과 숙박시설이 훨씬 더 발달되어 있다.

아내는 수영복 차림으로 걷는다.

걷다가 수영하기 좋은 곳이 있으면 그대로 바닷속으로 풍덩~~~

 

아래 걷기 영상은 아포셀레미(Aposelemi) 해수욕장을 담고 있다. 

숙소가 있은 카토 고우베스(Kato Gouves)와 아날립시(Analipsi) 사이에 있는 해변이다.

아포셀레미 강이 에게해와 만나는 장소이다.

아직은 휴양지 해수욕장으로 개발되지 않은 곳이다. 

 

 

 

천연 수영장이다.

바닷속 뻗어있는 바위가 파도 더미를 막아주고 있다.

그냥 지날칠 수 없어 저 탕에 한번 몸을 담가본다.

 

건기에는 모래가 바다를 막아버려 아포셀레미 강은 길쭉한 저수지가 된 듯하다.

이 강을 조금만 지나면 소형 성당이 나온다.

아기오스 디미트리오스 그리스 정교 성당이다. 

 

성당 내부는 어떨까?

사면은 선명한 색채로 성화가 그려져 있다. 

 

아날립시 해수욕장 입구에 또 하나의 작은 성당을 만난다.

아기아 마리나 아날립시스 성당이다.

 

성당 바로 옆에 있는 타마리스크(에셀 tamarisk, eshel, athl) 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서 지친 발과 다리를 잠시 쉬게 한다.

그 사이 아내는 해수욕 욕구를 참지 못하고 저 바닷속 어딘가에 머리를 내밀고 수영을 하고 있다. ㅎㅎㅎ 

 

쉬면서 어디까지 해변을 따라 가볼까를 궁리한다.

내친김에 제일 끝에 점처럼 보이는 타마리스크 나무까지 가기로 한다. 

가면서 아날립시 해수욕장 전체를 영상에 담는다.

 

 

파도에 밀려와 해변에 자리 잡은 종려나무 가지다.

 

아기아 마리나 아날립시스 성당 타마리스크 나무 그늘에서 걸어서 35분만에 닿은 곳이다.
이곳에 타마리스크 세 그루가 큰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이 그늘에서 짧은 낮잠을 자기도 하고
이렇게 앉아 에게해를 바라보면서 일체 생각을 놓아보기도 한다.
이번 여행 중 이날이 가장 많이 걸은 날이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10편 중 4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2. 9. 11. 20:11

그리스 크레타 여행 2편에 이은 글이다.

대체로 가족여행은 7-10일이다. 어느 때는 전일정 동안 대여차(렌크카)로 여행하기도 하고 어느 때는 서너 날 대여차로 여행하기도 한다. 이번에는 초반에는 걷거나 해수욕을 즐기면서 숙소 주변을 둘러보기로 하고 중반 이틀 동안만 대여차로 동서 쪽으로 가보기로 하고 마지막 날은 주변에 쉬는 날로 정한다.

 

이렇게 여행 둘째 날 일정은 호텔에서 서쪽 해변을 따라 걷기로 한다. 호텔(Hara Ilios Village)이 있는 고우베스(Gouves)는 크레타 수도 헤라클리온에서 동쪽으로 20킬로미터 떨어지진 곳이다. 휴양시설이 즐비하고 해수욕장이 이어져 있다. 아래 구글 지도는 이날 해변을 따라 걸은 거리를 보여준다. 왕복 12킬로미터를 걸었다. 

 

반도처럼 삐져나온 곳에는 콘스탄티누스와 헬레나 그리스 정교 성당이 있다. 50명을 수용하는 작고 아담한 성당이다. 대형 종교건물과 비교하면 마치 모형 장난감을 전시해놓은 듯하다. 이 성당을 둘러보면서 종교건물이 굳이 웅장하고 거대할 필요는 없겠다고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된다. 오는 세상에는 깨달음에 이르거나 영성을 일깨우는 데에는 외형이 아니라 내실이 더 중요시되기 때문이다.

 

일몰 직전 결혼사진을 찍는 신혼부부 여러 쌍들이 눈에 띈다.

이 성당은 일몰 광경 즐기기 명소로 알려져 있다.   

 

성당 바로 앞 가게다. 그리스 국기색 창문 사이 메뉴판이 퍽 인상적이다. 그리스 여행을 떠나기 전에 그리스 문자를 익혀 가는 것이 좋다. 도로나 지명 표시판 등에 로마자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행히 알고 있는 키릴 문자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ΤΟ ΜΑΓΑΖΙ ΤΣΗ ΚΡΗΤΗΣ to magazi tsi kritis: Tsi 크레타 가게

  

부두로 일부 막혀 있는 곳에는 파도가 잔잔해 아침나절부터 사람들로 붐빈다.

