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해당되는 글 94건

  1. 2011.12.10 학생글씨 비틀비틀은 만년필이 술취했기 때문에 1
  2. 2011.10.11 학교에서의 딸 전화에 먼저 가슴 쿵덩쿵덩 2
  3. 2011.09.30 선생님도 수업시간에 휴대폰 꺼놓아야 할 판 3
  4. 2011.09.27 교실마다 세면대로 위생관념 돋보이네 2
  5. 2011.09.02 개학 첫 날에 벌써 야유회 개최한 딸아이 학급 1
  6. 2011.06.07 전자책 시대에 도서관에 책대출하는 딸아이
  7. 2011.02.11 점심 사먹을 돈을 잃어버린 초3 딸아이 2
  8. 2010.05.31 윤리 대신 종교 과목을 선택한 딸의 이유
  9. 2010.04.16 "엄마를 사랑해야지"라고 경고하는 딸아이 2
  10. 2010.04.02 학급 아이들 이름이 모두 적힌 물컵 1
  11. 2010.03.03 한국 스티커로 빚은 불화, 하루만에 화해 4
  12. 2010.02.14 "선생님, 마늘 먹었죠?"에 당황한 아내 2
  13. 2010.02.01 책가방 무게를 염려해 주는 초등교사
  14. 2010.01.31 학교 가려고 자명종시계를 조작한 딸아이 9
  15. 2010.01.07 초2 딸에게 커닝 가르치고 나쁜 아빠로 찍히다 9
  16. 2009.11.05 유럽 학교에서 더 이상 걸 수 없게 된 십자가
  17. 2009.11.02 청소년 대다수, 성교육을 정식과목 도입 필요 2
  18. 2009.10.21 가족이 수박과 애호박 등으로 만든 거북이 6
  19. 2009.10.20 그림으로 그린 7살 딸아이의 하루 일과 4
  20. 2009.10.15 윽박지름식 가르침보다 지금 모름이 더 좋아! 7
  21. 2009.10.14 남친한테 가는 고2 딸에게 엄마 부탁 하나 3
  22. 2009.09.25 교장선생님의 멋진 아코디언 연주
  23. 2009.09.23 뽀뽀하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초등 딸아이
  24. 2009.09.03 미혼 여성이 숫자 '0'인 까닭 2
  25. 2009.09.02 친구 옷까지 챙기는 7살 딸의 배려심 6
  26. 2009.08.06 저울이 있는 특이한 책가방 등장
  27. 2009.05.28 책가방 때문에 딸아이와 실랑이 2
  28. 2009.04.15 유럽 애들에게 놀림감 된 김밥 157
  29. 2009.02.22 유럽학교 담임과 가진 첫 개별면담
  30. 2008.12.08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은 초콜릿? 1
요가일래2011. 12. 10. 05:31

어느날 초등학교 4학년생인 딸아이가 책을 읽고 있었다.
"아빠, 이거 정말 재미난 농담이야. 들아봐! 10살 학생하고 50살 선생님과의 대화야."

▲ 리투아니아 초등학생들은 만년필로 글씨를 쓴다.
 

"네 글씨는 왜 똑바르지 않고 그렇게 비틀비틀거리나?"
"술취했어요."
"어떻게?"
"만년필이 잉크를 많이 마셨어요."
"내 만년필은 같은 양의 잉크를 마셨는데도 글씨가 똑바르잖아!"
"지구력 문제이지요. 저는 10살이고, 선생님은 50살이잖아요."


내가 알고 있는 농담 하나를 답례로 알려주었다.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이 수업을 끝낸 후 학생들의 청결상태를 검사했다. 한 학생의 머리카락에 냄새가 많이 났다. 선생님은 그 학생의 부모에게 편지를 썼다.

"당신 딸의 머리카락이 청결하지 못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이 편지를 받은 학생의 어머니는 즉각 답장을 썼다.

"선생님, 딸의 머리카락을 냄새맡지 말고 공부나 잘 가르쳐주세요."

▲ 먼저 연필로 정성스럽게 글씨를 쓰고, 그 위에 만년필로 다시 쓴다.
 

참고로 리투아니아는 초등학교 4학년이 끝날 때까지 학생들에게 볼펜 사용을 금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의 주된 필기도구는 연필과 만년필이다. 지금도 딸아이는 작문 숙제가 있으면 먼저 연필로 작성한다. 그 다음 만년필로 그 위에 똑바르게 써내려간다. 잉크가 다 마른 후 지우개로 연필 글씨를 지운다.

* 최근글: 리투아니아 전통악기 반주에 부르는 한국 노래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10. 11. 06:35

지난 토요일 드디어 아내가 3주간 해외연수로 아시아 인도로 떠났다. 공항으로 배웅할 시간이었다.

"엄마 배웅하러 공항에 함께 가자."
"아니, 그냥 집에 있을 게."
"그래. 알았다."

아내에게는 초등학교 4학년생 딸에게 공항가기를 강요하지 말라고 했다. 분명 눈물로 엄마를 보낼 것이므로 그냥 담담하게 서로 헤어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아내가 없는 첫날은 평소대로였다. 일요일 침실에서 딸아이가 혼자 TV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한 동안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혹시 피곤해서 일찍 자나라고 생각했다. 살짝 가보니 딸은 소리없이 울고 있었다.

"엄마 보고 싶어."
"어제 엄마 인도에 갔는데"
"나 한국 안 갈래. 엄마 보고 싶어."
"우리가 한국에 갈 때 엄마가 아직 인도에서 집에 오지 않아. 너 혼자 있을 수 있어?"
"아빠도 한국 가지 마."
"구입한 표는 어떻게 해?"
"다른 사람에게 팔아."
"조금 있으면 기분이 좀 좋아질 거야. 엄마 생각은 하지만 울지마. 아빠가 뭐 먹을 거 갔다줄까?"
"알았어."

평소에는 새벽까지 일을 하지만 이제 아내 대신 딸을 등교시켜야 하므로 일찍 자야 했다. 비교적 딸아이는 아내가 있을 때보다 더 자발적으로 학교갈 준비를 했다. 아침 식사를 마련하는 동안 딸아이는 가방을 챙겼다. 바깥 온도가 영상 5도로 추운 날씨였다. 모자까지 챙겼다. 이렇게 아내 없는 첫날 등교시키기는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첫 수업이 끝난 시간에 휴대전화가 울렸다. 이렇게 아침 일찍 누가 전화했을까...... 화면에 찍여있는 번호를 보니 딸아이 전화였다. 무슨 일이 생겼을까 불안한 마음으로 먼저 가슴이 쿵덩쿵덩 뛰었다.

"아빠, 나야. 학교로 와줘."
"무슨 일인데?"
"내가 볼펜이 없어."
"친구한테 빌리면 안되나?"
"안돼. 내 방에 가면 볼펜을 담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가지고 와."
"필통 말이니?"
"그래 맞아. 필통! 내 방 책상 위에 있어."
"알었어. 아빠가 빨리 갈 게."

학교 생활 4년째 필통없이 학교에 간 날은 처음이었다. 딸의 필통을 챙겨 1km 떨어진 학교로 달려갔다. 휴식시간이 끝나고 수업 중이었다. 교실 문을 두드리고 문을 열었다. 모든 시선이 집중되었다. 건너편에서 딸아이가 웃는 얼굴로 다가왔다. 

"자, 여기 필통."
"아빠, 고마워." 

필통에는 연필, 볼펜, 색연필 등이 있었다. 없으면 다섯 시간 수업 내내 불편했을 것이다. 전화에 불안했지만 이렇게 딸아이를 돕고 나니 흐뭇했다.

집으로 돌아와자 다음 휴식 시간에 딸아이가 문자쪽지를 보냈다. 
"Gomawo! :}" (고마워: 휴대전화에 한글 자판이 없어 이렇게 라틴글자로 쓴다.)
 


일전에 학교 수업 중 휴대폰으로 인해 생긴 아내의 불편한 심기(관련글: 선생님도 수업시간에 휴대폰 꺼놓아야 할 판)를 떠올리면서 "휴대폰이 참으로 유용하네"라고 되새겨보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11. 9. 30. 06:01

아내는 음악학교 피아노 교사 경력 20년째이다. 어제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얼굴이었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었어?"
"한 학부모로부터 불평(?)하는 전화를 받았어. 교사생활 20년만에 이런 전화 처음이야." 

이 학부모의 딸은 초등학교 1학년생이다. 9월부터 학년이 시작되었으니 이제 다섯 번째 수업에 참가했다. 리투아니아 수업시간은 45분이다. 3년 전부터 리투아니아 정부는 재정지출 억제책의 하나로 교사 월급을 삭감했다. 수업시간수 줄이기로 월급을 내렸다. 즉 2시간 수업을 1시간으로 줄었다.

수업일수를 줄인 선생님도 있고 수업시간을 줄인 선생님도 있다. 아내는 후자를 선택했다. 일주일 두 시간 수업(45분 + 45분)이 이틀로 나누던 것을 한 시간(45분)으로 하루에 하지 않고, 시간을 45분에 25분으로 단축해서 이틀을 그대로 가르치고 있다. 합치면 5분을 더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어떤 사정으로 주일의 첫 수업에 오지 못하면 다음 수업에 25분이 아니라 45분을 가르쳐 줄 수 있다.  

▲ 딸아이와 함께 피아노를 치는 아내
 

이날 피아노 수업이 25분이었다. 그런데 수업 중 다른 학생의 학부모가 전화를 했다. 아내는 학부모와 수업일정에 대해 상의했다. 수업 중 다른 동료 교사 방문처럼 이런 일이 종종 있다. 한 5분 통화했다. 

이렇게 수업을 마치고 그 학생을 보낸 후 다른 학생을 맞아서 가르치고 있었다. 그때 집으로 간 학생의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생님, 그렇게 수업에 소홀하시면 어떻게 해요? 수업료를 내었는데 말입니다."

아내는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내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답하고 싶었다.

