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얘기'에 해당되는 글 817건

  1. 2009.04.13 늑대같은 남자는 지혜롭다 1
  2. 2009.04.13 나 홀로 집에서 먹는 추억의 라면 5
  3. 2009.04.11 자동차 트렁크까지 엄습한 경제불황 1
  4. 2009.04.01 e세상기자가 준 만우절 깜짝 속임수 1
  5. 2009.03.28 "우와, 강아지와 고양이가 같네!" 1
  6. 2009.03.24 "내 눈엔 돈 밖에 안 보여!" 3
  7. 2009.03.24 여기서 WBC 결승전 실시간 중계 볼 수 있음 1
  8. 2009.03.22 유럽에서 WBC 실시간 중계 시청하다 4
  9. 2009.03.20 러시아 고속도로는 진흙탕길? 4
  10. 2009.03.19 '고대녀'를 읽으니, '성대녀'가 떠오른다 8
  11. 2009.03.18 컴퓨터 앞에 혼자 밥 먹어야 하는 이유 11
  12. 2009.03.16 친구 월급이 40%나 삭감되었네 10
  13. 2009.03.11 유럽에도 술 따르는 법이 있다 7
  14. 2009.03.10 유럽생활 20년 변한 것 하나 3
  15. 2009.03.09 "여성의 날" 우리집 풍경 2
  16. 2009.03.08 우편엽서로 받은 홈페이지 광고
  17. 2009.03.08 외도한 남편 다시 믿어도 될까요? 5
  18. 2009.03.06 블로거 평균 연봉이 3만2천 달러 4
  19. 2009.03.06 성직자 두 손 놓고 오토바이로 도로 질주
  20. 2009.03.04 유럽에 걸린 내 이름 현판 4
  21. 2009.03.03 유럽에서 '밤'을 먹다 2
  22. 2009.02.24 블로그로 화가에게 한국 알리다
  23. 2009.02.19 이방인의 뜻밖의 한국말에 느끼는 단상 2
  24. 2009.02.06 직원들을 제 시간에 출근시키는 비법은? 1
  25. 2009.02.04 "아빠, 봄이 빨이 왔으면 좋겠다!" 4
  26. 2009.02.02 결혼기념일 아침을 망쳐놓은 밧데리 1
  27. 2009.02.02 "한국 김밥 정말 최고여~" 25
  28. 2009.01.31 아내가 처음으로 경찰서에 다녀왔다 6
  29. 2009.01.25 설날 노래하는 딸에게 새뱃돈 줘야 할까? 1
  30. 2008.12.23 동영상 제한조치 납득 안 가네 7
생활얘기2009. 4. 1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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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지인으로부터 아래와 같은 글을 전해받았다.

남자가 모두 늑대같다면

늑대는 평생 한마리의 암컷과 사랑을 한다.
늑대는 자신의 암컷을 위해 목숨까지 바쳐 싸우는 유일한 포유류다.

늑대는 자신의 새끼를 위해 목숨까지 바쳐 싸우는 유일한 포유류다.
늑대는 사냥을 하면 암컷과 새끼에게 먼저 음식을 양보한다.
늑대는 제일 약한상대가 아닌 제일 강한 상대를 선택해 사냥한다.
늑대는 독립한 후에도 종종 부모를 찾아와 인사를 한다.

늑대는 인간이 먼저 그들을 괴롭혀도 인간을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

늑대와 남자는 엄연히 다르다.
남자를 늑대같다고 칭찬하지 말라.
남자들이 늑대만큼만 살아간다면 여자는 울일이 없을것이다.

- 좋은글 중에서 -


참으로 마음에 와닿은 말이다.
리투아니아에서 늑대를 보살피면서 살아가는 사람의 말이 생각났다.
(뜰에서 늑대와 어울리는 아래 영상 참조)
 
그는 늑대에 대해 사람들이 너무 왜곡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늑대는 아주 지혜롭다고 말했다. 리투아니아말에도 "늙은 늑대"는 "지혜"를 뜻한다.

고로 위의 글에 하나 덧붙이자면

늑대같은 남자는 지혜롭다.

세상의 남자들이여, 이젠 확실히 늑대가 되어봅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4. 1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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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한국을 떠나 유럽에 살게 되었다. 동유럽에서 여러 해를 살면서 가장 먹고 싶은 음식 중 하나가 라면이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동유럽에서는 라면 자체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후 라면이 세계적으로 확산되자 이곳 대형가게에서도 라면을 살 수가 있었다.

당시 태국, 베트남, 중국, 심지어 독일이나 러시아 등지에서 생산된 라면들이 진열장을 차지했다. 라면이 먹고 싶어 국적 불문하고 이 라면 저 라면 사서 먹어보았다. 대부분 느끼해서 두 번은 살 수가 없었다. 양념과 면 모두 한국에서 먹던 그 라면 맛이 아니었다. 그래서 한 동안 라면과 담을 쌓을 수 밖에 없었다.

어쩌다가 라면이 생기면 아까워서 두고 두고 먹기도 했다. 한국에서 돌아올 때 라면박스는 필수품이 되었다. 하지만 어느 때부턴가 매운 맛에 먼저 위가 거부감을 나타내었다. 그리고 이 매운 라면을 끓일 때에는 기침이 콜록콜록 나오고, 먹을 때에는 콧물이 흘려내렸다. 그 후론 매운 라면 대신 맵지 않는 라면을 찾게 되었다. 너구리 라면이 그 중 하나이다. 이 라면은 딸아이도 그대로 먹는다.
 
지난 3월 한 지인이 라면 한 박스를 선물로 주었다. 원조 표시가 되어 있는 바로 그 때 그 라면이었다. 라면을 가장 많이 먹었을 때가 고등학교 때이다. 야간 자습를 하기 전 친구들과 함께 학교 앞 라면집으로 향하는 것이 일과였다. 이 라면 봉지를 보자 70년대 말 라면집과 학창 시절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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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라면은 부활절 휴가로 다른 식구들은 처가집으로 가고 홀로 집에 남아 있는 며칠간 좋은 먹거리가 되고 있다. 후르륵 소리에 옛 추억이 깨어나는 듯하다.

언젠가 라면을 물이 끓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찬물에 넣어서 끓였다. 맛이 다르지 않기에 그 후부터 이렇게 찬물과 함께 동시에 끓인다. 확인해 보지 않았지만, 이렇게 하면 혹시 가스값이 더 절약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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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글: 50년 전 북한 고아들을 그리워하는 체코 할아버지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4. 11. 15:36

어제 물건을 차에 싣기 위해 자동차 트렁크 문을 열려고 했다.
중앙잠금장치로 트렁크 문을 연다. 평소 버튼을 쳐다보지 않고 눌러서 연다.

그런데 어제는 버튼 촉감이 이상했다. 열쇠가 들어가는 부분이 거칠었다.
안경을 벗고 자세히 쳐다보니 지난 밤 누군가 트렁크 문을
강제로 열려고 시도한 흔적이 역력했다.

