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래2008. 11. 29. 07:14

9월 1일 초등학교 1학년으로 입학한 딸아이 요가일래를 지금도 학교 교실까지 데려다주고 데려온다. 요가일래 말고도 여러 아이들의 부모들이 이렇게 한다.

이번 주는 청소당번이라 다른 아이들보다 20분 정도 늦게 교실에서 나온다. 당번은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가 한 조를 이룬다. 청소당번은 빗자루로 교실 바닥을 쓸고, 먼지떨이로 책상 위를 닦는다.

복도에서 요가일래를 기다리는 동안 손잡이를 빼내버린 창문이 눈길을 끌었다. 왜 손잡이를 빼내버렸을까? 만약 비상사태가 날 경우 2층이면 충분히 창문을 열고 뛰어내릴 수도 있는 데 말이다. 때론 환기를 시키기 위해 창문을 열어야 할 텐데 말이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복도 창문을 열 수 있는 상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상사가 손잡이가 없을 때보다 더 클 것이라는 판단에서 손잡이를 빼낸 것이라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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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8. 11. 3. 10:43

최근 헝가리에서 20대 여교사가 만 15세 남녀 학생들 앞에서 윗옷을 벗고 브래지어만 남긴 채 춤을 춘 일이 일어나 세계적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소식에 따르면 헝가리의 잘레에게르세그(Zalaegerszeg)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진실 아니면 대담" 놀이를 하고 있었고, 독일인 20대 여교사도 참가했다.

"대담"을 선택한 여교사는 상의를 벗고, 바지를 내릴 듯 춤을 추었다. 이 장면을 한 남학생이 휴대전화로 촬영해서 인터넷에 올렸다. 이를 본 학부모들이 여교사 해고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학교 교장의 태도는 사뭇 달랐다. 그는 아주 소중한 교사이기 때문에 경고는 하겠지만 해고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해변에서 흔히 볼 수 것보다 더 야하게 속살을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1990년대초 헝가리에서 살았을 때 있었던 몇 가지 일이 생각났다. 그 당시 브래지어 없이 속살이 훤히 보이는 상의만 입은 젊은 여성들을 길거리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야외 수영장에 친구들과 갔을 때 여자 친구들 중 스스럼 없이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일광욕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헝가리에는 여름철에 옷을 전혀 입지 않고 생활하는 동호인들의 모임도 있다. 그 당시 한국에서 온 내 눈엔  아주 큰 충격이었지만, 헝가리 사람들에겐 일상적인 일에 불과했다. 이런 배경을 알면 여교사를 해고하지 않으려는 교장의 말을 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진실 아니면 대담"은 유럽에서 학생들 사이에 널리 행해지는 놀이이다. 리투아니아 여학생 마르티나(만 16세) 말에 의하면 이 놀이는 주로 수업 시간에 이루어진다. 교사한테 아주 거슬리는 일임에는 틀림 없다. 간혹 “그래, 너희들만 놀지 말고 나도 좀 같이 놀자”라는 교사도 있다.

먼저 "진실 아니며 대담" 중 하나를 선택한다. "대담"을 선택했다면, 다른 친구들로부터 별 희한한 행동을 주문받는다. 예를 들면, "수업 시간 중 책상에 올라가 동요 크게 부르기", "수업 중인 선생님 앞에 가서 욕하기", "다른 반에 가서 큰 소리로 노래하기", "지나가는 행인에게 엉뚱한 질문하기", "낯선 사람에게 전화해서 물건 팔기" 등이다. 이 주문대로 하지 않으면 놀이에서 제외되고, 한 동안 "바보", "겁쟁이"라는 비아냥거림과 손가락질을 받게 된다.