"제가 지금 수업을 하는데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듯이 다른 부모도 용건이 있어 그렇게 전화할 수도 있고, 내용에 따라 좀 더 길게 통화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요? 연주 발표회가 열기 전에는 여러 시간을 더 과외로 (무료로) 가르치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가요?"......

소심한 아내는 어제 저녁 내내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다.

"이제 당신은 수업시간에 휴대폰을 꺼놓아야 하겠네."
"당신이나 딸, 혹은 다른 학부모가 급하게 전화할 수도 있잖아."
"아뭏든 이번 학부모 지적으로 마음 상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 맥주 한 잔 어때?"
"좋지~~~"  


* 최근글: 김치에 정말 좋은 한국냄새가 나네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11. 9. 27. 05:15

며칠 전 부탁 하나를 받았다. 빌뉴스에 있는 한 중학교 영어 수업에 참석해달라는 것이다. 내용은 영어가 아니라 에스페란토다. 영어 선생님이 자신의 학생들에게 에스페란토를 소개해주고 싶다고 했다. 

유럽연합의 단일 공용어 논의에 단골로 등장하는 언어가 영어와 에스페란토이다. 영어는 자연어이고, 에스페란토 인공어로 1887년 출발한 언어이다. [에스페란토에 대해 궁금한 사람은 여기로] 하지만 아직까지 유럽연합은 단일 공용어 선택보다는 다양한 언어를 존중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학교 교문을 열고 들어가니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교실문마다 종이가 붙여져 있었고, 이 종이에는 그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과목이 다섯 개 언어로 써여져 있었다.
 

리투아니아 학교 교실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 에스페란토를 소개하는 동안 교실 모습을 찍어보았다. 몇해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빔프로젝트, 스크린, 컴퓨터 등이 잘 갖춰져 있었다.


30여석 의자가 놓여져 있었다.


교실 앞에는 교과서가 잘 정돈되어 있었다.


교실 벽에는 가을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세면대였다. 세면대가 있으니 교사든 학생이든 굳이 화장실에 가지도 않고 교실에서 손을 씻을 수 있게 해놓았다.


한국에서 다니던 모든 학교 교실에는 세면대가 없었다. 리투아니아 교실마다 있는 세면대를 보니 이들의 위생관념이 돋보인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9. 2. 07:11

9월 1일은 유럽 리투아니아 모든 학교가 새로운 학년을 시작하는 개학일이다. 이날 경제적으로 가장 많은 덕을 보는 사람들은 꽃장수들이다. 모든 학생은 꽃다발이나 꽃송이를 마련해 담임 선생님에게 선물하기 때문이다. (오른쪽 사진: 초등학교 4학년생이 된 요가일래)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시각이 9월 1일 밤 12시경이다. 인근 공원에서 흘러나오는 공연 음악 소리가 아직도 들린다. 오늘 학년을 시작하는 대학생들을 위한 음악 공연이다. 이들은 새벽까지 노래와 춤으로 새 학년을 맞는다.

딸아이 요가일래는 초등학교 4학년생이 되었다. 학급의 학생수는 28명이다. 며칠 전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문자쪽지가 왔다. 개학일 학교 모임을 마치고 바로 야유회를 개최하니 준비해오라고 했다. 준비물은 간편한 운동복 차림과 각자 점심이었다. 가능한이면 부모도 참가하는 것이었다.

▲ 모두가 선물할 꽃을 들고 개학식에 임하고 있는 모습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꼬박 3개월 동안 딸아이는 학급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다. 긴긴 시간 동안 서로 만나지 못하고 9월 1일 만나니 아이들은 마냥 즐겁다. 그런데 1시간 정도 걸리는 개학 모임이 끝나면 뿔뿔이 집으로 헤어진다.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알았는지 올해는 아예 개학 모임을 마치고 야유회를 개최하기로 담임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결정했다. 장소는 빌뉴스 교외에 살고 있는 동급생 부모 집이었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넓은 마당이 있고, 또한 숯불로 소시지를 구워먹을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가는 것을 꺼렸지만 그래도 개학일이니 함께 하자고 해서 아내와 함께 나섰다. 막상 가니 대부분의 학급생이 참가했고, 부모들도 많이 참석했다.

지난 3개월 동안의 공백을 메우느라 아이들은 노는 데 정신이 없었다. 부모들은 각자 가져온 점심을 식탁에 올려놓고 장작불을 피우고 소시지를 구웠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개학 후 그냥 집으로 헤어지지 않고 야유회에 온 것에 대만족이었다.

▲ 개학일에 공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서먹서막한 분위기로 새 학년을 시작하는 것보다 이렇게 자연 속에서 함께 뛰어놀고 밥을 먹으면서 첫 날을 보내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개착 첫 날에 야유회를 진행시킨 모든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날 야유회의 이모저모를 엿볼 수 있는 사진을 올린다.

▲ 학교에서 20km 떨어진 교외인데도 대부분의 학급생들이 참가했다.
▲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을 들어올려보고자 했지만 불가능했다.
▲ 마지막 남은 딸기를 따먹고 있는 아이들
▲ 건초로 장난하는 아이들
▲ 각자가 준비한 음식물로 식탁이 부서질 것 같았다.
▲ 고기 굽는 일은 관례대로 남자의 몫이었다. 
▲ 뛰어노느라 배가 고파진 아이들
▲ 학부모들도 덩달아 담소를 즐겼다.
▲ 우리나라 007 빵 놀이를 연상시겼다. 학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놀았다.

* 최근글: 외국 초학생 휴대폰에서 들리는 한국 노래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6. 7. 07:17

유럽 리투아니아 초등학교는 벌써부터 여름방학(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이다. 한국 학생들이 부러워할 만하다. 하지만 여름방학이 긴 대신에 겨울방학은 없다. 물론 성탄절, 2월 초순, 부활절을 기해 1-2주일 학교에 가지 않는다.

초등학교 3학년을 마친 딸아이는 며칠 사이에 방학을 만끽하고 있었다.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난다. 종종 심심하다고 졸라댄다. 

"책 좀 읽지?"
"읽을 책이 없어."
"그럼 도서관에 가서 빌리면 되잖아."
"알았어."

이렇게 어제 딸아이는 자신의 여권을 챙겨서 부모와 함께 인근에 있는 시민도서관을 다녀왔다. 요즘 같은 전자책과 인터넷이 활성된 시대에 과연 도서관을 찾아 책을 빌리는 아이들이 있을까...... 이런 의문을 가지면서 도서관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동안이지만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이 여럿이 보였다. 
 

한 학생에게 최대 다섯 권을 빌려준다. 여섯 권을 선택한 딸아이는 한 권을 포기해야 했다. 


빌리는 책 각각에 자신의 사인을 했다. 딸아이의 사인은 한글로 쓴 "요가"이다. 


이렇게 다섯 권을 책을 1개월 동안 빌렸다. 전화으로 두 번은 연기할 수 있다. 통지없이 연체하면 하루마다 1센트(45원)을 지불해야 한다. 이제 책 다섯 권이 있는 한 심심하다고는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책 한 권 다 읽고 독후감 쓰고, 엄마로부터 약간의 용돈도 받을 수 있으니까......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1. 2. 1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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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딸아이 요가일래는 아침 7시에 일어난다. 수업은 8시에 시작된다. 아침식사는 버터를 바른 식빵 한 조각이다. 도시락은 훈제고기 등을 넣은 식빵 두 조각이다. 하지만 아주 가끔 학교 식당에서 좋아하는 피자를 사먹는다고 도시락을 가지 않는다. 지난 수요일(9일)이 그런 날 중 하나였다.

"혹시 식당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점심을 못 사먹을 수 있으니 빵 한 조각이라도 가져가는 것이 어때?"
"내가 잘 알아. 시간이 충분해."

학교를 마친 후인 오후 1시경 요가일래는 항상 전화한다.

"아빠, 오늘 돈을 잃어버렸어."라고 풀이 다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돈이 리투아니아에 있으니 괜찮아. 빨리 조심해서 집으로 와."

배가 고픈 딸을 위해 달걀 두 개를 삶고 있는데 딸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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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자마자 딸아이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면서 방으로 가버렸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서 또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울지마. 아빠가 잃어버린 돈을 줄께."
"내 돈이 아니야. 엄마가 준 돈이야. 엄마가 화낼 거야."
"엄마가 화내지 않지. 네가 아무 것도 먹지 못해서 오히려 마음이 아플 거야."
 
여전히 훌쩍거렸다.

"이제 잊어버려. 돈은 어딘가에 잘 있을 거야."
"돈을 잃어버려서 내가 아무 것도 먹지 못했어. 내가 학교에서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알아?"
"그러니까 이젠 항상 도시락을 가져가."
여전히 속상한 마음이 딸아이를 짓누르고 있었다.

한참 후 삶은 달걀을 맛있게 먹고 딸아이는 음악학교를 갔다. 집에 혼자 있으면서 딸아이의 책가방 안을 샅샅히 살펴보았다. 한 주머니에 1리타스가 있고, 다른 주머니에 1리타스가 있었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돈이 책가방 속에 있었다. 음악학교에서 다녀온 딸아이에게 말했다.

"여기 봐, 아빠가 찾았어. 이젠 돈을 잃어버리면 마음까지 잃어버리지 마. 속상해하거나 울지 말고 꼼꼼히 찾아봐."
"알았어. 하지만 오늘 정말 배가 고팠어."

* 아내와 이심전심, 몰래 도시락에 밤 넣기
* 경제위기로 아이의 도시락을 챙겨야 한다
* 유럽 애들에게 놀림감 된 김밥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 5. 31. 07:30

북동유럽 리투아니아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인 딸아이는 5월 28일 3개월 긴긴 여름방학을 시작했다. 이제 2학년을 마치고 오는 9월에 3학년생이 된다. 