1990년대 초 동유럽 대부분 나라의 친구들을 방문했다.
그때 아파트 앞에 차를 세워놓은 친구들은
자동차 앞유리 와이퍼와 카세트 플레이어를 꺼내 집으로 가져갔다.
이유는 간단하다. 도둑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그 후 몇 년이 지나자 와이퍼는 놓아두고 카세트 플레이어만 꺼냈다.
이점에 대해서는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향상이 기여했다.
우리차도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플레이어를 꺼내서 트렁크에 놓곤 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자 도둑 예방을 위해
와이퍼나 플레이어를 꺼내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보지를 못했다.  
모두가 일자리가 있고 소득이 있으니
굳이 이런 것을 훔쳐 한 끼를 해결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휘청거리고
드디어 그 여파가 우리집 차 트렁크까지 엄습해 오고 있다.
자동차 도둑 뿐만 아니라 부품 좀도둑들이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트렁크엔 비상용 디젤 5리터, 자동차 밧데리 점프선, 소형 소화기,
타이어 교체 장비 등등 여러 끼를 쉽게 해결해 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열기를 시도하다 열지를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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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현재 유럽연합 평균실업률은 7.6%이다.
리투아니아 9.8%, 라트비아 12.3%, 에스토니아 8.6%이다.
가장 낮은 나라인 네덜란드는 2.8%이고, 오스트리아는 4%이다.

이런 좀도둑으로 살아가지 않아도 되도록
경제가 다시 호황의 길로 가기를 간곡히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4. 1. 14:47

야후! 미디어의 e세상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블로그에 쓴 글이 자동으로 야후 블로그로 넘어가고
그 글 중 종종 e세상기자에 내글 등록을 한다.

4월 1일 만우절 새벽(리투아니아 현지 시각)에
만우절 관련 글 하나를 이곳에도 등록했다.
"속이고 속아야 1년이 행복하다"

아침에 일어나 이곳을 방문해보니 눈을 의심케 했다.
왜일까?

필명을 변경한 적이 없는 데 필명이 변경되어 있었다.
"에잉~~~, 무슨 일이담?"

아이디 뒤에 괄호 안에 있는 필명 '초유스'가 '탈퇴자'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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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럼, 탈퇴자 글을 왜 승인했을까?
나도 모르는 새벽 사이에 누군가 이런 짓을 했구먼!
혹시 다른 글에도 필명이 모두 바꿨을까?"

휘둥글려진 눈에 정비례해서 가슴마저 두근두근 거린다.
'e세상기자' 해당글에서 블로그 바로가기 를 눌렀다.
해당 블로그에는 필명이 여전히 '초유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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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e세상기자에 등록한 다른 글들은 모두 안녕한지 확인할 차례였다.
모두가 필명이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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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오늘이 만우절!
이는 야후! 미디어 e세상기자의 만우절 깜짝 속임수로 여겨진다.
순간이나마 이에 깜짝 놀랐으니
앞으로 '1년간 블로그 행복'은 보장된 셈이다.

여러분들은 어떤 속임수를 당했나요?

만우절 관련글: 속이고 속아야 1년이 행복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3. 28. 15:53

지난 3월 초 리투아니아의 "카쥬코 민속 장날"에 사서
꽃병에 담아놓은 버들강아지가 막 잎을 피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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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자 위에 놓인 이 버들강아지를 보자
봄철 냇가에 자라는 통통한 버들강아지를 따서
주머니에 넣고 껌처럼 씹던 한국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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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어로 이 버들강아지는 카를클라스(karklas)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새끼고양이이라 부른다.
바로 고양이 "kate"와 버들강아지 "karklas"에서
새끼고양이 "kačiukas"가 유래되었다.

"우와, 동서양이 만나니 강아지와 고양이가 같네!"

추억의 버들강아지
봄날 고향의 냇가가 몹시 그리워지는 토요일이다.
모두 주말 잘 보내세요~~~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3. 24. 12:18

아이를 키우다보면 때론 힘들지만
때론 그 힘듦을 상쇄시키는 장면들이 뜻하지 않게 나타난다.

지금은 초등학생이 되어버린 딸아이가
만 4살 때 동전을 가지고 놀면서 말한다.

"아빠, 내 눈엔 돈 밖에 안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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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3. 2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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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WBC 결승전 한국과 일본 경기 실시간 중계를 볼 수 있는 사이트를 찾았습니다.

꼭 우승하기를 기원합니다. 즐감하세요.

http://ko.justin.tv/sportswii1x (유럽에서 시청하고 있는 데 간혹 끊어지고 있음)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3. 22. 13:17

관련글: 여기서 WBC 결승전 실시간 중계 볼 수 있음

유럽에 살고 있어서 지금까지 전국민적인 관심을 가지는 경기는 방송사의 저작권 미확보 등으로 인터넷 실시간 중계 방송을 시청하지 못하지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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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국과 베네수엘라의 WBC 준결승전도 볼 수 없음을 아쉬워하면서 문자중계라도 봐야지 하고 미디어다음 문자중계 사이트로 들어왔다. 이 문자중계는 실시간으로 보는 호흡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지만, 보고 듣고하는 것에는 비교할 수가 없다.

보통 응원댓글에 나오는 실시간 중계 사이트는 낚시글이 많아서 아예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은 어떤 분 아주 진지하게 쓴 글이라 한번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들어가보왔다. 들어가길 잘 했다. 스페인어로 한국과 베네주엘라 경기를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다.
http://tvsports.synthasi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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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올리는 순간 한국은 10대 2로 앞서고 있다. 모처럼 이렇게 실시간으로 경기를 시청하는 들뜬 기분에 쏟아지는 잠도 달아나버리고 지금 날밤을 새우고 있다. 아무쪼록 결승진출뿐만 아니라 결승전에서 우승하기를 기대하고 성원한다.

"야구가 공용어입니다"라는 전광판 글자가 눈에 띈다. 이렇게 인터넷으로 시청을 하는 동안 오른쪽 대화창에는 수많은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들 대화 글 중 많은 글들이 "야구가 공용어입니다"라는 문구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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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글: 여기서 WBC 결승전 실시간 중계 볼 수 있음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3. 20. 10:32

최근 메일함을 열어보니 한 리투아니아 친구로부터
흥미로운 파워포인트 파일 하나를 받았다.

제목이 "러시아 고속도로"이다.
도대체 러시아 연방 고속도로가 어떠하기에 이렇게 보냈나 궁금해졌다.
한 장 한 장 넘겨보았다.

이 파일은 바로
모스크바에서 시베리아 야쿠츠크에 이르는
연방 고속도로의 풍경을 담고 있다.
아직 아스팔트로 되어 있지 않은 이 고속도로는
비가 오면 진흙탕길이 되어 마비되기 일쑤라 한다.

이 사진들을 보면서
폴란드 바르샤바에 사는 한 친구가 떠올랐다.

그는 "정년퇴임 후 유럽 대륙 끝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한반도까지 자동차 여행을 하자"고
종종 꿈같은 제안을 하곤 한다.

아무래도 이 꿈은
너무나 원대해서 이루기가 힘들 것 같다.
이 사진 속 진흙탕길만 보지 않았어도
무지개 꿈은 계속 되었을 텐데......

더 많은 사진을 보려면 여기를 방문하세요.
http://www.boreme.com/boreme/funny-2006/russian-highway-p1.php
http://www.ssqq.com/ARCHIVE/vinlin27c.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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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3. 19. 15:29

조금 전 까르르님의 글(고대녀 "MB 불도저 엔진을 꺼버려야")을 읽으면서 옛 일이 생각났다.
우선 위의 글은 지난 해 촛불집회 때 적극적인 참여로 많은 관심을 모은
한 고려대학교 여대생을 인터뷰한 글이다.

이 글을 읽으니 성균관대학교에 다니던
용기 있는 한 여대생 얼굴이 떠올랐다.

81학번으로 서울에서 대학 다닐 때
2-3년간은 신군부의 강압정치로 거의 죽어지내야 했다.
하지만 대학교 4학년 때 학생회관 대강당에서
처음으로 '광주학살만행' 비디오를 보고
울분을 참지 못한 적이 있었다.

