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에 해당되는 글 817건

  1. 2009.09.09 딸아이 남친이 없으니 가정이 더 화목 7
  2. 2009.09.09 분갈이 5개월 후 선인장을 바라보면서 1
  3. 2009.09.08 딸에 뽀뽀로 15년형 위기 처한 아빠를 보고 10
  4. 2009.09.02 차구입 축하, 이웃집 부부의 깜짝 방문 1
  5. 2009.08.29 아파트 창문 밖에 출현한 남자를 이용한 아내
  6. 2009.08.28 딸들의 해수욕장 즐김에 시름을 잊는다 2
  7. 2009.08.27 깨어나 보니 술병 안에 딱정벌레가 4
  8. 2009.08.24 포도주 한 병에 고성방가 용서하소서
  9. 2009.08.20 아파트 게시판에 신종도둑 경고문 6
  10. 2009.08.18 김 대통령 노벨상에 한턱냈던 날이 떠오른다 2
  11. 2009.08.17 추억 속의 군것질거리 해바라기씨
  12. 2009.08.13 10대 딸의 남친에게 여비를 보탰더니 5
  13. 2009.08.11 해외블로거, 한국 독자 선물 받다 2
  14. 2009.08.07 장모님이 참나무 다섯 그루를 심은 까닭
  15. 2009.08.06 맥주안주로 제격인 마늘치즈빵 만들기 6
  16. 2009.07.23 오이를 설탕에 찍어먹는 유럽 아이들 6
  17. 2009.07.20 여고 1학년 딸, 남친과 해외여행 7
  18. 2009.07.20 유럽인 아내, 김치에 푹 빠지다 11
  19. 2009.07.03 "걸어서 세계속으로" 만나는 리투아니아 4
  20. 2009.06.20 건배할 때 상대방 눈을 쳐다보라 1
  21. 2009.06.11 어린 학생이 연필심 흑연을 먹는 까닭 1
  22. 2009.06.02 10년 연금절약으로 식당에 초대한 교수 1
  23. 2009.05.25 1개월 전기포트 대신 주전자 사용해보니 1
  24. 2009.05.18 사우나에서 다가오는 여자로 난감했던 일 18
  25. 2009.05.16 유로비전으로 들떠 있는 유럽 2
  26. 2009.05.15 교사 아내가 받는 학생 선물들 1
  27. 2009.05.09 아내가 느닷없이 주전자를 사온 까닭 3
  28. 2009.05.08 아내 생일에 전 남편의 축하 전화 받는 기분은 2
  29. 2009.05.07 중년의 나이에 골프장에 처음 가봤더니 2
  30. 2009.04.30 아파트 복도에 자전거 도둑맞다
생활얘기2009. 9. 9. 06:07

9월 1일 고등학교 2학년이 된 큰 딸 마르티나가 남자친구 없이 지낸 지가 발써 한 달이 되었다. 2년부터 사귀어오던 남자친구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영국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했기 때문에 이들 둘이는 당분간 생이별을 하게 된 셈이다.

인터넷이 없는 시대라면 편지로 주고받으면서 사귐을 지속했을 것이만, 지금은 화상채팅 등으로 실시간으로 상대방이 무엇을 하고 있는 지도 알 수 있다. 먼 거리에 있지만 마치 서로 옆집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애절한 기다림의 맛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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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으로 떠난 남자친구는 일가친척 하나 없는 낯선 도시이지만 잘 적응하고 있다. 리투아니아에서도 좋은 대학교를 진학할 수 있었을 텐데 굳이 영국을 떠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자립심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제 성년이 되었으니,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자기 인생을 개척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도착하자마자 그는 신문돌리기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하루 1시간 일주일 6일을 일해서 30파운드(6만 2천원)를 번다. 그리고 까페를 찾아가 아르바이트를 제안했더니 시간당 5파운드(만원)에 일하게 되었다. 이 수입으로 방 하나 월세값을 내고, 식사비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대학교 1학년생이 낯선 나라에서 이렇게 손수 아르바이트를 구해 스스로 학업을 진행한다는 것에 대견함과 존경심이 저절로 우러나온다. 마르티나도 그를 따라 그렇게 살고 싶다고 한다.

마르티나의 남자친구가 영국에 있으니까 우리집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그가 빌뉴스에 있었을 때 마르티나는 그와 같이 시간을 보내느라 늘 집에 늦게 돌어왔다. 그래서 딸의 귀가시간 문제로 우리집에는 크고 작은 말다툼이 자주 일어났다.

마르티나의 "내 인생이야!"이라는 주장과 부모의 "만 18세까지는 부모가 보호한다"라는 주장이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곤 했다.
 
남자친구가 영국으로 가버리자 마르티나는 집에 늦게 돌아올 근본적인 이유가 사라졌다. 더군다나 그와 화상채팅을 시작하는 시간이 저녁무렵이다. 그래서 마르티나는 학교를 마치면 대부분 곧장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서 식구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가족 구성원간 대화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그리고 큰 딸이 집안일을 도와주는 일도 많이 생긴다. 같이 있었을 때도 그렇게 가족을 배려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보니 딸아이의 남자친구가 가까이 없으니 우리 가족이 더 화목해진 것 같다. 아뭏든 이 둘의 좋은 인연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란다.  

* 관련글: 10대 딸의 남친에게 여비를 보탰더니
               여고 1학년 딸, 남친과 해외여행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9. 9. 05:02

아파트에 살고 있는 우리집에는 어느 집처럼 화초들이 많이 자라고 있다.
그 중 가장 오래된 화초 중 하나가 아래 선인장이다.
가시 사이로 잎이 많이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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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10월 8일 모습

여러 해가 지나고 선인장은 자랐지만 많은 잎들은 하나 둘씩 떨어지고 결국은 모두 사라졌다.
큰 선인장임에도 작은 화분에서도 잘 자라는 것을 주위에서 보았기에
분갈이를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차년피년 미루었다.
지난 4월 큰 마음 먹고 선인장의 화분을 더 큰 것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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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4월 13일 분갈이 모습

그러자 5개월이 지난 지금은 떨어졌던 잎이 다시 돋아나기 시작했다.
싱싱한 잎이 다시 피어나자 모든 마음도 흐뭇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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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6일 현재 모습

다시 생생하게 잘 자라는 이 선인장을 바라보면서 역시 그것을 담는 그릇이 중요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 관련글: 차년피년한 화분 선인장 뿌리 모습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9. 8. 06:33

자기 딸에게 뽀뽀한 것 때문에 15년형 위기에 처한 아빠 이야기가 화제를 모우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 이탈리아 사업가(48세)가 여름휴가를 브라질 포르탈레자 해변에서 보내면서 딸에게 진한 애정표현을 했다. 이 장면을 가까에서 지켜보고 있던 브라질 노인 부부가 못마당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를 했다.

출동한 경찰은 이 아빠를 체포해 구금을 했다. 브라질의 강화된 어린이보호법을 적용받아 기소될 위기에 있다. 이렇게 되면 이 아빠는 8-15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애정표현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 지는 알 길이 없지만 브라질 출신 부인은 남편의 행동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아, 딸에게 뽀뽀한 것으로 최고 15년형을 받을 수 있다니...... 지난 번 브라질 여행에 딸아이를 데리고 가지 않기를 잘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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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 리오데자이네로의 이빠네마 해변

아래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단상임을 우선 밝혀둔다. 지난 1월 초순 3주 동안 브라질 여행을 다녀왔다. 리오데자이네로 등의 여러 해변을 방문해서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겼다.

브라질 여행을 떠나기 전 거의 다 벗은 채로 열정적으로 춤추는 여인의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브라질은 마음문이 열려 있고, 정열적이고, 낭만적이고, 자유분방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로 여겨졌다.