여름방학 전 5월 24일 학교에서 서류 하나를 가져왔다. 바로 3학년에서 배울 과목인 윤리와 종교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두 과목 중 하나를 부모가 선택하고 학교는 이에 따라 학생을 나눠 수업을 가르친다.

윤리와 종교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배운다. 당시는 딸아이에게 묻지 않고 아내와 상의해서 윤리를 선택했다. 2학년 때도 윤리를 선택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아빠의 종교가 가톨릭교가 아닌 것이 은연 중 작용을 했다.

리투아니아 종교인구는  
                로마 가톨릭교 - 79,0 % (275만명)
                러시아 정교    -   4,1 % (14만명)
                고대신앙        -   0,8 % (2만7천명) 등이다

요가일래는 부엌에 있는 엄마에게 종교를 선택하고 서명하라고 졸라대었다. 아내는 내심에 종교를 선택하고자 했으나 최종 결정을 아빠에게 떠넘겼다. 요가일래를 아빠에게 보냈다.

"아빠, 빨리 종교를 선택하고 서명해! 서명은 한글로 해!"
"왜 종교를 선택하고 싶은데?"
"1학년과 2학년에서 윤리를 배웠으니까 이제 종교를 배우고 싶어."

서명하기를 주저하자 딸아이는 한 마디 덧붙였다.
   
"아빠, 안 배운 것을 배워야지. 2년 윤리를 배웠으니 이제 2년 종교를 배우고 다시 윤리를 배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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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가 종교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 명료했다. 안 배워서 모르는 것을 배워서 알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제 부모가 나서서 윤리와 종교를 선택해 따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딸아이가 스스로 선택하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에 흐뭇한 미소가 일어났다.

* 최근글: 피로연 하객으로 선물 받은 캐리커쳐에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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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10. 4. 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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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나이에 접어드니 특히 건성으로 듣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새벽까지 일하다가 어제 아침에도 비몽사몽간이었다. 일어날 기미를 보이자, 부엌에서 아내가 뭐라고 부탁하는 소리가 들렸다. 요가일래가 10시 45분 학교 앞 모임에 차질 없도록 도와주어라는 부탁이었다.

아빠보다 먼저 일어난 요가일래에게도 아내는 "너가 만나는 시간을 잘 아니까 아빠한테 데려달라고 해."라고 말한 후 일 때문에 외출했다. 아내가 나간 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요가일래는 빨리 학교로 가자고 아빠를 재촉했다. 아내가 말한 시간을 건성으로 듣고 기억한 터라 요가일래가 정확하게 알 것이라고 믿고 시간을 보지 않은 채 집을 나섰다.

요가일래 학교는 4월 15일 고등학교 졸업시험장이라 임시 휴일이었다. 담임 학교 선생님은 학급단체로 보볼링장에 가기로 결정했다. 학교 앞에 도착하니 9시 30분이었다. 요가일래에 따르면 반 친구들이 하나 둘씩 모여야 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더 이상 오지 않았다. 뭔가 잘못되었다. 아내에게 전화했다.

"지금 9시 30분인데 요가일래외에는 아무도 없어. 어떻게 된 거야?"
"당신은 참 바보다. 10시 45분이지, 어떻게 9시 30분이야! 그렇게 여러 번 말했는데 기억을 못하다니!"


이어서 요가일래에게 아빠가 한 소리했다.
"봐! 네가 재촉해 빨리 왔더니 아빠가 엄마한테 바보라는 소리를 듣게 되잖아! 어떻게 할 거니?"
"여기서 그냥 기다릴 거야.'
"여기서 1시간 15분 동안이나 혼자 기다린다는 말이야!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아침 은행에 갈 일이 있었고, 또 한국에서 소포가 와있다는 우체국 통지서를 가지고 있었다. 두 일을 모두  해도 시간이 남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요가일래는 그래도 있을 것이라고 버텼다. 한국에서 온 소포가 아빠 블로그의 어느 독자가 딸에게 보낸 선물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로 간신히 설득했다.

은행일을 마치고 우체국에서 무게가 7.4kg 소포를 받아들었다. 이 무거운 소포를 들고 학교로 갔다가 집으로 오는 것이 힘들 것 같았다. 집에 갔다놓고 학교로 가기로 했다. 그때 시각이 아침 10시 10분이었다. 소포의 내용물이 궁금했지만 나중에 온 가족이 같이 열어보기로 했다.

다시 학교로 가는 길에 소포 선물로 싱글벙글한 요가일래에게 말했다.
"뜻하지 않게 선물까지 받았으니 너가 동요 '노을'을 잘 불러 감사인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말하면서
"바람이 머물다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 연기~~~"노래를 흥얼거리면서 했다.

마침 반대편에서 키가 크고 얼굴이 잘 생긴 아가씨 한 분이 다가왔다. 그녀는 미소를 지면서 우리를 쳐다보았다. 이런 미소에 무표정으로 답하기는 어색해서 아빠도 미소로 대했다. 아가씨가 막 지나가자 요가일래는 아빠를 향해 들고 있던 신발봉지로 때리는 시늉을 했다.

"아빠, 내가 아빠를 때릴 거야!"
"왜?"
"엄마를 사랑해야지!"(지나가는 여자에게 미소짓는 것만으로 요가일래는 사랑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누구를 사랑해야지?"
"할아버지."
"그리고 또 누구를?"
"할머니."
"그리고?"
"이젠 됐어."
"그럼, 요가일래를 안 사랑해도 돼?"
"아마도."(토라졌네. "아빠가 세상에서 누구를 제일 사랑하지?"라고 평소 물으면 딸은 '나지!"라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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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엄마를 사랑해야지!"라고 말한 요가일래

이렇게 요가일래를 학교 앞까지 다시 데려다주고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있는 찰나에 아내가 전화를 했다.
"이제 (10시 30분) 요가일래를 데리고 학교에 가도 돼."
"벌써 데려다 주고 왔는데."
"내가 그렇게 여러 번 시간을 말했는데 그것을 기억을 못해?.........." (또 따지네......)

이렇게 따지거나 잔소리가 시작되면 우이독경으로 대하지만 마음 속에는 "그래도 엄마를 사랑해야지"라는 딸아이 요가일래의 말이 떠오른다.

* 최근글: 미지인의 한국 소포 선물에 울컥한 우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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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음2010. 4. 2. 10:58

리투아니아의 인기 있는 선물 중 하나는 사람 이름이 새겨져 있는 상품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이름을 성인 이름이나 역대 유명인 이름
혹은 자연에서 따온 이름을 붙인다. 예를 들면, 이슬, 해, 불, 전나무 등등
그래서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흔히 만날 수 있다.

딸아이 요가일래가 초등학교 1학년으로 입학한 후
담임선생님이 일괄적으로 마련한 상품이 하나 있었다.
바로 물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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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겁에는 학급 아이들 이름이 모두 적혀 있어 물을 마시면서
이들의 이름을 쉽게 볼 수 있고, 이는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최근글: 유럽에선 이렇게 부활절 달걀을 꾸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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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3. 3. 07:05

지난 금요일 한국에서 보내온 스티커를 받고 몹시 기뻐한 딸아이 요가일래 일을 소개했다. 기쁨도 잠시뿐 다음날 토요일 친구집에 놀려갔다온 후 스티커를 더 많이 안 주면 폭로하겠다는 협박으로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 한국 스티커를 받고 기뻐하는 요가일래

그 날 친구에게 스티커 하나를 선물했는데 그 친구는 마음에 든다고 스티커 세트를 요구했다. 만약 안 주면 요가일래의 짝사랑을 폭로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우리 부부는 요가일래에게 엄포에 굴하지 말고 용감하게 대처할 것을 권했다.

일요일 딸아이와 산책하면서 월요일 불안과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기회되는 대로 조언했다. "친구가 폭로한가고 걱정하지 마라." "아이들 장난이니까, 마음에 두지 마라." "그리고 '그래 내가 그를 좋아한다. 어쩔래?!'라는 용감한 마음을 가져라." 등등

월요일 학교에서 딸아이가 돌아왔다. 과연 그 친구가 어떤 반응을 보였고, 요가일래가 어떻게 대처했는지 궁금했다. 요가일래 이야기를 전한다.

일교시 수업이 끝나자, 요가일래는 모든 여자아이들에게 원하는 스티커를 하나씩 나눠주었다. 모두들 아주 좋은 반응을 보였다. 받은 친구들은 다 요가일래편이 되었다. 결국 혼자 남은 그 친구는 요가일래에게 다가와 지난 토요일 일을 사과했다. 그리고 다시 친구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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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운데 있는 스티커 세트를 남자아이들에게 나눠줌

"그런데 왜 여자아이한테만 스티커를 주었니?"
"남자들에게도 주려고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결석했어."
"그래도 주면 좋았을텐데. 다른 아이들이 실망하겠다."
"제일 좋은 스터커를 그가 선택하도록 하기 위해서 안 주었어. 남자들이 다 있으면 그때 준다고 말했어."

요가일래는 여자아이들의 감사와 칭찬에 기분이 몹시 상기되었을 텐데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결석한 것을 배려해서 다른 남자아이들에게 스티커를 나눠주지 않았다고 하니 딸아이의 자기제어력이 강한 듯해서 흐뭇했다. 쉽게 화해를 제안한 여자친구에 관해 대화했다.

"봐, 아이 마음은 그렇게 쉽게 변하잖아. 아빠가 평생 절교한다라는 말을 하지 말라고 했지?!"
"맞아. 하루만에 화해해버렸다."라면서 요가일래는 싱겨운 듯 씩 웃었다.


이 날따라 "순간적인 감정에 살지 말고 큰 흐름에 나를 찾아라."라는 고등학교 교훈이 생생히 떠올랐다.