이어 최루탄을 맞으면서 여러 번 교내 시위에 참가했다.
경찰의 원천봉쇄로 교외로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좀 늦은 감은 있었지만, 그제서야 사회와 정치 문제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학 졸업과 대학원 진학 등으로 이는 오래 가지 못했다.

신군부에 의한 광주학살만행이 세상에 점점 드러나기 시작한 무렵
12대 국회의원 선거가 1985년 2월 12일 이었다.
당시 이민우 신민당 총재가 바람을 일으키고 있던
'정치 1번지' 종로구의 어느 유세전에 가보았다.

운동장을 꽉 메운 아저씨들 틈 사이로
가냘픈 한 여대생이 가방 속에
광주학살만행을 규탄하는 유인물을 꺼내 돌리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건장한 남자들이
그녀를 낚아채듯이 하고 사람들 사이로 빠져나갔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지만
그녀의 얼굴은 4년 전 어느 모임에서 여러 차례 본
성균관대학교에 다니는 학번이 같은 여대생임을 직감적으로 알아보았다.

4년의 공백 속에
그녀는 용기 있는 열사가 되어 있었고,
내 자신은 그저 유세의 소심한 구경꾼이 되어 있었다.
그날 집으로 되돌아오는 발걸음이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었고,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당시는 대학가 복사집에도 사복경찰이 기웃거렸다.
혹시나 금서나 불온서적을 복사하지는 않냐해서이다.

잡혀가는 그녀를 향해 주변 사람들 중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아니 바로 자기 옆에 있는 사람이 사복경찰일 것이라는
두려움이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당시 '성대녀'의 용기는 오래도록 내 가슴에 머물렀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고대녀'와 '성대녀'의 용기에 고개 숙이고
이들의 행복을 기원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3. 1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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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생활 20년 변한 것 하나" 글에서
차에다 설탕을 타 먹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다면 변하지 않는 것 하나는 무엇일까?
부끄럽지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바로 소리 내서 음식을 먹는 것이다.

유럽은 비교적 찬 음식이 많다.
반면 한국은 금방 한 따끈한 밥과 팔팔 끊고 있는 국을 즐겨 먹는다.
찬 음식은 입안에 넣어 입을 닫고 오물오물 큰 소리 내지 않고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뜨거운 음식은 그렇게 쉽게 먹을 수가 없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입을 열고 밥을 먹게 된다. 

더욱이 면 종류를 먹을 때 소리 내지 않고 먹기란 정말 힘 든다.
뜨거운 라면을 입안으로 후루룩하면서 먹은 그 맛을
우리 식구 중 누가 알랴?

그래서 한국인들이 모인 자리에 밥을 먹을 때가 가장 편하다.
바로 소리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밥을 먹을 수가 있으니까.

식구가 네 명인 우리 집은 모두가 함께 밥을 먹는 경우가 흔치 않다.
이유 중 하나는 모두가 식성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각자 해결한다.

함께 먹는 날이다 보면 가끔 불상사가 일어난다.
조심스럽게 밥을 먹다가 군기가 빠지면
입은 옛 버릇을 찾아 쩝쩝 소리를 낸다.

생각건대 그렇게 큰 소리는 아닌데
낮은 소리에도 아주 민감한 다른 식구들은
이내 내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기분 좋은 날은 모두 ㅎㅎㅎ로 넘긴다.
하지만 어느 한 쪽이 저기압이면 일은 터지고 만다.

"함께 산다는 것이 뭐야?! 서로 이해하면서 살아야지.
뭐, 소리 좀 내서 먹는 것이 그렇게 거슬려?!"

"여기 살고 있으니, 여기 사람들처럼 먹으면 안 돼?!
20년을 살았으면 좀 바꿔야 되는 것 아니야?!"

이렇게 한바탕하고 나면 밥을 들고
부엌에서 컴퓨터 앞으로 자리이동을 해서
혼자 꾸역꾸역 밥을 먹는다.

유럽인 배우자와 함께 살려면 이런 일 좀은 견더야지......  
(다른 분들도 비슷하죠? 아니면 나만 그런가......)

딸아이 요가일래가 하는 말이 떠오른다.
"아빠, 나 따라 해봐라 요렇게! 그러면 조용히 먹을 수 있지롱."

관련글:
            유럽생활 20년 변한 것 하나
            유럽에도 술 따르는 법이 있다
            생일이 3개인 아빠에게 준 딸의 선물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3. 16. 13:41

최근 몇몇 리투아니아 현지 친구들로부터 경제위기에 처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초등학교 2학년 아들과 살고 있는 욜리타의 경우이다. 보험회사에 경리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리투아니아 전국에 직원 600명, 수도 빌뉴스에 200명이 근무하고 있다. 경제위기로 월급이 30%나 삭감되었다. 저축은 꿈도 꾸지 못하고, 겨우 버티면서 살아가고 있다. 울상이다. 이 회사는 일단 대량해고 대신 부분적 해고와 30% 월급 삭감으로 경제위기와 불황을 헤쳐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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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친구 라무나스는 리투아니아 제2의 수도 카우나스 영림소에서 노조위원장을 맡아 일하고 있다. 아내와 딸이 셋인 가장이다. 이 영림소는 목재를 팔아서 부수입을 올리고, 이를 직원들에게 나눠 지급하고 있다. 이것이 보통 월급의 35%에 해당된다. 하지만 경제위기로 목재판매가 거의 전무한 상태라서 결과적으로 월급이 35%나 삭감된 셈이다. 여기에도 기본월급이 5% 삭감되었다. 경제위기 전 이 영림소의 평균월급은 4000리타스(22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2700리타스(149만원)이다. 

한편 음악학교 교사인 비다의 경우는 정부부문 월급 10% 삭감을 추진하고 있지만, 다행히 아직까지 이이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오는 후반기에 음악학교 등 특별학교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어 오히려 더욱 불안하다.
 
초유스의 경우는 1년 전만 해도 한국 돈 1000원이 리투아니아 돈으로 2.4리타스, 즉 1리타스가 417원했는데, 현재 550원이다. 리투아니아 화폐 리타스에 대비한 원화가치 대폭락으로 고생하고 있다.

인구가 340만명인 리투아니아에는 3월 6일 현재 18만명이 일자리를 찾고 있다. 오고 있는 봄이 날씨뿐만 아니라 가정과 나라, 세계 경제에 따뜻한 바람을 불어 넣어주기를 간곡히 바란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3. 11. 16:12

사람 사는 곳에 법이 없을 리가 없다.
유럽에서 살면서 술 마실 때
특히 나이 차이가 많은 윗사람이나 아랫사람과 마실 때
특별한 격식이 없어 아주 편하다.

이곳에서 가끔 한국인이 모이면
여전히 나이 어린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술을 마시는 것을 본다.
그리고 연장자에게 술을 따를 때 예의를 갖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제 집안일로 만난 리투아니아인 처남 식구들과 간단한 술자리가 마련되었다.
여자들은 포도주를 마시고, 남자들은 보드카를 마셨다.

대개 여럿이 술 마시는 자리에선 혼자 마시지 않는다.
비록 자기 앞에 잔이 채워진 술이 유혹하더라도 다 같이 마시는 순간을 기다려야 한다.
정 마시고 싶으면, "자, 건강을 위해여!"라고 한 마디 하면서 옆사람들도 같이 마시도록 한다.  
건배할 때는 반드시 상대방의 눈을 마주 본다.

어제 술 자리에서 그 동안 간과한 것을 하나 더 알게 되었다.
바로 유럽에는 없을 같은 술 따르는 법이었다.