 

이번 크레타 여행에서 가장 싼 큰양산과 해변침대 이용료다. 모두 6유로다. 이 일대의 크고 작은 해수욕장은 다 고우베스 해수욕장(Gouves Beach)으로 통한다.

 

마리타 항구 부두에 접해 있는 해수욕장은 인산인해다. 특히 어린 자녀와 함께 한 가족들이다. 수심이 얕고 해변에는 진흙모래가 있어 아이들이 모래성 쌓기에 딱 좋은 곳이다.   

 

마리나 부두 해수욕장 모습을 아래 영상에 담아본다. 

 

 

 

걷기를 좋아하는 나, 해수욕을 좋아하는 아내... 둘의 합의점이 바로 이 해수욕장이다. 크레타 캠핑장 바로 앞에 위치한 해수욕장이다. 다른 곳에 비해 아직 바로 해변에 숙박시설이 없어서 그런지 상업적이지 않다. 즉 해변침대나 큰양산은 본인들이 가져와서 사용한다. 

 

한참을 파도타기를 하면서 해수욕을 즐긴다.

 

바로 이 대형 도넛 한 개로 쉽게 출출한 배를 달랠 수 있다. 어린 시절 해수욕장 인파 사이로 "얼음과자!"가 들리듯이 이곳에서는 "도넛!"가 나지막이 들린다.

   

이제 다시 걷을 시간이다.

저 멀리 부두를 향해 걷는다.

시원한 바닷바람, 철썩 하얀 거품을 내뱉는 파도소리, 원시적인 해변 모습에  

짐벌을 들고 가는 내 오른손은 무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이날의 마지막 걷기 종착점에서 바라본 고우베스(Gouves) 모습이다.

 

그리스 어디를 가든 도처에 그리스 국기가 펄럭인다.

지금 어느 나라에 와 있는지를 잠시 잊었다가

하늘과 바다를 상징하는 파란색

동방 정교회를 상징하는 하얀색 십자가 깃발을 보면

그리스에 와 있음이 저절로 상기된다.   

 

돌아오는 길에 그리스판 해녀(해남)을 만난다.

부표, 작살, 망사리가 작업도구다.  

 

콘스탄티누스와 헬레나 성당에서 바라보는 일몰이다.

8월 중순 이전에 왔더라면 에게해로 풍덩 빠지는 붉은 해를 볼 수 있었을텐데...  

 

일몰을 구경한 사람들이 짝을 이루거나

삼삼오오 모여 그 여운마저 즐기고 있다. 

 

이날은 걷느라 지친 육신을 편안한 의자에 앉히고 저녁식사를 즐겨본다.

크레타에서 먹은 음식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쓰려고 한다.

 

저녁식사 후 숙소로 들어가기 전 다시 콘스탄티누스와 헬레나 성당을 한 바퀴 둘러보면서 둘째 날 일정을 마친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10편 중 3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2. 9. 9. 20:56

그리스 크레타 여행 1편에 이은 글이다.

다행히 우리 호텔은 공항에서 세 번째로 서는 곳이다. 이런 여행사 관광상품을 이용할 때는 가급적 공항에 가까운 호텔을 선호한다. 전세버스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호텔로 여행객들을 내려주고 태우기 때문이다. 거리상 20분이면 충분할 듯한데 전세버스로는 1시간 넘게 걸릴 수도 있다. 

 

7시 40분 이라클리온(헤라클리온) 공항에 착륙해서 호텔에 도착하니 9시다. 버스에 내리자마자 올리브 밭 오케스타라가 환영 공연을 펼친다. 연주자들은 다름 아닌 지중해 매미다. 여름밤 사랑방에서 듣는 개골개골 개구리 울음 소리를 떠올리게 한다. 해가 진 이후에도 매매 소리가 들린다. 처음엔 좀 귀에 거슬렸지만 금방 매미소리가 세상 소리 중 하나로 익숙해지고 친숙해진다.

 

 

아직 정해진 입실시간(보통 오후 2시부터)은 아니지만 입실절차를 친절하게 밟아준다. 짐가방은 맞이실(호텔 로비) 아무 데나 놓고 12시에 오라고 한다. 도난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하다. 혹시 있을 급한 일을 위해 가져 간 노트북은 맡기고 나머지 짐가방들은 맞이실 의자 뒤에 놓는다. 귀중품 보관실이나 보관함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안내원 의자 뒤편 선반이다. 