* 관련글: 한국 스티커 받은 딸, 이게 꿈인가! 감탄 연발

               한국 스티커 때문에 폭로협박에 눈물 흘린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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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10. 2. 14. 07:37

지난 금요일 저녁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올 아내를 위해 모처럼 고기를 굽을 생각을 했다. 고기를 썰기가 힘들어 좀 듬성듬성 썰었다. 구우면서 더 짤게 짜를 생각이었다. 아내가 돌아오는 시간인 7시에 맞추어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배고픈 아내로부터 들을 칭찬의 말을 생각하니 미소가 절로 나왔다. 배고프다고 먹을 것을 달라고 재촉하는 딸에게 "엄마 오면 고기를 구워 맛있게 줄께!"라고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당신, 고기를 이렇게 큼직하게 짜르면 어떻게 해? 속이 안 익을 거야! 한번 먹어봐!"라고 조금 후 집으로 돌아온 아내의 첫 마디는 기대한 칭찬이 아니라 핀잔이었다.
"역시 나는 요리 체질이 아니야."라고 중얼거려보았다.

굽고 있는 고기를 먹어보니 고무처럼 질겼다. 배고픈 아내는 우유와 빵으로 일단 간단히 식사를 하면서 굽고 있는 고기를 꺼내 삶기 시작했다. 얼마 후 남편 요리에 대한 불만감이 사라지자 학교에 있었던 일을 하나 꺼냈다.

피아노를 배우는 한 학생은 8살이다. 그는 순박한 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즉 생각하는 대로 서스러움없이 말한다. 고학년을 가르칠 때는 좀 떨어져서 가르치고, 저학년을 가르칠 때는 바로 옆에 앉아서 자세하게 가르친다. 이날 이 학생 바로 옆에 앉아서 가르치는 데 그가 갑자기 말했다.

"선생님, 마늘 먹었죠?"

순간 아내는 당황해 할 말을 잊었다. 이날 아내는 학교 가기 전에 멸치볶음을 먹었다. 마늘과 고추장으로 아내가 직접 만든 반찬이었다. 마늘을 먹었으니 식사 후  이를 깨끗이 닦았다. 그런데 8살 학생이 선생님한테 마늘 냄새가 난다고 직언을 해버렸다. 아내는 이 소리를 듣고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그 동안 동료 교사나 고학년생들도 나로부터 마늘 냄새를 느꼈지만 말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마늘 냄새를 역겨워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을까......"라고 소심한 아내는 고민에 빠졌다.

리투아니아 사람들도 마늘을 양념이나 날 것으로 먹는다. 특히 겨울철에 감기예방 등으로 마늘을 애용한다. 하지만 대개 직장에서 돌아온 저녁에 마늘 한 두 쪽을 먹는다.

한국인 남편과 같이 살다보니 아내는 다른 리투아니아 사람들보다 더 자주, 그리고 더 많이 마늘을 먹는 편이다. 미역국을 끓일 때도 마늘 양념이 안 들어가면 맛이 없다 할 정도로 아내는 마늘에 익숙해져 있다. 집에서는 누가 마늘 냄새난다고 지적할 사람이 없다. 아내는 일주일에 두 번 학교에 간다. 그러므로 아무런 생각 없이 먹고 싶을 때 마늘이 들어간 음식을 먹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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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제 돼지고기와 마늘 혹은 양파를 보드카 술안주로 종종 먹는다.

이날 8살 학생의 말을 처음 들은 후 "이제는 마늘을 제대로 먹지 못 하겠구먼!"라고 아내는 아쉬워했다. "그 학생이 역겨워서 한 말이 아니고 그냥 사실을 얘기한 것일 수도 있으니 앞으로도 편하게 먹고 싶은 대로 먹으면 되지 뭐."라고 위로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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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2. 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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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밤 다음날 학교에 갈 준비를 한 후 요가일래는 갑자기 스티커 앨범에 있는 스티커를 하나씩 떼내고 있었다.
"왜 스티커를 떼니? 수집하는 데 싫증이 났니?"
"이 앨범에서 다른 앨범으로 옮기려고."
"왜 옮기니? 큰 앨범은 특별히 부탁해서 샀는데."
"선생님이 큰 앨범을 금지시켰어."
"왜?"
"가방이 무거우니까."


지난 해 11월 요가일래는 주위 친구들이 모두 큰 앨범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 몹시 부러워했다. 사달라고 졸라댔지만 무거운 앨범을 학교에 가져가는 것이 안스러워 사주지를 않았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산타 할아버지에게 부탁한 선물이 큰 앨범이었다. "얼마나 가지고 싶었으면 산타 할아버지에게까지 부탁했을까?"라고 생각하니 사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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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물을 받고 아주 좋아하는 요가일래를 보면서 "산타 할아버지한테는 좀 더 거창한 것을 부탁하지 고작 앨범이네."라면서 순진한 딸아이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요가일래는 새로운 스티커를 수집할 때마다 이 큰 앨범을 가방 속에 넣고 학교에 가져간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보여주면서 서로 중복되는 것을 교환한다. 무겁다고 가져가지 말 것을 늘 권하지만, 보여줌과 수집 열정에 부모가 당할 수가 없다. 무거운 가방을 아빠가 들어준다고 해도 "아빠가 학생이 아니고, 내가 학생이다"라고 주장하면서 허용하지 않는다.

이런 요가일래인데 쉽게 큰 앨범을 버리고 작은 앨범을 택했다. 바로 지난 금요일 담임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큰 앨범을 책가방에 넣어 학교에 가져오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부모의 백 마디보다 선생님의 한 마디가 이렇게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부모로서 씁쓸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선생님의 말이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니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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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이 스티커를 떼어 작은 앨범에 다 붙인 후 요가일래는 소감을 말했다.
"아빠, 이렇게 해놓고 보니 내가 모은 스티커가 정말 더 많은 것 같다."
 
* 관련글:  내 아이의 책가방 무게는 얼마나 될까?   |   책가방 때문에 딸아이와 실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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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 3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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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내내 영하 20도 내외의 추운 날씨가 지속되었다. 딸아이 요가일래는 초등학교 2학년이다. 5일 학교가는 날 중 이틀을 가지 않았다. 월요일과 수요일이었다.

북동유럽 리투아니아는 기온이 영하 20도 이상이면 초등학교 1-5학년 학생은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 영하 25도 이상이면 고학년생들도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

학교에 다닌 지 1년 반이 넘었지만 아직도 스스로 일어나는 데 습관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늘 자명종에 의지한다. 자명종 시계는 7시에 소리를 울린다. 잠은 보통 밤 10시경에 잔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요구르트 한 병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머리 빗고 옷입고 하는 데 약 15-20분 걸린다. 7시 30분에 집을 나선다. 여전히 어두컴컴하다.
 
지난 일요일 밤 요가일래와 내내 실랑이를 했다.
"나, 내일 학교에 갈래!"
"영하 20도가 넘을 거야."
"그래도 갈래!"
"다른 아이들도 안 올텐데."
"오는 아이들도 있을 거야."
"일단, 내일 아침 온도계를 확인해보고 결정하자."

이렇게 대화를 나눈 후 요가일래는 혼자 방에서 잘 준비를 했다.

아침되었다. 자명종은 어김없이 소리를 울렸다. 이 소리를 먼저 들은 사람은 엄마했다. 늦게 자서 일어나기가 힘들었지만 그래도 일어나야 했다. 엄마는 부엌으로 가서 창밖에 있는 온도계를 확인했다. 영하 23도였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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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는 평소에 자명종 소리를 듣고 일어날 기척을 하는 데 이날은 무슨 일인지 푹 잠에 빠져있었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니 엄마는 깨우지 않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언니 마르티나는 학교에 가야 했다. 엄마는 폭신한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귀찮아 옆방에서 자는 마르티나에게 전화했다. 그런데 전화를 받지 않자 벌써 학교에 간 것으로 생각하고 엄마는 잠에 빠졌다.


엄마가 나중에 일어나 우연히 자명종 시계를 보았다. 그런데 7시에 있어야 침이 6시에 놓여 있었다. 누군가 만졌다. 알고보니 어젯밤 자기 전 7시에 놓인 침을 6시로 옮겨놓은 사람은 요가일래였다.  

"왜 그렇게 했는데?"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갈 준비하려고."


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에 일어날 시각까지 조작했건만 혹한으로 가지 못해 요가일래는 몹시 안타까워했다. 잠을 설친 부모에게는 의도한 일이 아니라면서 미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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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10. 1. 7. 08:54

딸아이 요가일래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생이다. 어제 학교에서 돌아온 요가일래는 리투아니아어 책을 가지고 낑낑대고 있었다. 내용인즉 오늘 수업시간에 책에 있는 내용을 보지 않고 아이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때가 생각났다. 당시 선생님은 아이들의 발표력을 키우기 위해 한 단원의 내용 줄거리를 발표하게 했다. 논리력이 부족한 탓으로 스스로 줄거리를 만들기보다는 학습참고서인 전과에 있는 줄거리를 달달 외워 발표하곤 했다. 모두가 서로 하고 싶어서 교실 사방에는 "저요! 저요!" 소리가 울려퍼졌다. 기죽지 않으려고 줄거리 외우기를 악착같이 했던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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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2학년생인 요가일래가 눈천사를 만들고 있다.

요가일래의 숙제를 보면서 "외우지 말고 그냥 여러 번 읽고 생각나는 대로 발표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완벽하게 외워서 멋있게 발표하고 요가일래는 어눌하게 단어 이어가기를 한다면 사실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엄마는 요가일래에게 여러 번 책을 읽게 했다. 그리고 요가일래에게 외워서 말하기를  강요했다. 하지만 집중하지 않으면 외우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얼마 후 요가일래는 책을 들고 살짝 아빠 방으로 왔다.

"아빠, 이 페이지를 복사해줘." (집에는 복합기능 프린터기가 있다.)
"왜?"
 "엄마를 놀라게 해주려고."


초등학교 2학년생이 커닝하겠다고 하니 웃음이 나왔다. 커닝은 나쁜 짓이니 하면 안된다고 일러주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지만, 공부의 동기부여라는 차원에서 "학교에서는 하면 절대 안된다"라고 말한 후 복사를 해주었다. 요가일래는 복사한 페이지에 해당 문구를 짧게 오려서 주머니에 넣었다.