혼자 보낼 수도 있지만 혹시나 해서 아내는 선뜻 감시자(?)로 자신이 동반할 것을 제안했다. 자유스러운 나라에서 자유롭게 여행하다 오면 좋을 것 같은데...... 이번에 안가면 어느 세월에 같이 가볼 것인가라는 아내의 말에 떼어놓기보다는 함께가기가 차후에 좋을 것 같아 같이 가기로 했다. 어느 선배분의 말이 떠올랐다. "여행에 아내를 데려가면 돈은 배가 들고, 기쁨은 반으로 준다......" ㅎㅎㅎ

1월 초순 브라질은 여름이다. 현지인 에스페란티스토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면서 리오데자이네로의 유명한 관광지를 둘러보았다. 3-4일 정도 지나자 우리 부부가 받은 가장 큰 인상은 거리나 해변에서 자유분방함의 브라질을 느끼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리투아니아 빌뉴스 수도의 중심가나 해수욕장에서는 젊은 쌍쌍들이 키스하는 모습이나 너무 진하다 할 정도로 살갑게 엉켜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리투아니아보다 더 자유분방한 나라로 여겨왔던 브라질의 해변에서는 이런 모습을 만나지 못하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이런 해변 분위기를 겪었던터라 이탈리아 아빠의 애정표현이 노인부부의 눈에는 너무 한 것으로 비쳤을 법하다. 더군다나 이탈리아 사람들은 개방적이고 애정표현을 잘 하는 사람들로 알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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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아이 요가일래

딸에게 뽀뽀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나라 리투아니아에도 흔하다. 시내를 산책하다보면 딸아이에게 정답게 뽀뽀하는 다른 아빠들을 보고 있으면, 내 딸에게 그렇게 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때론 아내가 "당신도 딸에게 저렇게 좀 해봐!"라고 구박을 주기도 한다.

사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아빠의 뽀뽀행위보다 아동보호법이 더 눈에 들어왔다. 리투아니아도 현재 아동보호법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 한 예로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언어적 폭력으로부터도 아동을 보호하고자 한다. 아이의 심리에 큰 상처를 주는 언어사용도 처벌하는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이 이탈리아 아빠의 위기직면을 접하면서 다른 나라에 가서는 그 나라의 문화와 적합한 행동을 하는 것이 상책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더불어 볼에 뽀뽀를 주고 받는 우리집의 아빠와 딸간 애정표현은 움찔하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것이다. 참고로 리투아니아 가족들은 적어도 하루에 여덟 번 정도는 껴앉고 뽀뽀 등 애정표현을 해야 한다고 한다.

* 관련글: "아빠가 작아져서 내 짝이 되었으면 좋겠다"
               초등 1년 딸, "아빠, 나 남자를 뽀뽀했어!"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9. 2. 08:37

일전에 올린 "중고차 살 때 등골이 오싹했던 순간"에서 중고차 사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기술했다. 더군다나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사람이기에 더욱 힘들었다.

하지만 목표는 사는 것이었다. 아내와 함께 결론짓기를 세상에 모든 면이 다 만족스러운 것은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평범한 진리이지만 이것을 받아들이기는 참으로 어렵다.

어젯밤 딸아이와 한 대화가 떠오른다.
"아빠, 아빠는 왜 힘이 세지 않아? 키도 작고......"
"친구야, 여기 있는 화초는 작고, 저기 있는 화초는 크지?"
"아빠, 아빠가 무슨 말을 하는 지 나 알아.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그러니 좀 부족하고, 곧 수리해야 할지언정 어느 정도 만족하면 크게 따지지 말고 구입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지난 8월 22일 중고차를 구입했다.

그런데 어젯밤 아파트 윗층에 사는 이웃집 부부가 예고없이 현관문 벨을 눌렀다. 사이좋게 지내지만 까다로운 사람들이라 무슨 불평거리가 생겼나라고 생각하면서 문을 열었다.

예상은 빗나갔다.
"차구입을 축하합니다. 좋은 운전을 기원합니다!"
이웃집 부부는 장미꽃 세 송이와 작은 샴페인 한 병을 선물로 주었다. 며칠 전 아파트 주차장에서 새로운 차를 주차시키는 아내의 모습을 이들이 지켜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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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량구입을 축하하는 이웃집 부부의 선물 — 장미 세 송이와 작은 샴페인 한 병

이들 부부는 부자로 소문 났는데 어떻게 아주 작은 량의 샴페인을 선물로 주었을까? 이들이 간 다음 아내와 함께 궁금증이 일어났다. 금방 이유를 알게 되었다.

운전자가 큰 샴페인병을 마시고 운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웃집의 뜻하지 않는 축하에 이웃의 정을 듬뿍 느껴본다.

한편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자신의 차를 등록시켜 차량번호판을 받으면 친척, 친구 등을 불러 축하와 안전운전 잔치를 연다. 이때 보통 차량번호판 숫자대로 술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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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리투아니아인들은 차량번호판의 수 만큼 맥주, 포도주, 보드카를 산다.

첫 번째 수는 맥주병 수, 두 번째 수는 포도주병 수, 세 번째 수는 보드카병 수이다. 예를 들면 차량번호판의 숫자가 874이면, 맥주 여덟 병, 포도주 일곱 병, 보드카 네 병을 산다. 물론 숫자가 높으면 깍는 경우도 있다.

차량 구입시 여러분이 사는 나라는 어떻게 축하와 잔치를 하는 지 궁금하네요.

* 관련글: 중고차 살 때 등골이 오싹했던 순간
               KIA 신차냐, 10년 된 Audi 중고차냐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8. 29. 16:09

며칠 전 아침에 일어난 일이었다.
요즘은 확연히 낮의 길이가 짧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평소와 다름 없이 아침 7시에 일어나 컴퓨터에서 일을 하고 있다.
밖은 훤하지만 안은 아직 햇살이 오지 않아 다소 어두워 책상전등을 켰다.

이날 따라 아내는 일때문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그리고 아침커피를 만들어 편하게 마시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침대는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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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는 아내와 대화를 하려고 고개를 돌렸다.
"앗! 이런 이런 아침에 남자들이!"
아내와 둘이서 웃으면서 이날따라
아침 일찍 일어난 것을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우리집 아파트 거실은 커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밖으로 인한 사생활이 침해받지 않는다.
이 경우는 지극히 예외적이라 더욱 아찔하고 황당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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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아내는 본능적으로(?) 이 남자들을 이용하려고 했다.
바로 아파트 벽에 붙어 있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위성 안테나 접시(1.8m)를 제거하는 일이었다.
이 안테나를 제거하기 위해 사다리차를 불러야 하는 데
그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 수년간 방치되어 점점 흉물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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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업무외에 부수입을 올릴 수 있어 선뜻 응했다.
안테나를 제거하고 뚫린 구멍에 시멘트까지 발라주는 등 자기일처럼 해주었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덕분에 상상한 해도 부끄러운 장면을
모면했고, 건물외벽의 흉물까지 제거하게 되었으니 더없이 행복한 아침이었다.
 
* 관련글: 부모를 별침, 동침시키는 7살 딸아이 사연
               딸들의 해수욕장 즐김에 시름을 잊는다
               유럽 애들에게 놀림감 된 김밥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8. 28. 16:26

대부분 리투아니아인들은 여름에 팔랑가를 다녀온다. 팔랑가는 발트해에 접해 있는 리투아니아 최대 여름휴양지이다. 팔랑가는 수도 빌뉴스에서 서쪽으로 350km 떨어진 곳이다. 왕복 700km, 기름값만 해도 솔찬히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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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내내 엄마 아빠는 여러 가지 일로 바빴고, 두 딸은 거의 대부분 집에서 머무르게 되었다. 곧 개학할 시점인데 지난 주 토요일부터 화요일까지 큰 마음 먹고 온 가족이 팔랑가를 다녀왔다.

매일 가계부를 쓰는 아내도 아이들에게 미한해서인지 만사를 제쳐놓고 파다로 가자는 데 동의했다. 다행히 날씨가 좋았다. 여름휴가 막바지라서 그런지 해변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모래놀이, 물놀이 등으로 아이들이 아주 즐거워했다. 해변의 뛰기놀이는 압권이었다. 두 딸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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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즐기는 두 딸을 보니 가정의 경제적 숫자놀이는 이 순간만큼은 부질없는 일임을 느끼게 되었다.

* 관련글: 4식구 성(姓)이 각각 다른 우리 가족
              해운대 파라솔 해변과 발트 3국 해변 비교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8. 27. 06:13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약 320km 떨어진 리투아니아의 유일한 항구도시 클라이페다를 다녀왔다. 이곳에는 1990년부터 알고 지내는 친구가 살고 있다.

이날따라 친구의 부모와 여동생 가족이 다 모였다. 서로 알고 있어 무척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멀리서 친구가 왔으니 술상이 차려졌다. 술상이라 해봤자 한국처럼 풍성하지가 않다. 훈제된 생선 안주로 맥주와 포도주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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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조금 들어가자 친구는 아주 귀한 술이 있다면서 가져왔다. 그의 아내가 체코 업무여행에서 선물로 사온 술이다. 보드카가 보통 40-50도인데, 이 술은 알코올 성분이 70도나 되는 엄청 독한 술이다. 술을 접시에 약간 붓고 성냥으로 질러보니 파란 불이 일어났다.