무심코 보드카 병을 오른손으로 잡고
오른쪽에 위치한 처남의 술잔을 채우려고 할 때 손바닥이 위로 향했다.
이때 주위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말라고 제지했다.  

왜 일까?

술 따를 때 병을 잡은 손의 바닥이 위로 향하면
상대방에 대해 "적의나 악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반드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우정"을 가지고
술 따른다면 이때 병을 잡은 손의 등이 위로 향해야 한다.

보통 한국에서도 손등을 위로 하고 술을 따르지만
종종 손바닥을 위로 하고 소주를 따른 기억이 떠올랐다.
 
이 술 따르기가 "적의"와 "우정"을 갈라놓는 중요한 순간임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유럽 리투아니아 여행자는 건배할 때 상대방 눈을 보는 것과 함께
이를 유의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 이렇게 손바닥을 위로 하고 술을 따르면 상대방에게 악감정이 있음을 나타낸다.

        ▲ 우정으로 술을 따른다면 이렇게 손등이 위로 향한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3. 10. 17:14

초유스는 1990년 6월 그때만 해도 러시아 상공으로 유럽으로 올 수 없었기 때문에 서울에서 출발해 토쿄, 알래스카, 파리를 거쳐 오스트리아 비인에서 첫 유럽여행을 시작했다. 당시 한 3년을 국제어 에스페란토를 통해 유럽을 시작으로 세계여행을 계획했다.

이 세계여행 계획은 우연한 기회에 헝가리 부다페스트 엘테대학교에서 에스페란토를 학문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함으로써 궤도수정을 해야 했다. 이렇게 여행에서 시작해 유럽에 생활하게 된 지가 내년이면 만 20년을 맞는다. 물론 중간에 한 3년 한국에서 일을 한 적도 있었다.

오늘 아침 차를 마시면서 "유럽생활 20년에 변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화두가 떠올랐다. 유럽 사람들도 차를 자주 마신다. 처음 몇 년은 차를 마실 때마다 친구들은 아주 감탄했다.

왜 일까?

간단하다. 차 마실 때에 설탕을 넣지 않기 때문이었다. 여기 사람들은 대부분 차를 마실 때 설탕을 넣는다. 건강에 좋지 않다라는 설탕을 차에 넣지 않는 습관에 이들은 감탄을 마지 않았다. 좀 과장한다면 한국사람들의 건강관을 유럽에 전파하는 부소득까지 얻게 된 셈이었다.

초기 몇 년은 여행자의 신분이라 차를 준비하면 친구들이 설탕을 넣을까 말까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다보니 친구들은 묻는 것을 잊어버린 것인지 아니면 현지인으로 생각했는지 자기들 차처럼 차를 준비했다. 즉 설탕을 넣은 차이다.

준비한 차를 "설탕없이 다시!"라고 외칠 수는 없었다. 이렇게 20년을 살다보니 어느 새 혀는 차의 단맛에 익숙해저버렸다.

가급적 차에는 설탕을 넣지 않기로 다짐해 보지만 오늘 아침 차에도 어김없이 차숟가락은 설탕통을 향했다. 이것이 유럽생활에서 변한 가장 두드러진 식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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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사시는 다른 분들은 어때요?
설탕 차? 아니면 여전히 무설탕 차?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3. 9. 09:40

어제 일요일 온 가족이 모인 저녁 무렵이었다. 낮에 시내 행사장에 갔다 오느라 하지 못한 컴퓨터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꾸 딸아이 요가일래가 같이 놀기를 종용했다. 한 차례 놀았지만 성이 차지 않았는지 잠시 후 다시 놀기를 청했다.

"조금 전에 놀았으니 나중에 놀자! 알았지?"
"아빠,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지?! 여성의 날이니까, 내가 원하는 대로 해야지!"
"그래, 여성의 날이다. 네가 원하는 대로 놀자!"

3월 8일은 국제 여성의 날이다. 특히 이 날은 꽃장수들이 대목을 맞는 날이다. 며칠 전부터 딸아이는 여성의 날을 기대했다. 다른 특별한 것은 없고, 꽃선물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요일 아침, 꽃가게가 집 근처에 있어 얼른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후에 밖에 나가는 길 꽃을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늦은 아침에 일어난 우리 집 여성 셋은 시무룩한 것 같았다. 꼭 이렇게 날짜를 정해 꽃선물을 주고받아야 하는가라는 반감도 들었다.

딸아이 요가일래는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아빠가 오늘 중으로 꽃 선물 안하면 엉덩이를 때릴 꺼야......"
엄마가 옆에서 거들었다.
"꽃선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안에서 여성을 생각하는 마음이 우러나와야지......"

시내 중심가 행사장에 가니 거의 대부분 여성들의 손에는 튜립꽃등이 있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여기저기 간이 꽃가게들이 눈에 들어왔다. 꽃을 살까말까 망설였다. "꽃선물을 하라고 해서 받는 꽃은 가치가 없다"라는 핀잔을 이미 들었고, 또한 산책 중이라 사지 않았다. 두 서너 시간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길에 혼자 꽃가게로 행했다.

시내에서 여성들의 손에 든 꽃들은 벌써 힘없이 시들어버린 것 같아 안쓰러웠다. 평소 꺾인 꽃을 선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곧 시들 꽃을 사고 싶지가 않다. 꽃가게에서 무엇을 살까 고민하다가 결국 꺾인 꽃 말고 꽃화분을 세 개 샀다. 아직 꽃이 피지는 않았지만, 꽃망울이 돋아나기 시작한 꽃을 샀다. 집으로 돌아와 여성 세 분을 일렬로 세우고 신사답게 화분 꽃을 선물했다.

"아빠, 엉덩이 대신 볼 주세요!"라고 딸아이는 입맞춤을 기쁘게 했다.
 
그리고 이날 남은 시간 내내 여성들에게 고분고분한 남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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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분 꽃을 선물 받은 요가일래 — "여성의 날이니까, 내가 원하는 대로 해야지!"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3. 8. 16:15

칼라TV와 비디오 플레이어가 널리 보급되면 극장이 사라질 것이다. 인터넷과 전자우편이 널리 보급되면 일반우편이 사라질 것이다. 컴퓨터 문서가 널리 보급되면 종이가 사라질 것이다. 한 때 이런 극단적인 예측도 없지 않았지만, 실상은 그러하지 않고 있다. 물론 차이는 있지만, 여전히 극장, 일반우편, 종이가는 건재하고 있다.

우리집 우체통에 들어오는 것은 공과금 고지서, 전화요금 고지서, 구독 정기간행물, 구독 신문, 광고지 등이 대부분이다. 편지나 엽서는 정말 가뭄에 콩 나듯이 받는다. 전자우편 사용 덕분이다. 하지만 오늘 아침 우체통을 열어보니 엽서 두 장이 있었다. 누가 엽서를 보냈지는 궁금했다. 혹시 엽서용지에 쓴 광고일까? 아니면 우체국 소인이 찍힌 진짜 우편엽서일까?