엄마에게 책을 돌려주면서 이제 외워서 다 말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엄마가 보이지 않은 문 뒤에서 요가일래는 쪽지를 또렷하게 읽어내려갔다. 엄마는 외우기에 성공한 요가일래에게 웃음을 지었고, 요가일래는 엄마를 멋있게 속였다는 것에 깔깔 웃었다.

역시 아이들은 순진하다. 요가일래는 잠시도 참지 못하고 쪽지를 내보이면서 비밀을 털어놓았다. 커닝을 경계하는 엄마는 버럭 화를 내었다. 그리고 추궁했다. 화살은 이제 아빠에게로 돌아왔다. 초2 딸아이가 책을 복사해서 커닝 쪽지를 만들겠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 할 것이라고 엄마는 강하게 믿고 있었다.

이 발상은 순전히 어른인 아빠가 한 것이고, 아빠는 딸에게 커닝을 가르친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아내는 바가지를 긁기 시작했다. 요가일래는 아빠에게 퍼붓는 엄마의 질책에 사실을 말하는 대신 침묵을 지켰다.

"외우기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한 것은 커닝이 아니라 외우기 놀이이다."라고 말한 후 그냥 침실에서 나와버렸다.


위 영상은 요가일래가 만 다섯 살일 때 직접 만들어 낸 한국어 이야기이다. 요가일래에게는 외워서 발표하기보다는 이렇게 직접 지어서 발표하기가 더 적합할 것 같다.  
 
* 관련글: 한국음식 좋아하는 미스 리투아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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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모음2009. 11. 5. 06:40

이제 유럽 학교 교실에 걸려 있는 십자가나 십자가 예수상을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최근 유럽인권재판소가 학교에 있는 십자가가 "자신의 신앙에 따라 어린이를 교육할 부모의 권리"와 "종교 자유에 대한 학생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만장일치로 판결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뉴스 포탈 사이트 delfi.lt 보도에 따르면 학교 교실내 십자가에 대한 소일레 라우치가 이탈리아 정부를 대상으로 한 소송사건에 대해 유럽인권재판소가 11월 3일 이런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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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약 체결국인 리투아니아의 한 학교 교실에는 국가 휘장만 교실 정면에 걸려 있다.

핀란드 출신 이탈리아 국민인 소일레 라우치(Soile Lautsi)는 2002년 자신의 두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교실에서 십자가를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학교가 이 요청을 거절하자. 그는 이탈리아 법원에 소송을 걸었다. 하지만 그는 소송에서 패소했다.

이에 굴하지 않고 그는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했고, 이번에 승소하게 되었다. 이 재판소는 이탈리아 정부가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을 그에게 해야 하고 위자료 5000유로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인권 및 기본적 자유의 보호에 관 유럽 협약에 따라 설립되었고, 상설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재판소 판결의 구속력에 의하면 협약에 체결한 국가는 자신이 당사자인 모든 사건에서 재판소의 최종판결에 따를 것을 약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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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자가는 유럽인들에게 역사적으로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바티간은 가톨릭의 상징물인 십자가를 학교에서 금지하는 유럽인권재판소의 결정을 비난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바티칸 공식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는 유럽인권재판소의 십자가 금지 판결은 근시안적이고 부당하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정치가들도 이 비난에 합세하고 있다. 이탈리아 교육부장관 마리아스텔라 겔미니는 "십자가 예수상은 이탈리아의 첫벗째 정신적 유산이다.", 외무부장관 프랑코 프라티니는 "이 금지는 유럽 가치들에 대한 치명적인 강타이다."라고 말했다.

십자가와 십자가 예수상은 유럽 역사와 문화에 깊은 연관이 있다. 다수를 위한 전통가치 보호와 소수를 위한 종교자유권 보호 중 유럽인권재판소는 후자를 택했다. 이로써 특정종교의 상징물을 더 이상 학교 교실에 걸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이 판결은 앞으로 특히 가톨릭 신앙이 강한 나라에서 큰 논란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 관련글: 십자가 대장관을 이룬 작은 언덕
               크리스마스 트리에 십자가가 없다
* 최근글: BOA가 바로 내 눈 앞에 가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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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모음2009. 11. 2. 09:32

"남친한테 가는 고2 딸에게 엄마 부탁 하나" 글에서 잠깐 언급했다. 영국 대학에서 유학 중인 남자친구를 만나러 떠나는 고등학생 2학년 딸에게 엄마는 "피임하는 것 꼭 잊지마!"라고 신신당부했다. 이에 딸은 "우리 세대가 엄마 세대보다 더 잘 알아!"라고 씩 웃으면서 답했다.

그렇다면 리투아니아 청소년들은 어떻게 성에 관한 지식을 얻을까? 지난 2월 20일 리투아니아 일간지 례투보스 리타스가 조사 발표한 바에 따르면 리투아니아 청소년들은 대부분 성에 관한 첫 지식을 친구로부터 얻고 있다. 이들이 성에 관한 첫 지식을 얻은 경로는 다음과 같다.
                  부모:               7%
                  나이 많은 친척: 4%
                  선생:               8%
                  친구:              81%


리투아니아 학교에서는 체계적으로 성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 청소년들은 또래 친구들로부터 성에 관한 지식을 제일 먼저 습득하고 있다. 학교에서 성교육은 생물, 윤리, 체육 과목 등에서 산발적으로 배우고 있다.

리투아니아와는 달리 이웃 나라 폴란드는 성교육 과목이 수학 과목처럼 정식 과목으로 올해 채택되었다. 이로써 폴란드 학생들은 5학년부터 학교에서 정식과목으로 성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동성사랑을 병으로 간주하거나 콘돔피임 등이 신의 섭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톨릭의 영향력을 많이 받고 있는 리투아니아는 유럽에서도 성에 관해 아주 보수적인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일전에 인터넷 뉴스 사이트 delfi.lt가 청소년 대상으로 "학교에서 성교육 과목이 필요한가?"에 대한 설문 조사를 했다. 이에 대한 청소년들의 답은 필요하다가 절대적이다.
                  필요하다 84.3%
                  필요없다 11.9%
                  의견없다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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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처녀파티에서 만난 일행 (사진은 글과 무관함)  

청소년들의 바램대로 리투아니아도 폴란드처럼 성교육 과목이 정식으로 도입이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엄마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우리 세대가 엄마 세대보다 더 잘아!"가 아니라 정말 성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서 얻은 지식으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 관련글: 남친한테 가는 고2 딸에게 엄마 부탁 "피임 꼭!"
               아내가 새벽에 남편 잠자리를 찾아온 이유
* 최근글: 촛불로 불야성이 된 묘지를 다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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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09. 10. 21. 08:07

리투아니아 초등학교의 숙제나 과제를 보면 아이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가족이 합심해서 하는 것도 종종 있다. 어제 한 과제물이 후자의 경우이다. 일년 농사 수확물이나 가을 상징물 등을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우리 가족 모두 무엇을 만들까 여러 날을 고민했다. 여러 생각 끝에 딸아이 요가일래가 좋아하는 수박, 아빠가 좋아하는 애호박, 엄마가 즐겨먹는 감자 등을 이용해 거북이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필요한 재료를 구입해서 어젯밤 세 식구가 모여 함께 거북이를 만들어보았다. 과정을 사진에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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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일은 아니였지만, 가족이 다 함께 만든 (약간) 거북이를 닮은 작품을 보고 흐뭇해 한 요가일래에게 부모와 가족의 소중함을 상기시켜 주었다.

* 관련글: 그림으로 그린 7살 딸아이의 하루 일과
* 최근글: 아내의 제자들이 방문해 전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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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09. 10. 20. 08:09

이제 한 달 후에 만 8살이 될 딸아이에게 지금 몇 살이냐고 묻는다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7살이라고 답한다. 리투아니아에는 무조건 생일을 기점으로 나이를 계산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요가일래의 어제 숙제는 그림으로 하루 일과를 그리는 것이다.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저학년에도 숙제가 있다. 보통 숙제는 한 두 개 정도이고, 집중해서 하면 금방 끝낼 수 있는 것들이다. 거의 주말에는 숙제가 없다. 마음 놓고 주말을 보내라는 뜻인 것 같다.

어제 숙제는 생각과 그림 솜씨가 조금 필요한 것이었다. 하루 일과를 세분하고 그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색칠까지 칠해야 했다. 먼저 초안 그림을 그려놓고 최종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니 솜씨가 제법인 듯하다. 요가일래가 숙제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보았다. (시간별 일과는 아래 그림에서 나타나 있으므로 설명하지 않음을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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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는 이 그림으로 표현한 하루 일과를 학교에 가서 아이들 앞에서 설명하는 것으로 숙제가 끝난다.

* 관련글: 딸아이 그림 속 TV, 세대차이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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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09. 10. 15. 08:01

초유스 블로그의 주요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인 요가일래는 늘 귀엽다는 댓글을 독차지하고 있다. 이 귀여운 요가일래 눈에도 눈물이 글썽이는 때가 있다. 바로 어젯밤이 그런 날 중 하나였다.

직장에 돌아와 저녁 뉴스를 본 엄마는 요가일래 학습을 지도했다. 침실 방에서 한 동안 조용하더니 갑자기 버럭 화를 내는 엄마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부부 중 일방이 자녀에게 화를 낼 때, 우리 집은 일단 다른 한 쪽이 무관심과 무반응의 자세를 취한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궁금했지만 참았다.
 
얼마 후 요가일래가 아빠 방으로 와서 울쩍이면서 아빠 품에 안겼다. 잠시 침묵이 흘렸다.
"무슨 일이니?"
"내가 모른다고 엄마가 화났어."
"사람은 모를 수도 있고, 화낼 수도 있지."