그런데 술병 안에는 이상한 물체가 들어가 있다. 술병에 써여진 "beetle"라는 단어를 딱정벌레류에 속하는 곤충이다. 어떻게 병목으로 넣었을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곤충이 켰다. 처음으로 딱정벌레로 만든 술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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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 말에 의하면 1년 반 전 아내가 사온 이 술을 친구들이 이미 술이 얼큰한 상태에 맛을 보았다. 당시 친구들은 병 속에 약초가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고 모두가 기분 좋게 맛을 보았다. 건데 다음날 아침 술이 깬 상태에 거대한 딱정벌레 곤충을 발견하고 모두가 기절초풍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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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아무도 이 독주를 더 이상 마시지 않았고, 용감한 자를 기다리고 있다. 친구는 솔선해서 한 잔을 마신 후 내 잔에 딱정벌레 술을 채웠다. 마실까? 말까? 주저하다가 여행 중에는 푹 자는 것이 명약이라 생각하면서 마셨다. 독주는 역시 독주였다. 이렇게 손님이 독주를 마시니 술상의 분위기가 한층 더 좋았고, 우정의 긴 공백이 일순간에 채워지는 듯했다.

* 관련글: 술광고에도 건강경고문이 붙어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8. 24. 12:27

주말 동안 혹시 윗층이나 아랫층 아파트의 잔치 등으로
잠을 잘 수 없었던 사람이 있을 법하다.
소리 나는 집을 찾아가 경고한 사람도 있을 있고 법하다,
분에 이기지 못하고 주먹 다짐을 한 사람도 있을 법하다.
정말 견디지 못해 고성방가나 행복추구권 위반 혐의로
경찰을 부른 사람도 있을 법하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듯이 리투아니아에서 가끔 이런 일이 일어난다.
하지만 이웃집 잔치 소란은 대체로 양해를 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언젠가 자기집도 잔치 소란을 피울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윗층에 살고 있는 독일인 남편과 리투아니아인 아내는
잔치를 개최하는 날에는 어김 없이 아랫층에 살고 있는 우리집을 찾아온다.

종이 목도리를 두른 포도주 한 병을 들고와 양해를 구한다.
이웃간 상호 왕래는 없지만 늘 만날 때마다 인사를 주고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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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양해 없이도 잔치로 아랫층에 폐를 끼치는 것이 수긍되는 사회인데,
이렇게 포도주까지 들고 사전 양해를 구하니 웃음으로 잔치를 축하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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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날은 집을 비우고 시골을 가는 날이다. 포도주를 받는 것이 미안했지만, 이웃의 성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물론 쉽게 살 수 있는 포도주이지만, 이렇게 양해를 구하는 모습 속에 이웃간 교류와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 관련글: 아파트 복도에 자전거 도둑맞다
               남자인 내가 한 남자의 애인이 된 사연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8. 20. 07:03

어제 아파트 입구 게시판에 사진이 있는 안내문이 붙여져 있었다.
궁금해서 가까이 가보니 "주의 주의 주의"가 눈에 확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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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이렇다.

리투아니아에 아파트와 주택을 터는 도둑무리들이 돌아다닌다.
먼저 젊은 여자를 집으로 보내 유리창, 차량을 위한
여러 가지 청소도구를 살 것을 권한다.
이 여자의 역할은 바로 집안에 도난경보기가 있는 지,
어떤 차를 가지고 있는 지를 사전에 파악하는 것이다.
그 다음 여러분이 집을 비운 밤에 이들이 와서 훔쳐간다.
 
지난 달이나 그 전에 아래 여자 중 어느 누가 방문했다면
이는 당신 집이 이미 정찰되었는다는 것임을 알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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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만 해도 아파트 게시판에는 이렇게 집수리공들의 자기소개가 많았다.
이런 게시판 광고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을 보면
경기가 회복되는 것이 아닌가 기대해본다.
하지만 도둑경고 게시판을 보니 경계심을 놓아서는 안되겠다.
경기도 좋아지고, 도둑도 없은 사회가 되기를 순진하게 기원해본다.  

* 관련글: 아파트 게시판에 붙은 불황의 증거물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8. 18. 18:51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 민주주의와 이를 얻기 위한 투쟁의 상징이신 분이 돌아가셨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성사으로 한반도 긴장완화의 물꼬를 크게 터신 분이 돌아가셨다. 북동유럽의 작은 나라 리투아니아 언론도 즉각적으로 그의 서거 소식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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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전하는 리투아니아 인터넷뉴스 사이트 (사진: delfi.lt 캡쳐화면)

1990년대 중반 경기도 광명시 한 운동장에서 김 전 대통령의 연설을 직접 들어보았다. 그의 포효같은 강열한 연설이 아직도 귀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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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리투아니아에 살면서 2000년 10월 13일 노벨 평화상 수상자 발표소식을 들었다. 너무나 기뻐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이날 저녁 주위사람들을 불러모아 한턱을 내기도 했다.

올해는 노 전 대통령에 이어 김 전 대통령마저 잃으니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두 분 모두에게 고개 숙여 명복을 빈다. 나아가 이 두 분의 혼이 힘을 합쳐 한반도 통일에 기여해주길 바란다.

* 관련글: 盧, 아기 음식 뺏는 듯한 사진의 진실은
* 최근글: 후진국에 살고 있어 미안하오, 하지만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8. 17. 08:15

어제 모처럼 날씨가 좋아 서둘러 호숫가로 갔다. 이번 여름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호숫가에서 하루 종일 있으면서 수영도 하고 일광욕도 즐겼다.

이런 나들이를 위해 아이들이 꼭 챙기는 것 중 하나가 있다. 이는 바로 해바라기씨이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해바라기씨를 먹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늦은 여름이나 가을에 갓 익은 싱싱한 해바라기씨를 자주 먹던 어린 시절 추억이 되살아난다.

해바리기씨는 지방질과 단백질 등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콜레스테롤이 적어 성인병 군것질거리로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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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껍질 채로 뽂은 해바라기씨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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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에도 해바라기가 자라지만 주로 동물사료용. 식용 해바라기씨는 대부분 헝가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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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끝으로 능숙하게 해바라기씨 껍질을 벗긴다.

* 관련글: 천연의 군것질거리 사탕수수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8. 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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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8월 12일은 큰 딸 마르티나에게 정말 견디기 어려운 날이었다. 만 17세 마르티나는 오는 9월 한국으로 치면 고등학교 2학년이 된다. 바로 어제 남자친구가 영국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리투아니아를 떠났기 때문이다.

그래도 딸의 남친인데 부모가 모르는 체하기엔 예의가 아닐 것 같았다. 그래서 전날 밤 아내에게 약간의 여비라도 보태는 것이 어떨까 물었다. 아내도 내심 하고 있었다고 한다. 예쁜 카드에 영국으로 유학을 가니 영어로 "We truly wish you all the best and great success with your study in England."라고 쓰고 약간의 달러를 넣어 봉투를 봉했다.

공항에서 환송할 때 전해달라고 마르티나에게 부탁했다. 공항에서 봉투를 열어본 남친은 뜻하지 않은 선물에 기뻐서 몸을 떨기까지 했다고 마르티나는 전했다. (아마 여친의 부모로부터 인정을 받았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둘 다 기대하지 않은 선물에 정말 고마워했다.

마르티나는 영국에 도착한 남친의 안부 전화를 기다리면서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 보기 드문 일이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몇 가지 질문을 해보았다.
 
- 언제 이 남친을 사귀기 시작했니?
- 2007년 11월 17일

- 같은 반에서 남친이나 여친을 둔 사람은 얼마나 되니?
- 반 학생은 30명이다. 사생활에 대해서는 서로 묻지 않아서 정확히 모르지만 반 이상은 될 것이다.
 
- 만남 100일, 1000일을 기념하지는 않나?
- 날짜는 계산하지 않는다. 해마다 사귀기 시작한 날을 중요시 여긴다. 
  처음 사귄 일자(예, 매월 17일)에 남자친구가 꽃을 선물한다.

- 사귐 생일을 어떻게 주로 기념하니?
- 남친은 꽃과 더불어 반지나 귀걸이 같은 선물을 한다.
  여친은 향수나 자기 이름을 새긴 티셔츠 등을 선물한다.
  그리고 레스토랑에 가서 함께 식사를 하면서 기념한다.

- 남친과 2년 차이인데 친구들은 주로 몇 살 차이가 나니?
- 여자친구들은 보통 나이가 1-3살이 더 많은 상급생과 사귄다.

- 남친이 리투아니아 국내 대학교에 진학하면 자주 많나고 좋을 텐데 왜 영국을 선택했나?
- 남친은 평소 18세 이상 성인되면 부모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해서 살아가기로 했다.
  리투아니아에 있으면 아무래도 부모의 도움을 받기가 쉽다.
  그래서 영국을 선택해 학비와 생활비 등을 스스로 해결하기로 결심했다.
  영국에 있는 Aberystwyth University에 정치학을 전공할 것이다.