 

세 시간의 여유가 있으니 곧장 인근 해변으로 간다. 비취색 바다는 보기만 해도 이국적이다. 해수욕을 즐기는 아내는 바다로 첨벙~~~ 나는 가방지킴이 ㅎㅎㅎ 사실 지킬 필요도 없는데 말이다.

 

자킨토스 여행에서는대체로 음료수를 시키면 큰양산(파라솔)과 해변침대(비치침대)를 그냥 사용할 수 있는데 이곳 크레타 고우베스(Gouves) 해수욕장은 해변침대 한 개당 3유로, 큰양산 1개당 3유로 가격이다. 아침나절인데도 해변에 쫙 깔린 해변침대는 거의 다 사람들로 차 있다.      

 

12시에  호텔로 돌아와 방배정과 입실 안내를 기다리고 기다린다. 경험상 안내원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시간이 너무 흘려서 부드러운 말투로 물아본다

 

"12시에 오라고 해서 왔는데 아직 입실 준비가 되지 않았나?" 
"12시 이후에 오라고 했지 12시에 오라고 하지 않았다."
"같은 관광상품으로 리투아니아에서 온 두 쌍이 아침 9시 입실절차를 밟을 때 동시에 12시라고 들었는데..."
 
더 이상 따지지 않는다. 그저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다. 기다리는 장소를 맞이실에서 호텔 식당으로 옮긴다. 음식 메뉴를 살펴보니 그렇게 비싸지가 않다. 주음식이 10유로 내외다. 
 
이에 반해 미토스(Mythos) 맥주 500cc가 6유로다!
크레타 다른 곳에서는 보통 3.5-4.5 유로다. 지난 4월에 여행한 스페인령 테네리페의 맥주값 1.5유로를 생각하니 엄청 비싸다. 2시경 맞이대로 가니 나이 든 안내원이 기다렸다는 듯이 미소를 띄우면서 우릴 반긴다.
 
"웬일?!"
"비싼 맥주를 마셔 호텔 매상을 올려주었더니... ㅋㅋㅋ"
"아니면 얌전히 기다려 주었을까..."
 
 
안내원이 직접 호텔방으로 안내해주면서 말한다. 
"일반실로 예약됐는데 일반실이 다 차서 특실을 주게 되었다. 하지만 언제라도 특실 손님이 있고 일반실이 비워 있으면 그 전날 미리 방을 옮겨달라고 부탁할 것이다."
 
조금 전 미소가 이런 횡재를 암시한 것일까?
1층에 있는 특실은 개인 수영장이 딸린 방이고 2층 특실은 넓은 발코니가 있는 방이다. 
 
부킹닷컴으로 특실 가격을 알아보니 전일정 호텔 숙박비가 선택한 관광상품 가격의 두 배다. 다른 일행 한 쌍은 예정대로 일반실을 배정 받았다. 안내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얌전히 호텔 매상을 약간이나마 올려준 덕분일까... ㅋㅋㅋ 여러 생각이 든다. 

 

샤워실과 화장실이 각각 분리되어 있다. 간이식탁용 탁자와 하나가 된 세면대가 확 열려 있다.

  

커튼 두 개의 위치가 다른 것이 인상적이다. 보통 밝은 색 커튼이 창문 쪽에 있고 어두운 색 커튼이 방 쪽으로 있는데 이 방은 반대로 되어 있다. 뜨거운 햇빛을 가리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서 어둡고 두꺼운 커튼을 창문 쪽으로 놓았을 것이다.

이를 본 아내는 우리집 커튼을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밝은 색 커튼을 방 쪽으로!

  

일반실이 있는 건물의 모습이다.
파란 하늘, 하얀 건물, 파란 현관문, 분홍 꽃, 푸른 정원!!!
그리스의 멋!!!
 
해변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지만 호텔 내 수영장이 있다.  
 
출국을 하는 날은 새벽 6시에 떠나야 한다. 전날 아침 도시락 준비를 부탁하니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한다. 1박당 3유로 세금을 전날 미리 내고 호텔 식당에서 편하게 식사를 하면 된다고 알려준다. 
 
7박을 하는 동안 객실을 옮겨달라는 안내가 없었다.
지금껏 가족여행을 하면서 가장 좋은 호텔방에 잔 여행이 이번이다. 
호텔 뜰에는 석류가 익어가고 있다.
언젠가 9월이나 10월에 크레타로 다시 오고 싶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10편 중 2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
가족여행/그리스2022. 9. 9. 05:02

여름철 한 번이라도 가족여행을 떠나는데 올해는 여러 여건이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 와중에서도 아내는 수시로 여행상품을 검색해본다. 불가리아 흑해로 갈까, 튀르키예로 국명을 바꾼 터키로 갈까, 이탈리아나 스페인으로 갈까... 
 