발간 색 엽서의 뒷면을 보니 틀림 없는 우편엽서였다. 3월 3일자 우체국 소인이 찍여있고, 우표 대신 요금을 일괄 지불했다는 소인이 찍어 있었다. 그렇다면 누가 보냈을까? 아는 사람은 아니였다. 그렇다면? 엽서 앞면을 보니 리투아니아어로 Urvinis Zmogus (동굴 생활하는 사람, 선사 시대의 혈거인 穴居人)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그리고 제일 밑에는 작은 글씨로 www.urbiniszmogus.lt/ 인터넷 누리집 주소가 표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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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서 이 누리집을 방문해보니 혈거인 연극 공연을 소개하고 있었다. 요즈음 같은 인터넷 시대에 홈페이지 광고를 이렇게 옛날 방식대로 우편엽서를 이용한 것이 아주 특이했다. 그리고 적어도 우리 집 경우엔 이 광고법이 스팸메일 형태로 온 것보다는 훨씬 효과적으로 나타났다. 딸아이가 예쁘다면서 벽에 붙여놓기를 제안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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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3. 8. 16:14

리나는 올해 스물여섯 살이다. 열 여섯 살에 학교친구인 동갑내기와 결혼했다. 여덟 살인 아들과 여섯 살인 딸을 두고 있다. 날씬한 몸매를 가졌으나, 둘째아이를 낳은 후 몸이 붓기 시작해 얼마 전엔 100kg이나 나갔다. 그녀는 다혈질이고 통솔력이 있지만 때론 여린 마음을 가졌다. 요리하고 살림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남편과 같이 헌옷장사를 한다. 남편은 우직하고 힘이 좋다. 그는 아내가 시키는 일이면 비록 투덜대면서도 무엇이든 다 한다.

이들은 지지난 해에 허름한 목조가옥을 구입해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알뜰히 살아온 덕분에 이번 가을에 주택의 외부수리까지 마쳤다. 낡은 목조가옥이 캐나다형 플라스틱 가옥으로 변했다. 이젠 인근에서도 아름다운 집으로 알려져 있고, 시가는 산 가격보다 2배나 올랐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온 리나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심한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줄지 않던 몸무게도 20kg이나 줄었다. 바로 착한 남편의 외도 때문이다. 그녀는 월요일 아침 일찍 찾아 왔다. 늘 힘들고 울상인 얼굴을 했는데 이날은 왠지 얼굴에 생기마저 감돌았다. 그러면서 대뜸 한다는 소리가 "이젠 사랑은 없다"는 것이었다. 비록 웃으며 하는 말이었지만, 그녀의 말은 절규하는 것처럼 들렸다.

남편의 갑작스런 외도

남편은 3년 전 한 유부녀와 정을 통해 한바탕 큰 소란을 피운 적이 있었다. 그녀는 한때 리나와 가장 친했던 사이였다. 그 후 남편은 한눈 팔지 않고 함께 단독주택을 구입했고 직접 자기 손으로 수리까지 말끔히 마쳤다. 하지만 겉으로는 화목하게 가정을 돌보면서도 지난 몇 개월 동안 옛정에 못 이겨 다시 그 여자친구와 바람을 피웠다. 그것도 여러 차례나(참고로 리투아니아에는 간통죄가 없다).

그녀는 이런 남편을 매번 사랑으로 용서하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남편의 결심은 작심삼일이었다. 이날도 남편은 아침 일찍 "이젠 정말 헤어지자. 아이들 양육비로 그동안 함께 모은 재산을 다 남겨둔다" 하고는 홀연히 떠나 버렸다. 기가 막힐 일이었다. 그녀는 또 한 번 배신의 쓴 잔을 마셨다.

지난 번 "정말 마지막이다" 하면서 문을 박차고 나간 남편은 맥없이 돌아와 무릎을 꿇고 눈물로 용서를 빌었다. 그리고 다시 화해한 지난 금요일, 그는 값비싼 강아지 한 마리를 사왔다. 마치 계획이라도 한 듯이 남편은 이 강아지를 아이들에게 남겨두고 월요일에 완전히 집을 떠났다. 그녀는 어쩔 수 없는 그들 둘의 사랑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체념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곤 아이들과 홀로 살 궁리를 했다. 그래서 이날 그녀의 표정이 그토록 홀가분했던 것이다.

검은 벤츠차의 그 남자는 누구?

수요일에 열리는 장날, 그녀는 쏟아지려 하는 눈물을 억지로 참으면서 혼자 차에 헌옷을 싣고 판매대를 설치해 옷을 팔았다. 짬짬이 "언젠가 나에게도 검은 벤츠차를 타고 찾아오는 남자가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해 보기도 했다. 그런데 장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니 뜰에 있어야 할 강아지가 없어졌다. 이웃 아이들이 귀띔했다. "몇 시간 전 검은 벤츠차를 타고 온 한 남자가 강아지를 부르더니 차에 싣고 갔어요."

그녀가 때때로 자기위안을 위해 상상하곤 했던 바로 그 '검은 벤츠차의 남자'가, 하필 남편이 자기 몸처럼 애지중지하던 그 강아지를 몰래 가져갔다니…. 그녀는 '여자의 묘한 예감이라는 게 참으로 특이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그 시간, 남편은 곧 다시 무릎 꿇고 돌아와 아이들 방에서 자고 있었다. 그는 "다시 집 나가면 차고에 목을 매달겠다!"는 극단적인 서약까지 했다.

리나의 긍정적인 포용

"이젠 사랑은 없다"고 외치던 리나는 또다시 남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번엔 사랑보다는 아이들 때문에. 주위 사람들도 처음에는 남편의 외도와 그녀의 나약함을 싸잡아 비난하였지만, 이젠 그것조차 시들해져 버렸다. 역시 그녀는 외로움에 약한 사람, 막내딸로 자란 탓에 늘 누군가 옆에서 보살펴 주어야 살 수 있는 사람, 집안일에 남편을 병졸처럼 부리지만 막상 그가 눈물을 보이면 한없이 약해지고 마는 아내, 아이들을 생각해 몇 번씩이나 약속을 어긴 남편을 받아들이는 모성애 강한 엄마다.

리투아니아에선 이처럼, 얼마 동안 마음고생이야 있겠지만 "사계절의 변화가 있듯이 부부간 사랑 또한 변화가 없겠는가?"라며 이를 긍정하고 새로운 삶을 위한 계기로 삼는 사람들이 많다. 장단점이야 있겠지만, 한 편으론 마치 과거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고뇌 가득한 풍경을 보는 것 같은 묘한 느낌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판단은 섣부른 일. 리나와 그녀의 남편이 앞으로 어떤 결실을 맺게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니까. 일단 긍정적으로 남편의 과오를 포용한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3. 6. 16:49

어제 우연히 웹검색을 하다가 미국의 직업별 평균 연봉을 알려주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이 사이트는 http://www.simplyhired.com이다. 순간적으로 호기심이 발동했다.

직업명에 blogger가 올라가 있을까? 있다면 미국 블로거의 평균 연봉이 얼마나 될까?

직업명에 blogger를 쳐보았다. 결과는 올라가 있고, 미국 블로거의 평균 연봉이 32,000달러(현재 환율로 5천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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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별로 어떻게 연봉이 다를까도 궁금해졌다. 뉴욕 블로거의 평균 연봉은 37,000달러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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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블로거의 평균 연봉은 35,00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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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로스엔젤레스 블로거의 평균 연봉은 27,000달러 뉴욕에 비해 1만달러나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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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뭏든 이 정도의 수입을 올리는 미국의 블로거들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3. 6. 15:31

일전에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살고 있는 친구의 ipernity 블로그에 가니 "콤에서 신의 기적"이라는 제목이 달린 영상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콤(Qom)은 테헤란으로부터 남동쪽에 위치있다. 인구가 1백여만명이리고, 이란의 최대 종교도시이다.