- 언제 남친을 만날 것이니?
- 11월초 있는 짧은 방학을 맞아 영국에 가서 만날 것이다.

- 영국까지 가려면 여비가 비쌀텐데. 어떻게 해결하려고?
- 모아놓은 용돈으로 저가 항공을 이용하면 큰 부담이 없을 것이다.

- 남친이 영국에 새 여친을 만날 수 있을 법한데......
- 그가 새 여친을, 내가 새 남친을 만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서로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기다려야 한다.

- 미래에 대한 계획은?
- 2년 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남친과 같이 살면서 같은 대학교에서 공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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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심 강한 이 한 쌍의 10대로부터 강한 인상을 받고 있다. 이들의 굳은 사랑이 지금처럼 변하지 않고 둘 다 뜻하는 바를 꼭 이루기를 바란다.

* 관련글: 여고 1학년 딸, 남친과 해외여행
* 최근글: 리투아니아 최초 에르틱박물관 개관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8. 11. 10:22

블로그를 하면서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댓글이나 방명록 등으로 소통하는 재미가 솔찬하다. 싸나운 댓글 더미 속에서 정감가는 댓글을 읽고 있노라면 어느 새 새로운 힘이 솟아난다.

지난 7월 30일 한 독자로부터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한국 알리기 영문 책자를 선물로 보내주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영문으로 된 한국관련 책이니 아내나 자라는 딸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염치불구하고 받겠다고 답했다. 사실 마음 먹은 것을 실행하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한국 국내도 아니고 멀고 먼 외국에 소포를 보낸다는 것이...... 그래서 부탁했지만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다.

지난 토요일 한국에서 소포가 왔다는 통지서를 우편함에서 발견하자, 가슴이 뭉클해졌다. 7월 30일 답했는데 이렇게 빨리 선물 소포가 도착하다니 어리둥절까지 했다. 주말 내내 어떤 책이 왔을까 궁금했다. 블로그를 약 2년 하는 동안 처음 독자로부터 받는 선물이다.  

소포 무게가 2.4kg, 발송비가 29,200원. 7월 31일 소인이 찍혀 있고, 리투아니아에 8월 7일 도착했다. 항공소포 운송기간이 8일 걸렸다. 주말로 인해 어제 월요일 8월 10일에 소포를 받았다. 누런 포장지 대신 한지를 보니 더욱 정감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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뜯어보니 영문으로 된 이순신, 세종대왕, 충효예, 한국의 50대 문화유산 책이 안에 들어있었다. 그리고 한국음식 요리책도 있었다. 모두 한국 정신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아주 소중한 책들이라 아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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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DVD와 우편엽서도 들어있었다. 이들은 이제 우리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다. 이렇게 먼 리투아니아까지 책 등을 선물한 이지선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8. 7. 16:39

지난 8월 1일 모처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250km 떨어진 도시에 살고 있는 장모님을 방문했다. 폴란드에서 열린 세계에스페란토대회장에서 이날 곧장 장모님 도시로 향했다. 장모님은 7월 28일 65세를 맞이했다. 우리 부부가 이 에스페란토 행사때문에 참가못할 것 같아 8월 1일로 연기했다.
 
보통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5와 10이 되는 해에 생일잔치를 크게 연다. 이날도 온 일가친척이 다 참가했다. 이번 생신잔치의 한 특징은 바로 장모님이 참나무 다섯 그루를 심는 것이었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고대부터 참나무를 성스럽고 기가 강한 나무로 여긴다. 생신을 맞아 참나무를 심는 일을 주창한 장모님이 이날따라 아주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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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가친척들이 물통을 들고 숲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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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나무를 정성스럽게 심고 있는 장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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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참나무 주변에 보호대를 설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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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어놓은 참나무 곁에서 기념촬영하시는 장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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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작업을 했으니 뒷풀이는 관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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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 들판, 파란 하늘, 하얀 구름, 그리고 사람들의 한가로움이 매력적이다.

이날 장모님이 다섯 그루를 심은 까닭은 다섯 명의 기념일을 기억하기 위해서다(1. 리투아니아 1000년 역사; 2. 장모님의 65세; 3. 처제의 35세; 4. 처조카의 25세; 5. 요가일래의 세례식). 이 다섯 그루 참나무가 무럭무럭 잘 자라기를 기원한다.

* 관련글: 유럽인 장모의 사위 대접 음식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8. 6. 04:54

해가 쨍쨍나는 여름날 따사한 햇살을 받으면서 의자에 앉아있노라면 가장 생각나는 것이 있다. 다름 아닌 맥주이다. 인구 340만명의 리투아니아는 2008년 국민 1인당 맥주소비량이 89리터로 세계 7위에 올랐을 만큼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맥주를 즐겨 마신다.

일반적으로 리투아니아를 비롯해 유럽 여러 나라의 술집에 가면 편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안주를 억지로 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맥주보다 안주가 더 비싼 곳에는 사실 맥주마시기가 주저된다. 갈증 해소하기가 복부 부풀리기로 끝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리투아니아 술집에 가면 안주 없이 맥주잔만 놓인 탁자를 흔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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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맥주안주를 먹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일전에 교외에 있는 술집에 가보니 여러 탁자에 맥주잔과 아울러 마늘치즈빵이 놓여있었다.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흔한 맥주안주가 바로 바로 마늘치즈빵이다. 만들기도 쉽다. 혹시 관심있는 사람을 위해 만드는 법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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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준비물
    빵, 껍질 벗긴 생마늘, 소금, 치즈가루 혹은 얇은 치즈

2. 방법
    빵을 약긴 길쭉하게 네모나게 잘라 기름에 약간 튀긴다.
    간을 맞추기 위해 약간 소금을 뿌린다.
    생마늘을 빵 위에 골고루 바른다.
    치즈가루를 빵 위에 뿌린다.
    빵 온도로 치즈가 녹는다.
    (빵이 이미 식어서 치즈가 녹지 않을 경우 전자렌지에 넣고 약간 가열한다.)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흔한 안주 중 하나인 이것을 오늘 저녁이나 주말에 집에서 한번 만들어 맥주와 함께 드셔보세요. 참고로 리투아니아 사람들도 의외로 마늘을 자주 먹습니다.

* 관련글: 술광고에도 건강경고문이 붙어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7. 23. 08:39

북동유럽 리투아니아 아이들은 싱싱한 오이를 설탕이나 꿀에 찍어 먹는다. 딸아이 요가일래가 이렇게 오이를 설탕에 찍어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한국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더운 여름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얼른 집옆에 있는 텃밭에 간다. 그리고 싱싱한 오이를 따서 찬물에 보리밥을 말아 오이를 “고추장”에 찍어 맛있게 먹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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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해 전 한국에서 가져온 오이씨앗을 리투아니아 텃밭에 심었더니 아주 잘 자랐다.

리투아니아 아이들이 오이를 설탕에 찍어 먹는 것이 이상하게 보이는 것처럼 토마토를 설탕에 찍어 먹는 초유스의 행동도 이들에겐 이상하게 보인다. 식문화 차이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영어 시험에 토마토가 과일인지 아니면 채소인지 아무리 외어도 막상 시험에 닥치면 과일도 답한 적도 있었다. 왜냐하면 실제 생활에서 일반 과일처럼 먹는 토마토를 채소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사실과 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인들은 토마토를 다른 일반 채소처럼 먹으니 이를 굳이 채소라고 외울 필요가 없다. 아침 식사에는 오이, 양파, 파, 상추와 함께 토마토를 자주 먹는다. 이때 토마토에 후춧가루와 소금을 조금 뿌려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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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꿀에 오이를 찍은 먹은 것은 리투아니아 사람들의 여름보양식 중 하나이다.

* 관련글: 여자가 양파를, 남자가 오이를 심는 까닭
               리투아니아의 다양한 오이 음식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7. 20. 13:05

일전에 올린 "아빠, 낯선 손님 데리고 오지마!" 글에 써여진 댓글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왜 맨날 요가일래 얘기만 나오고 17살 딸 얘기는 하나도 안나오나요? ㅋㅋ 너무 신비주의~ 전 요가일래가 외동딸인줄 알았어요...

우리집 가족 구성원은 모두 4명이다. 아내, 나, 17살 딸 마르티나, 7살 딸 요기일래 이렇게 이루어져 있다. 작은 딸과 늘 집에서 함께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요가일래에 대한 글을 많이 올리고 있다. 마르티나는 오는 9월 한국으로 치면 고등학교 2년이 된다. 10대 후반이니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집밖에서 친구들과 어울러 놀고 있다.