리투아니아 주위 사람들의 의견으로 아무리 교사가 학생과 격의 없이 어울린다고 하지만, 그래도 옷을 벗고 춤을 추는 것은 지나친 행동이라 지적한다. 한편 한 사람은 그 여교사가 아니더라도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그와 같은 짓궂은 주문을 받을 가능성도 있을 법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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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파문으로 헝가리 작은 도시 잘레에게르세그(Zalaegerszeg)가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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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강 건너 건물이 국회의사당) / 사진제공: 마르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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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다페스트 야외온천장 / 사진제공: 마르티나

* 관련글: 고향 같은 부다페스트에서 사기당하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 9. 11. 16:29

딸아이 요가일래가 이제 초등학교를 입한 지 10일째가 되었다. 입학식 때 무상으로 받은 교과서는 모두 세 권이었다. 과연 리투아니아 초등학교에서 딸아이가 무엇을 배울까 궁금했다.

오늘 아침 요가일래를 교실까지 데려다주었다. 이때 선생님이 학부모들에게 수업시간표를 복사해서 나누어주었다. 유럽의 작은 나라 리투아니아 초등 1학년생이 배우는 과목이 무엇이며 어떤 비율로 배우는 지 궁금해 할 사람도 있을 것 같아 소개한다.

리투아니아는 주 5일 수업이다. 요가일래가 받은 일주일 총 수업시간은 22시간이다. 수업은 45분, 휴식은 15분이다. 배우는 과목은 리투아니아어, 수학, 음악, 윤리(종교), 체육, 세계지식, 미술(공작), 무용으로 8과목이다.

수업 22시간 중 리투아니아어가 8시간으로 가장 많다. 이어서 수학 4시간, 음악·체육·세계지식·미술(공작)이 각각 2시간, 윤리(종교)와 무용이 각각 1시간이다. 윤리와 종교 중 하나를 선택한다.

덧붙여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은 매년 바뀌지 않는 것이 특이하다. 즉 요가일래의 현 담임 선생님은 요가일래가 4학년을 마칠 때까지 담임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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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학식 때 찍은 요가일래 교실 전면 모습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 9. 9. 06:10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1학년에 갓 입학한 요가일래를 데리고 오늘 아침 7시30분 집을 나섰다. 학교까지 15분 거리는 거리를 걸어가면서 요가일래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 학교를 한자로 어떻게 쓰는 지 알아?"
"몰라요."
"배울 학, 학교 교. 그러니 학교는 배우는 장소다. 우리가 왜 배우지?"
"모르니까요."
"그래, 맞았어. 모른다고 창피하거나 울지 말고, 선생님한테 알도록 까지 가르쳐달라고 해"
"알았어요."

지난 9월 1일 입학식 때 졸업반생이 초등학교 1학년 신입생을 인터뷰를 했다.
"글자를 읽고 쓸 줄 아니?"
"물론이죠."
"그럼, 시 하나를 암송해보세요."

그 신입생은 아주 유창하게 긴 시 하나를 암송했다. 이를 지켜보던 요가일래는 자신이 아직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사실에 그만 울먹이고 말았다. 입학식과 교실에서 학습안내를 하는 동안에도 요가일래는 계속 주눅이 들어있었다. 대부분 다른 아이들은 만 7살을 넘거나 8살인데, 요가일래는 7살이 되려면 아직 두 달이 남아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너는 아직 다른 아이보다 조금 더 어리고, 한편 여러 나라말을 할 수 있으니, 기죽지 말고 배우면 잘 할거야!"라고 세뇌교육하듯이 말하곤 했다.

오늘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요가일래는 자랑하듯이 말했다.

"아빠, 오늘 학교에서 내가 선생님한테 이렇게 말했어요
- 선생님, 저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한 번만 더 말해 줄 수 있어요? -
그러자 선생님이 아주 잘 말해주었어요."

"정말, 잘 했다. 이제부터는 모른다고 그냥 넘어가지 말고 그렇게 선생님한테 부탁하면 돼."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알려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요가일래의 하루를 이렇게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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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일 초등학교 입학을 한 요가일래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