내용은 바로 한 이슬람 성직자가 두 손을 다 놓고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 도로를 달리는 것이었다. 정말 제목의 "신의 기적"처럼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언젠가 리투아니아 바이크쇼에서 프로바이크족이 두 손을 놓고 오토바이를 타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이는 아무런 장애물이 없는 넓은 광장이었고, 이 이란의 성직자는 양 옆으로 차들이 다니는 붐비는 거리였다.

어린 시절 동네 어귀에서 자전거를 탔을 때 두 손 놓고 자전거를 타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럽고 신기해 보였다. 자전거가 아니라 오토바이를 두 손 놓고 타는 성직자가 더욱 돋보인다.



* 최근글:
<유럽의 중앙, 리투아니아> 책이 곧 나옵니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3. 4. 14:11

오늘 폴란드에 사는 친구로부터 메일 하나를 받았다.
열어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바로 그가 지은 주택의 방 하나를
내 이름을 지었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방문 위에 참나무로 만든 "대석방" 현판 사진을 보내왔다.
그가 글씨를 쓰고 전문으로 조각하는 사람에게 맡겨서 만들었다고 한다.

아, 이렇게 유럽에서 내 이름을 걸린 현판을 보게 되다니......

1991년부터 알게 지내는 폴란드 친구가 친구를 잊지 않고
현판까지 붙여서 언제라로 환영한다고 하니
"좋은 친구는 정말 보배로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친구"로 기억될까?
 오늘따라 좋은 친구가 되도록 매사에 노력할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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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3. 3. 14:55

동유럽에서 20여년을 살면서 가장 먹고 싶은 과일 중 하나가 '밤'이었다. 어릴 적 시골 마을에는 약 100호 정도가 약 100호가 살았다. 하지만 밤나무가 자라는 집은 두 집밖에 없었다. 우리 집에는 두 그루가 살았고, 바로 앞집에는 한 그루가 자랐다. 초가을부터 이 밤 덕분에 친구들이 자주 어울리게 되었다.

갓 익어가는 생밤의 겉껍질은 벗기기는 쉽고, 속껍질은 수고를 들어야 한다. 하지만 오래 씹을수록 달콤한 맛이 나서 늘 그 밤맛이 그리웠다. 겨울철 사랑방 화롯불에 밤을 구워 먹은 일은 늘 추억 속에 그대로 남아있다.

몇 해 전 큰 상점에서 프랑스산 밤을 산 적이 있었다. 당시 1kg에 15리타스(약 8천원)했고, 거의 반도 먹지 못하고 버려야 했다. 돈 버리고, 입맛 버리고 해서 더 이상 밤을 사지 않기로 해다. 하지만 난데없이 며칠 전 아내가 약간의 밤을 사가지고 왔다. 크기를 보니 어린 시절 먹던 밤과 비슷했다.

"당신이 어떻게 밤을 다 사가지고 와?"
"보니까 싸서 한 번 사봤지."

"1kg에 얼마?"
"6리타스(3천원)!"

"정말 싸다. 옛날의 반값도 안 되네!"
"먹어보고 맛이 좋으면 더 많이 삽시다!!!"

경제 불황 덕분에 값이 내려 이렇게 밤을 사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씁쓸하지만 순간 웃음이 나왔다. 우선 생밤을 먹으니 옛날 샀던 프랑스 밤과는 달랐다. 생기가 살아있었다. 삶아서 먹으니 한국에서 먹던 밤맛 그대로였다.

딸아이 요가일래가 밤을 먹더니 말을 꺼낸다.

"아빠, 이 밤과 저녁이 되면 오는 밤이 똑 같다."
"하지만 발음의 길이가 다르지."

"아빠, 한국말은 정말 재미 있다. 봐, 먹는 배도 배고, 물에 타는 배도 배고, 사람 몸에 있는 배도 배다. 배, 배, 배 세 개가 다 똑 같네. 리투아니아말은 세 개 다 다르다."

밤을 맛있게 먹고 다시 상점에 가서 밤을 사기로 했다. 원산지가 중국이었다. 하도 사방에서 중국 농산물이 위험스럽다고 하니 좀 머뭇거렸다. 하지만 어린 시절 밤나무에 농약을 칠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 일단 안심하고 한 봉지 가득 사가지고 왔다. 리투아니아 친구들이 오면 이 밤맛을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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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2. 24. 07:38

일전에 청소년도 볼 수 있는 에로틱 컴퓨터 합성사진 작품으로 화제를 모우고 있는 리투아니아인 밀레나 마르찐케비츄테(Milena Marcinkevičiūtė, 1982년생)을 소개했다. 그녀는 합성사진 뿐만 아니라 그림에서도 큰 호평을 받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허락을 얻어 합성사진과 고양이 그림을 "초유스의 동유럽" 블로그에 게재했다.

화면캡쳐나 출처를 명확히 밝힌 사진을 글에 그냥 넣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굳이 수고를 들어 화가에게 편지를 보내 허락을 얻고자 한 것은 저작권 문제도 있었지만, 화가에게 한국과 한국어의 존재, 그리고 한국 인터넷의 위상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화가는 선뜻 허락해주었고, 또한 자신의 작품이 미지의 나라 한국에서 소개된 것에 기뻐했다. 그리고 한국어에 대해 묻는 등 한국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최근 그녀는 한국 누리꾼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또 다른 작품들을 알려주었다. 아래 그림들이다.

이렇게 블로그가 유명화가와 한국을 잇는 가교를 만들어준 것에 만족하면서 앞으로도 "초유스의 동유럽" 블로그를 통해 한국에 알려져 있지 않은 리투아니아 예술인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밀레나(Milena)의 누리집 http://www.milena.lt에서 더 많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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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2. 19. 07:36

오늘 낮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중심가에 있는 로투쉐 광장으로 가보았다. 다가오는 주말에 열리는 바로크 얼음건물 축제 취재 때문이었다. 주말에 선보이기 위해 지금 한창 얼음으로 모형물을 짓고 있다. 전기톱이 내는 굉음소리가 귀에 거슬렸지만 곧 아름다운 얼음건물의 완성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견딜 만했다.

총 얼음 200톤으로 5-7m 높이로 빌뉴스에서 현존하는 7개 바로크 건물의 축소모형물을 만들고 있다. 조각가들이 여기저기서 얼음을 자르고, 옮기고, 쌓고 있었다. 한 곳에 열심히 일하고 있는 얼굴이 서로 닮은 듯한 세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촬영하면서 인터뷰를 했다. 아직도 (영원히?) 초유스는 리투아니아어를 모국어처럼 말하지 못한다. 그래서 종종 첫 질문을 한 두 차례 더 한다. 상대방도 일단 경계를 한다. 어쩌면 낯선 사람으로부터 리투아니아어를 전혀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들리는 언어가 리투아니아어가 아니고 제3의 언어로 쉽게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몇 마디 주고 받다보면 낯선 사람이 상대방의 모국어를 할 줄 아는 것 때문에 의사소통이 더 친숙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인터뷰하자 다른 사람이 다가왔다. 그는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말했다. 빌뉴스 길거리를 거닐 때 가끔 지나가는 아이들이 "곤니찌와" 혹은 "니하우마"라고 자기들끼리 말하는 것을 듣는다. 하지만 이렇게 분명한 한국말 인사를 처음으로 듣게 되다니 아주 반가웠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초유스를 알아보는 것 같았다.
"빌뉴스에 사는 한국인이고, 아내가 리투아니아인이고, 딸이 있고......"
처음 만난 사람이 이렇게 알아볼 때는 난감함과 궁금증이 교차한다.
어떻게?!