"아빠, 이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려줘," "아빠, 내가 포즈를 취할테니 사진 찍어서 사람들이 보도록 해줘" 등등 요가일래는 자신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친권이 부모 둘 다에게 있기 때문에 민감한 주제에 관해서는 늘 아내의 동의를 구한다.

한편 마르티나는 사생활 문제에 예민한 나이에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글을 올리기가 주저된다. 그래서 자연히 마르티나에 대한 이야기는 이 블로그에서 거의 접할 수 없게 되었다. 위의 댓글을 아내와 마르티나에게 전해주었더니, 오히려 섭섭해 하는 듯했다. 이 댓글은 마르티나에 관한 글을 쓸 수 있게 한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마르티나를 통해 유럽 10대들의 이야기를 기회 있는 대로 쓰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마르티나가 남자친구와 단 둘이서 이웃 나라 벨로루시로 여행을 떠난 이야기이다.

마르티나는 6월 초순 벌써 여름방학을 맞았다. 방학이면 집에서 그 동안 못한 공부도 하고, 고등학교 2년 때 배울 과목도 미리 공부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공부하라"는 말에 늘 마르티나와 요가일래로부터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 같다.

"왜 방학이 있나? 바로 그 동안 공부하느라 지친 데서 잠시 쉬는 것이야!"

모두가 자녀들에게 "공부하라" 윽박지르는 혹은 윽박지르게 하는 사회라면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부부는 두 딸의 항변에 순응하기로 했다.

"그래, 방학인데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해라."

아뿔사, 6월 하순 마르티나는 난데 없이 남자친구와 벨로루시로 여행을 떠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남자친구가 벨로루시에는 살고 있는 친척을 방문하는 길에 마르티나에게 동행할 것을 제안했다. 지난 2년 동안 남자친구와 사귀는 것에 우리 부부는 익숙해 있지만, 막상 아직 미성년자인 마르티나가 남자친구와 단 둘이서 해외여행을 떠나겠다고 하니 그 당돌함에 충격을 받았다. 한 바탕 질책 후에 며칠 간 마르티나와 냉전을 치루었다.
         
사실 주위를 둘러보면 여자 나이 만 17세는 적은 나이가 아니다. 마르티나의 이모는 만 16세에 시집갔고, 외삼촌은 만 17세에 장가갔다. 마르티나 또래 친구들을 보면 남친과의 둘 만의 여행은 흔하다. 그들 부모들은 동양인이 보기에 지나칠 정도로 자녀들의 이성교제에 관대하다. 결국 아내와 함께 마르티나의 해외여행에 동의하기로 했다.

"가서 러시아어도 좀 배워오고, 다른 나라 사람들의 사는 모습도 직접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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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비자발급비와 여행경비 지원까지 받은 마르티나는 이렇게 남자친구와 함께 벨로루시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우리 부부도 단 둘이 해외여행을 떠난 경우도 드문데 여고 1학년 딸이 남자친구와 오붓이 해외여행가는 것이 부럽기도 했다.

* 관련글: 유럽인 아내, 김치에 푹 빠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7. 20. 08:56

이번 여름은 유럽인 아내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지 꼭 10년째가 되는 때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더니 적어도 아내의 식생활만큼은 확실히 변했다.

1999년 여름 두 달 간 한국을 방문했다. 이때 아내가 가장 고생한 것이 음식이었다. 매운 것을 먹지 못했던 아내가 먹을 수 있었던 것은 밥과 달걀요리 혹은 김, 그리고 맵지 않은 국뿐이었다.

당시 한국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주로 에스페란토 친구들을 만났다. 가는 곳마다 환대를 받았지만 아내는 식성 때문에 이 환대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하지만 하루, 일주일, 한 달이 지나가자 아내는 용기를 내어 매운 김치를 맛보았다. 당시 포항 한식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맵지만 먹을 만하네"라고 한 두 점을 먹어본 아내를 말했다.
"바봐, 겁먹지 말고 그냥 먹어보면 된다구!"라고 맞짱구를 쳤다.
 
이날 아내는 김치 여러 점을 고기와 밥하고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매운 음식에 대한 용기가 생긴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당연히 이날 저녁의 최고 화제는 김치였다.

하지만 기쁨 뒤의 고통은 너무나 빨리 왔다. 맛있는 식사 후 자고 있는 데 아내는 갑자기 속이 거북하다면서 깨웠다. 아뿔싸, 구토로 새벽내내 아내는 고생했다. 반드시 김치가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김치가 원인이라고 아내는 믿었다. 이후 아내의 김치 멀리하기는 방문이 끝날 때까지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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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진수성찬에 밥 하나만 먹기엔 너무 억울해!"

2001년 다시 한국을 가족과 함께 다녀왔다. 이때 한국을 방문하기 전 아내는 "이번엔 꼭 매운 것을 먹는 데 성공할 것이야! 진수성찬에 밥 하나만 먹기엔 너무 억울해!"라고 다짐했다. 믿음이 강해서 그런지 당시 방문에 한국음식먹기는 대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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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 한인회장 부인으로부터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는 아내 (왼쪽 첫 번째)

리투아니아 집으로 돌아온 이후 아내는 직접 김치 담그기를 시도했다. 인터넷에 얻은 정보로 아내와 같이 김치를 담궜지만 김치맛이 제대로 나지 않았다. 그래서 아내는 리투아니아 한인회장 부인을 찾아가 직접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 김치는 어떨까?

그 이후 우리집엔 김치가 떨어지는 날이 드물다. 김치가 없으면 김치 담그자고 아내가 오히려 재촉한다. 리투아니아 현지인 친구집을 갈 때 아내는 자주 김치를 가져가 한국의 최고 건강식품이라며 김치예찬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이렇게 10년을 같이 살다보니 유럽인 아내의 김치애호는 마치 강산이 변한 듯하다.  

* 관련글: 리투아니아인들에게 김치는 어떨까?
               "한국 김밥 정말 최고여~"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7. 3. 11:06

지난 6월 1일부터 11일까지 KBS TV "걸어서 세계 속으로"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오신 이연식 피디님과 함께 리투아니아 곳곳을 둘러보았다. 이 프로그램은 특히 여행이나 세계 각국의 풍습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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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로 둘러쌓인 트라카이 성을 촬영하고 있는 이 피디님
 

10일간 이 피디님이 취재 촬영하는 동안 잦은 비로 고생했다. 그래도 맑은 날이 있었기에 촬영을 마치고 이제 방송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걸어서 세계속으로" 사이트에 들어가니 리투아니아편 방송 안내가 나와 있었다. 숲과 호수 그리고 아름다운 사람들 - 리투아니아 라는 제목으로 방송될 것이다. 빌뉴스 구시가지, 중세축제, 십자가언덕, 그루타스 공원 등이 소개된다.

그 동안 "초유스의 동유럽" 블로그를 통해 이들에 대해 편편조각으로 소개했지만, 1시간 동안 지속되는 HD 방송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리투아니아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잊지 마시고 보길 권장합니다.

◆ 본방송일시 : 2009년 7월 4일(토) 오전 8:30~9:30 KBS1
◆ 재방송일시 : 2009년 7월 5일(일) 오전 8:10~9:10 KBS2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6. 20. 08:41

어느 나라나 술문화가 있기 마련이다. 

유럽 리투아니아에 10여년 살고 있지만,
술 마실 때마다 잘 안되는 습관이 하나 있다.

바로 건배할 때다.

동양 문화에서 태어나고 산 사람으로
익힌 습관 때문으로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빤히 쳐다보는
것에 익숙하지가 않다.

대화할 때 눈을 쳐다보지 않는다고
아내로부터 종종 핀잔을 듣기도 한다.
대화할 때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지 않으면
제대로 정직하게 말하고 있는지에 의문이 생긴다고 말한다.

이는 술 자리 건배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건배할 때 잔을 부딛히면서
똑바로 서로 눈을 응시하면서
"건강을 위해"라고 말한다.