그러다가 주말에 일이 있는 나를 제외한 식구들은 목요일에 훌쩍 발트해 해변으로 떠나버렸다. 페이스북 메신저로 아내는 자꾸 여행상품을 알려준다. 여름철은 북위 55도 이상에 위치해 있는 발트 3국이 무더운 남유럽보다는 훨씬 좋다. 남유럽 사람들이 피서하기 위해 오는 발트 3국을 버리고 이글거리는 남쪽의 폭염 속으로 들어가기가 주저된다. 
 
하지만 지중해 비취색 바다가 자꾸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래서 8월 16일 새벽 4시 20분에 출국하는 전세기 여행상품을 인 터넷으로 8월 13일 예약했다. 4성급 호텔 7박 상품이 650유로다. 이 가격은 비행기 왕복 비용, 조식 제공 호텔 숙박비, 공항-호텔-공항 교통편 제공  일체를 포함한다.
노바투라스(Novaturas) 여행사 홈페이지에서 간단한 인적 사항을 순서대로 기재하면서 관광상품을 구입한다. 이때 화면에 뜨는 KN (여행자번호)를 적거나 기억해 두어야 한다. 결제를 마치고 여행자 여권 정보를 입력할 때 이 번호가 필요하다.
 
여행서류(여권) 발행 국가란에 Korėja(Korea의 리투아니아어)가 있다. 일반적으로 Korea 두 개(즉 북한, 남한)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데 Korea 하나만 있으니 순간적으로 기분이 엄청 좋다. 마치 한국이 통일이 된 듯해서다. 그런데 국적란에는 아무리 찾아도 대한민국도 없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없다. 난감하다. 이 국적란을 채울 수가 없으니 상품 구입을 완료할 수가 없다. Korėja 국명을 찾으려고 하다가 우연히 Kongo가 눌러지게 되어 다음 단계로 넘어가버렸다.   

 

눈앞이 캄캄하다. 이를 어쩐담! 토요일이다. 혹시나 해서 전화를 했지만 받지를 않는다. 담당자 편지주소가 있다. 여행서류 발행국가란에는 한국이 있지만 국적란에는 한국이 없다는 것을 먼저 지적하고 우연찮게 Kongo를 선택 정보입력을 마쳤으나 꼭 국적을 수정하길 부탁했다.  
 
답이 없다. 다음날 14일 저녁에 되어서야 답이 왔다. 분명 편지에 대한민국이라고 했지만 Korea 둘 중 어느 것이냐고 묻는다. 빨리 Corea 하나로 되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
출국 하기 하루 전날인 8월 15일 오전 국적을 변경했다라는 연락이 왔다. 이렇게 비로소 안심을 다음날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여행사 홈페이지 국적란에도 Korėja가 들어간 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 여행사 관광상품을 앞으로 한번 더 이용해야 할 듯하다. 주말이라 소통이 어려웠지만 여행사 전세기로 여행을 떠나는 장점 중 하나가 이럴 것이 아닐까...
 
 
리투아니아 국영 항공사가 여러 해 전에 파산이 되어 지금은 주로 여행사의 전세기를 이용하는 회사로 변했다. 새벽 4시 10분 출발하는 전세기 비행기다. 인터넷으로 전날 탑승수속(체크인)을 마친다. 집에서 새벽 3시에 볼트앱(Bolt App)을 이용해 택시를 탄다. 새벽인데도 빌뉴스공항은 출국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쉥겐조약국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기내 수하물 검사만 하고 곧장 탑승장으로 향한다.
 
거의 잠을 자지 않아서 비행기 안에서 잠이 올 것이라 여겼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책을 읽거나 시상(詩想)을 떠올려 본다. 동쪽 하늘에는 계명성이 반짝거리면서 안전한 비행을 수호하는 듯하다.
 
붉은 태양이 솟아오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에게해가 눈 아래 펼쳐지고 이어서 올리브밭으로 짜집기 된 크레타 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3시간 비행 후 크레타 이라클리온(헤라클리온)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쉥겐조약국이라 입국심사가 없으니 만사가 일사천리다. 짐을 찾고 나가서 여행사 직원의 안내를 받아 대기한 버스를 타고 호텔로 향한다.
 
아래는 크레타 섬 상공에서 착륙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다. 
 

 

이상은 초유스 가족의 그리스 크레타 여행기 10편 중 1편입니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