그의 이름은 케스투티스이고,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다. 전공은 물어보지 않았지만 조각인 듯하다.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 중 한국인 대학생들이 여러 있다. 그들로부터 한국말을 배웠고, 한국에도 3주간 다녀왔다. 그 한국 대학생들이 블로그를 통해 리투아니아 소식을 전하는 초유스를 알게 되었고, 그 사실을 리투아니아인 친구에게 알려주었다.

이렇게 케스투티스는 초유스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블로그의 위력을 새삼스럽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런 연결고리 덕분에 인터뷰는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헤어질 때 리투아니아어로 "sekmes! viso gero!"라고 말하자, 케스투티스는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라고 다시 또렷한 한국말로 답했다.

집으로 돌아올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들은 바로 케스투티스 주위에 있는 한국인 대학생들이었다. 독일에서 케스투티스에게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한국말까지 가르쳐준 그들이 고맙고 자랑스럽다. 케스투티스를 통해 그들이 민간 외교관으로서 좋은 역할을 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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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음 덩어리를 들고 있는 사람이 바로 케스투티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2. 6. 17:47

아침 커피를 마시면서 신문을 읽던 아내가 리투아니아 농담 하나를 소개해 준다.

사업을 하는 두 친구가 있다.
한 친구는 직원들이 출근을 제때 하지 않아 고생하고 있고,
다른 친구는 직원들이 출근을 잘 해 늘 부러워 하고 있다.

"너 회사 직원들은 어떻게 그렇게 모두 칼같이 출근을 잘 하니?"

"ㅎㅎㅎ, 간단해. 직원이 30명인데, 주차장 자리는 20개이지."

이처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는 시내중심가뿐만 아니라 주택가 주차문제로 골머리로 앓고 있다. 빌뉴스 인구는 58만명이고, 자동차수는 35만대이다. 이는 인구 2명당 차 1대꼴이다.

           ▼ 주차공간 부족으로 풀밭 불법 주차된 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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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2. 4. 19:16

지난 금요일부터 다시 혹한이 시작되었다. 매일 밤 온도는 영하 18도경, 낮 온도는 영하 12도경이었다. 그래도 날씨는 오늘이 입춘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 아침에 일어나 온도계를 보니 영하 8도였다.

그리고 밤새 하얀 눈이 내렸다. 어느 때처럼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를 학교로 데러다주었다.

"추워도 하얀 눈이 있으니 참 좋지?"
"아니. 걸어가는 데 미끄러워서 안 좋아!"

"하얀 눈이 있으니 세상이 더 밝아보이잖아!"
"맞지만, 겨울이 싫어. 아빠는 겨울이 좋아, 아니면 봄이 좋아?"

"봄이 좋아?"
"왜?"

"봄에는 꽃이 피니까."
"그래, 나도 봄이 좋아.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

입춘일 딸아이의 바램처럼 따뜻한 봄이 빨리 와서 언 땅과 불황의 늪을 녹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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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2. 2. 16:29

리투아니아 겨울이 싫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몹시 추운 날씨에 쉽게 방전이 되어버리는 밧데리 때문이다. 추운 날 자동차 시동이 걸리면 그보다 기분 좋은 일은 없다. 하지만 가끔 방전이 되어버린 밧데리로 아내와 실랑이를 벌린다.

어제 아침 일어나니 영하 15도였다. 엊그저게 차로 충분히 이동해서 그런지 좀 힘겹웠지만 차 시동이 걸려서 계획대로 일을 볼 수가 있었다. 그래서 다음날에도 별 일 없으리라 기대했다. 한편 날 풀리기를 간절히 바랬다.

결혼기념일인 2월 2일 오늘 아침 일어나니 영하 18도였다. 머리 속에는 결혼기념일보다는 밧데리가 먼저 떠올랐다. 엄마가 학교 직장에 가는 날엔 보통 초등학교 일학년 딸아이를 학교까지 데려다 준다.

아침 7시 30분 아직 어둠이 다 가시지 않고 있다. 눈과 얼음으로 덮힌 인도를 조심스럽게 빠른 걸음으로 학교로 딸아이와 갔다. 돌아오는 길엔 온통 밧데리 생각뿐이었다. 시동이 걸려야 할텐데......

아내의 시동걸기 요령
1. 히타를 꺼놓는다
2. 열 차례 예열을 시킨다 (시동 걸기전 키를 ON 위에 놓는다)
3. 마지막 예열시 1초간 전조등을 켰다가 끈다

학교로 향하기 전 아내는 위의 시동걸기 요령을 숙지시켰지만, 머리 속엔 "또 다시 밧데리 방전으로 고생을 해야 하나?" 생각만이 가득 찼다.

시동걸기 요령으로 해보았지만, 밧데리가 영하 18도를 견디지 못하고 방전되었는지 힘 없는 이잉 이잉 소리를 두 서너 차례냈다. "아, 이젠 25kg이나 나가는 밧데리를 3층에 있는 집까지 옮겨야 하나?"라고 생각하니 또 다시 마음이 무거워졌다.

오늘 같은 결혼기념일엔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밧데리가 좀 견뎌주면 안되네......
낑낑거리며 밧데리를 들고 집으로 올라오자 아내는 아침식사로 리투아니아식 아니면 한국식으로 먹을 것이냐고 물어온다.

밧데리로 시름한 기분으로 퉁명하게 "아직 안 먹겠다"고 답하고 말았다. 사실 이런 대답의 배경엔 밧데리에 대한 아내와 갈등이 있다. 이 밧데리는 2003년 구입한 것이다. 밧데리는 소모품이다. 지난 해에도 몇 차례 집에서 충전하다가 결국 새 밧데리를 구입하고자 가게에 갔다. 가게 주인이 밧데리를 점검하더니 이렇게 멀쩡한 밧데리인데 새 것으로 교체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아내는 새 것을 사지 않을 확실한 명분을 얻게 되었다. 올 겨울 초반 날씨가 따뜻해서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중반에는 브라질에서 여름을 보내게 되었다. 돌아온 최근 이렇게 영하 15도 내외 날씨가 지속되어 밧데리 방전으로 고생하고 있다. 아내는 곧 봄이 올텐데, 새 밧데리 구입하지 말고, 충전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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낑낑 거리며 차에서 집으로, 집에서 차로 옮겨야 하는 남편의 심정을 좀 헤아려주지......
하기야 새 것을 구입한다 해도 영하 20도 날씨에 방전되지 않으려는 법이 없으니......

밧데리로 영육이 고생해서 그런지 날씨 좋은 브라질이 다시 그리워지는 결혼기념일 아침이다.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2. 2. 07:55

지난 토요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사는 에스페란토 친구들이 우리 집에 모였다. 이 친구들은 매년 음력설에 중국식당이나 일본식당에서 모여 동양 음식을 먹으면서 설을 기념한다. 빌뉴스에는 아직 한국식당이 없다. 올해는 각자가 솜씨대로 동양적인 음식을 해가지고 와서 우리 집에서 기념하기로 했다. 더욱이 브라질 방문 때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양념으로 보기로 했다. 막상 초대를 했지만, 무슨 음식으로 대접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김밥을 만들기로 했다.

아침에 부지런히 김치를 담갔다. 김밥 만든 경험이 일천하지만, 정성껏 만들어보기로 했다. 재료는 당근, 달걀말이, 소시지, 게맛살이다. 자르고, 볶고 하는 등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모임 시작 시간인 저녁 여섯 시에도 아직 준비를 다하지 못했다. 김밥 만드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던 리투아니아 친구들이 배워보겠다고 한다.
 