이렇게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나이, 지위, 남녀를 막론하고 눈을 쳐다보면서 건배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이 무엇인가 숨기는 것이나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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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배할 때는 상대방의 눈을 응시하고 미소를 띄면서 기분 좋게 마신다.
"이 스베이카타!" (리투아니아어로 '건강을 위해서')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6. 11. 06:21

일전에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살고 있는 친구집을 다녀왔다. 이날 하늘은 검은색과 엷은 파란색으로 완전히 양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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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전통음식 쩨펠리나이를 두 시간에 걸쳐 요리하면서 어느 때는 우박이 쏟아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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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쩨펠리나이를 맛있게 먹으면서 재미 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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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딸인 인드레는 현재 대학교 3학년생이다. 어린 시절 이야기를 너무 재미 있게 해서 식탁에는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초등학교 시절 어느 날 학교를 너무나 안 가고 싶었다. 리투아니아 학생들은 몸에 열이 나면 학교에 가지 않는다. 꾀병을 생각하는 여러 방법이 있다. 어린 학생들 사이에 연필심인 흑연을 먹으면 발열이 나서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소문이 널리 펴져 있었다.

그래서 인드레는 전날 밤에 연필심을 먹었다. 하지만 생겨야 할 열을 전혀 나지 않았다. 그때서야 이 소문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드레 아버지는 늘 포도주를 따면서 나오는 코르크 마개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코르크를 삶아 차를 만들어 먹으면 방귀가 많이 나온다."

그래서 인드레와 언니는 부모님이 집을 비운 동안 코르케를 끓어 정말 차를 만들어 마셨다. 하지만 그렇게 기다리던 방귀는 나오지 않았다. 그때서야 아버지 말이 농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시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이들은 순진하면서 엉뚱한 면이 있음을 느끼게 한 저녁이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6. 2. 09:29

어제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되었다. 바로 브라질의 한 에스페란티스토가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었다. 아무리 자연의 이치라고 하지만 나이가 한 살 한 살 더 먹어갈수록 주위 사람들이나 친구들이 하나 하나 곁을 떠난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

올해 여든살인 이 브라질 지인은 UN 직원, 시인, 대학교수, 에스페란토 학술원 회원, 번역가, 교육자, 사전편찬자 등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일을 했다.
 
지난 해 12월 31일 브라질 리오데자이네로 여행 때 처음 이 분을 만났다. 당시 머물고 있는 지인 집으로 이날 직접 찾아와 한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포르투갈어-에스페란토 사전 편찬에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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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지 않은 체구에 넘치는 웃음과 힘찬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여든의 나이에 저렇게 건강하고 정열적으로 살 수 있을까 놀랍기도 하고 몹시 부러웠다. 저 나이에도 저렇게 살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다.

그는 다음날 (1월 1일) 점심식사로 초대했다. 처음 만난 사람으로부터 초대를 받아 부담스러웠지만 그의 호의를 거절할 수도 없었다. 우선 그가 단골로 가는 중국식당으로 갔으나 새해라 문을 닫았다. 한참 동안 찾아간 곳이 일본식당이었다. 

"당신들을 초대하기 위해 내가 지난 10년 동안 연금을 절약해놓았으니, 오늘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마음껏 시켜라"라고 하던 그의 모습이 눈 앞에 선하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식사 내내 그의 농담과 일화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영상은 음식이 나오기 전 젊은 시절의 여러 가지 일화를 에스페란토로 들려주는 그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상은 초유스의 브라질 가족여행기 8편입니다. 
초유스 가족 브라질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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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5. 25. 10:22

지난 달 "아내가 느닷없이 주전자를 사온 까닭" 글을 통해 우리 집의 물 끓이는 도구가 바꿨음에 대해 글을 올렸다. 수 년 동안 주전자 대신 전기포트를 사용했다. 지난 한 달간 가스불로 일반 주전자를 사용해보니 전기포트가 얼마나 편하고 안전한 지를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우선 전기포트는 빨리 물을 끓인다. 그리고 물을 다 끓인 후 스스로 전기를 끊는다. 잠시 무슨 일을 하다가 좀 늦거나 잊어도 걱정이 없다. 이에 비해 주전자는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 제일 위험한 것은 바로 주전자의 뚜껑을 제대로 닫지 않았을 때이다.

한번은 물을 담고 주전자 물을 쏟는 부분의 뚜껑을 제대로 닫지 않았다. 그런데 물이 다 끓으면 나야할 "쏴~~~"하는 소리가 없었다. 수증기가 닫히지 않은 그 부분으로 다 새어나가버렸기 때문이다. 하마터면 잠깐 사이 주전자를 태어먹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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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이 있자 아내에게 다시 전기포트로 돌아갈 것을 권했다. 전기값 얼마 아끼려고 더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주전자에 물을 담고 반드시 윗부분과 앞부분 뚜껑닫기를 확인하는 습관을 길들이면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는 말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요즘은 지난 달 공과금을 내는 시기이다. 어제 일요일 아내는 큰 딸 마르티나와 함께 복도에 있는 전기계량기를 살펴온 후 드디어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전기포트 대신 주전자를 한 달 사용한 후 확인해본 전기사용량이 줄어서 전기값을 절약했기 때문이다.

주간전기 사용량    160kWh  -> 120kWh
심야주말 사용량    130kWh  -> 130kWh

1kWh 사용료 = 0.42리타스 (약 210원)

이렇게 지난 한 달간 전기사용량은 40kWh가 절약되었다.
이로써 전기요금이 16.8리타스(약 8400원)가 줄었다.  

이 차액은 큰 딸 몫이다. 마르티나는 평소 TV, 컴퓨터, 라디오 등을 사용할 때 절약에 인색하다. 그래서 엄마가 절약심을 심어주기 위해 선택한 제안이다. 평균사용량보다 줄은 전기요금 절약분을 추가 용돈으로 주기로 했다.

지난 한 달간 전기포트 대신 주전자 사용 결과는 일단 성공적이다.
부엌에서 주전자의 "쏴~~~" 소리는 다음 달에도 이어질 것이다.

* 관련글: 아내가 느닷없이 주전자를 사온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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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5. 18. 15:59

7살 딸아이 요가일래가 하도 졸라서 지난 일요일 사우나를 다녀왔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도 최신식 사우나장이 여러 곳에 있다. 대부분 다양한 사우나와 수영장,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물미끄럼틀 등이 갖추어져 있다.

▲ 임풀스 수영장 내부 (사진 출처: impuls.lt)


이제 곧 여름에 오면 호수에 가서 수영을 많이 할 것이라고 말려보지만, "내가 시험에서 만점을 맞았으니 내 소원 딱 한 번만 들어줘야 해!"라는 딸아이 말에 그만 손을 들고 말았다.

집에서 가까운 사우나장에 가기로 했다. 가족 3인 입장권이 66라타스(3만3천원)였다. 들어가는 입구는 남녀가 따로따로이지만, 모두 수영복을 입고 사우나장에서 같이 만나는 구조로 되어있다.

아직 7살이라 딸아이를 혼자 놓아두지 못하고 우리 부부는 번갈아가면서 사우나를 해야 했다. 특히 한창 헤엄치기를 배우는 딸아이는 자기 키보다 깊은 물에서 수영배우기를 즐겨했다. 하다가 지치면 다양한 수압마사지를 할 수 있는 온탕에 들어가 쉬곤했다.

이렇게 딸아이와 둘이서 온탕에 있는 데 우리에게 계속 시선을 집중하던 한 여자가 갑자기 다가왔다. 그리고 말을 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거리를 좀 두고 말을 걸었다. 첫 물음은 "어이"라는 말이 "중국말인지 일본말이지 아느냐?"였다.

"얼마 전 마사지소에서 들은 말인 데 리투아니아어로 "터잎"을 "어이"라고 하더라. 이 말이 맞냐?"

별 양념가가 없는 말을 건넸다. 중국말과 일본말을 모른다고 해도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물어왔다. 그리고 거리를 좁히고 자꾸만 우리 바로 옆으로 다가왔다. 그 여자가 수영복 어깨끈을 자주 바르게 할 때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난감했다.

마침내 딸아이와 피부를 맞닿는 거리까지 왔다. 사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는 편이다. 이 경우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이다. 걸어오는 말에 싫다고 갑자기 자리를 뜨기도 이상할 것 같아 딸아이가 중간에 위치하도록 무척 애를 썼다. 사우나실에 간 아내가 재빨리 돌아와 구원해주기를 간절히 바랬다. 

머리 속에는 1990년대 초 헝가리 부타페스트에 일어났던 일이 떠올랐다. 어느 날 공중 온천탕을 갔다. 넓은 탕 안에서 몸을 담그고 있는 데, 60대로 보이는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부다페스트 출신인데 파리에 살면서 동양사상에 관심이 많아 인도와 티베트를 자주 왕래한다고 하면서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나도 티가 나지 않게 조금씩 오른쪽으로 피해갔다. 어느 새 탕 입구 계단까지 오자, 이제 피하기도 그렇고 했어 친구가 빨리 와주기만을 바랬다. 곧 마사지를 받으러 간 친구가 돌아오자 안도의 숨을 쉬고 잽싸게 그와 함께 뒤편에 있는 사우나실로 가버렸다.