다소 화가 풀린 엄마에게 요가일래와 함께 갔다.
"한 시간 동안 목이 아파라 설명했는데 우박과 눈을 설명할 수가 없어."
"그렇다고 아이에게 윽박 지르고 화를 내는 것은 좋지 않지."
"그럼, 당신이 한번 가르쳐봐!"
"아뭏든 그거 하나 설명 못한다고 아이를 주눅들게 하지마!"
"내일 학교에 가면 선생님이 확인할 텐데. 모르면 부끄럽잖아!"
"윽박 질러 가르치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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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박을 줍고 있는 리투아니아인 친구 사울류스

딸아이 학습지도 방식으로 부부싸움 일보 직전에 요가일래와 함께 방으로 왔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우박 동영상을 보면서 설명을 시도해보았다. 눈이 왜 생기고, 우박이 왜 생길까? 눈은 무엇이고, 우박은 무엇인가? 눈과 우박은 무엇이 다른가? 자료를 보지 않고 가지고 있는 과학지식으로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이렇게 어려운 것을 초등학교 2학년이 모른다고 화를 내서야......

"요가일래, 내일 선생님이 모른다고 나무라면 이렇게 대답해봐.
선생님, 어려워서 아직 다 몰라요. 알 때까지 공부하겠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요가일래에게 몰라도 되니 마지막으로 눈과 우박에 대한 책설명을 한 번 읽어보자고 했다. 다 읽은 요가일래는 "아빠, 엄마에게 가서 내가 조금 더 알았다고 말해줘."라고 말했다. 책의 설명을 보니 정말 어려웠다. 전문서적 같다. 엄마도 나중에 미안해 했다.

딸아이에게 지금 이 순간 모른다고 창피감이나 자괴감을 느끼지 말도록 가르쳐 주고 싶다. 그 대신 모르니까 알고자 하는 호기심을 심어주고 싶다. 부모나 선생이 모른다고 아이에게 화를 내면 그 화로 인해 아이가 호기심을 상실할까 걱정스럽다.

학생의 모름과 선생이나 부모의 화냄이 연속된다면 학교로 가는 어린 학생의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울까?!

* 관련글: "선생님, 한 번만 더 말해 줄 수 있어요?"
               시험 전 요점 정리 메일 보내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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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10. 14. 08:53

지난 주말 우리 집에 한 바탕 난리가 났다. 고등학교 2학년 딸 마르티나 때문이다. 지난 여름 남자친구의 영국 대학 진학으로 생이별을 해야 했던 마르티나는 영국으로 갈 기회를 찾았다.

11월 1일과 2일은 국경일이다. 이때를 즈음해 학교는 일주일간 임시 방학이다. 이때를 위해 저가 비행기표를 지난 8월에 사려고 했으나 이미 늦었다. 결국은 이 전에 다녀오기로 했다. 그러면 수업을 빼먹야 한다. 마르티나는 2주일 체류 저가 비행기표를 자기 용돈으로 구입해놓았다. 그리고 부모가 구입해준 1주일 체류 저가 비행기표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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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친구에게 줄 선물. 두 사람 이름의 첫글자를 새겼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날이 가까워지자 집안에 의견이 분분했다. 특히 엄마는 학교 수업을 빼먹으면서까지 가는 것이 못마땅했다. 1주일 체류는 이틀 수업, 2주일 체류는 칠일 수업을 빼먹게 된다. 엄마는 처음에에 완강히 거부했다. 이해할 만했다. 한국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마르티나는 반 친구들 중에는 심지어 한 달 수업을 빼먹은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엄마가 해외여행 갔을 때 직장 근무일을 빼먹었던 일을 지적했다.

"어차피 가는 것을 허락한 이상 1주일은 적다. 당신이라면 1주일이 좋겠나? 2주일이 좋겠나? 학교를 빼먹는 것이 가장 큰 유감이지만, 공부는 반드시 학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잖아?! 보내주는 김에 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 좋겠다. 다행히 마르티나가 공부를 잘 하는 편에 속하니, 빼먹은 수업을 나중에 열심히 보충하도록 하면 된다. 가끔이지만 자식에게 감동 주는 부모가 되는 것도 좋겠다."라고 아내에게 말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하듯이 결국 아내도 받아들었다.

어제 아내는 마치 자기 자신이 여행을 떠나듯이 분주하게 마르티나 영국 여행을 위해 환전, 여행자 보험, 휴대전화 국제로밍 등 일을 했다. 저녁에는 가족 송별 피자 파티까지 열어주었다. 피자를 먹으면서 마르티나에게 몇 가지 물어보았다.

- 여행 기간은?
- 2주일이다. 10월 14일에서 28일까지.

- 왜 가니?
- 새로운 나라를 구경하고, 남자친구를 만나고, 그리고 특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진학할 대학교를 미리 가보는 것이다. (마르티나는 남친따라 영국 유학을 계획하고 있다.)

- 학교는 모두 몇 일 빼먹니?
- 수업일로 7일이다.

- 어떻게 보충할 것이니?
- 빼먹을 수업 내용을 다 복사했다. 남자친구가 학교에 가는 시간에 공부할 것이다.
(공부를 정말 할 것인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복사까지 한 것을 보니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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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빼먹을 수업 내용을 복사해서 여행 가방에 넣었다.

마르티나의 여행에서 부모가 제일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남자친구와 둘만이 있다는 것이다. 이제 6개월 후면 만18세 성인이 된다. 마르티나는 "이모는 16세에 시집 갔고, 외삼촌은 17세에 장가를 갔다. 내 나이에 엄마도 있다. 알 것은 안다. 하지만 난 학업과 경력을 가장 우선시한다. 25세 이후에 결혼할 것이다."고 확언했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되는 듯 엄마는 여행 떠나려는 딸에게 "피임하는 것 꼭 잊지마!"라고 말했다. 딸은 "우리 세대가 엄마 세대보다 더 잘 알아!"라고 씩 웃으면서 답했다. 좀 어색하지만 이런 문제를 엄마와 여고생 딸이 이야기한다는 것이 그만큼 딸이 다 자랐음을 뜻한다. 아뭏든 딸이 좋은 경험을 많이 하고, 미래에 진학하려고 하는 대학교를 잘 둘러보고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란다.

* 관련글: 10대 딸의 남친에게 여비를 보탰더니
               딸아이 남친이 없으니 가정이 더 화목 
   
               리얼리티 쇼로 뽑은 Miss Lithuania 2009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멕시코 여성 10인
               가장 아름다운 베트남 여성 9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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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모음2009. 9. 25.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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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일하는 음악학교의 교장선생님은 털털한 이웃집 아저씨가 같다. 가끔 만날 때마다 반갑게 인사한다.

그가 전공한 악기는 아코디언이다. 지금은 학교 행정일을 하고 있으므로 가르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 번 학교 개교기념일 공연에서 그의 아코디언 연주는 관객들로부터 많은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이날 뒷풀이 내내 그는 아코디언 연주를 했고, 교사들은 그의 연주에 맞춰 춤을 추었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의 알기르다스 음악학교 교장선생님의 아코디언 연주를 아래 영상에 담아보았다.


바로 밑에 있는 영상에서는 개교기념 공연에서 아코디언 연주를 한 리투아니아 학생들의 솜씨를 엿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리투아니아 가정에는 기타나 아코디언 등이 있어서 모임의 분위기를 돋구운다.


리투아니아엔 우리나라처럼 피아노학원 등 사설 음악학원이 없다. 특별히 음악교육을 받고 싶은 아이들은 음악학교에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다. 먼저 전공을 선택해 입학하면 한 선생님으로부터 7-8년을 일대일 방식으로 계속 배운다.

* 관련글: 음악학교 딸아이 첫 발표회
               환상적인 아코디언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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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09. 9. 23. 07:46

학교에서 돌아온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 요가일래는
"아빠, 내가 날아가는 뽀뽀를 했는데 시마스가 받지 않아서."고 말했다.
(날아가는 뽀뽀는 우선 손바닥으로 자기 입술에 대고 뽀뽀를 하고
손바닥을 위로 해서 입바람으로 부는 뽀뽀이다.
시마스는 같은 반 친구이다. 인사성이 밝아서 초유스도 좋아한다.)

"왜?"
"시마스는 부끄러운지 숨어버렸어. 그래도 괜찮아."

어젯밤 학교에 가져갈 가방을 챙기는 요가일래는 엄마와 약간의 실랑이를 벌였다.
딸아이는 시마스에게 무엇인가 줄 것을 찾고 있었다.

시마스에게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은 엽서를 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찾아보았지만 없었다. 한국에 관한 엽서는 석굴암 사진이 담긴 엽서만 있었다.
얼른 딸아이는 석굴암 본존불 엽서를 챙기더니 편지봉지 안에 넣었다.
그리고 그 편지봉투 겉장에 붉은 색 사이펜으로 하트모양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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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먼저 하는 것이 아니야. 남자가 사랑을 고백하는 거야.
친구들이 놀릴 수도 있어."라고 옆에서 엄마와 언니가 충고했다.
못 이기는 듯 일단 하트를 그린 봉투는 가져가지 않기로 했다.
"여자든 남자든 누가 먼저 하는 지 중요하지 않아!"라고
말하면서 요가일래는 가방 속에 석굴암 부처님이 담긴 새 편지봉투를 넣었다.

아침에 학교를 데려다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아빠, 내가 왜 부처님 사진을 넣은지 알아?"
"왜?"
"그러니까 뽀뽀하게 해달라는 내 소원을 부처님이 들어주시라고 넣었지."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는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시마스에게 주었는데 아주 좋아했어, 그런데 (감사) 뽀뽀를 하지 않았어.
내가 주었다고 놀리는 친구도 없었어."