잠시 동안 우리 집 부엌은 요리강습소로 둔갑한 듯했다. 드디어 큰 쟁반 가득히 담긴 김밥이 거실 식탁에 올려졌다. 이날은 모두 젓가락으로 먹기로 했다. 참가한 사람이 20명인데 하나 같이 모두 젓가락질을 잘 했다. 얼마 가지 않아서 김밥이 그만 동이 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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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국 김밥 정말 최고여~"라고 칭찬한 리투아니아 친구들은 술 한 잔 들어가자 김밥요리 초보자를 최고의 요리사로 아낌없이 둔갑시켜버렸다. 어쨌든 서툴지만, 리투아니아 친구들에게 한국음식 김밥을 알리게 되어서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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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글: 외국에서 살면서 존경받는 사람 되기 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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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1. 31. 01:47

어제 낮 웬 남자가 전화해서 대뜸 아내 이름을 부르면서 통화가능한 지를 물었다. 순간 기분이 좀 상했지만 학교 수업하러 가서 없다고 했다. 오늘 아침 아내는 낯선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한 참을 듣더니 항변하기 시작했다. 요즈음 아파트 주위에 주차 공간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경찰서 출두 명령을 받았고, 벌금을 내야 한다면서 분노 섞인 울상이었다.

지난 주 낮에 외출했다가 돌아오면서 아파트 주위에 주차할 곳이 없었다. 그래서 마당 내 인도와 풀밭 사이에 차를 주차했다. 늘 이렇게 주차해 있는 차들이 많아 대서럽지 않게 여기고 주차했다. 주위에 공사현장과 사무실이 많아 낮에는 늘 심각한 주차난 때문에 사람들이 이렇게 암묵적으로 주차하고 있다.

누군가 이렇게 주차한 우리 자동차를 사진 찍어 불법주차 신고를 했다고 경찰이 말했다. 그래서 경찰서에 와서 조서에 서명하고 벌금내야 한다고 했다. 리투아니아에서 불법주차하면 벌금은 2만5천원-10만원이다.

하필이면 왜 그날 그렇게 주차했을까? 그렇게 많은 차들 중 우리 차를 찍었을까? 뻔히 주위의 주차 사정을 알고 있을 텐데 왜 경찰이 접수하고 법집행을 하려할까? 그래, 법을 어겼으니 벌금을 내야지...... 하지만 지금도 창문 너머 우리 차보다 더 깊숙이 풀밭에 주차되어 있는 저기 저 차들은 다 뭐야! 온갖 물음과 생각이 떠올랐다.

일단 카메라를 꺼내 창문 너머로 보이는 경찰 말대로 불법주차 되어 있는 차들을 전부 카메라에 담았다. 카파라치 제도가 리투아니아에 있다면 가만히 집에 앉아서 창문 너머 마당 쪽으로 찰칵찰칵 카메라로 찍어대는 것이 마치 돈을 찍어대는 것과 같을 것이다. 담담하지만 그래도 속이 상한 아내에게 사진을 프린트해서 경찰에게 보여주면서 상황을 설명하라고 말했다.

경찰서 일을 마친 후 아내의 전화 목소리는 좀 활기 차 보였다. 아내는 가져간 사진을 보여주면서 매일 아침 이렇게 사진을 찍어서 신고할 테니 법집행을 동등하게 하라고 말했다. 여경은 경찰도 그 상황을 잘 알고 있지만 법을 집행하는 입장에서 신고가 들어왔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여경이 조서 3장을 꾸미고 서명하게 했다. 그 조서를 상관이 읽어보더니 벌금을 부과하지 않고 “경고”로 처리했다. 생활비가 쭉쭉 올려가는 요즈음 이런 “경고”는 대환영이다!

▼ 낮에 이렇게 풀밭에 주차된 차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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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는 시내중심가뿐만 아니라 주택가 주차문제로 골머리로 앓고 있다. 빌뉴스 인구는 58만명이고, 자동차수는 35만대이다. 이는 인구 2명당 차 1대꼴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낮에 불필요하게 좋은 주차 자리에서 빠져나가는 일은 삼가해야겠다.
 
* 관련글: 가장 많이 도난당하는 자동차는?
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9. 1. 25. 07:49

브라질 여행을 마치고 리투아니아 집에 돌아온 지 벌써 이틀 째이다. 3주간 집을 비운테라 오늘은 하루 종일 여러 가지 일거리와 집안을 정리하는 데 보냈다.

책장을 정리하는 데 일곱살 딸아이가 노래부르기 시작했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그리고 가사를 다 몰라서 그런지 이어서 콧노래로 불렀다.

"그 노래 설날 노래인데, 어디서 배웠니?"
"인터넷에서 배웠지. 아빠는 이 노래 다 알아?"

"아빠도 다 모르는 데. 나중에 인터넷에 우리 한 번 찾아봐자. 왜 이 노래 불렀니?"
"며칠 있으면 설날이잖아! 아빠는 몰라?"

"알지만, 너는 어떻게 알았니?"
"인터넷에서 알았지."

인터넷이 좋긴 좋구나. 한국인 아빠보다도 더 빨리 설날이 언제인지 알려주고 말이다. 음력 달력이 없는 리투아니아에서는 설날이 언제인지 따로 알아봐야 한다. 브라질 체류 중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물어 올 설날은 1월 26일임을 알아두었다.

사실 리투아니아인과 함께 사는 가정에서 설날을 챙기는 일은 쉽지가 않다. 설날이 언제인지도 모르게 지나가는 해가 대부분이다. 인터넷으로 설날에 대한 지식을 습득한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갑자기 딸아이의 "까치 까치 설날은~" 노래를 들으면서 그 동안 딸아이에게 한국 설날 풍습을 직접 전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울컥 올라왔다.

"설날 어른들에게 절을 하는 것을 새배라고 해. 너 새뱃돈이 뭔 지 알아?"
"모르는 데."

"새배하면 답례로 주는 선물이 새뱃돈이야. 너도 새뱃돈 받고 싶어?"
"아니."

"왜?"
"난 돈이 필요없어."

새배보다 새뱃돈을 더 기다리는 아이가 아니라서 흐믓함을 느끼지만, 올 설날엔 딸아이에게 한국 풍습대로 새뱃돈을 챙겨주자고 리투아니아인 아내에게 말했다.

새해 복 많이 지으시고 받으소서!!!
리투아니아 초유스 가족 두 손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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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
생활얘기2008. 12. 23. 18:26

오늘(12월 23일) 티스토리로부터 발신전용 메일을 한 통 받았다. 내용은 블로그에 올린 동영상이 티스토리 서비스 약관을 위배했다는 것이다.

제한처리된 사유는 http://blog.chojus.com/687에 게시된 동영상이 음란, 혐오, 폭력 등으로 티스토리 약관에 위배되었다고 한다.

동영상 내용은 밤이 긴 동짓날에 고대 리투아니아인들은 함께 모여 다양한 놀이와 춤을 추며 새해를 맞이하는 행사이다.

정성 담아 편집해 올린 이 동영상이 왜 음란 등으로 제한조치를 받아야 하는 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착오가 있는 듯하다. 그래서 곧 바로 고객센터에 재심을 부탁해 놓았다. 확신이 서더라도 이런 편지를 받고나면 괜히 의기소침과 찝찝한 기분이 앞선다.

여러분이 보기에도 아래 동영상이 위의 사유로 제한조치를 받을만한가요? 제한조치를 받았다고 하는 데 리투아니아에선 아무런 제한없이 접근할 수 있네요. 아래 동영상에 접근하는데 문제가 있으면 댓글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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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유스