사우나실에서 그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는 순간 사우나실 문이 열리고 그 할아버지가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는 내 곁에 앉더니 웃으면서 내 왼쪽 다리를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부탁도 하지도 않았는데, 더군다나 그를 피해 이 사우나실로 들어왔는데 이렇게 더 노골적이니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낯선 사람이 말을 걸어와 기분 좋을 때도 있지만 이렇게 난감하고 난처한 경우도 있다.

후기: 어제 있었던 이 일을 아내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오늘 홈페이지로 설정된 이 블로그를 아내가 보더니 무슨 글을 올렸기에 동시 접속한 사람들이 수 백명이 되는가라고 물었다. 그때서야 어제 일을 이야기 했다. 아내는 멀리서 지켜보면서 "저 여자가 내 남편에게 무슨 수작을 부리나 지켜보고 있었지... ㅎㅎㅎ"라고 답했다. 아내가 빨리 오기를 무척 기다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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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5. 1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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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내내 유럽은 유럽 최대 음악 축제인 유로비전(유럽가요제) 분위기로 들떠 있다. 두 번의 예선을 걸쳐 오늘 5월 1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25개국이 참가하는 최종 결선이 이루어진다. 1956년부터 유럽국립방송국연맹이 매년 전년도 우승국가에서 개최하는 이 행사는 수억명이 지켜보는 세계적인 가요제이다. (사진 출처: Vytenio Petrošiaus nuotr. Alfa.lt)

리투아니아인들은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민족으로 손꼽을 만 한데 지금까지 ‘유로비전’에서 거의 대부분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유로비전’은 참가 가수뿐만 아니라 좋은 성적을 거둔 국가의 국민들에게 큰 기쁨과 자부심을 준다. 리투아니아가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해는 2006년으로 ‘엘티 유나이티드 (LT United)’ 그룹이 6위를 했다. 그렇게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무사히 예선을 통과 오늘 결승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  

과연 오늘 어느 나라가 우승할 지 몹시 궁금하다. 우리 가족도 오늘 저녁 TV 앞에서 누가 우승할 지 지켜볼 것이다. 예선을 시청하면서 우리 가족이 선정해본 상위 예상(무순)의 노래를 모아보았다.

* 이스라엘: Noa ir Mira Awad „There must be another way“
 


* 노르웨이: Alexander Rybak – „Fairytale“


* 스웨덴: Malena Ernman „La Voix“


* 터키: Hadise – „Dum Tek Tek“


*  리투아니아: Sasha Son – „Love“


* 관련글:  - 모델 놀이하는 딸아이 순간포착 
                -
7살 딸아이 출장 노래공연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5. 15. 15:18

오늘 5월 15일 한국은 스승의 날이다. 중 고등학교 때 스승의 날에 우리 학생들이 돈을 모아 담임선생님에게 양복을 사주던 기억이 떠오른다. 리투아니아엔 한국과 같은 스승의 날은 없다. 단지 1994년부터 매년 10월 5일 세계 교사의 날을 기념하고 있다. 이날도 요란하지가 않다. 그저 이를 기억하는 학생들로부터 꽃 한 송이를 받는 일이 대부분이다.

리투아니아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은 교사에게 무엇을 선물해야 할 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선물을 주고받는 풍토가 없기 때문이다. 학교가 개학하는 9월 1일이나 학년을 마치는 날에 예쁜 꽃 한 송이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음악학교 등 특별학교 교사들은 이보다 좀 더 푸짐한 선물을 받는다. 음악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아내는 보통 연주 발표회가 끝나는 날 꽃다발 선물뿐만 아니라 약간의 과자 등을 받는다. 얼마 전에 학년을 마치는 연주 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내는 아파트 주차장까지 내려와서 물건을 가져가라고 했다. 도대체 무슨 선물을 그렇게 많이 받았기에 밑으로 호출까지 하나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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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꽃다발에 선물상자가 둘이나 되었다. 열어보니 평소에 비싸서 사기 힘든 포도주, 초콜릿, 커피 등이 있었다. 이런 것들은 사실 먹기 아까워 다음 기회에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로 다시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보니 사실 선물을 받는 것이 아니라 선물을 전달하는 중간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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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을 맞아 세상의 모든 스승님들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해본다.

* 관련글: - 교사들이 받는 성탄선물
               -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은 초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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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얘기2009. 5. 9. 09:41

며칠 전 학교에 다녀온 아내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후 부엌에서 "쏴~~~"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다가 차차 굉음으로 변해갔다.
무슨 일인가 하고 부엌으로 달려가니
아내가 가스불 위에 주전자로 물을 끓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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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웬 일로 주전자를 다 샀지?"
"앞으로 차나 커피 등을 위해 물을 끓일 때는 주전자로 사용한다".  

그 동안 우리 집 부엌에는 물 끓이는 일반적인 주전자가 없다.
이유는 간단한다. 바로 전기주전자 때문이다. 물을 끓이는 데 아주 편하다.
전기 코드를 꽂아 놓아 누르기만 하면 가열된 후 자동으로 꺼진다.
가스불에 주전차를 올려놓고 잊어버려 주전자를 태워먹을 염려가 없다.
그리고 아주 빠르게 가열된다. 대부분 가정이 이 전기주전자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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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편한 전기주전차를 왜 아내가 포기할까?
아내의 설명이 따랐다.
가스 ㎥         2.02리타스
전기 kWh      0.35리타스

우리 집 한달 평균 전기사용량    
           300kWh x 0.37리타스 = 111리타스 (5만5천5백원)
우리 집 한달 가스 사용량           
           4㎥ x 2.02리타스 + 기본금 2.12리타스 = 10.20리타스(5천백원)

앞으로 리투아니아 정부는 이그날리나 원전 폐쇄
전기값을 현재보다 2-3배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아내는 순간적으로 전기량을 많이 먹는
전기주전자를 포기하고 일반 주전자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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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이지만 변화가 일어났다.
전기주전자를 사용하지 않자 차를 마시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가스불을 켜고 기다렸다가 꺼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인지
주전자에 아직 익숙하지 않고 있다.
차 대신에 물 마시는 횟수가 늘어났다.
아내가 산 주전자 때문에 우리 집 전기값이 확실히 줄어들 것 같다.

알뜰한 세상의 모든 아내들에게 남편들 박수 한 번 쳐주십시다. 

* 관련글: - 체르노빌과 같은 이그날리나 원전 폐쇄 목전에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5. 8. 09:17

유럽 사람들에게 한국의 촌수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면 아주 관심을 가지고 듣는다. 부부는 무촌이고, 부자는 1촌이고, 형제는 2촌, 아버지 형제는 3촌, 아바지 형제의 자녀와는 4촌, 그리고 5촌, 6촌, 7촌, 8촌...... 도표를 그려서 한국의 친인척 관계를 설명해주면 복잡하다고 하면서 신기해 한다.

부부가 왜 무촌이라고 물을 때에는 부부는 일심동체라 간격이 없으니 촌수가 없다고 답하곤 했다. 모든 숫자의 근원 0촌으로 여길 만큼 부부는 한 몸, 한 마음을 지니는 것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전에 "펜펜의 나홀로 산행" 블로그에서 부부가 무촌인 색다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부모와 자식간에는 1촌이지만 부부간에는 촌수가 전혀 없습니다. 헤어지면 남인 것입니다."

이 문구를 읽으면서 "부부가 무촌이니까 같이 살면 한 몸이 되고, 부부가 무촌이니까 헤어지면 남이 되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가 여러 가지 이유로 헤어질 때, 남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인 것 같다. 왜냐하면 한 때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가 있는 부부는 헤어지더라도 서로 좋은 친구로 남는 사회적 풍토가 형성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부부는 내년 2월 결혼 10주년을 맞는다. 우리 가족은 식구가 넷인데 딸이 둘이다. 큰 딸이 어렸을 때 넷이서 밖에 나가면 언니는 엄마를 닮아서 머리카락이 갈색 계통이고, 작은 딸은 아빠를 닮아서 머리카락이 검은색 계통이라는 소리를 듣곤 했다. 이렇게 큰 딸은 엄마 딸이고, 작은 딸은 엄마와 아빠의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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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딸 7살 요가일래가 엄마에게 바친 생일 선물 그림

종종 큰 딸의 생부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기가 바로 옆에 있어서 늘 받아서 큰 딸에게 수화기를 건네준다. 보통 늦은 밤에 전화가 온다. 술이 들어가니 딸 생각나서 전화하는 것 같다. 일전에 아내의 생일이라 식구 모두 일본식당에 밥을 먹고 돌아왔다. 이날 초저녁 큰 딸의 생부가 맹숭맹숭한 목소리로 전화했다. 평소와는 달리 딸을 찾지 않고 아내를 찾았다. 그 동안 헤어진 것에 대해 아내를 많이 원망했는데, 이제는 삶의 성공을 기원한다면서 아내의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그리고 아내는 창가를 바라보면서 옛 이야기를 꺼냈다. 전 남편이 일이 잘 풀리지 않은 것은 자신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자기가 고집을 부려서 그가 여러 가지 기회를 포기한 것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가 마음 잡고 행복한 삶을 살아기기를 바란다. 사실 그가 맨 정신으로 전화해 큰 딸과 대화하고 이어서 아내와 함께 큰 딸의 생활이나 진로에 대해 대화할 때 옆에서 듣는 기분은 한 마디로 좋다.