좀 이른 것 같지만 이런 것이 있어서 학교 가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 관련글: 초등 1년 딸, "아빠, 나 남자를 뽀뽀했어" 
               딸에 뽀뽀로 15년형 위기 처한 아빠를 보고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9. 9. 3. 06:51

2007년 리투아니아 양성평등 위원회는 교육과학부에 미혼여성을 차별하는 교과서 내용을 삭제할 것을 촉구했다. 문제의 문구는 2006년 초부터 사용되고 있는 리투아니아어 교과서에 있었다. 이는 세르비아 극작가이자 풍자문학가인 브라니슬라브 누치츠가 쓴 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이 문장을 번역하면 “숫자 0은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만약 그 앞에 숫자 1을 놓으면 10이 될 것이고, 2를 놓으면 20이 될 것이다. 이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지만, 내 아내를 예로 들어보자. 나에게 시집오기 전 그녀는 아무 것도 아닌 그야말로 0이었다. 나에게 시집오자 그녀는 부인이 되었고, 선생이 되었고, 아내가 되었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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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교실 수업 모습

이 문장의 문제점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40대의 한 학생의 엄마였다. 그녀는 아들의 숙제를 도와주면서 읽은 이 문장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여성을 비하시키고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심어줄 수 있는 내용이 교과서에 포함되어서 안된다”고 믿었고, “기혼이든 미혼이든 여성은 동등하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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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정부 교육과학부 건물

이에 대해 당시 리투아니아 교육과학부 장관은 이 내용이 다소 부적절함에는 동의하지만, 이는 숫자를 가르치는 한 예로 사용되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 내용은 풍자적이고, 20세기 초에 나온 것이라 교과서에서 제외되어야 할 만큼 아주 부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글을 쓰면서 딸아이에게 가르쳐준 숫자 0의 의미가 떠오른다.
"아빠, 숫자 0은 뭐나?"
"숫자 0은 모든 숫자의 바탕이다. 0이 없으면 1도 없고, 2도 없고...... 백만도 없다."
"정말 숫자 0은 중요하다. 그렇지, 아빠?"
"맞아!"

* 관련글:  어린 학생이 연필심 흑연을 먹는 까닭
                시험 전 요점 정리 메일 보내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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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일래2009. 9. 2. 06:04

어제 9월 1일은 딸아이 요가일래가 지난 5월 말부터 시작된 긴긴 방학을 끝내고 학교에 등교하는 날이었다. 리투아니아는 9월 1일이면 무조건 학년이 시작된다. 이 날이 쉬는 토요일 혹은 일요일이라도 상관없이 개학식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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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학식에 참가하려 집을 나서려는 요가일래. 아직 잠이 얼굴에 남아있는 듯하다.

이 날 학교에 갈 때에는 꽃이나 꽃다발을 사서 담임 선생님에게 선물한다. 요가일래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다. 점점 자라고 있어 그런지 최근 들어 요가일래의 예쁜 행동이 마음에 들었다.

며칠 전부터 우리집 식구 모두는 저녁 무렵 거실에서 운동하기 시작했다. 큰 딸 마르티나가 운동 프로그램을 짜고 나머지는 그대로 따라한다.

이 날 먼저 훌라 돌리기를 10분 동안 했다.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에 훌라 돌리기는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였다. 몇 분이 지나자 땀이 났다. 훌라 돌리는 모습을 앞에서 아내와 큰 딸이 지켜보면서 연거푸 웃음을 자아냈다.

훌라 돌리기가 끝날 무렵 요가일래가 갑자기 욕실로 달려갔다. 윗몸 일으키기를 하고 있는데 딸아이는 수건에 물을 적셔와서 땀이 나는 아빠의 얼굴과 목을 연신 닦아주었다. 아빠를 배려하는 딸아이의 행동에 몸의 땀이 마음의 눈물로 변해갔다.

어제도 딸아이는 한 번 더 아빠를 감동시켰다. 개학식 후 집으로 돌아온 딸아이는 기어코 개학축하를 하려고 했다. 대단한 축하가 아니라 아이가 둘인 친척을 초대하자고 했다. 그래서 초등학교 1학년, 초등학교 4학년 아이를 둔 친척 부부가 왔다.

인근 음악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친척은 학교 개학식에 잠시 가고 아이들과 함께 집에 머물렀다. 아이들 셋은 모처럼 만나서 열심히 재미나게 놀았다. 창문을 통해 비치는 햇볕은 아주 쨍쨍했다. 이들은 반팔옷에 반바지 차림으로 밖에 나가서 놀았다.

얼마 후 딸아이 혼자 급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화장실 때문이라고 했다.

"밖에 춥지 않니?"
"그늘에 있으니까 추워."
"그럼, 긴팔옷과 긴반지를 입고 가."
"알았어."

딸아이는 재빨리 옷을 갈아입은 후 자기 옷 중 긴팔옷과 긴바지 두 벌을 들고나려고 했다.

"그 옷은 왜 가져가는데?"
"친구도 추울 거야."
"그래,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을 늘 가져야 한다."
"알았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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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학축하 놀이를 함께 한 세 사람 (왼쪽부터 구스타스, 아우쉬리네, 요가일래)

재빨리 계단을 내려가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 된 딸아이를 바라보면서, 과연 얼마나 남을 배려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런 기쁜 순간들이 아이를 키우는 힘든 순간들을 모두 잊게 해준다.

* 관련글: 딸아이 그림 속 TV, 세대차이 실감
               유럽 애들에게 놀림감 된 김밥

Posted by 초유스
기사모음2009. 8. 6. 15:16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가면 자라고 있는 허리에 좋지가 않아!"
"그래서?"
"그러니까 가방이 무거운 날은 아빠가 들고가야지."
'아빠, 내가 학생이야! 학생이 책가방을 들고가야지!"
"그래. 맞다. 무겁지만 학생인 너가 들고 가자!"

학교에 막 가려고 집을 나서는 7살 딸아이와 함께 한 어느 날 우리집 아침 풍경이다.

리투아니아 일간지 례투보스 리타스 8월 1일자 보도에 따르면 전체 학생 1/3이 자기 몸무게의 30%에 이르는 무게의 책가방을 가지고 학교로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9월 1일이면 유럽 전역의 학교에서는 새로운 학년이 시작된다. 벌써부터 부모들은 책가방이며 학교에 필요한 물건을 하나하나 장만하고 있다.

이 신문보도에 의하면 요즘 스페인에선 새로운 책가방이 등장해 화제를 모우고 있다. 바로 이 책가방은 안의 내용물이 과도하게 무거우면 빨간색 빛과 함께 사이렌 소리를 낸다. 이탈리아 회사가 제작한 이 책가방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현재 25유로 (4만3천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

책가방에는 저울이 내재되어 있다. 작동 원리는 교통신호등과 같다. 학생의 나이에 맞게 적당하게 무거우면 초록색 불이 켜진다. 무게가 약간 넘으면 노란색 불이 빛난다. 나이에 비해 책가방이 과도하게 무거우면 빨간색이 불이 빛나고 사이렌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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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가는 딸아이 요가일래

리투아니아 빌뉴스에도 이 책가방을 살 수 있다면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딸아이에게 꼭 사주려고 한다. 이 새로운 책가방이 책가방을 둘러싼 아빠와 딸의 실랑이에 종지부를 찍어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관련글: 책가방 때문에 딸아이와 실랑이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5. 28. 13:48

조금 전 7살 딸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왔다.
오늘도 딸아이와 실랑이를 벌인 여러 날 중 하나였다.

이유는 책가방이다.

책가방을 들어보니 다소 무거웠다.
딸아이가 옷을 입고 사이에
이 가방을 어깨에 메고 현관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옷을 다 입고 방에서 나온 딸아이는
얼른 가방을 낚아채더니 엄마에게 준다.

"엄마, 잘 보관해! 아빠가 가져갈 수 없도록."
"가방이 무거우니까. 아빠가 가져가는 것이 좋겠다."

엄마가 아빠에게 다시 주려는 가방을 놓고
딸아이는 재차 빼앗았다.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가면 자라고 있는 허리에 좋지가 않아!"
"그래서?"
"그러니까 가방이 무거운 날은 아빠가 들고가야지."
'아빠, 내가 학생이야! 학생이 책가방을 들고가야지!"
"그래. 맞다. 무겁지만 학생인 너가 들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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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딸아이의 "내가 학생이야!"라는 말에 책가방을 둘러싼
아빠와 딸아이의 실랑이는 종료되었다.

중학교 다닐 때 한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가방이 너보다 더 크다!"
그땐 참으로 무거운 가방을 많이 들고  다녔다.
교과서에다 참고서에다......

이렇게 딸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면서
수십년 묵은 옛 기억들을 되살려보는 아침이 많다.

* 관련글: 저울이 있는 특이한 책가방 등장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4. 1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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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요가일래는 유럽연합 리투아니아 초등학교 1학년이다. 경제위기로 정부 재정 긴축의 불이익을 톡톡히 받고 있다.

경제위기 전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무료급식을 해주어서 편했다. 하지만 이것이 폐지가 되자 아침 일과 하나가 더 늘어났다(관련글: 경제위기로 아이의 도시락을 챙겨야 한다).

일어나면 요구르트 작은 한 병만 마시고 학교에 간다. 7시 30분에 집을 나서 12시나 1시에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니 중간에 도시락을 먹어야 한다.

부활절 휴가를 친정에서 보내고 온 아내는 빵을 사는 것을 깜박 잊고 말았다. 어제는 한국식으로 모두 식사를 했기 때문이다. 자기 전 다음 날 아침 요가일래를 위해 무슨 샌드위치를 할까 생각하다보니 비로서 빵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내일 집 앞 가게가 몇 시에 문을 열지? 내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사올 거야."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이런 일을 피하지만, 비상시엔 이렇게 희생심을 발휘하고자 한다.

"아침 8시에 문을 열지"라고 아내가 답한다.
"이잉~~ 8시면 요가일래가 벌써 첫 수업을 시작하는 시간이잖아!"

결국 요가일래가 종종 김밥을 먹으니 김밥을 해주기로 했다.
수업을 마친 요가일래에게 전화를 했다.

"수업 잘 마쳤니?"
"응~. 아빠, 나 친구하고 집으로 갈 거야. 안녕~" 밝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학교와 집 사이에서 만나는 길에서 맞은편에서 요가일래는 혼자 힘없이 꾸역꾸역 오고 있었다.

"왜 친구하고 안 오고?"
"내가 아빠 전화 받았을 때 친구가 있었는데 금방 사라져버렸어." 시무룩한 표정이 역력하다.

"오늘 김밥은 다 먹었니?"
"다 먹었는데... 시마스한테 주니까 시마스는 먹지 않았어." (시마스는 반 친구)
"왜?"
"내가 '김'이라고 하고 '바다 풀'이라고 설명을 했는데도 먹지 않았어."
"아마, 김이 무엇인지 몰라서 안 먹었을 거야."
 
집에 돌아온 요가일래는 엄마에게 오늘 학교 식사시간에 있었던 일을 소상히 말했다.

"내가 김밥을 먹는데 친구들이 무엇이냐고 묻기에 '바다의 풀'이라고 설명했지.
그런데 애들이 내가 시커먼 것을 먹는다고 막 놀렸어."

"너는~ 바다~ 풀도~ 먹네~, 너는~ 바다~ 풀도~ 먹네~"라고
놀렸다고 말하는 요가일래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았다.

김밥을 처음 본 주위 유럽 아이들은 이렇게 놀림감으로 삼았다. 자기들이 먹는 음식의 종류에만 국한되어 남의 음식을 거부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들도 자라면 시각이 넓어지고, 여러 나라의 음식을 즐겨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친구들이 김밥 맛을 몰라서 그려. 우리 집에 오는 친척 아이들 봐! 김밥을 아주 잘 먹잖아! 괜찮아!"
말은 이렇게 하지만, 놀림을 당했을 딸아이를 생각하니 너무 안쓰러웠다. 그래서 엄마는 다음부터 김밥 도시락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또 다시 놀림을 받아 마음의 상처를 깊게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한 엄마의 배려였다.

"그래도 또 김밥 해줘. 아이들이 내가 김밥을 먹는 것에 익숙해져 더 이상 나를 놀리지 않을 때까지 김밥을 싸갈 거야!"라고 요가일래는 답했다.

딸의 마음 상처를 고려해 싸가지 말 것을 권고하던 부모는 이렇게 한 방을 크게 얻어 맞았다.
그래 친구들이 아무리 놀리더라도 맛있고 건강에 좋은 김밥을 많이 먹고 무럭무럭 자라라.

* 후기: 많은 댓글로 칭찬과 격려를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학교를 데려다 주면서 요가일래에게 이 소식을 전했습니다. 딸이 자기를 대신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전해주라고 했습니다. 댓글에서 적지 않은 분들에게 누드김밥, 화려한 김밥을 만들기를 권했습니다. 노력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요가일래는 양념 "김"에다 하얀 "밥"만이 오로지 김밥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이 김밥에 익숙해져서 아무리 화려하고 맛있는 김밥이라도 잘 먹지를 않으려고 합니다. 크면 달라지겠지요. 

* 최근글: 유럽 중앙에 울려퍼진 한국 동요 - 노을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9. 2. 2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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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요가일래가 지난 해 9월 초등학교에 입학함으로써 학부모가 되었다. 그 동안 담임선생과 학부모간 모임이 두 차례 열렸다. 지난 두 번째 모임에서 담임선생은 폭탄 제안을 했다. 앞으로 학생들에 대해 학부모와 개별면담을 갖고자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리투아니아 학교에서 담임과 학부모간 개별만남이 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잠시 학부모들은 웅성거렸다. 한 아버지가 "아, 이젠 빈손으로 올 수 없게 생겼네. 코냑이라도 한 병 들고 와야지"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담임선생은 "아이들과 씨름한 하루를 마치고 마시는 코냑 한 잔은 정말 맛있겠죠?!"라고 답했다.

드디어 지난 목요일 우리 차례가 왔다. 아침부터 무척 고민했다. 정말 코냑을 가져가, 아니면 초콜릿을 가져가...... 마침 집에 인삼차 한 상자가 있었다. 요가일래 아빠가 한국 사람이니까 이것을 주면 좋아할까...... 몸에 좋다고 하니 한 번 맛보지만, 약간 씁쓸한 맛 때문인지 주위 리투아니아 친구들 대부분은 양자를 택일하라고 하면 일상에 마시던 차를 선택한다.

빈손으로 가자니 허전할 것 같고, 봉투를 챙기자니 그런 예가 없고, 결국은 선물용 리투아니아 차 한 상자를 챙겼다. 학교 수업이 12시 30분 끝났고, 약속은 오후 1시였다. 요가일래는 복도에서 기다리고 우리 부부는 교실로 향했다. 혼자 멀쩡하게 서 있을 요가일래가 안쓰러웠다. 부모, 학생, 교사 다 같이 함께 대화를 나누어도 좋을 텐데 말이다. 교실에 가니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주었고, 학생들이 앉는 책상은 놓고 마주 앉았다. 선생님 앞 책상 위에는 요가일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쓴 종이 하나가 놓여있다. 그리고 요가일래의 수학시험지 1장, 작문 한 장, 그림 한 장이 놓여있다.

먼저 선생님이 요가일래의 학교생활에 대해 이야기했다. 짧게 말하면, 러시아어 유치원을 졸업한 요가일래는 입학 당시 리투아니아어를 다른 아이들보다 못했기 때문에 늘 의기소침해 있고, 자기표현을 잘 하지 못했다. 얼굴엔 웃음이 적었고, 노는 시간에 혼자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리투아니아어 의사소통에 완전히 적응되었다. 그리고 친구들을 이끌고 노는 정도가 되었다. 친한 여자 친구들도 세 명이나 되고, 남자들이 요가일래 환심을 사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마디로 인기 짱이다.

듣기 좋은 말이었다. 하지만 몇몇 철자를 아직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하기 때문에 2학년 초에 언어교정 교사로부터 특별수업 제안을 해 동의를 구했다. 음 구별을 아주 잘 하는 아이로 통하는 요가일래가 언어교정 수업까지 받아야 하다니 속으로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어릴 때 확실하게 리투아니아어 발음을 익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동의했다.

여러 언어를 하는 요가일래가 언어영역보다는 수리영역인 수학을 잘 한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상당히 논리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평했다. 유치원에서는 요가일래를 미술학교로 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평을 들었는데, 학교 선생님은 아직 요가일래가 그림으로 자기의 내적 표현을 못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어서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어떻게 수학을 앞으로 가르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우리 부모한테 직접 보여주었다. 포커 치는 카드에서 숫자 카드만 뽑아서 두 사람이 공부한다. 각자 카드 두 장을 받아서 나온 숫자로 더하기, 빼기를 자연스럽게 공부한다. 그리고 숫자가 큰 사람이 카드를 가져간다. 일상소재로 자연스럽게 수학을 가르치려는 방법이 마음에 와 닿았다.

아빠가 외국인이라서 혹시 다른 아이들로부터 경계를 받지 않는 지 물었다. 부모 중 한 사람이 외국인인 아이가 여러 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다행스러웠다. 요가일래의 학교생활에 현재 아주 만족한다 말로 선생님은 면담 대화를 마쳤다. 가져온 차 상자를 주니, 선생님은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면서 흔쾌히 받았다. 참고로 리투아니아 초등학교는 1학년에서 4학년까지 담임선생이 동일하다.
       
한 시간 수업 시간인 40분이 이렇게 훌쩍 지나가버렸다. 복도에서 기다리는 딸아이를 보면서 "선생님이 너 학교생활 잘 한다"라고 짤막하게 말해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식당에서 모처럼 외식했다.

Posted by 초유스
요가일래2008. 12. 8. 08:39

주말 장보고 온 아내와 딸아이가 여러 개의 봉투에 무엇인가 들고 왔다. 이내 딸아이 요가일래는 부엌 탁자에 사온 물건을 꺼내 보여주었다. 사온 것은 다름 아닌 초콜릿이었다.

“이 많은 초콜릿을 왜 샀지?”
“성탄절에 선생님에게 선물주려고.”
“건데 왜 이렇게 많아?”
“이건 담임 선생님, 이건 합창 선생님, 이건 피아노 선생님, 이건......”

리투아니아 학교에서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이 있을까? 한마디로 한때 크게 사회문제가 된 한국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은 없다. 학부모들이 개별적으로 학교에 선생님을 찾아간다거나 돈봉투를 건네는 일은 없다.

1년에 2-4번 정도 학부모 회의가 열린다. 이때 보통 빈손으로 가서 담임 선생님이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한다. 그렇다면 학교 선생님들은 언제 어떤 선물을 받을까?

9월 1일 학년이 시작할 때 학생들로부터 꽃다발 선물을 받는다. 성탄절에는 대개 부모들은 초콜릿 같은 선물을 준비한다. 그리고 학년이 끝나는 날 선물을 받는다. 선물은 대개 꽃다발, 초콜릿, 커피이고, 아주 드물게 술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음악학교 교사 20년차인 아내는 지금까지 학부모들로부터 자기 아이에게 특별히 관심을 가져달라고 따로 부탁을 받은 적도 없으니, 봉투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그저 가르치는 학생들의 연주회가 끝나면 학생들로부터 꽃다발이나 초콜릿 선물을 받는 것이 전부이다.

이렇게 초콜릿 한 상자로 담임 선생님에게 답례하는 풍토로 내 아이만 잘 봐달라고 따로 부탁할 필요가 없으니 학부모들이 편하다. 학부모회의 때 교실에 구입해야 할 물건들이 있다면 공동으로 돈을 거둔다. 회계는 담임 선생님이 맡고, 나중에 학부모회의에서 보고한다.

어느 초콜릿을 어느 선생님에게 선물할까 고민하는 딸아이 요가일래를 보면서 초등학교 시절 학교로 찾아와 담임 선생님께 미역을 선물하시던 아버님 얼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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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