2004년 리투아니아는 인구 1000명당 3.2명이 이혼했다. 이로써 유럽에서 이혼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에서 20여년 생활하면서 적지 않은 이혼 부부를 만났다.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핀란드와 노르웨이 지인의 경우였다. 핀란드 지인은 집안에 일이 있을 때 자주 전 남편이 와서 도와주고 간다. 노르웨이 지인은 요리하다가 막히면 전 아내에게 전화해 해결한다. 이렇게 이들은 어떤 이유로 이혼했지만, 이혼 후에도 스스럼없이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다. 이런 점에서 아내의 생일을 기억해 축하 전화해준 전 남편이 오늘따라 돋보인다.    

* 관련글:  - 어머니날 선물 지분 50%를 아빠가 차지한 까닭
                - 4식구 성(姓)이 각각 다른 우리 가족
                - 부모를 별침, 동침시키는 7살 딸아이 사연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5. 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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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한국을 방문해 친구들을 만난다. 다들 지천명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중년이다. 이들의 골프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내 시선이 다른 곳으로 간다.  바로 나와 전혀 무관한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한국 시내의 거대한 녹색 그물망 구조물 옆을 지나갈 때도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나도 모르게 골프는 그저 지갑이 무겁거나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다른 세상의 스포츠로라 여겼다.

리투아니아에도 몇 해전에 골프장이 생겼다. 도심 외곽에 골프장이 처음 생긴다고 하니 주변 거주자들이 환경문제를 이유로 반대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후 잡지 등에서 간간히 골프장 광고와 기사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주위 교민들도 다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얼마 전 한 교민이 골프장 구경을 가자고 했다. 아이들 데리고 가면 경치도 좋고, 공기도 좋고 좋은 소풍이 될 것이라고 권했다.

이렇게 중년의 나이에 처음으로 지난 주 금요일 노동절에 다녀왔다. 프랑스 국립지리연구소의 조사 발표에 의하면 리투아니아 빌뉴스는 유럽 대륙의 지리적 중앙에 위치해 있다. 골프장은 바로 이 중앙 지점을 끼고 있다. 이런 기념비적인 곳을 방문하는 것도 기쁜 일인데, 이 유럽의 중심에서 목표점을 향해 골프공을 때릴 때 드는 기분은 상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절로 나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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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처음 가본 골프장은 의외로 친근하게 다가왔다. 우선 잘 가꾸어진 잔디, 파란 하늘, 사과나무, 숲 그리고 호수 등 자연풍광이 빼어났다. 지인의 말대로 맑은 공기 속 소풍 장소로도 일품이었다. 그리고 처음 잡아본 골프채로 연습공을 수십 번 날려보았다. 특히 어깨와 왼쪽 손바닥이 아파왔지만 그물망이 아니라 확 트인 잔디밭에서 공을 날리는 맛에 이를 쉽게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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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지인들이 18홀 시합을 하는 동안 내내 따라다녔다. 총 10여km를 걸었다. 골프는 그냥 카트 타고 공을 날리는 정도의 운동으로 생각했지만, 이렇게 많은 운동량을 요구하는 줄은 몰랐다. 실제로 현장에 가보고 연습공이라도 쳐보니, 그 동안 골프에 대해 가졌던 편견이 많이 사라졌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한 번 취미로 하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났다. 중년의 나이에 처음 가본 골프장은 이렇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참고로 1년 내내 연습공을 칠 수 있는 비용은 700리타스(35만원)이고, 1년 내내 골프장을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은 3000리타스(150만원)이다. 여기는 캐디도 없고, 그늘집도 없다. 이런 요소들이 직접 골프채 가방을 끌고 다녀야 하니, 골프가 지나치게 사치스러운 운동이 아니라 살빠지게 하고 건강한 삶을 도와주는 운동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관련글:  - 나무가 통채로 사라진 현장
                - 유럽 지리적 중앙은 엿장수 마음대로?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4. 30. 10:16


날씨가 좋은 어느 날 마르티나(17세)는 친구들과 함께 인근 공원에서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놀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아파트 지하창고에 자전거를 갖다놓지 않고 아파트 복도 구석진 곳에 놓아두었다. 또 탈 일이 있으면 손쉽게 아파트에서 자전거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으므로 지하창고에 갖다놓을 것을 권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23세대가 사는 아파트 입구 현관문에는 늘 문이 잠겨 있고 열쇠나 코드번호를 알아야만 열 수 있다. 그래서 별다른 도둑 걱정 없이 자전거 등을 복도에 놓을 수 있었다. 물론 만약을 대비해 자전거에 자물쇠를 채워놓았다.

그렇게 지난 2주 동안 자전거는 아무런 탈 없이 복도에 있었다. 자전거나 놓인 공간에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있었지만, 이웃 사람들도 이해하는 듯 아무런 불평을 해지 않았다. 그래서 자전거를 더 오래 놓아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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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이 자리에 자물쇠로 자전거를 난방관에 묶어놓았다. 혹시나 되돌아왔나 휠긋 쳐다본다.

그런데 바로 어제 도둑을 맞고 말았다. 잠깐 이었다. 이발소에 가려고 밖을 나갈 때 마르티나는 아파트 문을 닫을 때 분명히 자전거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후 누군가 밑에서 전화를 해서 "승강기 점검원"이라고 문을 열어달라고 한다. 입구 현관문에서는 비디오폰이 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이런 사람들에게는 문을 열어준다.

한 30분이 지난 후 이발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자 마르티나 헐레벌떡 현관문으로 내려오더니 자전거를 가져간 사람을 못 보았나고 물었다. 30분 사이에 자전거 도둑을 맞은 것이다. 격분에 찬 감정을 가다듬고 마르티나는 경찰서에 신고했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경찰이 왔다.

경찰과 함께 아파트 내에 집수리를 하고 있는 외지 사람들에게 혹시 자전거를 훔쳐 간 것을 목격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리고 경찰서에 가서 조서를 꾸미는 제안을 받았지만, 일을 번거롭게 하는 것 같아 그만두고 말았다. 졸지에 자전거를 도둑맞은 마르티나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자전거가 이 세상 어딘가에 있으니 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얼마 후 마르티나는 친구와 함께 인근을 돌아다니면서 자전거를 찾아보려고 노력했지만, 결과는 뻔했다. 나중에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자전거 도둑맞음에 속이 상했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일이라며 관리 소홀에 대해 나무라기보다는 마르티나를 위로해주었다. 요가일래는 슬퍼하는 언니 마르티나에게 "언니보다 더 자전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가져간 것이니 잊어버려라"라고 덧붙였다.

이런 좀도둑을 겪을 때마다 떠오르는 것이 있다. 하나는 1990년 일본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일본인 친구하고 다른 친구 집을 방문하는 데 그 일본인 친구는 자전거를 자물쇠로 채우지 않은 채 그냥 길가에 세워두었다. 세 시간이 지난 후에 나와 보니 자전거가 여전히 그대로 있었다.

또 하나는 1992년 핀란드에서 겪은 일이다. 한 지인의 여름 별장에 갔다. 외딴 곳에 있는 별장에는 온갖 가구며 전기제품 등이 구비되어 있었다.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싹쓸이로 훔쳐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별장에서 다시 도시로 돌아올 때 이들은 문을 잠그지 않았다. 혹시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쉬어갈 수도 있으니 문을 잠그지 않는다고 현지인 친구는 답했다. 자물쇠 업계한테는 미안하지만, 온 세상에 이런 사회가 충만하기를 바란다.

* 관련글:
               - 자동차 트렁크까지 엄습한 경제불황
               - 자기 지갑을 몰라본 사람의 행운
               - 고향 같은 부다페스트에서 사기당하다

Posted by 초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